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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69회 :: 국제적 라이벌 】방송일: 2005.03.08.
극본 : 박 해 영
씬1/ 씬1/ 서점 (D) - ENG
미자, 귀에 이어폰 끼고 테잎 들으며
영어 회화 서적 들고는 ?라?라 따라 하는데,
한쪽에서 책 보던 윤아와 지영,
사람들 죄다 미자를 보자 놀라 가서는
이어폰을 확 잡아빼주고 목소리 낮춰
윤/지 뭐해? 다 쳐다보잖아.
미자 응? (히익! 아우 쪽팔려)
윤아 새삼스럽게 왠 영어?
미자 영어학원 등록했거든.
지영 (황당) 아니 뭐하러? 수능 다시 보게?
미자 (책 보며) 뭔가 새로운 게 필요해서. 새로운 목표, 새로운 자극...
윤아 남자 소개시켜줘?
미자 (무시하고) 어느 정도 프리토킹은 돼야 혼자 해외여행도 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겠다 싶어서...
지영 비자나 받아놓고 그런 얘기해라.
미자 (무시하고) 내일이 개강이야. 일곱시 타임.
지영 니가 공무원도 아니고 어떻게 칼퇴근할라구.
미자 아침 일곱시이!
윤/지 (크게) 히익! 아침 일곱시?
하는 소리에 주변 사람들 돌아보자, 흡!
살짝 고개 숙여 죄송합니다...하는 액션
지영 아침 일곱시? 야 꿈 깨. 안돼.
윤아 또 생돈 버린다 얘.
미자 눈 딱 감고 일어나면 되지 뭐어!
씬/ 집 외경 - 어스름한 새벽
알람소리 오프로 울리는데,
타이틀 : 국제적 라이벌 흐르는.
씬2/ 미자방 (어스름한 새벽)
시계는 새벽 5시 40분을 가리키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미자,
손만 삐죽 나와서 울리는 알람을 꺼버리고
살짝 뒤척이며 얼굴이 보인다.
눈감고 꼼짝도 안하는 미자에서.
미자 (졸린 듯 힘들게, E) 일어나자... 일어나자 미자야... 일어나자... (하다가 잠깐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가) 아응... 자, 하나 둘 셋! 하면 일어나는 거다. 하나... 둘... 셋! (미동도 안한다. 이내,
짜증내며 돌아눕는다) 따뜻한 이불 속... 이런 유혹 하나 이기지 못하면 최미자 니 인생은 끝이야. 아무 것도 못해.
일어나자. 하나... 둘... 셋!!
발딱 일어나 앉는다.
앞뒤로 살짝 휘청휘청...
미자 (멍한 얼굴에, E) 자, 일어나 화장실로... 화장실로... (울상) 흐흐응... 내가 미쳤지... 이런 일은
왜 벌여갖고...
씬3/ 영어학원 / 좁은 강의실 (D) - ENG
외국인 남자 강사(폴)의 지휘 하에,
성인 남녀 예닐곱명이 프리토킹 중이다.
주제는 ‘나의 아침 식사(영어로 칠판에)’이다.
미자, 행여 폴과 눈이 마주치면 시킬까봐 얼른 고개 숙인다.
미자 또래의 여자, 능수능란하게 강사와 대화한다.
미자, 부럽게 보는데...
미자 (E) 영어든 불어든 남의 나라 말을 잘하는 여잔, 정말 멋져 보인다. 범접할 수 없는 매력이 있어 보인다. 난
프리 토킹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음~ 암~’만 하면서 단어가 생각이 안나는지, 답답함에 양손을 휘젖는 미자의 모습에)
그저 입이나 떼 봤으면.
미자 (손 휘젖다가 멈추고, 옆 사람에게 작게) 요구르트가 영어로 뭐에요?
씬4/ 영어학원 / 앞 (D) - ENG
미자, 영어학원 건물을 나와서
뿌듯함에 숨을 깊게 내쉰다.
미자 (E) 하... 상쾌하다... 아침 여덟시. 이 시간에도 꿈나라였을 때가 많았는데, 하루를 굉장히 길게 쓰고
있는 느낌이다.
그때 폴, 뒤에서 나오는.
폴 하이!
미자 (긴장) 하이!
폴 (영어) 일하러 가나요? (한글자막)
미자 노! 음, 퍼스트 (자막/일단), 비포 워킹 (자막/일하기 전에), 음, 아이 햅투 잇 블렉퍼스트 (자막/아침
먹어야죠).
