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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36
씬1. 회의실 밖, 복도
(주주들이 나가고 있다. 도망치듯 급히 회의실을 빠져 나오는 김 변호사 앞을 막는 형사 1과 정복경찰 두어 명들...)
형사 : 감상태 변호사님 맞으시죠?
김변 : ..! 그런데요?
형사 : (신분증을 보며주고) 고소장이 접수됐습니다. 같이 좀 가시죠.
(경찰 한명이 당황하는 김변호사를 데리고 간다. 반장과 다른 정복 경찰이 회의실 안으로 들어가고...)
씬2. 동, 회의실 안
(정연과 영국, 태섭에게 다가와서...)
정연 : (손잡으며) 해내셨어요, 아버지... 이제 회사 지킬 수 있어요.
태섭 : (눈물 고여서 끄덕인다)
경옥 : (그런 두 사람 흐뭇하게 보는데)
(남숙,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어지러운 듯 비틀대면 정식이 얼른 부축하는데)
남숙 : 아냐, 됐어... 엄마, 괜찮아... 괜찮다, 엄마...
(이때, 형사와 경찰이 다가오고..)
반장 : 오남숙씨가 누구시죠?
남숙 : ..!!
정연 : 이분이세요.
반장 : 사문서 위조 및 사기 혐의로 조사 좀 받으셔야겠습니다.
형사 1 : (남숙의 팔을 잡는다)
정식 : 엄마.. !!
(형사 1이 남숙의 팔을 잡아서 데리고 나간다. 정식, 엄마..! 를 부르며 급히 따라가는데..
남숙, 끌려 나가면서 태섭을 돌아본다. 눈물 고인 채 겁에 질린 표정으로..
그런 남숙을 보는 태섭의 단호한 표정... 그러나 눈가에 복잡한 심경을 담은 눈물이 고여 있고...
정연의 마음 역시 편치만은 않다.
자리에 앉아서 그들을 보는 경옥의 시선에서...)
씬3. 조필연 사무실 안
(재춘이 와 있고...)
필연 : (놀라며) 뭐? 주주 총회장에 황태섭이 나타나?
재춘 : 예... 방금 김 변호사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필연 : ..!! (책상을 내리친다) 대체 그 놈이 누구야..! 황태섭을 데리고 간 그 자가 누구냔 말이야..!!
재춘 : ...
필연 : 이럴 때가 아니야. (수화기 들고 다이얼을 돌린다) 민우, 이 자식.. 지금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데..
(통화중이다, 수화기 쾅, 내려놓고) 지금 당장 민우한테 가. (일어선다)
재춘 : 진정하십시오.
필연 : 그깟 여자 하나 때문에 공든 탑을 무너뜨려? 오늘은 내가 그 놈을 가만 두지 않겠어..!!
씬4. 민우 아파트 안
(민우가 전화중이다. 차분하고 차가운 느낌이다)
민우 : (수화기 들고, 잠시 듣고 있다가) 황회장이 깨어났으면 우리가 판 땅, 문제될 수 있습니다.
우선 문 과장님은 회사에서 떠나서 숨어 계세요. 제가 회장이 되면, 그때 돌아오시면 됩니다.
(민우, 수화기를 놓는다. 잠시 뭔가를 생각하다가 일어서서 욕실로 들어간다)
씬5. 몽타주
- 욕실 안..
웃통을 벗은 민우가 차가운 얼굴로 덥수룩한 수염을 말끔하게 깎기 시작한다.
거울 속의 민우... 차갑고 냉정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 거실 안...
민우가 옷을 입고 있다. 와이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채우고.. 시계를 차고.. 거울을 보며 머리를 빗어 넘기는데..
더욱 날카롭게 변한 민우의 눈빛..
씬6. 동, 아파트 거실
(조필연이 문을 박차고 거칠게 들어선다. 정장 차림의 민우가 식탁에 앉아서 서류 자료를 보며 커피를 마시고 있다.
