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가 병원에서 초음파로 아기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다. 우렁찬 심장소리를 들으며 흐뭇해 하던 것도 잠시, 병원을 나서자마자 울음을 터트렸다. 그녀는 27살의 미혼모로 사람들 시선이 두려워 그간 병원을 찾지 못했다는 김미정씨다.
16일 SBS ‘당신이 궁금한 이야기’는 미정씨의 일상을 통해 미혼모의 삶을 그려냈다. 임신 8개월에 접어든 그녀는 아기를 낳아서 키우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그러나 그녀의 가족들은 아이를 입양 보내라고 종용하고 있다.
그녀가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것은 2개월에 접어들었을 무렵, 사귀고 있던 남자친구에게 이 사실을 제일 먼저 알렸으나 돌아온 답변은 ‘병원 가서 지우라는 것’이었다. 몇 번이나 찾아가 아기를 함께 키우자고 했지만 계속해서 거절을 했다.
그녀는 경제적인 요건이 된다면 아기를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만한 여력이 되지 않아 고민을 하고 남자친구와 다시 한 번 의논을 하고자 하나 연락이 되질 않는다. 수소문 끝에 연락을 취하나 남자친구의 어머니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그녀의 말에 ‘돈 달라는 얘기니?’, ‘애기 담보로 거래하니?’라고 물은 뒤 ‘임신 네가 원해서 한 것 이지 남자가 임신시킨다고 임신이 되니’라고 책임을 회피하며 전화를 끊었다고.
미정씨는 아이 영육에 대한 책임을 남편이 함께 질 수 있는 것인지 법률 상담을 받았다. 상담 결과 까다로운 절차와 준비 기간이 길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며칠 뒤, 미정씨는 남자친구의 회사로 찾아가고 그는 입양을 권유했다. 준비해 온 아기사진을 본 남자친구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며칠만 시간을 달라’며 돌아섰다.
이날 방송은 김미정씨의 사례를 통해 생명을 낳아 키우고자 하는 마음이 지켜지지 못하는 미혼모의 현실을 보여줬다. 또한 아이 양육을 미혼모의 몫으로 넘기는 사회구조의 문제, 경제적 지원이 부실한 사회 안전망의 문제, 미혼모를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 등 미혼모가 떠안아야 할 문제들을 수면위로 떠오르게 했다.
방송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혼자서 아기를 낳아 키우려고 하는 용기가 대단하다’며 미정씨를 격려하고, ‘남자친구 어머니를 보며 울화통이 터졌다’, ‘같은 엄마로서 마음이 아프다’는 내용이 이어졌으며, 한편 ‘남자친구가 초반 아이를 키울 의사가 없음을 밝혔음에도 무턱대고 아이를 키우려는 미정씨가 무책임하게 느껴진다’는 상반된 의견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