폴 (영어) 제 단골집 있는데 같이 갈래요? (한글자막)
미자 슈어! (자막/물론이죠) (쫓아가면서, 미쳤지...)
씬5/ 간단하게 아침 식사 먹는 곳 (D) - ENG
미자와 폴, 아침 식사를 하는데
미자, 웃어보여 주면서도 긴장하는 모습.
미자 (E)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언제 날라 들어올지 모르는 영어에 긴장하고 대기하고
있어야하는 이 느낌. 으. 외국인과의 식사는 오바였다.
폴 (영어) 주말엔 주로 뭐하세요? (한글자막)
미자 음...
미자 (E) 알아듣긴 다 알아듣는데, 말이 안 나온다. 이게 문제다. ‘그냥 혼자 놀아요’ 이게 딱인데, 영어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니까,
미자 (해맑게) 리딩 북, 플레이 테니스, 앤...
미자 (E) 이렇게 엉뚱한 얘기를 하게 된다.
띄엄띄엄 말하는 미자 모습에...
미자 (E) 초보자들은 능숙하게 말하려고 애쓰기보단,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하는데 초점을 둬야 한다는데...
에잇!
미자 리딩 북, 플레이 테니스... 다 뻥! 에브리 라이!
미자 머리 위로 '혼자 있어요' 뜨고
미자 음... 에브리 위크엔드, 얼론. 아임 얼론.
폴 왓?
미자 에브리 위크엔드, 아임... (생각났다) 론리, 론리. (뿌듯한데)
폴 (아주 안됐다는 듯) 아임 쏘 쏘리.
미자 (어핵한 웃음) 흐응...
씬6/ 카페 (N)
한심하게 미자를 보는 지영 정민.
미자 아니 그냥 집에 혼자 있다는데, 왜 나한테 미안하대?
지영 (감정 실어서 신파적으로) 에브리 위크엔드 아임 론리! 난 주말이면 너무 외로워요! 아임 쏘 쏘리! 당신이
외롭다니 마음이 아프군요.
미자 ... 그,런 거야?
지영 너 그 남자한테 수작 걸었어.
미자 (검지 손톱 물고) 어뜩해...
지영 하루도 못나갈 줄 알았더니 어떻게 일어나긴 해서...
미자 나 어뜩해...
정민 남자 생겨서 안 외롭다고 그래. 내가 놀아주께.
미자 (흘기곤, 곰곰) 그래서 나보고 인사동 구경시켜 달라고 했나? 내가 너무 안 됐어서 놀아줄라구?
정민 (그 말에 경계) 그 놈이 인사동 구경시켜달래? 챠. 내가 그런 외국놈들 많이 아는데, 한국을 알고 싶네 어쩌네
하면서, 수작 거는 거야.
지영 수작은 얘가 먼저 걸었어요. (흉내) 아임 론리~ 외로워요~
미/정 (슷! / 찜찜한 표정)
씬/ 도시 외경 (D)
씬7/ 윤아 사무실 (D) - ENG
윤아, 분주하게 서류 정리하며 전화하는
윤아 어, 그래. 향선이 너 애기 날 때 되지 않았니? (순간 손놀림 멈추고, 반가움에 놀라) 났어? (수선 맞게)
축하해. 뭐 났어? 딸? 정말 축하해. 수술했지? 히익! 자연분만 했어? 대단하다 너어. 응... 어... 히익! (놀라는
표정에서)
씬8/ 간단하게 점심 먹을 만한 곳 (D) - ENG
(봄 분위기 나는 밝은 곳이었으면)
호들갑스럽게 얘기하는 윤아의 얘기를
넋놓고 듣는 미자 지영 정민.
다들 점심은 먹는 둥 마는 둥.
윤아 애 나면서 완전히 병원을 뒤집어 놨대. 얼마나 아픈지, 그냥 빨개 벗고 복도로 뛰쳐나가서 아무 의사나 멱살 잡고
자기 수술 시켜달라고 난리를 쳤댄다.
모두 (무섭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윤아 창피하고 뭐 그런 거 없대. 그냥 눈이 뒤집힌대. 그 와중에 화장실 가고 싶어서 갔는데, 변기에 앉아서 얼마나
용을 썼는지 그 돌 변기가 다 깨졌단다.
미/지 히익!
정민 거의 차력수준이구만.
윤아 그날 향선이 같은 여자가 하나 더 있었는데, 둘이서 복도며 로비며 다 헤집고 돌아다니면서 병원을 완전히 뒤집어
놨대잖아.
