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너머를 볼 수 있는
『청개구리 클럽』
이초아 (지은이), 최호정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함영연(동화작가.문학박사)
『청개구리 클럽』은 비오는 날, 학원을 가던 지오가 청개구리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환상동화이다. 제목에 청개구리가 나와서인지 자연스럽게 청개구리 설화가 떠오른다.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하지 않고 반대로 하는 아들 청개구리에게 엄마는 죽으면서 강가에 묻어달라고 한다. 그제야 불효한 것이 후회막급한 아들 청개구리는 엄마의 유언대로 강가에 묻었고, 비가 오면 엄마의 묘가 떠내려갈까 봐 개굴개굴 운다고 한다.
청개구리 이야기와 비슷한 전설이 양평, 양강섬 옆에 있는 떠드렁섬에 전해진다. 조선 중기 인조반정을 일으킨 이괄의 아버지는 “내가 죽으면 떠드렁산 바위 밑에 거꾸로 묻지 말고 바로 묻어 다오”라고 유언했다. 평소 아버지 말을 안 따르던 아들이기에 반대로 할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이괄은 살아생전에 불효한 것을 반성하고 유언대로 장사를 지냈다. 그래서인지 이괄의 난도 실패했다는 전설이다.
청개구리 설화와 전설이 떠오르는 『청개구리 클럽』은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하지 않고 어깃장을 부리는 아이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아이들은 자기가 상상한 이야기를 현실인 듯이 말하고, 자신이 한 행동에 마땅한 이유를 대기 위해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친구들과 놀다가 학원에 가지 않았을 경우, 야단을 피하기 위해서는 거짓말을 할 것이다.
청개구리 클럽 앱에 가입하면 거짓말을 할 때마다 포인트가 쌓이고, 쌓인 포인트는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학원에 가기 싫어서 이 핑계 저 핑계 궁리하던 지오가 환영할 앱이다. 청개구리 클럽 앱은 지호의 욕망 표출로 탄생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지오는 입만 열면 거짓말을 술술 한다. 거짓말을 할 때마다 개굴개굴 포인트 올라가는 소리가 들린다. 마치 거짓말을 해서 축하한다는 응원의 소리 같다.
하지만 작가는 “거짓말쟁이가 받는 가장 큰 벌은, 진실을 말했을 때도 다른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라고 탈무드에서 나온 명언을 들어 말한다.(작가의 말) 양치기 소년에서도 같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거짓말을 반복하면 진짜일 때, 사람들이 등을 돌린다.
한 가지 거짓말을 참말처럼 하기 위해서는 항상 일곱 가지의 거짓말을 필요로 한다.(마틴 루터) 지오도 학원에 늦거나, 남아서 공부하기 싫을 때 학원 선생님과 엄마에게 거짓말을 한다. 한 번 시작한 거짓말은 가지 치듯이 불어난다. 거짓말 앱의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달콤한 유혹에 빠지기는 쉬워도 청개구리 앱에서 나오기는 쉽지 않다.
“청개구리 클럽 앱 설치는 마음대로 했을지 모르지만, 삭제는 쉽게 못해. 내가 널 선택했으니까 말이야.” (72쪽)
청개구리가 비웃듯이 지오에게 말한다. 게다가 거짓말하며 놀자고 굴개굴개 운다. 탈퇴를 하면 그동안 쌓인 포인트가 다 소멸된다는 것도 지오 발목을 잡는다. 지오의 단호한 결심을 하고 집에 달려가 엄마에게 그동안 일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깨닫는다. “거짓말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은 진실을 말하는 거(83쪽)라는 것을. 그게 달콤한 유혹에 빠지게 한 청개구리 클럽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라는 걸.
학원에 가기 싫어하는, 친구와 놀고 싶어 하는, 남아서 문제를 풀기 싫어하는 지오의 현실적 동심을 볼 수 있다. 지오가 참 마음을 회복해서 흐뭇하다. 『청개구리 클럽』은 거짓말하는 아이들의 행동 너머를 볼 수 있는 책이다.
출처 : 2023 생명과문학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