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우리 교회가 소속된 지방회에서 회의가 열려 참석했습니다.
해가 바뀌면 어김없이 하게 되는 회의입니다. 전체 교회가 한데 어우러져 하는 총회와는 달리 지역별로 몇 십 개 교회가 모여서 하는 회의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그 회의를 통해 한 해를 돌아보고 또 새로운 한 해를 계획하기도 합니다.

다른 교단에서는 노회라고 말을 하는데, 지방회든 노회든 먼저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는 게 대부분의 순입니다. 물론 그 예배 때에는 예수님의 살과 피를 받드는 성찬 예식도 겸하게 됩니다. 그 예배와 예식을 주재하는 역할은 한 해 동안 지방회와 노회를 이끈 지방회장과 노회장이 맡을 것입니다.
회의는 그다음 순으로 하게 됩니다. 회원 적법 심사에 부적격자가 없는지, 회원 출석 여부를 점검한 뒤 반수 이상이 참석했는지, 그리고 모든 것을 심사하고 회원 수를 점검한 뒤, 충족 요건에 달할 경우, 회순에 따라 바로 모든 회의를 진행합니다.
그날 오전 9시에 시작된 예배와 회의는 점심 식사 시간과 두세 차례의 정회를 합하여 오후 4시에 끝났습니다. 정말로 깔끔하고 정갈한 회의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새로운 회장과 부회장에 출마한 분들이 모두 단독 후보라 경선을 치르지 않은 데에 있었습니다. 두 교회가 합병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 또한 더 아름답게 출발할 수 있도록 모두 격려해 주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다른 지방회나 노회뿐만 아니라 모든 총회와 연회에서도 관행처럼 행해 온 일들이지 않나 싶습니다. 이른바 예배 중에 공로패와 감사패를 수여하는 일이 그것입니다. 이번 지방회 예배 시간에도 그 일이 진행되었습니다.
얼마 전 펴낸 김두식의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에서는 오늘날 교회가 지탄받고 있는 게 교회가 세상에서 하는 일들을 여과 없이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예배 중에 공로패와 감사패를 전달하는 것이 올바른 일만은 아닌 듯했습니다. 세상에서 이미 그 같은 일을 행해 왔기 때문입니다.
아니, 지방회나 노회나 총회나 연회 때가 아니더라도 그럴 것입니다. 대부분 한국교회에서는 예배당을 새로 짓거나 더 세련되게 증축할 경우, 입당 예배나 헌당 예배나 임직식을 할 경우, 그때마다 공로자들에게 공로패와 감사패를 전달하는 시간을 갖곤 합니다. 그것은 분명 하나님 앞에서 아름다운 일이 아니라 세상 관행을 뒤쫓는 일이지 싶습니다.

그 생각을 하자니, 몇 해 전 어머니가 고관절 수술을 한 큰 대학 병원의 현관 입구가 떠오릅니다. 전라남도 화순에 있는 그 대학 병원 입구에는 거액의 기부자들 명단부터 소액의 기부자들 명단까지 빼곡하게 새겨 놓은 현판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명단이 신학대학교 건물이나 예배당 입구에 새겨져 있다면 어떠할까요? 물론 그렇게까지 하는 신학대학교와 예배당은 없는 줄로 압니다. 그렇지만 교회 입당식과 헌당식 때, 지방회와 노회 때에, 총회와 연회 때에, 그리고 각종 임직식 때 공로패와 감사패를 전달하는 일이 과연 기부자들 명단을 현판에 새겨 추앙하는 세상과 무엇이 다를까 감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 ★ 주님을 기다리는 신부들 신앙공동체 (2010.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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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지금까지 생각하지못한 부분을 확신 시켜주는내용입니다 주님의 이에 우리가 공로패 감사패를 수여한다는것이 주님의 뜻은 아니겠지요
공감하는 말씀입니다, 어느집엔 그 패가 너무 너무 많더라구요,,, 그런데 그 패를 받으신 분이 죽으면 그 것을 다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되더라구요 ㅎㅎ
주님의 은혜로 순종하여 칭찬을 받을 일이 있을 때 주님의 이름만 드러나길 높여지길 원합니다.
이 땅에서 감사를 받으면 하늘에서 상급은 없다고 하는 것을 성경에도 말씀하고 있습니다. 공로패나 감사패 오히려 취하면 손해가 될 거 같군요
애고고!~!~ 아까버라....그분들 주님이 상급을 가득 쌓아 두었다가 와르르 없어지는 소리가 들리는듯하네요...
[마 6:2] 그러므로 구제할 때에 외식하는 자가 사람에게 영광을 얻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는 것 같이 너희 앞에 나팔을 불지 말라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저희는 자기 상을 이미 받았느니라 .....
이 땅에서 썩어 없어져 버릴 상보다 썩지 아니할 영원한 천국에서의 상이 더 값질텐데 그것을 믿는 믿음이 없으매....
근데 그분들 천국에 거할 집이 있긴 할런지....애석할 일입니다.
맞아요. 정말 공감합니다. 박목사님의 간증에서 읽었는데, 그 목사님도 세상에서 그렇게 좋은 일 많이 하셨어도, 천국에서의 상이 너무 없어서 물었더니, 세상에서 이미 상을 다 받아서라고 하던데..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 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셨던 말씀이 기억나네요. 교회에서 준다고 하면 거부해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