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춘덕, 가족 24-5, 명절 인사
백춘덕 아저씨는 친척들에게 명절 인사드리러 나섰다.
농원 사모님이 챙겨준 선물을 차에 실었다.
고모님을 먼저 뵙기로 했다.
북상으로 가는 길에 읍내 마트에 들르려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 돌아 나왔다.
“와 이리 사람이 많노. 여는 너무 복잡해서 안 되겠다. 마리 지나서 가다 보만 또 마트 있어요. 거서 사만 돼요.”
“그렇네요. 저는 그 생각을 못 했어요. 아저씨 말씀을 들으니 그렇구나 싶네요.”
아저씨 말씀대로 마리를 지나 북상 입구에 다다르니 농협 마트가 보였다.
아저씨는 그곳에서 고모님 드실 부드러운 빵과 형수님 드릴 베지밀을 샀다.
당산마을이 가까워질수록 먼 산에 쌓인 눈이 선명해졌다.
읍내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눈을 직접 보며 겨울을 실감했다.
고모님은 조카 온다는 소식에 어디 가시지 않고 기다리고 계셨다.
“고모님, 나라요. 집에 계셨네요.”
“춘덕이가 온다 카는데 내가 가긴 어딜 가겠노. 온다고 애먹었제? 어서 들어와. 날이 춥다.”
“고모님, 이거 오다가 샀어요. 놔뚜고 먹어요. 이거는 농원 사모님이 고모님한테 간다 카니까 챙겨주더라꼬요.”
“고맙기도 하지. 미안하구로 노인한테 이런 걸 와 챙기 주노. 사장님 몸이 안 좋다 카던데, 요새는 좀 어떠노?”
“그냥 그래요. 요새는 좀 괜찮지. 나하고 일도 하고 그래요.”
“건강이 괜찮아야지. 그래, 가거덜랑 고맙게 잘 받았다꼬 니가 인사해라.”
두 분이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고제에 가야 한다는 소리에 어두워지기 전에 일찍 나서라 고모님이 채근하셨다.
북상에서 고제로 넘어가는 산은 온통 눈밭이다.
수유마을 입구에 주차하고 큰댁으로 향했다.
아픈 형수님 수발을 들던 조카며느리와 그 아들이 반갑게 아저씨를 맞았다.
“형수님, 안에 계세요?”
“아재, 오셨어요? 어머님 방에 계세요. 어서 들어오세요.”
“할머니, 춘덕이 할아버지 오셨어요.”
“누가 왔다꼬?”
“춘덕이 할아버지요.”
“아구, 왔소. 잘 왔소. 명절에 갈 데가 없을 낀데, 여가 내 집이다 생각하고 이래 오만 돼지. 꼭 밥 묵고 자고 가소.”
아저씨는 농원 사모님이 준 선물과 베지밀을 형수님에게 전했다.
형수님도 고모님처럼 나한테까지 왜 신경 쓰냐며 미안해하셨다.
근래 시어머니가 병원 입원이 잦았다는 며느리의 설명이 따랐다.
치매 증상이 있었는데, 요즘 더 심해지셨다고 했다.
돌봄이 어렵다 보니 어르신 방에는 환자용 침대를 들였다.
형수님은 침대에 기댄 채 다리를 뻗어 가까스로 앉았다.
“이래라도 얼굴 보니까 좋네. 야야! 아재 뭐 마실 거라도 내 온나.”
“할머니, 걱정 마. 지금 엄마가 부엌에서 준비하고 있어요.”
읍내에서 자취한다는 아들이 어머니를 도와 다과상을 내왔다.
따뜻한 율무차, 밀감과 한과가 차려진 귀한 상이다.
고모님 댁 들러 인사드리고 오는 길이라 아저씨가 말했다.
형수님이 고모님은 여직 건강하신지 물으니 아저씨가 그렇다며 웃음으로 답했다.
건강이 좋지 않은 어른을 옆에서 모신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조카며느리를 보며 다시 한번 생각했다.
아저씨가 조심스레 벌초 이야기를 꺼냈다.
“남편이 있어야 어떻게 할지 의논이 될 것 같은데요. 제가 그건 잘 몰라서요. 남편이 읍에 일하러 가서 저녁 늦게 집에 오니 나중에 제가 다시 물어볼게요.”
아저씨는 이사 갈 집 계약과 같이 살 어른이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할아버지, 이사 가는 집이 어디예요? 저도 읍에 자취하는데 종종 들러도 되지요?”
“집들이할 때 전화할게. 꼭 와.”
“아재, 집들이도 하시게요? 남편이랑 꼭 같이 갈게요. 연락 주세요.”
차후에 벌초와 다른 일로 의논할 일이 있을 것 같아 조카며느리 연락처를 받았다.
“형수님, 건강하세요. 어둡기 전에 갈라꼬요.”
“자고 가소. 밥도 안 묵고 어델 가노. 야야! 아재 밥 좀 챙기라.”
“아재, 저녁 드시고 가세요. 어머님 식사 챙기는데 같이 한 술 뜨고 가시지요.”
“오데, 종호 씨 집에 가야지. 잘 있어.”
“아재, 그럼 조심해서 가세요. 명절 잘 보내시고요. 건강하세요.”
손자는 아저씨를 따라 삽짝 밖까지 배웅했다.
“할아버지, 살펴 가세요. 이거는 어머니가 드리래요. 명절에 맛있는 것 사 드시라고요.”
“고마워. 들어가.”
흰 봉투에 10만 원이 들었다.
2024년 2월 8일 목요일, 김향
고모님, 형수님, 백춘덕 아저씨를 반갑게 맞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명절 맞아 찾아 뵙고 인사드릴 일가친척 있으니 감사합니다. 월평
백춘덕, 가족 24-1, 새해 인사
백춘덕, 가족 24-2, 신년 계획 의논 ①
백춘덕, 가족 24-3, 신년 계획 의논 ②
백춘덕, 가족 24-4, 명절 일정 의논
첫댓글 4번째 사진. 표지로 써도 되겠어요. 근사합니다.
명절 마다 찾아뵙고 인사 드릴 일가친척이 있으니 참 감사합니다.
조카며느리 분 마음이 고맙네요. 집들이 해서 꼭 초대하면 좋겠습니다.
고모님께서 백춘덕 아저씨 오신다고 어디 안 가시고 기다리셨네요. 서로 만남을 기대하며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이 좋아 보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