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암 솔향기
1. 해인사로 떠나다.
날씨가 이미 여름처럼 무덥다.
금강정진회에서 해인사 문수암으로 철야정진을 떠나는 날이다.
불교와 인연이 닿지 않았던 후배 D군이 선뜻 따라 나서 기쁜 마음으로 출발하였다.
대해심과 비갠아침님, 그리고 D군이 함께 죽전정차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평소의 휴일날보다 한산한 느낌이 드는 것은 지난주 석가탄신일에 이은 3일연휴때문인 것 같다.
대지는 이미 녹음이 짙고, 봄의 마지막을 알리는 아카시아 향기가 곳곳에서 진동한다.
버스에 오르니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시는 도반님들의 반가운 인사로 마음 깊은 곳에서 기쁨이 용솟음 친다. 매달 맞이하는 축제의 장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도반님들을 태운 버스는 경부고속도로를 달려, 청원상주간고속도로를 경유하여 중부내륙고속도로의 남성주IC로 빠져나와 또 다른 국도로 접어들었다.
성주, 고령 등 옛 가야국 땅을 지나서 가야산을 넘어 해인사로 향하는 경로였다. 가야산 성주쪽 기슭인 경상북도 성주군 수륜면 백운동계곡에 접어드니 산세가 예사롭지 않고, 산 정상 주변을 돌아갈 때 차창으로 멀리 보이는 경치가 장관이다. 정진도 정진이지만 멋진 풍광으로 마음의 위안을 얻는 기쁨도 솔솔하다. 요즘 회자되는 힐링이 저절로 되는 듯하다. 정상 주변 휴게소가 ‘정견대(正見臺)’라고 명명한 것을 보니 이곳까지 해인사의 기운이 미치는가 보다.
정견대를 지나 구불구불한 내리막길을 10여분 달리니 바로 경상남도 합천이다. 산허리를 휘돌아 내려가니 대장경테마파크가 우리를 반겼고, 이어진 홍류동 계곡의 맑은 물과 멋진 소나무들이 오랜 여행으로 인한 시름을 잊게하는 시원함을 선사했다.
승진행님이 “출가하러 온 스님들이 홍류동 계곡에 반해 해인사를 떠나지 못한다”는 얘기가 실감난다.
문수암 원철스님께서 미리 일주문 등에 일러두셔서 우리 일행은 무사통과로 일주문을 지났고, 저녁 공양을 할 진주장 식당 앞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 30분경이었다.
그곳엔 우리 일행을 마중 나오신 원철스님과 청주의 대덕성, 성소월보살님, 영천의 세화보살 내외분, 김해의 언제나자유인. 클레어, 나래님이 먼저 오셔서 함께 우리를 맞아주셨다.
저녁 공양 시간이 아직 남아 성철큰스님의 다비장을 단체로 다녀오니, 식당에서 진수성찬이 우리를 기다린다. 정진 와서 이렇게 진수성찬을 받아도 되는가 싶어 마음속에서 미안함이 몰려온다. 문수암에 공양간이 없어서 88회 정진회 기간 중 처음으로 사찰 아닌 곳에서 공양을 해결하고, 절에서는 정진만 하기로 하였다.
2. 문수암 원철스님 법문으로 마음을 밝히다.
저녁공양 후 다시 차로 이동하여 문수암에 도착했다.
절이라는 느낌보다 잘 지은 한옥 같은 인상과 시원한 잔디밭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문수암은 1980년대 혜은스님이라는 분이 창건하여 2007년 경 해인사 산내 암자로 등재되었고, 현재는 원철스님이 10여 년째 주석하고 계시는 곳이다.
(사진 : 경주님)
절에 도착하여 방사를 정하고 서둘러 저녁예불 준비를 하였다.
문수암 정진은 모든 일정을 금강정진회에서 자체적으로 소화하기로 하여 예불도 정진회 도반들끼리 모셨다. 이어진 명쾌한 원철스님의 법문시간! 일반적으로 듣기 힘든 ‘선어록 읽는 법’에 대한 법문이 있었다(김명관님 글 참조). 스님의 법문 중에서 배휴가 황벽스님을 만나 깨달음을 얻게 되는 이야기가 마음에 다가왔습니다.
