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기타 [그것이 알고싶다] 단칸방의 유령들 - 단칸방, 그 밀실의 죽음 .jpg 2탄

[겟백]

수정 씨의 그림이 아니라는 것

우린 작품의 주인을 정확히 알기 위해 집안에 있는
자필서명을 모아 그림 속의 필적과 비교해봄

다시 말해 모녀가 등장한 그림은 모두 수정 씨가 아닌
엄마 김 씨의 작품이었다는 것

그런데 심리 전문가들은 김 씨가 그린 그림에는
한 가지 심상치 않은 점이 있다고 입을 모음

그러고 보니 김 씨가 그린 엄마와 딸은 마치
거울을 보고 있는 것처럼 행동이나 표정까지 닮아있음
바로 이 부분에 수정 씨를 향한 엄마 김 씨의 강한 통제와
집착이 녹아있단 게 전문가들의 분석임

우리가 만난 수정 씨의 지인들 역시 김 씨에 관한
묘한 얘기를 들려준 적이 있음

아동학대 혐의로 강제 분리된 뒤에도 딸의 일거수일투족을 늘 지켜봤다는 김 씨

시설에서 퇴소를 한 뒤 엄마와 함께 살게 된
수정 씨의 2년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두 사람이 숨진 방안에 존재하는 그림은 크게 세 종류입니다.
하나는 수정 씨가 학장 시절 미술 학원에서 그렸다는 수채화
또 하나는 성인이 된 수정 씨가 엄마와 다시 함께 살면서 그린 단색은 그림들
마지막 하나는 수정 씨의 엄마 김 씨가 그린 초상화입니다.
전문가는 김 씨가 그린 초상화에는 딸에 대한 강한 집착이
담겨있는 한편 상대에 대한 교감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지적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엄마와 살기 전과 후 수정 씨가 그린 그림의 차이는
한눈에도 뚜렷해 보입니다.
휴대전화를 없애고 외부와 단절된 채 숨지기 전까지
고립된 생활을 시작했다는 수정 씨
그녀에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돌이켜보면 몹시 안타까운 일입니다.
아동복지법 제16조에는 18살 이상의 아동은 해당 시설에서
퇴소해야 한다고 되어 있지만 아동학대 재발 위험이 발생할
경우에는 복귀 결정을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 또한 적혀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방임 가정으로 다시 돌아가야 했던 수정 씨의 사정을
세심히 들여다보고 자립의 또 다른 방향을 알려준 이들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몹시도 외로웠을 수정 씨의 삶
그런데 말입니다.
그 우울감은 엄마 김 씨의 그림에도 짙게 베여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깁니다.
이제 김 씨 그림에 담긴 얘기를 좀 더 들어봐야겠습니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엄마 김 씨의 그림은 다소 의아하다고 함
짙은 화장과 화려한 복장을 한 그림 속 김 씨와
실제 김 씨는 무척 다르다는 것

그녀는 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어렵게 연락이 닿은 김 씨의 동생을 긴 설득 끝에 만날 수 있었음

설마 하는 마음이었다는 동생은 수정 씨가 시설에 입소했던
2010년 낯선이의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함

김 씨가 상세불명의 정신분열증을 앓는 나쁜 상태였다는 것

학대 혐의로 수정 씨와 강제 분리되자
딸에 대한 집착은 더 강해졌다고 함

어쩌면 누구보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을 김 씨
하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던 그녀의 증세는
점점 더 악화됐던 것으로 보임
두 사람이 숨진 집안에서 아파트 임대를 놓는다는
내용이 적힌 김 씨가 직접 만든 전단지들이 발견됐지만 
자세히 보니 입주일자도 임대료도 방 구조도
모든 게 제각각인 상황

사실 김 씨는 애초에 해당 아파트를 소유한 적도 없다는 게 
경찰 수사 결과임

그렇게 김 씨가 망상 속 세계를 쌓는 동안 내내
엄마의 곁을 지키고 있었던 수정 씨
그 사이 따뜻했던 딸의 그림은 빛을 잃고 독특한 화풍으로
바뀌어가고 있었지만 아픈 엄마는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음

그리고 몹시도 무더웠던 지난해 여름
하늘 아래 서로만이 전부였던 두 사람은 어떤 외상이나
질환도 없이 함께 숨진 채 발견됨

실제로 두 사람이 숨진 채 발견된 방의 귤 박스 위엔
무척 의미심장한 엄마 김 씨의 그림이 놓여있었음

숨지기 전 마지막 그림을 그렸을 엄마와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을 딸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런데 엄마와 함께 살기 시작한 뒤 수정 씨가 한 번은
6년간 생활했던 양육시설에 찾아온 적이 있다고 함

