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11. 달날(월요일). 더운 여름 뜨거운 햇볕 아래 실컷 물놀이하기 좋은 날씨다.
[아 손맛이여, 회 한 점의 맛]
여름 덕적도 자연 속 학교 넷째날, 아이들과 새벽 낚시 다시 도전해서 제대로 손맛을 본다. 높은 학년이 모두 낚시를 돌아가며 한 뒤라 아침에는 원하는 여자 어린이들만 낚시를 가기로 했는데 현서와 지안, 민주가 권진숙 선생과 함께 간다. 낚시대 펼쳐서 새우미끼 달아주고 밑밥 만든 채비하는 동안 현서가 놀래미를 잡아올리고 곳곳에서 입질이 들어오자 모두가 흥분하는데, 곧이어 바로 권진숙 선생이 씨알이 아주 큰 놀래미를 올려 환호성이 터진다. 30센치 못미치는 큰 놈이다. 수심을 충분히 준 게 효과가 있다. 마치 세 번의 연습이 보답이라도 하듯이 30센치급 참숭어 두 마리를 연이어 낚는다. 아 손맛이여. 그러니 뒤이어 올리는 10센치 이상 놀래미는 아이들이 우습게 보네. 놀래미와 숭어 크기를 보니 아이들에게 회 한 점씩은 돌아갈 양이 나오겠다. 만선의 기쁨일까. 갯바위에서 작은 산을 올라 잠집 까지 걸어오는 꽤 먼 길도 아이들에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침 열기 마친 동생들이 물고기를 보러 달려오고 새벽 낚시패들 어깨가 으쓱 올라간다. 가고 싶었는데 못갔다며 아쉬워하는 선생과 아이들 표정이 재미있다. 6학년 서민주는 왜 안깨웠나며 선생을 원망해서 깨워도 안 일어났다고 하니 일어날 때까지 깨우지 그랬냐며 아쉬워한다. 많이 잡아온 날 가지 못한 부러움이다. 아침열기 마치고 아이들은 서포리 바닷가로 큰 조개를 캐러가고 몸이 아파 보건소 다녀온 2학년 지후와 1학년 현우가 선생과 셋이 잠집을 지키고 있는다. 텅빈 잠집에서 도마를 꺼내 잡아온 놀래미와 숭어를 회로 뜨는데 한참이 걸린다. 서툰 칼잡이라 두 시간쯤 걸려서 일곱 마리를 다 뜨고나니 다리와 허리에 반응이 온다. 더운 날이라 바로 손질해야 하니 꼼짝없이 오전 조개캐기는 못가고 만 셈인데, 예상대로 아이들에게 한 점씩은 돌아가겠다 싶어 흐뭇하다. 참숭어 회는 붉은 색이 돌아 꽃이 핀 것 같고, 놀래미는 바로 떠서 그런지 제법 살이 탄탄하다. 이제 갯살림 자연속학교 때마다 낚시로 잡은 자연산 회를 먹곤 하는 아이들이 입을 크게 벌려 한 점씩 받아먹는 일만 남았다. 양이 얼마 안되니 그 한 점 회 맛이 기막힐 수밖에. 놀래미는 손질해서 된장매운탕을 끓인다. 마늘과 파, 된장이면 된다. 놀래미와 푹 우러나 냄새도 좋고 맛도 좋다. 감자를 썰어넣으니 그것도 괜찮다. 현우와 지후도 맛있다며 죽이랑 같이 먹더니 더 달라고 한다. 죽을 먹어야 한는 아이들이 있어서인지 아이들 점심으로 싸간 충무김밥을 내 몫은 놓고 가지 않아 놀래미 매운탕에 남은 밥 한 공기를 뚝닥 해치웠다. 밥 먹고 두 아이 약 먹이고 나니 졸린다. 현우와 지후가 슬슬 심심해하며 아이들 언제 오냐고 자꾸 묻는다. 진짜 올 때가 됐는데 안온다. 심심해하는 두아이가 뒹굴뒹굴하며 놀며 다 나으면 회도 먹고 조개도 캘거라는 모습이 참 귀엽다. 아프지만 않으면 심심할 틈이 없는 아이들이 심심해서 동무들과 놀이를 찾는다. 빨리 나아서 회 뜨는 걸 지켜보며 회 먹고 싶다는 노래를 하는 두 아이가 회도 먹고 물놀이랑 조개를 실컷 캐기를. 빨리 나아라 애들아.