“황벽선사가 의풍현 황벽사에 들어가기 직전 모습을 감추고 대안정사에 머물렀는데, 그때 마침 배휴가 대안정사로 찾아온다. 그때 배휴는 고승의 초상화를 보고, 영정은 있지만 고승은 보이지 않는다고 세속의 문자를 뽐내고 있었는데, 배후를 맞은 시자는 배휴의 물음에 답을 못하고 황벽에게 배휴를 인도했다.
배휴는 전번과 똑같이 “영정은 있건만 고승은 어디 있습니까?” 라고 말하자,
황벽스님이 소리쳐 “배휴!” 라고 불렀다. 배휴가 답이 없자 황벽스님은 소리쳐 말했다.
“남 어디 갔는지 묻지 말고 자네는 어디 있는가?” 라는 부분에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법문시간에 언제나 적극적 리액션으로 법문하시는 스님에게 힘을 불어넣으시는 최고의 청강생 비갠아침님이 있어서 열기를 더해주었다.
(사진 : 경주님)
스님의 법문이 끝난 후, 경주법사님의 금강심론 강의가 이어졌다. 법사님은 늘 명쾌하게 정리하신 내용으로 우리들을 자상하게 진리의 바다로 이끌어주신다(김명관님 글 참조).
(사진 : 김명관님)
다음 일정으로
저녁 9시 10분부터 정진시간!
법당에서는 현로님의 집전으로 절, 염불정진을, 본체 큰 방에서 참선정진이 이어졌다. 참선방이 조금 좁기는 했지만 아름다운 목조 건축물과 조용하고 안정된 분위기와 가야산 정기 덕분에 마음의 뜀박질이 잦아들었다.
어제가 하안거 입제일이어서 보름을 하루 넘긴 둥글과 밝은 달빛이 주위를 비추고 있었는데, 시시각각 바뀌는 달무리 구경으로 포행시간 산사 마당이 시끌벅적하다.
(달 사진 : 김명관님)
(‘문수암과 달’ 사진 : 경주님)
선방에서 김해의 J보살님이 결가부좌를 한 채 미동도 없이 참구하는 것을 본 H보살은 정진회 끝나고도 그 감동을 잊지 못해 하였다. 수승한 도반들의 향연에 매달 참가할 수 있는 복덕에 감사할 따름이다.
수려한 가야한 소나무와 아름다운 정원, 법당에서 유난히 아름다운 염불소리가 어울려 문수암 철야정진이 익어가는데 내 몸은 속세 기운을 덜어내지 못해 휘청거리고 있었다.
그런 “나는 누구일까?”
3. 차담시간
자정이 되어 일정에 따라 차담시간으로 이어졌다.
사회제일 인월회장님의 구수한 진행으로 법사님의 법담과 질의 응답이 이어졌다. 처음 참가한 D거사는 절을 처음 했단다. 만화로 된 부처님 일대기를 읽고, 한 시간 이상 절을 했다고 한다. 아마도 월요일쯤이면 오리걸음으로 제2의 즐거운 고통의 시간이 기다리는 것도 모르고 새로운 세계에 대해 호기심으로 즐거워하고 있는 것 같다. 나래 보살님도 김해에서 클레어님의 정진 모습을 보고 함께 처음 오셨고, 정심화 보살님을 따라 오신 보리우 보살님은 현로거사님의 목탁소리에 정신이 바짝 들어 처음으로 3시간 동안 연속적으로 절을 하는 최초의 경험을 하셨단다.
그리고 비갠아침, 소국, 연화님 등 절 염불팀의 보살, 거사님들의 염불 합송이 아름다운 화음으로 거듭나 우주를 밝히고 두두물물 모든 중생을 고통을 순화해줄 것이라며 염불팀 J거사님의 칭찬이 대단하셨다.
묘정보살님의 과일 공양과 세화님의 포도즙 보시와 법열이 어울려 늦은 밤 산사는 극락의 한자락 같다.
(사진 김명관님)
4. 다시 정진속으로
죽음이 굶주린 가을 멧돼지 달려오듯 한다는데 염불 절수행하는 이곳은 시간이 정지되고 욕구와 부족함이 사라져 절대적 조화속으로 모두가 함께 들어간 느낌이다.
