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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호스피스대학 그 세번째시간, 오늘은 불교전문 호스피스 정토마을의 능행스님께서 강의를 맡아 주셨다. 능행스님께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불교정토마을 호스피스의 원장님으로 계신다. 말기질환 환자들과 함께 1999년부터 그곳에 살고 계시고 호스피스 활동은 그보다 훨씬 앞서 만 10년째 활동 중이시다. 정토마을은 지금 말기환자와 무의탁 스님들을 위한 관자재 요양병원 건립을 추진 중이다. 보디삿트바의 이름으로 사랑을 창조하는 곳, 바로 그곳의 호스피스 전문가이신 능행스님을 모시고 135명의 호스피스 교육생들은 생생한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영남에 계시는 불자님, 반갑습니다. 이렇게 얼굴 마주 보게 된 인연에 감사드립니다. 옷깃만 스쳐도 전생 오백번의 인연이 있어야 한다는데 오늘은 옷깃만 스친 것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을 함께 나누는 인연이니 아마 수많은 생의 인연인것 같습니다. 대구 영남 지역은 아직 호스피스 활동이 활발치 못해 늘 안타까웠고, 또 꼭 와 보고 싶었던 곳입니다. 오늘 이자리를 마련해 주신 회주스님, 그리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어때요? 삶과 죽음 그 중에 어떤게 먼저일거 같아요? 어떤게 더 중요한것 같아요? 죽음은 언제 오는 걸까요?" 스님께서는 연신 쉬이 답할 수 없는 질문들을 던지신다. 10년 동안 이 일을 해 오시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누구나 겪는 죽음에 대해 누구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고, 죽음에 대해 착각하며 사는 점이라고 한다. 누구든 죽음에 대해 말은 잘 하지만 막상 그 순간이 닥치면 죽음이 우리 목을 조여오면 필사적으로 도망만 가려하는데 그 이유가 바로, 한번도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사실적으로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란 설명이시다. "선사들께서 말씀하셨지요. 생사가 한 호흡지간에 달려있다구요. 호흡지간에 숨이 끊어지는 것과 동시에 부모자식간의 인연도 탁 끊어집니다. 여러분들이 아무리 정성을 들이고 오만 사랑을 다 쏟지만 죽음에 있어서만은 각각등보체랍니다. 각각등보체가 더불어 의지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삶이지요, 쪼개면 만조각, 뭉치면 하나인 거지요. 태어날 땐 모두 두 주먹을 꼭 쥐고 태어나지만 마지막 가는 길엔 손바닥이 부풀어올라 손바닥이 뒤로 뒤집어져 단 한 방울의 물도 담기지 않고 흘러내립니다. 그게 죽음입니다. "너희들이 천만가지 다 갖췄다해도 생명이 끝날 때는 다 허망하다. 제행이 무상하다" 바로 이것이 죽음입니다. 정토마을에서는 1년에 60~100명이 임종합니다. 첫 5년동안은 죽음이 뭔지 잘 모르겠고 두렵고 무섭기만 했습니다. 이제는 조금은 알것 같습니다. 사대를 갖추어 태어나고 그 사대의 조건이 끝나는 순간 우리의 삶도 끝이 나는구나..알고 이 육신에 속지말고 살자고 저는 자신에게 속삭입니다. 이렇게 되니 욕심도 미움도 두려움도 사라집니다. 제가 하고싶었던 일도 한가지만 남기고 다 놓아버렸습니다. 금생에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가지고 부지런히 마음을 내어 일하지 내가 할 수 없는 일에는 욕심을 내지않기로 했습니다." 스님께서는 호스피스 활동을 하시면서 실제로 경험한 실례들을 들어 주시며 말기환자와 그 가족들이 처한 상황들을 잘 설명해 주셨다. 처음 이 일에 뛰어들게 된것도 우연히 신도님의 병문안을 갔다가 타 종교인들과는 너무나 판이한 불자들의 병원생활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셨다고한다. "나는 안할지라도 다른 스님들이 다 하시는 일이겠지" 했었는데 그게 아니라는 설명이시다. "처처가는 곳마다 불자님들이 스님이나 도반들의 위로나 도움없이 이렇게 버려진채 죽어가고 있으니 그 모습이 어찌 그 사람들의 모습만이겠습니까? 바로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여기 관음사 식구들은 이웃 도반들끼리 서로 챙겨주고 사랑하고 의지해야 합니다. 잘살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데 그게 다가 아닙니다. 우리나라 불교는 1600년의 역사가 있고, 많은 종단재산이 있으면서도 왜 불자들은 이렇게 버려져야 합니까? 종교란 인간의 행복을 위해 존재합니다. 나의 행복을 창조하기 위해서 진리를 공부합니다. 평생을 불교를 믿으며 살다가 병원에 가서 마지막에 개종하고 돌아가시는 분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맘속으론 불교를 믿으면서도 천주교병원에 가서 세례받으며 그나마 염주와 비슷하다면서 묵주를 돌리고 계신 분들을 보면 눈물이 납니다. 불교는 자비의 종교입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그 배운 바를 행해야 합니다. 많은 공덕 중에서도 간병을 하는 공덕이 최고라고 했습니다. 호스피스는 봉사도 아니고 자선도 아닙니다. 온전한 수행입니다. 생노병사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니라 함께 공존함을 알고 뼛골이 아리도록 무상함을 느낄 때, 온몸에서 전율이 느껴질 때 세상의 모든 의미가 달라져 보입니다. 