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옥매화(玉梅花)
장미목 장미과의 낙엽관목
옥매화는 원산지가 중국이랍니다. 잎이 나기 전에 꽃이 먼저 피며 매화와는 달리 열매가 달리지 않는 무성화입니다. 흰꽃과 분홍색의 두 가지가 있습니다.
키는 1미터쯤 된다. 줄기는 여러 대가 모여 잔가지는 반짝이며 적갈색이다. 잎은 어긋나며 바소꼴이거나 긴 타원형이고 가장자리에 물결 모양의 톱니가 있다. 길이는 5~9센티미터쯤 되며 끝이 뾰족하다. 꽃은 4~5월에 잎보다 먼저 피거나 잎이 돋을 때 꽃도 함께 핀다. 가지마다 흰색 겹꽃이 촘촘하게 달려 나무 전체가 꽃으로 뒤덮인 것처럼 보인다. 열매는 핵과로 지름 1~1.2센티미터 가량 된다.
옛날 경상도 어느 곳에 옥(玉)씨 성을 가진 이가 많이 살았습니다. 그 옥씨 중에 일찍이 자녀를 두지 못하여 적지 않은 근심으로 세월을 보내다가 늦게야 어여쁜 딸 하나를 낳아서 다시없는 기쁜 생활을 하는 노인 내외가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딸은 방글방글 웃는 얼굴이 마치 막 피어오르는 매화꽃송이 같다 하여 그의 이름을 매(梅)라고 불렀답니다.
그로부터 빠른 세월은 어느덧 옥매의 나이 아홉 살이 되던 해 가을에 옥매의 어머니가 신병으로 돌연히 황천의 객이 되고 계모가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 계모는 퍽이나 악독하였습니다. 얼굴이 푸르고 눈자위에 독이 가득히 들어 퍽 쌀쌀하게 보였더랍니다. 옥매는 어린 마음에도 참 무섭겠다고 근심하였더니 과연 짐작과 같이 온지 며칠 못되어서 옥매를 학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뿐 아니라 늙은 남편까지 구박하였습니다. 옥매의 아버지는 점잖으신 어른인고로 항상 집안 평화를 위하여모든 분노와 걱정을 참고 지내셨습니다. 가엾은 옥매는 갈수록 앞길이 암암하여졌습니다. 옥매의 아버지는 악독한 후처 때문에 병을 얻어 가엾은 옥매를 두고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로부터 옥매는 눈물로 세월을 보내었습니다. 남편이 돌아가고 보니 그 후부터 옥매의 계모는 마음대로 옥매에게 가진 학대를 다하였습니다. 옥매가 울 때마다 계모는 더 악을 부리며 무엇이든지 집히는 대로 때리며 먹을 것도 잘 주지 않았습니다.
불쌍한 옥매는 필경은 부모에 대한 그리움보다도 밥의 그리움이 더 간절하였습니다. 하루는 주린 창자를 움켜잡고 집 모퉁이에가 혼자 울다가 그 독사 같은 계모의 눈에 그만 뜨이고 말았습니다. 계모는 곧 쫓아와서 마침 곁에 있던 방망이로 무수히 두드려 가련한 옥매는 그 자리에 엎어진 채 일어나지 못하였습니다. 계모는 남이 알가 겁이 나서 옥매의 시체를 급히 그 집 모퉁이의 축담 밑에다가 묻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옥매가 밤에 도망을 쳤다고 동네에 소문을 내었습니다. 그 동네 사람들은 옥매의 불쌍함을 깊이 동정하고 그 계모를 욕하던 터이라 이 말에 다소간 의심을 가지게 되었었답니다.