현로님의 처절한(?) 고성염불과 이에 화답하는 도반님들의 염불 합송으로 문수암은 밤을 잊고 모든 공간을 아미타부처님의 세상으로 채우고, 모두가 하나가 되었다.
(사진 우진님)
저는 전반부엔 선방에 앉아 있다가 후반부에 절 염불수행을 하기로 하였다. 절 염불을 하든, 참선을 하든 결국은 자신과 대면하는 시간이었다.
새벽예불시간인 4시 직전까지 절 염불 정진을 한 후, 도반님들과 4시에 새벽예불을 모시고, 각자 자유시간으로 짧은 휴식을 갖고, 7시에 맛있는 호박죽으로 아침공양을 대신했다.
그리고 아침 공양 후 정원 잔디밭에서 원철스님과 간단한 차담을 끝으로 문수암에서의 정진일정을 마무리했다.
5. 해인사 순례길
향후 일정을 해인사 본절과 암자 순례를 한 후 해인사에서 점심공양을 든 후 귀경하기로 하여 서둘러 해인사 본절로 나섰다. 그런데 현로님은 먼저 서울로, 김해팀과 법사님은 부산으로 떠나셨고, 나머지 도반들만이 버스로 함께 해인사 본절로 이동했다.
(‘해인사’ 사진 김명관님)
우선 각자 해인사 경내를 참배하였는데 언제 와도 장엄하고 웅장하다. 이른 아침시간 스님들께서 비질한 자국이 있고, 불두화가 활짝 핀 정갈한 마당을 걸어가려니 마음이 절로 경건한 모드로 전환된다.
우선 대적광전을 참배한 후 도반님들이 함께 백연암에 오르기로 했다. 더운 날씨이고, 백연암 오르는 길이 조금은 가파른 산길이었지만 삼림욕장 이상으로 아름답고 호젓하다. 삼삼오오 정담을 나누며 천천히 오르니 30분 정도 지나자 백연암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백연암 사진 김명관님)
가야산 호랑이 성철큰스님의 형형한 눈빛이 느껴져 마음속 깊이 서늘한 느낌을 보둠고 경내를 둘러 보았으나, 뭔가 긴장감이 덜하고 느낌이 예전 같지 않아 성철큰스님에 대한 그리움이 가슴 깊은 곳에서 피어오른다. 그래서 오는 길엔 천태전 돌계단에 한참동안 앉아 있었다.
백연암에서 다시 해인사 본절로 내려와 맛있는 점심공양을 마친 후, 원철스님의 안내로 퇴설당을 둘러볼 수 있는 행운을 가졌다. 우리 일행들이 점심공양 마칠때까지 기다리셨다가 끝까지 배웅까지 해주시는 자상한 배려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퇴설당’ 사진 원철스님)
퇴설당을 나온 후 원당암으로 원각스님을 뵙고, 소참법문까지 듣는 행복한 시간이 이어졌다. 3-4년 전 원당암에서 정진할 때 일을 잘 기억하시고 우리를 격려하시면서 수행환경은 더 없이 좋은데 출가자가 자꾸 줄어든다는 걱정어린 말씀과 어디에 있든지 본래면목을 찾는 수행의 끈을 놓지 말아야한다는 스님의 당부가 있었다.
그리고, 다음에 원당암에서 다시 정진하러 오시라는 자상하신 말씀을 뒤로 하고 원당암을 내려왔다.
멀리서 혜암스님의 “수행하다 죽으라”는 목소리가 귓가를 울리는 듯했다...
(사진 김명관님)
첫댓글 무착거사님만의 진솔한 후기, 일등으로 읽습니다. 무착거사님! 우리들의 멋진 도반이십니다. _()_
그리고 오드리 될번의 평생도반님! 추카!