정민 (피식 웃곤) 참을 수 있는데, 애 낳는 거 유세 떠느라고 더 난리치고 더 소리 지르는 거 아냐?
윤아 산모 앞에서 그런 소리하다간 맞아 죽습니다 김정민씨. 어디서 봤는데, 애 낳는 게 얼마나 아프냐고 했더니,
(모션과 함께) 입 양옆을 쫘악 찢어서, (천천히) 윗입술을 머리 뒤로 완전히 까뒤집을 정도의 고통...
미/지 으으윽!! 그만그만!
미자 (괜히 입 만지고 머리 만지고) 으으으... 난 꼭 수술할 거야.
지영 나도 수술할 거야. 자연분만... 으... 안해. 못해.
윤아 얘들 또 시대에 역행하는 소리하네. 요즘 다 자연분만하는 추세야. 제왕절개가 자연분만 보다 감염 위험이 세네배나
높고, 산모 회복속도에도 차이가 있대잖아.
지영 그래도 아픈 건 싫어. 수술할 거야.
미자 나두.
정민 그래도 안 낳는다는 소리들은 안하네.
지영 도대체 얼마나 아플까? 으... 무서워.
정민 그런 말 들은 적이 있는데, 입대 앞둔 남자가 느끼는 공포랑 만삭인 여자가 애 낳기 전에 느끼는 공포랑 수준이
비슷하대.
그 말에 왁자하게 달겨드는 여셋
여셋 말도 안돼. / 비교할 껄 비교해라. / 어디 거따가.
정민 아 나도 들은 얘기야. 걔한테 가서 따져. 디게 그러네. (먹는)
미자, 정민을 노려보는데 핸드폰 울리는.
미자 여보세요? (오버하며 반색) 하이~ 폴~
지영 폴이 누구야?
미자 영어 강사.
정민 (경계) 이상한 나라에 그 놈?
미자 으흠~ 오케이~ 투데이 인사동 오케이~
정민 (표정)
씬/ 동네 외경 (D)
씬9/ 동네 일각 (D) - ENG
어린 아이를 들쳐업고 붕어빵을 굽는 젊은 아낙에게
돈을 주고 봉투를 건네받는 우현.
우현 많이 파세요.
장 본 봉지로 양손이 버거운데도
그 붕어빵을 먹으려 허리를 뚝 가르는데,
팥이 없이 안이 맨숭하다.
멈춰서 그런 붕어빵을 보는 표정.
씬/ 집 외경 (N)
씬10/ 부록방 (N)
책상 앞에 나란히 앉아있는 부록과 우현,
정면을 보곤 선문답하듯 덤덤히 말한다.
우현 팥이 안 든 붕어빵, 어떻게 생각하세요?
부록 붕어 든 붕어빵 보다 더 황당한 배신이지.
우현 매형도 그런 붕어빵 걸려봤어요?
부록 자네처럼 기구한 팔자에나 팥이 안 든 붕어빵이 따라붙지, 내 평생 그런 적은 없네.
우현 어린 애 들쳐업고 장사하는 아줌마가 안됐어서 이천원어치씩이나 사줬는데...
부록 주제넘은 짓이었구만.
우현 돈이 든 붕어빵은 안 걸려도, 팥이 안 든 붕어빵은 걸려요. 걸릴 확률이 똑같다 그래도 나쁜 건 꼭 걸려요.
부록 자네 팔자에 어울리네.
우현 ... (그제야 부록 보며) 위로 받고 싶어요.
부록 ... (얼굴 치우며) 징그럽네.
씬11/ 거리 일각1 (N) - ENG
#택시 안.
정민, 택시 뒷좌석에 앉아 서류를 보며 가는데,
이때 차창 밖으로 인도를 걸어오는 미자와 폴이 보인다.
어? 그런데, 쉭 스쳐가는 모습은
폴이 미자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는
다정한 연인인 듯한 모습.
정민 어? 저,저게... 아저씨 좀 세워주세요!
#그러나 폴은 미자의 머리에 붙은
뭔가를 떼어내고 있는 것이었다.
폴 (영어) 잠깐만요. 됐네요. (한글자막)
미자 (영어) 땡큐.
하는데 저쪽에 급하게 서는 택시가 보인다.
#정민, 택시에서 허둥지둥 내려서 보면
미자와 폴, 헤어지는 상황.
폴 바이~
미자 바이~ 시유 투모로~
미자, 진행 방향으로 가버리고,
폴, 정민이 쪽으로 되돌아오는데,
아무렇지 않게 정민을 스쳐가는.