필연, 그런 민우의 모습이 의외인 듯 보는데..)
민우 : 황태섭 회장이 돌아 왔다구요?
필연 : ... 이제야 정신을 차린 게냐?
민우 : .. (커피를 마신다) 아버지 덕분에요.
필연 : 황태섭이 오면서 지금까지 공들여 쌓은 탑이 다 무너졌어. 기껏 비밀자금까지 만들었는데 다 무용지물이 됐단 말이다.
민우 : (본다) 걱정하지 마세요. 만보건설... 계획대로 제가 회장 자리에 앉을 겁니다.
필연 : ...? 생각해둔 방법은 있는 거야?
민우 : (일어서서 마주보며) 아버지가, 각하의 비자금을 담당하시는 건 참 다행스런 일 같아요.
필연 : 도와줄 일 있으면 말해라.
민우 : 만보건설의 주거래 은행이 고려은행인 건 아시죠?
필연 : 그래.
민우 : 곧 만보건설 어음 기간이 끝납니다. 어음 돌리게 힘 좀 써주세요.
필연 : 부도 처리를 할 생각인거냐?
민우 : 제가 회장이 될 때, 송파지구 아파트 공사만 재개 된다면... 그 정도 부도는 금방 막을 수 있어요.
필연 : (미소) 알았다... 진작 네 놈이 정신을 차려야 했어.
민우 : 착각하지 마세요. (본다) 아버지가 아니라.. 절 위해서니까.
필연 : (눈빛, 본다)
민우 : 그리고... 미주를 위해서예요.
필연 : 너, 그 아이에 대한 미련을 아직도...
민우 : (OL) 찾을 겁니다. (본다) 세상을 다 뒤져서라도.. 꼭 찾아낼 거예요.
필연 : .. (노려보다가, 미소) 이번 일.. 기대하고 있으마. (나간다)
민우 : .. (생각하는데, 눈빛)
씬7. 경찰서 유치장 안
(남숙이 서너 명의 여자들과 함께 수감되어 있다. 큰 덩치에, 한눈에 보아도 불량스러워 보이는 여자들이다.
남숙, 한쪽 구석에서 심란하게 앉아 있고.. 여자들, 서로 낄낄거리며 시끄러운데..)
남숙 : 좀 조용히 좀 못해요?
여자 1 : 뭐? 저 여편네 지금 뭐라고 그러는 거야?
남숙 : 입 좀 다물라고. 여기 지금 세냈어?
여자들 :.. (다가온다, 둘러싸고)
남숙 : (겁이 나고) 왜.. 왜 들 그래요?
여자 1 : 다시 말해봐. 뭐라고?
남숙 : 아니.. 말이야 바른 말이지.. 이런데서 공중도덕 지키는 거..
(여자 1이 남숙의 머리를 움켜쥔다. 비명을 지르는 남숙.. 다른 여자들도 합류해서 남숙을 때리는데...
이때, 경찰이 들어서더니)
경찰 : 조용히 못해..!!
(여자들, 자리로 돌아간다. 남숙, 헝클어진 머리로 훌쩍거리는데..)
경찰 : 면회에요. 나오세요.
남숙 : ..?
씬8. 동, 취조실 안
(정연이 와서 기다리고 있다.
경찰과 함께 들어서는 남숙... 정연을 보더니 얼른 헝클어진 머리며 옷매무새를 매만지더니 자리에 앉고... 경찰, 나가면)
남숙 : (노려본다) 너... 날 아주 감쪽같이 잘도 속였네?
정연 : 이거 다, 새어머니가 자초한 일이에요. 아직도 잘못을 시인 안하세요?
남숙 : 변호사 선임했어. 조사 끝나는 대로 나갈 거고.
정연 : ..
남숙 : 사문서 위조라는 거. 기껏해야 벌금형이라네?
정연 : .. (서류 한 장 내놓는다) 이혼 신청서에요.
