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텔 색조 동유럽 여행 8
2016. 11. 금계
11월 12일, 비엔나에서 오스트리아 짤츠함머굿의 할슈타트로 가는 길.
뒷산 숲에 눈이 허옇다.
아직도 풀밭은 파란데 알프스 산자락은 눈으로 허옇다.
짤쯔부르크 언저리 ‘짤쯔함머굿의 진주’로 불리는 할슈타트 마을.
호수와 산과 고풍스런 집들이 어우러진 관광 휴양지.
나는 흐릿하고 부드러운 파스텔 색조를 좋아한다. 이번 여행도 안개 끼고 비 오고 눈 내려서 풍경들이 흐릿하여 환상적이었다.
중국의 어느 소설에서는 염라대왕이 두 통의 편지를 보낸단다. 한 통은 눈이 침침해지는 것이고, 또 한 통은 귀가 깜깜해지는 것이다. 늙으면 너무 꼼꼼히 따지지 말고 대강 보고 대강 들으라는 하늘의 섭리다. 너그럽게 보고 너그럽게 듣고.
싸고도 알찬 패키지여행을 골라 길동무들을 모아서 기획하고 추진한 총사령관 전 선생. 힘든 일이 한두 가지 아니지만 전혀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 수호천사.
덕택에 나는 사령관 따라 계림, 북유럽에 이어 이번이 벌써 세 번째 여행이다.
할슈타트에서 볼프강 호수가 있는 장크트 길겐으로 이동.
모차르트하우스. 모차르트의 어머니 안나 마리아의 생가. 모차르트는 볼프강 호수 이름을 따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로 이름을 지었단다.
볼프강 호수에서 유람선을 타고 구경했다. 나는 선실 안에서 찍고 추위를 덜 타는 사람들은 선실 밖으로 나가서 사진을 찍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쯔뵐퍼호른 산으로 오른다. 볼프강 호수와 장크트 길겐 마을이 발 아래 내려다보인다.
늙어서 해야할 일
-아름다운 경치만 구경하고 다닌다.
-맛있는 것만 먹고 다닌다.
-좋은 말만 하고 좋은 생각만 한다.
올라갈수록 눈이 많아진다.
산에 오르니 천지가 하얗다.
우리 최 선배님은 흥이 많다. 하도 채근하는 바람에 찻집에서는 실례가 될까봐 못 불고 눈밭에 나와서 하모니카로 ‘아리랑’을 불었다. 조금쯤 청승맞은 기분이 들었다.
하모니카는 참 좋은 악기다. 휴대하기가 좋아서 여행 다닐 때 제격이다. 그러나 일정이 어찌나 바쁜지 차분히 불 기회가 많지 않았다. 겨우 두세 번 불다 말았다.
어느 여관 앞에서 아침에 버스 타기 전 불었더니 여관 주인 남자가 튀어나와 즐거워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었다.
다시 산 아래로 내려온다.
똑똑히 보이지 않고 똑똑히 들리지 않더라도, 이 흐릿한 세상 부드럽고 너그럽게, 눈물 나도록 고맙게 여기자. 왕후장상이나 절세미녀도 한번 가기만 하면 다시는 못 보고 못 들을 곳 아닌가. 여기가 바로 극락이요 낙원이지 아니한가.
천지신명이시여! 오늘 나로 하여금 황홀하도록 아름다운, 이 눈 덮인 알프스 끝자락을 보여주셔서 징허게 고맙습니다요. 엎드려 경배 올리나이다.
짤츠부르크 도착. 미라벨 정원. 청동 페가수스 상.
이 정원에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가 아이들과 ‘도레미송’을 불렀단다.
1606년 대주교 볼프 디트리히가 애인인 잘츠부르크 성주의 딸 잘로메 알트에게 선물한 바로크 양식의 저택. 잘로메 알트의 이름을 따 알테나우라고 불리다가 18세기 초 ‘아름다운 성’이라는 뜻의 미라벨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단다.
이번 여행 내내 흔해 빠진 것이 ‘겨우살이’였다. 유럽 사람들은 ‘겨우살이’에 별로 관심이 없단다.
모차르트가 태어난 도시 짤츠부르크(소금 성)는 근처 암염 광산의 소금으로 부를 축적했단다. -잘자흐 강의 야경.
짤츠부르크 어느 가게. 음악의 도시답게 바이올린인가 첼로 모습의 위스키 병.
신기해서 두어 개 샀다.
<다음 호로 이어짐>
첫댓글 사진만으로도 가슴설레고 저도 징하게 좋습니다. 감사하옵니다.
토요일 아침, 마지막 9편을 올리려고 이멜을 열었는데 '대용량 파일이라 30일이 경과 되어 삭제' 되었다네요 글쎄... 윽...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 9편을 함 더 보내주시면 안 될까요? 저희 집이 이 언덕에서 딱 한 집이라 아직 광케이블이 설치가 안 되어 무지 느리답니다. 게다가 이 달에 조금 손님행사가 많아서 차일피일 이렇게 되었군요. 그린님의 '설레는 가슴'도 있고 하니 부탁드리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