정민 (보며) 어쭈?
씬12/ 거리 일각2 (N) - ENG
정민, 경계하며 폴 뒤를 쫓아가는데
정민의 머리 위로 여러 가지 단어가
썼다 지워졌다 썼다 지워졌다... 한다.
[어이, 말 좀 합시다 : Hey, ...... ?]
말 좀 합시다? 잘 모르겠다. 그럼...
[어이, 시간 좀 있수? : Hey, Do you have time?]
이거다 싶은 정민, 슬쩍 폴 옆으로 가
정민 두 유 헤브 타임?
폴, 정민을 힐끗 보곤 걸음을 빨리한다.
정민 쫄았구만 이거. (쫓아가) 헤이!
하는데 폴, 딱 멈춰서 정민을 보고
폴 (단호히) 아임 낫 게이!
하고는 뚜벅뚜벅 가버리는.
기막혀 멍하니 있는 정민, 뒤늦게 버럭
정민 미투!!
황당해하며 돌아가다가 홱 뒤돌아서
정민 (크게) 아이 라이크 우먼!! 베리베리 라이크 우먼!!
씬13/ 정민 사무실 (N) - ENG
정민, 종이 펴놓고 전투적으로 영작하고 있다.
정민 내가 느닷없이 마주쳐서 그렇지, 이래뵈두 토익 900이야. 내 말빨에 죽~었어 넌. (펜 들고 종이보며,
건들거리며) 너 나한테 게이라 그랬냐? (적으며) 디쥬... 콜.. 미.. 게이? (건들거리며) 이게 어따 대구...
(적으려는데 선뜻 펜이 안 간다) 어따 대구...
정민이 말하는 동안 아래 자막이 뜬다.
[너 나한테 게이라고 그랬냐 : Did you call me gey?
이게 어따 대구 : .......... ??]
정민 (슥슥 지우며) 어따 대구는 빼. (읽으며) 디쥬 콜 미 게이? 나한테 게이라고 했니? 아씨... 너무
점잖은데. 오케이, 중간중간에 뻑을 넣어서. (강패처럼 껄렁하게, 낮게) 디쥬 콜 미 (삐이---) 게이?
씬/ 원룸 외경 (D)
씬14/ 원룸 (D)
거울 앞. 윤아, 출근 준비하는데
허리가 아픈 듯 찌뿌둥하다.
지영, 귀고리하며 다가와
지영 왜? 생리해?
윤아 아니. 생리도 안하는데, 왜 이렇게 허리가 아프냐? 어젯밤부터 계속 그러네. (등 뒤 허리를 치며) 이렇게
치면... 허리가 쩌렁쩌렁 울려.
지영 (대수롭지 않게) 맨날 현장 도느라고 무리해서 그렇지. 병원 한번 가봐. 쓰레기 정리해서 먼저 내려가께 나와.
(나가는)
윤아 스으... (기운이 심상치 않다)
씬15/ 원룸 앞 (D) - ENG
지영, 윤아 차 앞에서 기다리며 통화중.
지영 영어 끝났어? 최미자 대단하네. 한 이틀 나가고 종 칠 줄 알았더니. 어, 이따가 회사에서 봐. (끊고, 건물
올려다보며) 얜 왜 이렇게 안 내려와? (전화 걸어서) 뭐해? 왜 안 나와?
윤아 (F, 다 죽어가는) 나 좀... 살려줘...
지영 (놀라) 야! 왜 그래?
윤아 (F, 낮고 깊은 비명) 으악~~
씬16/ 원룸 (D)
지영, 헐레벌떡 뛰어들어와서 보면,
윤아, 거실에서 완전히 뒤집어지고 있다.
애 낳는 것마냥 울며 데꿀데꿀 구르고.
지영, 겁먹어 윤아를 끌어안고는
지영 왜 그래? 윤아야! 윤아야! 왜 그래애? 죽지마! (울먹) 어뜩해... (핸드폰 들고) 911... 아냐아냐
119... 여보세요? 119죠. (울며) 제 친구가 죽어가요. 여기가요... 여기 주소가... (당황해) 아아앙... 난
몰라... 까먹었어... 아아앙...
씬/ 병원 외경 (D)
씬17/ 응급실 (D) - ENG
윤아는 기진맥진해서 누워있고,
지영과 의사, 있는데
지영 (눈물 범벅) 왜, 그런 거에요?
