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 스위스, 그중에서도 최고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곳이 융프라우다. 옛부터 이 지방에서 융프라우는 '숫처녀'로 불리웠다. 좀처럼 그 자태를 내보이지 않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마치 청순한 처녀가 하얀 천으로 얼굴을 가린 것처럼, 실제로 맑은 날에도 정상부근에는 하얀 구름으로 덮여있어 정상을 보기가 여간 쉽지 않다고 한다.
스위스인들이 돈독이 올라서 만들었다는 등산열차를 타보기 위해 파리를 출발, 스위스 인터라켄 서역에 밤에 도착하여 강건너 호텔에서 여장을 풀었다. 피로한 여독을 풀라고 호텔방 침대위에 놓여진 큰 딱정벌레 모양의 쵸코렛이 인상 깊었다.
다음날 이른 새벽 인터라켄 Ost역에서 융프라우요흐로 가고자 첫 열차를 타기 위해 서둘다가 함께간 동료의 소지품을 미처 챙기지를 못하고 나온 것이 마음에 걸렸으나 일정산 다시 돌아갈 수 없어 포기하고 나왔는데 나중에 그 소지품이 사람보다 일찍 한국의 집으로 배달되어 있는 것을 귀국 후에 알고 프로 서비스정신에 감동했다.
인터라켄 Ost역에서 융프라우요흐역(해발 3,454m)를 가려면 라우터브루넨(해발 796m)과 클라이네 샤이데커역(해발 2,061m)에서 기차를 갈아타야 한다. 구간마다 열차의 구조가 선로의 경사에 맞게 치차구조와 의자의 구조가 다르게되어 있어 바꿔타지 않으면 안된다.
처음 갈아타는 라우터부르넨역에서보면 마을 좌우로 높게 솟은 알프스 절벽과 거기서 떨어지는 빙하가 녹아 흘러내리면서 이루는 거대한 폭포수는 정말 장관을 이룬다.
클라이네 사이데커역은 거대한 알프스 봉우리가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곳, 자연의 위용앞에 저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오는 곳이다. 아래로 내려다 보면 푸른 숲과 울긋 불긋한 꽃들이 피어 있고 군데 군데 통나무집이 보이고 넓은 초원에는 풀을 뜯는 소떼와 양때들을 볼 수가 있다. 위를 쳐다보면 하얀 눈과 대빙하가 덮여 있고 정상은 구름으로 덮여 있어 신비스러움을 더해 준다. 가파른 암벽에 붙어 기차길이 놓여져 있다. 기차길은 두개의 레일 사이에 치차로 된 레일이 하나 더 놓여 잇는 것이 특징이다.
객실 의자는 가파른 경사에 따라 경사지게 만들어져 있어 경사로를 올라갈 때도 뒤로 심하게 젖혀지는 것을 느끼지 못하게 되어 있다.
참! 역 앞에 있는 레스토랑에는 이곳을 많이 찾는 7개국의 국기가 꽃혀 있는데 자랑스럽게도(?) 태극기가 꽃혀 있고 차내 방송도 한국말 안내방송을 한다는 사실...
클라이네 샤이데커에서 알프스의 산을 뚫고 올라온 등산열차의 종착지가 '유럽의 지붕'이라 불리우는 융프라우요흐이다. 역은 터널내에 위치하고 있는데 역에서 빙하속에 만든 얼음궁전을 지나 엘레베이터를 타고 전망대에 올라 알프스를 바라다보면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밖으로 나가 눈으로 뒤덮힌 산책길을 가려면 스웨터나 점퍼 등 두툼한 옷이 필수적이다. 내가 갔을때도 아래에서는 맑은 날씨에 따뜻했는데 그곳에는 앞을 분간할 수 없을정도로 심한 눈보라가 몰아쳐 눈을 제대로 뜨지를 못했다.
내려올때는 클라이네 샤이데커에서 열차를 갈아탈때 올라 올때의 길이 아닌 그린델발트(해발 1,034m)를 경유하기로 했다.
그린델발트역에서도 열차를 갈아 타야만 한다. 그린델발트는 구릉지대에 위치한 전형적인 알프스의 마을로 동심의 하이디의 마을을 연상시킬 정도의 한폭의 그림같은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에서는 융프라우, 멘히, 아이거, 슈트레그, 핏셔호른 등 5개의 알프스 봉우리를 볼 수 있다. 특히 이곳에서 바라보는 아이거 북벽은 정말 압권이다. 대빙하로 가다보면 그 장엄한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이러한 코스를 따라 알프스를 관광할 수 있게 만든 철도는 어떻게 설치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융프라우요흐 역에 가면 철도를 부설하기 위한 과정과 설비들의 그림과 사진, 실물 등이 전시되어 있어 이해를 돕고 있다.
해발 3,450여 m 까지 암벽을 뚫어 터널을 만들고, 암벽에 부쳐 철길을 부설하려고 했던 철도인들의 놀라운 착상과 그 어려운 공사를 통해 철길을 완성시켜 놓아 세계각국에서 관광객들이 이 등산열차를 이용하여 편하게 관광을 할 수 있도록 한 점에 대해 철도인의 한사람으로서 찬사와 뿌듯한 긍지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