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신문 책소개에 전설적인 편집자가 쓴 책을 소개하면서
동시대에 유명한 자가들과 교류한 내용을 에세이식으로 엮은 책이라고 했다.
책을 만들려면 작가의 원고를 받아서 원고를 받아서 수정도 해야 한다.
편집자가 교정을 보면서 내용을 빼기도 하고 도로 살리기도 하는 데
지우는 교정기호는 돼지꼬리처럼 표시한다.
그런데 일부를 빼고 나면 문장의 내용이 작가가 처음 의도한 바와는 다르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에는 도로 살려야 한다. 도로 살리는 표시로는 영어로 'stet'로 표기한다.
우리나라에선 한자로 '생(生)'으로 적는다.
나도 학교에 있을 때 학교 수필집을 내면서 글도 써서 빈자리를 메꾸기도 하고 교정도 보고 표지 도안도 하는 등
책을 만들어 보았기 때문에 책 만드는 데에 관해서는 1인 출판사 사장만큼 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기시를 읽다가 'stet'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는 데 갑자기 무슨 뜻인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철자가 넷이고 비교적 간단한 단어인데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벌써 치매가 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전자사전을 들춰봤다.
사전에는 '(인쇄) 살리다.되살리다.{(지운 어구 밑에 점선을 찍어 이를 나타냄 cf.dele}}'로 돼 있었다.
전문 용어이기 때문에 별로 활용도가 없어서 기억에 남지 않았던 것이;다.
오후 2시경 지난 목요일에 인터넷서점에 주문한 책이 택배로 배달되었다.
그 속에는 재미교포 의사인 이원택씨가 쓴 [이원택의 미-한(변형)사전]도 들어있었다.
반가운 기분으로 사전을 펼쳐보니 평소 즐겨 보아왔던 판형과는 달리 2단으로 나뉘어져 있지 아니하고 일반 단어장처럼 일단으로 나열돼 있었다. 그건 그렇고 우선 비교를 하기 위해 'stet' 라는 단어를 찾았더니 아예 누락돼 았었다.
사전이라면 웬만한 전문용어까지도 상세히 설명돼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는 실망이다.
학습용 영어사전이라면 내라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영어 논문이나 기사, 설명문 등을 보면서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memo를 해 두었다.
그게 지금까지 순번대로 나열한 게 240번이다. 각 숫자마다 A4용지로 10페이지 정도 이고 각 페이지 마다 20여 단어가 된다.
물론 중복되는 단어도 있고 숙어나 일상회화도 들어있다. 그 중에는 미국 대학에서 조교를 하면서 공부하는 유학생이 올린
내용도 들어 있다. 240번에다 10페이지식 곱하면 2400페이지가 된다. 페이지당 단어가 20개라면 48000 단어가 되는 셈이다.
물론 어떤 단어는 기억이 안돼 여러번 반복해서 기록된 것도 많다. 앞에 나온 일부는 복사점에 부탁해서 책으로 3권 엮어 보기도 하였다. 이원택씨가 쓴 사전의 제일 마지막 페이지가 1238 이니 분량으로 따지자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