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중이다.
95세의 어르신이 우두커니 앉아 계시길래
여쭈었다.
"어르신! 왜 안 주무시나요?
얼른 주무셔야 내일 아침 진지 맛있게 드시죠?"
했다.
"니도 늙어 봐라. 잠이 오나?
이제 죽을 일 밖에 안 남았다. 구덩이를 얼마만큼
파서 나를 묻어 뿔랑공 그 생각 밖에 없다."
눈시울이 뜨끈해진다.
애써 참으며 그런 생각 마시라고 하니
고맙다고 하신다.
"내가 왜 이렇게 됐뿟는지 모르겠다.
바보 등시가 된 것 같대이.
옛날엔 동네에서 제일 총기도 좋고 예쁘다고
했는데.."
"어르신! 지금도 예쁘고 총기도 별입니대이.
제가 잘 돌봐 드릴테니 오래오래 사셔야 합니대이."
하니 속내를 털어 놓는다.
"선상요! 살아보니 아무것도 필요 없심더.
자식도 품안에 자식이고 남편도 그렇고..
내가 잘 먹고 건강하고 재밌어야 됩니대이.
선상은 그렇게 사소!" 하신다.
이미 그렇게 살고 있다고 하니 참 잘 살고
있다며 앙상한 나뭇가지 같은 손으로
엄지 척 한다.
인생 중턱이다.
돌아보니 아득하지만 참 잘 살아 왔다는 자긍심이
다이돌핀을 쏟는다.
성격이 운명을 지배한다.
좋은 생각을 품으면 좋은 행동을 낳고 좋은 운을
키운다.
행복 항아리를 비운다.
야근 후에도 에너지는 화수분이다.
좋은 마음으로 어르신 수발하고 동료와 마음을
맞추어 밤 새워 일했기에 심신이 가볍다.
야근을 마치면 아침 아홉 시!
두류산을 만나러 달려 간다.
영원한 연인이요 주치의다.
청랭한 기운이 살짝 붙은 피로를 씻어 준다.
부처같은 친구와 엽렵한 동생과 두류산
둘레길을 걸었다.
극기 훈련이라도 하듯 금봉산 정상에 올랐다.
금봉산 정상 옆엔 정자가 있다.
'금봉정'이다.
시가지가 눈 아래로 보인다.
홍차로 몸을 녹이며 진지한 인생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비 흉내를 내며 삶과 문학을 논하니
동장군도 맥을 못 춘다.
살을 에이는 기운마저 상쾌하니
열애에 빠졌음이 분명하다.
하산길에 참한 독자가 댓글을 보내 온다.
댓글 수준과 인품이 훌륭하다.
인정사정없이
하트를 먹이는 이모티콘을 날린 후
고개를 드는 순간 그녀와 딱 마주쳤다.
이심전심이다.
산길에선 원수조차 화해하고 싶은데
최고의 독자와 만났으니 어찌 반갑지 않으랴.
선 채로 떤 수다가 산을 닮았다.
첫댓글 겨울 나무 뿌리가
숨결마저 꽁꽁 얼어
암흑이지만,
바람꽃의 긍정과 열정으로
두류산과 열애는
봄햇살이길~~~
언니야.
야근 중에 날아 든 언니 마음이
억수로 반갑고 좋네.
새나라의 어린이처럼 일찍 잤잖아.
자다가 깼나?
내일 야근 마치고 또 갈끼다.
언니!
두류산에 오면 연락해.
희망을 노래하는 나목 사이로
걸어 보자.
저녁 7시에 자고 일어났다.
야근 하느라. 수고가 많네.
요양을 받는 어르신들게
고맙다는 말 듣는 바람꽃 복 받을 끼다.
이제 안 자나?
난 새벽 한 시에 교대하고 새벽 다섯 시 까지
꿀잠 자고 수발 든다.
기저귀 케어 후 잘끼다.
언니도 더 자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