어쩌면 그것은 집에서만 머물러야 했던 수정 씨의
힘겨운 외출이었을지도 모름

그때 그녀는 어떤 얘기를 털어놨을까
우린 그 무렵 수정 씨의 사정을 알아보기 위해
해당 양육시설을 찾았음

우리는 정식 공문을 발송해 인터뷰를 거듭 요청했지만
시설에서는 끝내 거절 의사를 밝혀왔음

그렇다면 모녀가 복지제도에 도움을 받을 순 없었던 걸까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던 김 씨가 스스로 자신의 병을 증명하고
장애인 등록을 했다면 복지혜택을 조금 더 받을 수 있었다는 것

게다가

비정규적으로 노점에서 잡곡을 팔아 버는 소득이 전부였던 김 씨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돼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모녀의 사정을 면밀이 살핀 이는 없었음
숨질 무렵 모녀의 수입은 아동보호시설에서 퇴소한 아동에게
주어지는 월 30만 원이 전부였던 상황

경찰 확인 결과 엄마 김 씨의 통장 잔고는 7,000원.

그리고 여전히 모녀의 단칸방 높은 곳에는 
수정 씨의 그림이 붙어있습니다.
태어나 자라고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행복한 모습으로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아 평범하게 늙어가는 그림

일생이 그려진 장면 중 죽음은 없었습니다.

어쩌면 누구보다 간절히 살고 싶었을 수정 씨
그녀를 아직 친구들은 떠나보내지 못했습니다.

20cm 문 너머에 살았던 정신장애를 가진 엄마와 경계선 지능의 딸

누군가 이들의 절망을 알아봐 줬다면 두 사람의 삶은 달랐을까

누구도 돌아보지 않았던 죽음은 서울 서초구에도 있었음

벌써 몇 달째 남자는 거리에 있었지만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 중 남자를 주목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음
그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난 것은 영하의 날씨가 이어졌던
지난해 12월 초

남자의 앞에 발걸음을 멈춘 한 여성이
그에게 말을 걸어오면서부터였음

평소 노숙인을 찾고 지원을 하는 사업을 해왔다는
정미경 복지사는 그날 우연히 이수역 앞을 지나고 있었다고 함

얼음장처럼 차가운 바닥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쪽지 하나를 보여주고 있었다는 남자

거기엔 반년 전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음
처음엔 노숙을 하고 있는 남자의 안타까운 사연이라
생각했다는 정미경 복지사

그런데

몹시도 충격적인 얘기였음
노숙을 하고 있지만 사실 자신은 집이 있으며
그곳에 엄마의 시신이 있다고 말한 남자

설마 하는 마음으로 정미경 복지사는 경찰과 함께
남자가 이끄는 방배동의 한 빌라로 향했다고 함

외부인이 들어온 흔적도, 몸싸움을 한 정황도 없는
평범한 집안의 풍경

하지만 방문을 열자 예상치 못한 광경이 나타났다고 함

겹겹이 쌓인 이불과 비닐 아래에 가려져 있었던 것은
남자의 엄마 장 씨의 죽음이었음
국과수 부검 결과 2005년 뇌출혈 수술을 받은 기록이 있는
장 씨의 사인은 지병으로 인한 변사
하지만 몹시도 의아함

남자는 왜 엄마의 장례를 치르는 대신 시신을 방치한 채
노숙생활을 했던 걸까

현재 민간 복지사의 집에 머무르고 있다는 남자를
직접 만나 물어봄

불과 얼마 전까지 노숙생활을 했지만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우릴 맞아주는 남자

천진하게 로봇 장난감을 조립하는 그는 38살 최동욱 씨
쪽지에 따르면 엄마 장 씨가 숨진 날짜는 지난해 5월 3일

그날 두 사람의 집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2살 무렵 부모님이 이혼한 뒤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는 동욱 씨

그런데 그날따라 몇 번이고 구토를 하던 엄마가 갑자기
팔에 마비를 호소하다 의식을 잃었다는 게 그의 진술임

지적장애가 있지만 비등록 장애인이었던 동욱 씨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못했다는 그가 엄마의 죽음 앞에서
할 수 있었던 건 무엇이었을까

깨어나길 바랐지만 끝내 깨어나지 않는 엄마를
이불과 비닐로 수습했다는 동욱 씨

어머니 곁을 지켰던 그는 우연히 집 밖에 나왔다가
녹슨 현관문이 열리지 않자 노숙생활을 시작했다고 함

하지만 복지사들이 처음 본 동욱 씨의 모습은
그의 말과 전혀 달랐다고 함

찬바람을 맞아 부르튼 손
동상에 걸려 부어오른 발

무감각해진 몸으로 길 위에 앉아있던 동욱 씨가
이수역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했던 얘기는 오직 한 가지

동욱 씨가 말하는 엄마의 사망일은 5월 초
7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흐를 동안 왜 모자의 비극을
알아차린 이들은 없었던 걸까
우린 동욱 씨의 이웃들을 만나 두 사람에 관한 얘기를 들어보기로 했음

그런데








마지막 3탄으로

[니나노니나노나나]

할...헐

[둥지를틀어봐]

그런데????? 헉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