의사 (링겔 만지며) 결석이에요. 요로 확장 주사 놨으니까 소변으로 나올 껍니다.
윤아, 완전 넉다운 돼서 별반응 없고,
지영, 휴~ 안도하다가 윤아 흘기며
지영 으씨! 놀랬잖아. 난 또 무슨 큰 병이라고. 고거 갖고 엄살은.
의사 모르시나 본데, 결석이 거의 출산하는 고통하고 맞먹어요. (하며 나가는)
지영, 응? 선뜻 이해가 안 가는데,
옆 침대 위에 앉아있는 아줌마,
아줌 나도 애도 낳아봤고, 결석도 걸려봤는데, (손 내저으며) 아우... 결석 그거... 진짜 애 낳는 거만큼 아퍼.
(진저리 치며) 아우... 처녀가 벌써 그런 고통을 겪어봤으니 애 낳는 거 안 무섭겠어.
윤아 (기진맥진해, 울며) 더 무서워. 으으... 나 애 안나... 으으...
지영 (눈만 껌뻑껌뻑)
씬18/ 방송국 / 회의실 (D)
지영의 얘기를 들은 미자와 영진.
미자 결석이 그렇게 아프대? 애 낳는 거 만큼?
지영 어. 윤아 그 소리 듣고 ‘(울상) 나 애 안나. 절대 안나’ 이랬다니까.
미자 도대체 얼마나 아프길래...
영진 내가 애 두 번 놔봤잖아. 치통에 위경련에 복합골절... 아프다 하는 것들 다 앓아봤는데, 결석엔 깸도 안돼.
그냥 죽여줍쇼야.
미자 (궁금) 도대체 얼마나 어떻게 아픈대요?
영진 설명해도 몰라. 설명으로 안돼.
그때 현우 들어오며
현우 아직 다 안 왔어요?
미자 (호들갑) 윤아요, 결석이래는데요, 그게 애 낳는 거 만큼 아프대요. 남자들 많이 걸린다는데 지피디님도
걸려봤어요, 요로결석?
현우 (약간 민망한데)
지영 (눈치주며 작게) ‘요로’는 빼고 말해.
미자 뭐어? 요로...(하다가 살짝 민망해지는) 그게 뭐 어떻다구.
미자, 얼굴 벌개져 괜히 대본 탁탁 치며
양팔 괴고 집중해서 대본 보는 척.
현우, 표정.
씬/ 원룸 외경 (N)
초인종 소리(SE)
씬19/ 원룸 / 거실 (N)
윤아, 약간 지친 모습으로 미자와 지영을 맞는다.
미/지 괜찮은 거야?
윤아 괜찮아. 말짱해.
자리로 와 앉으며
미자 (궁금) 디~게 아프대매?
윤아 아우 말도마. 그냥 죽어.
미자 하나도 안 아픈 걸 0으로 놓고, 많이 아프다 5, 죽어버리고 싶다 10! 이라고 치면, 몇 정도였어?
윤아 십.
미자 과장하지 말구우. 정확하게.
윤아 정확하게 십이야 십.
미자 (겁나는) 딱 일분만, 아니 10초만 느껴보고 싶다. 얼마나 아픈지.
지영 (겁나는) 나두.
윤아 10초? 향선인 자그만치 열여섯 시간 진통했단다. 얼굴에 실핏줄이 다 터져서 알아볼 수가 없었대. 다들
부모님한테 낳아줘서 고맙습니다 그래야돼.
지영 으~~ 결정했어. 난 애 안나.
미자 (걱정) 아씨... 난 낳고는 싶은데...
씬/ 집 외경 (N)
씬20/ 부록방 (N)
부록과 우현, 책상 앞에 나란히 앉아있다.
또 선문답 하듯 하는데,
우현, 전보다 더 멍하다.
우현 또 걸렸어요.
부록 팥이 안 든 붕어빵?
우현 ...
부록 어허! 불길해. 남들은 평생 한번 걸릴까 말까하는 팥이 안 든 붕어빵이 계속 연달아 걸리는 건 아마도...
우현 (OL) 그 주인 수 쓰는 거에요. 팥 아낄라고.
부록 자젠 그렇게 믿고 싶겠지만 내 생각엔...
우현 (OL, 약간 분기탱천해서 부록 보며) 나를 아주 만만히 보는 거죠.
부록 (그제야 반박 안하며, 끄덕끄덕) 원체 만만하게 생겼는데 어쩌겠나?
우현 ... 누구편이세요?
