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조심스런 이야기]
그는 언론에 보도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여러 차례 힘주어 말했다.
그럼 내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 기록으로 올리는 것은 괜찮겠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그의 귀하고 섬세한 마음씨를 배려한 것이다.
“형님은 화재참사 대책본부장이셨고, 모든 걸 걸고 수습을 잘해내셨으니 그래도 되겠습니다”고 선선히 대답했다.
이렇게 나를 믿고 마음을 열어준 것이 고맙기만 했다.
지난 1월부터 이어져 온 이야기라 주변사람에게 여쭙기도 했다. 물론 유족대표에게도 이러한 소식을 전하고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제천 화재참사 당시 사다리차로 생명을 여럿 구한 이가 LG의인으로 선정되었습니다. 그런 그가 합동분향소를 지키고 있던 나를 찾아왔습니다.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한 것뿐인데 의인이다 뭐다해서 쑥스럽습니다. 상금 2천만원을 받게되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고싶다며, 당시 재난대책본부장인 내게 의견을 구하였습니다. 그래서 그 의인의 귀한 뜻을 잘 살리고자 여러가지 방안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문해학교인 솔뫼학교, 농아인회, 6.25참전국가유공자회, 8자녀를 키우고 있는 다둥이가정, 갑작스레 아픔을 당한 가정들...이렇게 나눔을 하기로 하였다.
제천화재참사 의인의 귀한 마음을 함께 나눔으로써 서로 격려하고 힘을 보태는 자리였다.
여기에 더해 그 의인은, 화려하고 공식적인 장소 보다는 아예 내 서재에서 조촐하게 마음을 봉투에 담아 전달하는 것을 원했다. 그것도 조용한 휴일 저녁을 택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름답고 가상한 일이다.
가슴이 뭉클하는 심사를 가눌 길이 없어,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의 시간을 조심스런 이야기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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