오후 3시쯤 서포리 바닷가에서 마당조개를 잔뜩 잡은 아이들이 잠집으로 돌아오고, 곧이어 2시30분 배로 졸업생 넷이 방학을 해서 함께 놀러왔다. 6기 졸업생 우진, 세영, 수찬, 8기 졸업생 희주가 같이 왔다. 세영이는 스페인에서 사는데 방학이라 한국에 왔는데 거제도 가족 휴가 대신 동무들과 덕적도를 찾아왔다. 놀러갈 데가 많으련만 동생들과 자연속학교를 기억해서 찾아준 그마음이 고맙다. 다들 키가 나보다 훌쩍 크다. 듬직한 아이들을 보니 세월이 빠르다 싶다. 오전에 뜬 회를 꺼내 한 입씩 먹는데 모두 입을 쩍 벌린다. 양이 많지 않으니 선생들이 한 점씩 줄 수밖에. 놀래미와 숭어 가운데 선택해서 먹는데 모두 맛있다며 더 먹고 싶어하는데 어쩌나 회가 충분치 않은 것을. 배부르게 회를 먹지 않으니 두 점 먹는 회가 더 강렬하게 기억에 남을지도 모른다. 마음같아선 큰 물고기를 낚아 먹었다 싶을 정도로 회를 떠주고 싶지만 두 점 회 맛으로 입을 달래고 만다. 회 뜨는 걸 지켜보며 그렇게나 먹고 싶어하던 1학년 현우는 조한별 선생을 졸라 끝내 회 한 점을 먹는다. 배가 아파서 못 먹는 거지 회를 참 좋아한다고 한 현우라 먹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반가운지.
졸업생들과 함께 낚시를 가는데 낚시 가방과 채비를 모두 들고 가서 편하다. 아침 낚시 성공에 자극받은 높은 학년 남자 아이들이 모두 같이 가서 졸업생 수까지 낚시꾼들이 많다. 물 때도 좋고 입질도 오는데 결과는 놀래미 두 마리로 그치고 만다. 아이들에게 펼쳐준 낚시대를 아이들이 던지자마자 금세 두 개가 얽혀 본줄을 끊고, 한 개는 밑걸려 다시 채비를 하게 돼 시간을 날렸다. 그래도 아침 큰 놀래미와 숭어에 비할 순 없지만 꽁치는 것보다는 낫고 졸업생 형들과 누나랑 같이 해서인지 새참 탓인지 발걸음이 무겁지는 않다. 졸업생과 재학생이 함께 한 낚시를 끝으로 여름 자연 속 학교 다섯 차례 낚시 선생 노릇을 마친다. 미끼랑 밑밥을 다 쓴 탓도 있고, 높은 학년이 돌아가며 낚시를 모두 했고, 큰 물고기를 잡아 회도 먹었으니 할 건 다한 셈이다. 지난해 같은 낚시 포인트에서 던지면 바로 올라올 정도로 학꽁치와 고등어를 진짜 많이 잡았는데 올해는 놀래미와 우럭, 숭어가 올라와 해마다 어종이 달라진다.
저녁에아이들이 마침회 하는 동안 서포리 바닷가에서 아이들이 가득 잡아온 조개와 낚시로 잡은 놀래미 새끼를 굽는다. 마침회 마친 아이들 밤참이 된다. 잘 먹는 아이들 보니 모기 물려가며 구운 보람이 있네.
첫댓글 매년, 덕적도에 가서 생각보다 맑은 하늘과 한적한 바다를 보며 아이들과 즐겁게 시간 보냈었는데, 깊은 밤에 모기와 한바탕 전쟁을 치루는것이 하나의 추억이었는데 말이죠.
그 번거로움을 즐기며, 덕적도로 가는 내내 기분이 좋아지곤 했었습니다. 올해 덕적도를 못 가게 되어 아쉽기는 했지만
아이들은 늘 비슷한 시기에 덕적도에 가서 자연과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마주하니, 내 어린시절은 우리 아이들과 다르게 살아냈던지라 부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정내내 날씨가 좋아 걱정을 덜었고, 맑은샘 아이들 복이 많아 또 부럽습니다.
다음에 같이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