남숙 : ..! (놀란다) 뭐? 이혼?
정연 : 아버지... 새어머니랑 헤어지고 싶으시데요.
남숙 : 그래? (앉는다) 위자료로 뭘 내줄 건데?
정연 : 새어머니 명의로 된 집하고, 가지고 있는 회사 지분이에요.
내 생각 같아선, 소송이라도 불사해서 한 푼도 내주고 싶지 않지만.. 아버지 생각은 그렇지 않으신가 봐요.
남숙 : ...
정연 : 조사받고 나오시는 대로, 합의이혼절차 받으실 거예요.
남숙 : (눈물 고이지만, 독을 품고) 나도 오만 정 다 떨어졌어. 그까짓 이혼.. 내가 원하는 바야.
정연 : 합의해 줘서 고마워요. (밖으로 나간다)
남숙 : .. (눈물이 고여 온다) 그래.. 잘됐어.. 다 잘된거야. (눈물 흘리는데)
씬9. 병원 전경 (다른 날, 낮)
정연 : (E) 미국이요?
씬10. 의사 방
(정연과 영국이 의사와 이야기 중이다)
의사 : 예, 원하신다면 미국에 있는 전문 병원을 추천해 드릴 수 있습니다.
정연 : 그럼, 틀림없이 완치가 될 수 있는 건가요?
의사 : 백 프로 장담은 못하지만, 분명 좋아질 겁니다.
영국 : 내가 모시고 갖다 오지.
정연 : 주 이사님?
영국 : 황회장... 나한텐 친구이자 가족 같은 사람이야. 내가 반드시 아버님, 고쳐가지고 나올게.
정연 : (미소 지어보이며) 고맙습니다, 아저씨...
씬11. 동 병실 안
(태섭이 누워있다. 경옥이 물끄러미 보고 있고... 태섭, 손을 들어 보이면 경옥이 그 손을 잡아준다)
태섭 : 고.. 고맙다.. 겨, 경.. 옥아..
경옥 : .. (안쓰럽게 보는데)
(이때, 정연과 영국이 들어선다. 경옥, 얼른 잡았던 손을 놓는데...)
정연 : 아버지.. 미국에 있는 병원에 가시면, 완쾌 되실 수 있데요.
경옥 : ..! 그게 사실인가요?
정연 : 예, 의사선생님이 전문병원을 추천해 주신다고 했어요.
영국 : (태섭에게) 제가 모시겠습니다. 저하고 같이 가십시오, 회장님.
(태섭, 손짓으로 탁자 위의 메모지와 볼펜을 가리킨다. 정연이 얼른 볼펜을 손에 쥐어주고 메모지를 받쳐주는데..
태섭, 삐뚤거리는 글씨체 적는다. ‘양수리 공원묘지.. 이 대수..’ 정연이 메모지를 보며 의아해 하는데...)
태섭 : 저, 정연.. 아...
정연 : (얼른 귓전을 가까이 대면)
태섭 : 가.. 강모...
정연 : 네?
태섭 : 이.. 강모...
정연 : ..! (보는데)
씬12. 한강건설 공사 현장
(작업복 차림의 강모가 시찰중이다. 영출과 소태, 시덕, 현장 소장 두어 명이 따라 붙고..)
영출 : 기초 공사는 이달 말 쯤에 끝날 거구, 다음 달부턴 본격적으루 아파트 건설 시작 할 수 있을 거예요, 사장님.
강모 : 기초공사가 튼튼해야 건물도 튼튼합니다. 너무 기간 단축에만 신경 쓰지 마세요.
영출 : 예, 예.,. (소장들 눈치 보며) 그러문입죠.
소태 : .. (피식피식 웃고)
(이때, 트럭에서 시멘트를 내리고 있다. 젊은 인부가 트럭 위에서 시멘트를 내리며 빨리 하라고 다그치는데..