불자들은 자비를 말하지만 그 자비가 한량없다고 해도 맘 속의 자비를 꺼내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또한 불자입니다. 사랑을 해보지 못한 사람은 사랑앞에서도 두려워합니다. 사랑을 충분히 해 본 사람만이 자연스레 사랑을 주고 받을 수 있습니다. 자비가 어디 있나요? 꺼내보셨나요? 호스피스 대상자는 자비심이 깊고 부드럽고 온유하고 사랑이 넘치는 성품을 가진 사람이 할 수 있습니다. 내 속에서 자비를 끊임없이 일구어서 서로가 서로에게 나눠야 하는 겁니다. 호스피스는 무한계의 자비심이요 사랑입니다. 병이 깊어지면 환자나 그 가족들은 서로가 지겹고 힘들고 보기싫어질 때도 있으며 때로 원수처럼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남보다 못한 인연으로 고립되어 갈 때 그때 필요한 사람이 바로 여러분들입니다. 이때 절실히 도움이 필요한 그들에게 다가가서 혀가 말라갈 때 물 한모금 떠 넣어줄 수 있고, 반야심경 한편 읽어주며 맘속으로나마 따라 할 수 있게 해 주고 이곳에서의 마지막을 소풍처럼 여기게 되도록 좋은 인연, 좋은추억을 가지도록 도와주는게 호스피스입니다. 살아온 삶이 다르듯이 죽음 또한 사람마다 다릅니다. 다 다른 죽음이지만 모두가 바라는 죽음이 있습니다. 바로 잘 살다가 잘 죽고 싶다는 소원입니다. 그럼 잘 살다가 잘 죽을 수 있는 업을 지어야 하는데 우린 그 반대의 업을 짓고 있습니다. 오늘 밤 집에 가셔서 내가 잘 살았는지 지금 죽어도 되는지 죽는 날까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지를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도 생각해 볼겁니다. 잘 살면 잘 죽는건 문제 없습니다. 복된 삶을 위해서는 복된 업을 지어야합니다. 그래야만 죽음마저 복된 죽음을 맞을 수 있습니다. 죽음앞에 섰을 때는 명예, 부 그 어떤것도 떨어지는 한잎 낙엽만큼의 의미도 없습니다. 자신의 죽음을 한번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않고서는 죽음의 선고가 내려지면 뭘 먼저 해야하는지 모릅니다. 이때 호스피스를 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삶을 차근차근 정리하고 삶의 보따리를 싸고 떠날 준비를 할 수 있게 되지요. 환자를 영적으로 심리적으로 편안케 해주고 기댈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환자와 더불어 내 삶을 풍요롭게 살고 싶다는 마음을 낸 여러분들이니 온전한 사랑으로 하나가 되어야합니다. 호스피스와 환자가 둘이 아닌 하나가 되어야만 합니다. 환자가 원망을 버리고 기쁨에 충만하여 사랑 속에서 편안히 임종하게되면 다음생이 또한 그같은 기쁨과 감사와 충만함으로 이어지겠지요. 한 중생을 제도키 위해 제불보살님은 수천겁을 노력하십니다. 여러분들도 환자와 함께 죽음의 문턱까지 함께 가서 사랑하고 위로해 주는 인연을 지으신다면 참으로 좋은 공덕이 될 것입니다. 나를 통해서 한 생명이 웃으면서 이승을 떠나도록 하셨으니 그 공덕이 무량하겠지요. 존엄한 생명이 꺼져가는 순간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도 행복입니다. 여러분들이 나고 죽고 죽고 나고 하는 동안 큰 기쁨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호스피스를 꼭 해야 하는 겁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워서 실천하는 것, 사랑을 창조해 내고 사랑을 일궈 낼 줄 아는 사랑의 전령사, 자비의 몸이 되는 겁니다. 내가 끝없는 사랑을 내면 또 그 한없는 사랑이 내게로 옵니다. 사람을 사랑 할 때만큼 행복한 것이 없습니다. 그때만큼은 살아있음에 감사 할 수 있고 너와 내가 둘이 아니구나 하는걸 크게 알게 됩니다. 내 생명을 사랑하는 것처럼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참으로 고운 목소리로 때로 나직이, 때로 강한 어조로 능행스님께서는 호스피스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하셨다. 스님께서는 호스피스대학 후반기에 한번 더 우리절을 찾아 그땐 직접 말기환자들께 해줄 수 있는 각종 기도와 실습에 꼭 필요한 내용들을 강의해 주실 계획이다. 스님의 글 한편을 실으며 호스피스 대학 그 세번째 취재를 끝맺는다. 길... / 능행스님 삶 그리고 죽음 두려움과 고통의 소용돌이 속에서 헌신의 노래로 자비를 꽃 피우는 사람들 섣달 긴긴 밤 작은 등불이 되어 하얀 겨울꽃 밝혀 주는 사람들 손 내밀면 가만히 잡혀 오고 손 내밀면 가만히 잡혀 주는 사람들 삶의 종착역에서 어디를 행해 떠나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그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사람 그 사람들을 호스피스라 이름 붙여 부른다. |
첫댓글 스님 자비의 원력 널리 퍼져나가기 기원합니다..()()()
_()_()_()_
스님의 호스피에 대한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면서 3기 호스피스 대학 개강을 하루속히 열어주시기를 빕니다.
감사하신 스님...() () ()
불교를 믿는 신자로써 아무것도 한게 없어요 ,부끄러워요....()()()...
자비의 화신은 스님께만 있는것 같아서 샘나요. 그리고 샘만 내면서 눈을 감아버리는 염치가 정말 밉지요
글을 읽는 동안 마음이 묵직해 집니다.... 지금 죽어도 되는가..라는 물음을 던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