부록 굳이 따지자면, 붕어빵 편이라고나 할까.
우현, 다시 멍하니 앞을 보며
우현 강수를 써야겠어요.
부록 ??
씬/ 거리 외경 (D)
씬21/ 카페 (D)
정민 동직 미자 지영, 점심 먹는 중
정민 윤아씬 괜찮대?
미자 말짱하대요.
지영 오늘 아침에 말짱해서 출근하더라고요.
정민 (뚱) 이상한 나라에 폴은? 잘 지낸대?
미자 왠 상관?
동직 폴이 누군대?
지영 참, 너 폴이 집에 초대했었대매?
정민 (처음 듣는 얘기다)
미자 (반짝) 응. 인사동 구경시켜줘서 고맙다고 초대해서 갔는데, 스테이크하고 연어 샐러드 직접 만든 거 있지.
지영 (혹해) 외국남자들은 뭔가 틀려. 그지?
미자 많이 틀려. 나 집에 데려다 주는 길에 음반가게에서 왈츠 음악이 나오니까, (액션) 내 손잡고 이렇~~게
돌려주는데...
지영 (낭만적으로 듣는)
정민 (같잖다는 비웃음)
미자 아, 이게 영화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구나, 얘네들은 진짜 하는 거구나 싶은 게, 되게 신선하더라.
차! 비웃는 정민과 동직을 보곤
미자 에으... 우리나라 남자들, 행여 여자가 길에서 왈츠 추자고 하면 어떨까?
정민 (어깃장) 돌아버리지. 그냥 헤어지고 말어 우린.
미자 에으...
동직 (슬쩍) 난 쫌 춰줘.
지영 (마시다가) 뭐래?
미자 하여튼 강사랑 가까워지니까 학원도 꼬박꼬박 나가고 싶고... 좋드라.
정민 (벌컥벌컥 마시는)
씬/ 도시 외경 (D)
씬22/ 거리 일각 (D) - ENG
정민, 살벌한 표정으로 폴과 마주 서 있다.
폴, 의아한 표정인데,
정민 두유 리멤버 미? 유 콜미 (삐이--) 게이.
폴 (알겠다 누군지)
정민 아임 낫 게이.
폴 오케이.
정민 아임 낫 오케이. (노려보는)
폴 !!
정민 (영어/자막) 내가 니들 근성을 아는데, 너 미자씨한테 수작 부리지마.
폴 왓?
정민 (다시 또박또박) 내가 니들 근성을 아는데,
폴 왓?
정민 (이번엔 혀를 굴려서) 내가 니들 근성을 아는데,
폴 왓?
정민 (더 많이 굴려서) 내가 니들 근성을 아는데,
폴 아임 소리. 아이 돈 언더스텐.
정민 에이씨...
정민, 가방에서 영작한 종이를 꺼내 보여준다.
썼다가 슥슥 지웠던 흔적도 그대로 있고,
정민 (가리키며 읽는, 영어) 내가 니들 근성을 아는데, 너 미자씨한테 수작 부리지마. 그러다가 된통...
폴 오 마이 갓!
정민 ??
폴 (틀린 단어 고쳐주는) 디스 스펠링 이즈...
정민 ??
폴, 종이를 뺏어가더니
친절하게 틀린 스펠링과 문법을 고쳐 설명해주는.
정민, 황당하게 보다가
정민 (종이 홱 뺏으며) 됐어, 됐어, 가, 가! 말귀도 못 알아듣고. 가, 가! (하며 휙 가버리는) 에이.
씬23/ 헬쓰장 (D) - ENG
#열받은 정민,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자전거 운동하고 있다.
#정민, 헬쓰 끝난 듯 엘리베이터 기다리는데,
그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현우.
현우 어색하지만 인사하려고 하는데,
정민, 홱 무시하고 타버린다.
현우, ?? 보다가 그냥 가려는데,
정민, 닫히는 문을 확 열어잡고서
정민 어이, 영어 좀 해?
현우 ??
씬24/ 학원 로비 혹은 카페 (D) - ENG
정민 현우 폴, 마주 앉아있다.
정민은 계속 폴을 노려보고
현우 (영어) 당신은 당신 나라에서 하던 식으로 아무 감정 없이 하는 행동이겠지만, 미자씨는 순진해서 곧잘 오해한다.
그러니 행동 조심해줬으면 한다.
폴 (영어) 무슨 말인지 알았다. 난 그냥 미자씨가 편해서 좋았다. 친절하고 상냥해서. 그런데 미자씨와 어떤 사이냐?