옥매의 시체가 땅속으로 들어간 지 며칠이 못되어 옥매의 묻은 자리에서 희고도 복성스러운 꽃이 피었습니다. 이 꽃을 본 동리 사람들은 이 꽃의 모종을 얻으러 옥매의 집에 몰려들었습니다. 옥매의 계모는 결코 꽃모종을 나누어 주지 않으려 하였습니다. 그 후 계모가 없는 틈을 타서 동네의 짓궂은 사람들이 그 꽃 한 나무를 가만히 팠습니다. 어쩐 일인지 조그마한 나무가 뿌리는 깊이 박혔습니다. 점점 파내려 가다가 사람들은 옥매의 썩지 않은 시체를 보고 계모가 죽인 것을 알았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옥매의 계모를 잡아 관가로 끌고 가서 무서운 형벌을 받게 하였습니다. 그런 뒤로 사람들은 그 꽃을 옥매의 꽃이라 하여 옥매화(玉梅花)라 불렀답니다. 그리고 그 꽃이 빈틈없이 붙은 것이 꽃방망이 같이 보여 옥매가 방망이로 맞아 죽은 것을 표적한다하고 방망이 꽃이라고도 부른답니다.
옥매화는 별 자료가 없어 꽃 이야기를 몇 줄 빌려 왔습니다.
꽃은 주로
아름다움·화려함·번영·영화로움 등 긍정적 의미를 지니고 있어 아름다운 여자나, 좋은 일, 영화로운 일에 비유되기도 한다. 과거에 장원급제한 사람이 머리에 꽂는 어사화는 영화로움을 상징하는 것이고, 경사스러운 일은 ‘웃음꽃이 핀다.’, ‘그 집안에 꽃이 폈다.’ 등으로 표현된다.
또한, ‘꽃 같은 시절’이라 하여 젊음을 상징하기도 하며 사랑을 상징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국화(國花)·교화(校花)·사화(社花) 등 한 집단을 상징하기도 한다. 우리 선조들은 꽃에도 품계나 등수를 매겼는데, 꽃의 아름다움보다도 꽃이 지닌 상징적 의미에 따라 품계가 결정되었다.
강희안은 뛰어난 운치나 절개를 의미하는 매화·국화·연꽃·대나무를 1등으로, 부귀를 의미하는 모란·작약·왜홍(倭紅)·해류(海榴)·파초를 2등으로, 운치가 있는 치자·동백·사계화(四季花)·종려·만년송은 3등으로, 화리(華梨)·소철·서향화(瑞香花)·포도·귤은 4등으로, 석류·도(桃)·해당(海棠)·장미·수양버들은 5등으로, 진달래·살구·백일홍·감·오동은 6등으로, 배·정향·목련·앵도·단풍은 7등으로, 무궁화·석죽·옥잠화·봉선화·두충(杜冲)은 8등으로, 해바라기·전추라(翦秋羅)·금전화(金錢花)·석창포·화양목은 9등으로 분류하였다.
또한 소나무·대나무·연꽃·국화를 1품으로, 모란을 2품으로, 사계화·왜철쭉·영산홍·진송·석류·벽오동을 3품으로, 작약·서향화·노송·단풍·수양버들·동백을 4품으로, 치자·해당화·장미·홍도(紅桃)·벽도(碧桃)·삼색도(三色桃)·백두견(白杜鵑)·파초·전춘라(翦春羅)·금잔화를 5품으로, 이화(梨花)·행화(杏花)·보장화(寶薔花)·정향·목련을 7품으로, 촉규화(蜀葵花)·산단화(山丹花)·옥매(玉梅)·출장화(出墻花)·백유화(白萸花)를 8품으로, 옥잠화·불등화(佛燈花)·연교화(蓮翹花)·초국화(草菊花)·석죽화·앵속각(罌粟殼)·계관화(鷄冠花)·무궁화를 9품으로 분류하기도 하였다.
꽃의 민속
봄에 꽃이 피면 사람들은 산과 들로 나가서 진달래꽃으로 화전이나 화채를 만들어 먹으며 꽃놀이를 즐겼다. 젊은이들은 꽃을 뜯어 수효의 많고 적음을 내기하거나, 꽃의 턱을 맞걸어 당겨 떨어지고 안 떨어지는 것으로 승부를 가리는 꽃쌈(또는 꽃씨름)을 하였다. 처녀들은 제비꽃과 토끼풀로 반지를 만들거나 봉선화 꽃잎을 괭이밥잎과 함께 찧어 손톱에 붙여 물을 들였다.