부끄럽습니다. 오자가 많아 지하철에서 모바일로 수정하다가 글이 삭제되어 국포사에서 스크랩해왔네요.^^^_()_
감사하고감사드립니다..날마다 좋은날(무착) 부처님..나무삼신일불 아미타불_()()()_
저도 한자럭 낀것 같은 기분입니다. 글솜씨 사진솜씨 각양 각색의 솜씨 도반님들이 계셔서 행복한 오늘입니다. 갑자기 자운스님과 홍류동 계곡이 그리워 집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_()_
얼마나 행복한 동행이었는지요,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_()_
정진후기 고맙습니다. 아미타불!_()_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무착거사님이 계셔서 늘 감사하고 든든합니다 _()_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_()_
항상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_()_
감사합니다...맑은 향기 가득 받고 갑니다...나무아미타불....()()()....
아주 편안하게 어쩜 글 솜씨가 좋으세요? 저도 함께 하는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_()_
글을 맛갈나게 잘 쓰시네요,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아미타불 _()_
글안에 향기 가득합니다. 향기나는 수행 부럽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오랜만에 대하는 무착거사님의 정진후기에서 느껴지는 한결같은 정진의 힘! 문수암 잔디밭에서 올려다본 달무리진 하늘과 도반님들의 아름다운 염불소리가 메아리치며 정진의 청향을 뿜어내는 듯~ 궂은 일 마다 않고 기쁨으로 행하시는 원력에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오드리 될뻔님의 평생도반님! 감사합니다, 아미타불_()_
한 편의 잘 만든 다큐멘타리를 보는 것 같은 .......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_()_
고맙습니다....아미타불_()_
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감사합니다.
누구나 성불하소서!!!
아미타불_()_
연필로 스케치한 세밀화를 보는듯한 정진후기, 감사합니다~ 아직 오자, 어미의 불일관, 조사배치등은 교정을 더하셔야할듯. . . 그치만 디지털스킬은 일취월장하시네요 ㅎㅎ - 금강송으로 지은 선방의 H보살이
정감어린 정진회 후기 감사합니다. 등단하셔도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_()_
정성가득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제 마음이 푸근해지면서 무착거사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대단한 글 솜씨의 정진회 후기 입니다. 다시 한번 더 그려지는 문수암과 정진회, 그리고 열심인 도반들의 모습입니다. 모두 아름다운 분들, 아름다운 산사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_()_
백련암에 다녀 온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미타불! _()_
철야 후 갑자기 부산에 문상 가셔야 해서 함께 못해 무척 아쉬웠습니다...감사합니다.나무아미타불_()_
상세히 알려주시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모두가 하나되는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_()_
무착거사님의 글솜씨 덕분에 해인사 정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아름다운 사람들과의 아름다운 곳에서의 동행은 이렇게 늘 편안하고, 향기롭고, 뿌듯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미타불_()_
사진과 함께 한 후기 덕분에 그향기 오래 간직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_()_
천태전 돌계단에 묵묵히 앉아계신 무착거사님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자상한 수행후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감사합니다. 아미타불 _()_
무착거사님의 잔잔하고 평안무탈하신 글을 통해 경주 법사님을 비롯한 도반님들의 얼굴을 뵙게 되어 참 반갑고 기쁩니다. 딸아이와 매달 금강정진회가 있는 주의 일요일 오전에 토익시험을 보게 되어 9월이나 되어야 물리적으로 정진회에 참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급적 혼자서라도 도반님들과 함께 시공을 초월해 수행 정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
마음 공부 많이하신 분들 많이 부럽네요. 사진과 멋지게써주신 글 감사드립니다. 부처님되세요. 나무아미타불_()_
감사합니다. 아미타불!_()_.
우리 도반님들만 보기에 너무 아까운 수행기이십니다. 어디 원고라도 투고하심 어떨까 싶어요. 모두 자랑스런 도반님들의 글향기가 그대로 전해옵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_()_
정진회의 따뜻한 순례길속의 이야기가 훈훈합니다. 나무아미타불_()_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나무아미타불_()_
거사님 잘 지내시지요. 날마다 좋은 날 되셔요. 감사합니다._()_
무착거사님 쓰신 글을 통해 다시 수행하던 생각이 나서 게을러진 미련한 마음을 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반갑습니다.
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_()_
한번 가보고 싶은곳이언는데 다음을 기약합니다^^
정진 열심히 하신 도반님께 꾸벅
날마다 좋은날 부처님 감사합니다. 아미타불 _()_
항상하시는 무착거사님 솔향기 감시드립니다...시방삼세일체제불...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