현우 (영어) ...... 좋은 사이다.
정민 (영어) 미투.
폴 (영어) 미자씨를 좋아하냐?
현우 (영어) 아니다.
정민 ??
현우 (영어) ........ 사랑한다.
정민 (강하게) 미투.
폴 (영어) 당신은 할 줄 아는 말이 미투 밖에 없냐?
정민 이런... 죽~여버려!
폴 ??
씬/ 동네 외경 (D)
씬25/ 동네 일각 (D) - ENG
#우현, 그 문제의 붕어빵 집 앞에 있다.
우현 (결연한 눈빛) 이천원어치요. (의미있게) 여기서 다 먹고 갈 꺼에요.
#붕어빵을 받아든 우현, 그 자리에서
마치 검시관처럼 붕어빵의 배를 모두 갈라 본다.
팥이 없는 게 또 나온다.
우현, 주인을 노려보며 문제의 붕어빵을 내밀자,
주인 여자, 껌뻑껌뻑 보더니 받아서 먹는다.
우현,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우현 팥이 없잖아요!
여자 ??
우현 바꿔줘요.
주인 여자, 새로운 하나를 내미는데,
우현, 배 갈라보면 또 팥이 없다.
우현 (억울+울상) 도대체 왜 이러는 거에요?
그때 우현의 머리를 콩 쥐어박는 손.
보면, 영옥이다.
영옥 (우현의 손을 잡고 끌고 가며) 어여 와.
씬26/ 거실 (D)
우현, 황당해 넋놓고 앉아있고,
할머니 셋, 우현을 타이르는 중이다.
영옥 거 정신도 온전치 못한 여자가,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애 들쳐업고 나와서 장사하는 거 보면, 붕어빵에 돌덩이가
들었어도 암소리 안 하고 먹어주는 게 인지상정이지, 그걸 고자리에서 일일이 배갈라서 확인하고 따져야겠어? 야박하게?
우현 ... (몰랐어요)
혜옥 거스름돈 더 주면 얼씨구나 하고 그냥 내빼는 사람도 있대, 에으.
영옥 에으. (우현에게) 그럼 못써!
우현 (억울) 전 거스름돈도 덜 받았어요.
영숙 한 열댓개 더 넣어도 모르는 척 받아가고 그런대요. 두어개 더 줘야 덤인가보다 하지, 어떻게 열댓개를 더
넣는대도 암 소리 안하고 그냥 받아 가는지... 온전치 못한 거 뻔히 알면서... 못됐어.
우현 (억울) 전 항상 모자라게 줬어요.
영옥 딴 사람한테 더 준 거 그렇게라도 벌충해야지 어쩌겠어.
우현 (억울) 왜 나만...
영옥 덕 쌓는다고 생각해. 야박하게 굴지마.
우현 (울상)
씬27/ 부록방 (D)
우현과 부록, 책상 앞에 나란히 앉아있는데,
우현, 여태까지 중에 제일 멍해 있다.
우현 ... (멍하게 부록 보는) 위로 받고 싶어요.
부록 ... 불길하네 (우현 얼굴 확 밀고 보다가) 자네에게 푸쉬킨의 시를 읽어주고 싶군...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말라’
우현, 한쪽에서 울먹이며 궁시렁댄다.
우현 ...속여도 너무 속이니까.... 나한테만 속이니까....
씬28/ 거리 일각 (D) - ENG
#깔끔하게 차려입은 윤아,
통화하며 씩씩하게 걷는데,
윤아 (밝게) 현장 마무리하고 퇴근하는 중이에요. 네, 그럼 내일 뵈요.
전화 끊고 씩씩하게 걷는데,
서서히 얼굴에 미소가 가시면서
걷는 속도도 줄면서... 결국엔 멈춰선다.
그리곤 등 허리를 퉁 퉁 쳐본다. 헉!
공포감이 밀려오는 표정으로 줌 인.
윤아 (E) 결석이다.
두두두둥... 공포 느낌의 SE
#윤아, 식은땀을 흘리며 힘들게 걷는데
윤아 (E) 돌이 두 개였나보다. 임산부로 따지면... 쌍둥이. 빨리 응급실에 가야 한다... 빨리...
그러나 한발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프고,
너무 아파 악! 소리도 안 나오는데,
맞은편에서 현우가 다가온다.
현우 (뭔가 이상하지만) 안녕...
윤아 (현우를 잡고 늘어지며) 아아~~ 나 좀... 나 좀...