아이들이 긴 꼬챙이에 꽃나무 가지를 묶어가지고 노는 꽃방망이놀이도 있었다. 단옷날에는 꽃창포를 삶은 물로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하면 예뻐지고 일년 내내 무병하다는 속설이 있어 머리를 감았으며, 음력 9월 9일 중양절에는 교외로 나가 국화주에 국화전을 부쳐 먹으면서 단풍이 물든 산과 들의 정경을 즐겼다.
또, 농촌에서는 이팝나무의 꽃이 만발하면 풍년이 들고, 꽃이 적게 피거나 시들면 흉년이 든다는 말이 있어 꽃이 필 무렵에 나무 밑에서 치성을 올리기도 하였다.
경주 오유리에서는 그곳에서 자라는 등꽃을 말려 금침 속에 넣으면 금슬이 좋아지며, 잎을 삶은 물을 마시면 벌어진 부부 사이가 다시 좋아진다는 말이 전해져서, 신혼부부의 자리 속에 등꽃을 말려 넣는 풍속이 있다.
꽃을 이용한 술
옛 선인들은 민간의학으로 꽃술을 담가 마셨다. 여성의 건강과 미용에 특효한 술로서 모란술·찔레술·잣술을 먹었고, 회춘과 노화 방지에는 국화주·창포주·산수유주를 먹었으며, 소화기능을 돕는 술로는 민들레술·용담주·박하술·물푸레나무술·등꽃술·생강술을 먹었다. 보신과 고혈압에 차술을 먹었고, 특수한 약효를 위해 도라지술·진달래술·산초주·치자주·인동주 등을 먹었다.
꽃장식
꽃이나 나뭇가지·잎 등의 소재들을 꽃그릇에 침봉이나 보습제 또는 그냥 물을 담아 꽂아 장식하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꽃장식은 불교와 인연이 깊다.
불교에서는 화만(華鬘:불타를 공양하기 위해 불전의 난간에 생화나 보석 또는 가죽으로 조화를 만들어 달아놓는 것)을 만들 때 꽃장식을 하였다. 이는 인도의 남녀가 몸을 치장하기 위해 향기 있는 꽃을 실로 꿰거나 묶어서 목에 걸거나 몸에 달았던 풍속에서 유래된 것이다.
신라와 고려시대의 불교 전성기에는 불당에 금·은·보석으로 만든 조화 대신 생화(生花)를 꺾어다가 작은 꽃병에 꽂아 두었다. 이처럼 불가에서 성행하던 꽃꽂이가 점차 꽃장식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노래와 꽃
우리 나라에는 꽃을 주제로 한 타령들이 많은데, <꽃타령>은 신민요로 자진모리장단의 빠르고 흥겨운 노래이다. 봄철 아낙네들이 동산에 올라 봄놀이를 하며 부르기도 하고 시집간 딸이 친정어버이의 생신을 맞아 친정에 들러 경축하면서 부르기도 하였다.
<꽃타령>은 “꽃 사시오 꽃을 사 사랑 사랑 사랑의 꽃이로구나. 꽃바구니 둘러메고 꽃팔러 나왔소. 붉은꽃 푸른꽃 노랗고도 하얀꽃 남색 자색 연분홍꽃 울긋불긋 빛난꽃 아롱다롱 고운꽃” 또는 “흔들흔들 초롱꽃 달랑달랑 방울꽃 목이 잘린 도라지꽃 맵시있다. 아가씨꽃 부얼부얼 함박꽃 절개 있다. 연꽃이냐 이꽃 저꽃 다버리고 참나리꽃 네로구나.”와 같이 여러 이름을 들면서 그 꽃의 빛깔·향기·모양 등을 그리는 내용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