현우 (보다가) ... 급해요? (두리번) 화장실이...
윤아 (절규) 택!시!! 아~~~
현우 ??
씬29/ 달리는 택시 안 (D) - ENG
마치 애기 나오기 직전인 것처럼
현우를 잡고 발버둥치는 윤아.
윤아 아아아~~~ 나 좀, 나 좀 살려줘 아아~~
현우 아아아~~~ 이것 좀, 이것 좀 놔봐요.
윤아 아~ 난 애 안 나~ 죽어도 안 나~ 못 나~ 아~~~
기사 (안절부절) 좀만 참아요. 아... 차에서 나면 안되는데.
현우를 잡고 용쓰는 윤아,
잡혀서 끽소리 못하는 현우.
씬30/ 응급실 앞 (D) - ENG
현우, 머쓱하니 서 있는데,
기사, 얼굴 들이밀며
기사 (궁금) 딸이래요, 아들이래요?
현우 ... 돌이래요.
기사 ... 에?
그때 미자와 지영, 뛰어오고
미/지 어떻게 된 거에요?
씬31/ 응급실 (D) - ENG
침대에 누워있는 윤아, 그 주변으로
미자 지영 현우 서 있는.
지영 어떻게 연달아 걸릴 수가 있어?
윤아 미안해요. 많이 놀랬죠?
현우 아뇨 뭐...
윤아 나중에 애는 하나만 낳아요. 이 결석이 애 낳는 거만큼 아프다는데, 아우 죽어요. 하나만 낳아요.
현우 안 낳죠 뭐... (슬쩍 미자를 보는데)
미자 난 그래도 셋은 날 거야. 나 혼자라서 디게 외로웠잖아. 죽는단 셈치고 셋 날래.
현우 ... (낮게) 셋 낳죠 뭐.
미자 에?
현우 ... 그,그러시라고요.
미자와 지영, 윤아에게 신경쓰자
현우, 그제야 살짝 안도하는.
씬/ 거리 외경 (N)
씬32/ 거리 일각 (N) - ENG
미자, 걷는데,
정민, 뒤에서 달려와 따라 걸으며
정민 이제 집에 들어가?
미자 (살짝 놀라고) 왠일이에요?
정민 윤아씨 또 결석 걸렸다매? 나 저번에도 병문안 안 갔는데, 또 안가도 되나?
미자 금방 말짱해져서 집에 갔는데요 뭐.
정민 (대뜸) 폴은 잘 지내고?
미자 (퉁명) 둘이 알아요?
정민 알어.
미자 치.
그때 가게 앞에서 왈츠 음악이 나오자
정민 음악 나오는데, 한번 돌려줘봐?
미자 (펄쩍) 미쳤어!
정민 왜애? 낭만적이래매?
하며 막무가내로 미자 손을 잡고 돌리는데,
그와 동시에 음악 바뀌며 ‘어머나’ 나오는.
미자, 기겁하며 어어? 하면서도
정민의 이끌림에 어쩔 수 없이 돌아가는.
참 코믹스런 그림이 되는데서 스틸 F.O
씬33/ 카페 (N) - ENG (에필로그)
F.I 되면서
폴과 미자, 두 사람 영어로 대화한다.
폴 ‘(어설픈 발음)죽~여버려’ 이게 무슨 뜻이냐? (한글자막)
미자 왓?
폴 죽~여버려.
미자 (어설프게 따라하는) 죽여버려?
폴 죽~여버려. 어떤 남자가 나한테 죽~여버려 이랬다. (한글자막)
미자 죽~ (간파) 아아아~ 죽여버려! 킬 유!
폴 킬 유?? (충격이다. 도리질) 오... 노...
미자 누가 그랬는데요? (하다가 갸웃) 죽~~여버려.
그때 정민 들어오고
폴과 눈이 마주치는데
폴 (살짝 놀라는) 오... 노...
정민 (떨떠름하지만) 하이! (다가오자)
폴, 미자에게 인사하고 나가버린다.
정민 (폴 보며, 오버) 왓츠 더 매러? 왓츠 롱?
미자 (실눈뜨며) 죽~~여버려?
정민 (뜨끔해 더욱 오버) 왓? (못 알아들은 척, 아주 이상하게 발음하는) 죽~~여버려? 왓 더즈 댓 민?
미자 (의심스럽게 보고)
정민 (시치미 떼고) 헤이 프렌드! 레츠 드링킹! 오케?
정민, 그렇게 능청 떠는데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