나이 든 인부 두 명이 부지런히 나르는데 힘에 부치고..
강모, 그 모습을 보더니 다가가서 어깨를 내밀고..)
강모 : 올리세요?
인부 : 네? 사, 사장님?
강모 : 얼른 올리시라구요.
소태 : 저기, 강... 아니, 사장님...
(강모가 직접 시멘트를 들어서 어깨에 들처매고 한쪽에다 쌓는다. 인부들하고 똑같이 부지런히 일하는 강모..
다들 벙쩌서 보는데...)
영출 : 뭣들 혀, 사장님이 일하시는데.. (어깨 내밀고) 여기다 올려.
(인부, 시멘트를 올리면 영출이 나르기 시작한다. 시덕이 씩 웃으면서 합류하면 소장들도 어쩔 수 없이 시멘트를 나르는데..)
소태 : 아, 정말 오늘 양복 입구 왔더니만..
시덕 : 박이사, 뭐해? 얼른 날러?
소태 : 이사는 무슨 개뿔..
(소태, 다가가면 영출이 시멘트 한 개를 더 얹고.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 화기애애한 분위기..
이때, 승용차가 다가와 선다.
강모, 시멘트를 나르다가 보면, 정연이 운전석에서 강모를 보고 있다. 잠시 서로를 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서..)
씬13. 커피숍
(강모와 정연이 앉아 있고...
작업복 차림의 강모,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터는데 차를 가져온 아가씨가 콜록거리며 인상 쓰고 가는데..
정연, 그런 강모를 물끄러미 보고...)
강모 : (커피에 설탕 듬뿍 넣으며) 회장님, 재활치료경과가 아주 좋다면서?
정연 : ... 어떻게 알았어?
강모 : ..?
정연 : 우리 아버지, 재활치료 하신 거, 나도 뒤늦게 안 사실인데.
강모 : ... 아무튼, 축하한다. 만보건설, 회장 자리 지키게 된 것도..
정연 : .. (보는데)
강모 : (시계를 보고) 다시 현장에 나가봐야 돼. 날 보러 온 용건이 뭐니?
정연 : .. (핸드백에서 메모지를 꺼내 건넨다) 이거.. 아버지가 너한테 갖다 주랬어.
강모 : ...! (메모지를 보며 놀라서)
정연 : (조심스럽게) 이대수란 분.. 내가 알아도 되는 분이니?
강모 : .. (메모지 집어넣고) 아니, 몰라도 돼. (커피 마신다)
정연 : .. (보다가) 아버지 곧, 미국 가셔. 거기서 치료 받으실 거야.
강모 : (마시다가, 본다)
정연 : (그 시선에 조금 당혹) 그냥... 니가 알아야 될 것 같아서.
(정연, 일어서서 나간다.
강모, 잠시 생각에 잠기며 커피 잔을 드는데.. 입구쪽에서 성모가 강모쪽을 보고 있다.
정연이 커피숍 밖으로 나가고 나면 성모가 다가가 앞자리에 앉는다)
강모 : 형?
성모 : ... 너 아직도 황정연을 돕고 있는 거냐?
강모 : (자리에서 일어나며) 일어나, 형. 갈 데가 있어.
성모 : 강모야.
(강모, 메모지를 건넨다. 성모가 보면 ‘양수리 공원묘지.. 이대수..’)
성모 : ..! (놀라서) 이게 대체 뭔데?
강모 : 나도 가봐야 알겠어.
씬14. 공원묘지 봉분 근처
(강모와 성모가 다가온다. 강모의 손에 어육포와 술이 든 봉지가 들어 있고..
강모와 성모,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뭔가를 애타게 찾는데...
이때, 강모가 이대수의 묘를 발견한다. 비석에 새겨져 있는 이대수의 선명한 이름 석 자..
강모, 놀라서 다가간다. 무릎을 꿇고는 비석을 어루만지는데.. 성모, 비석에 새겨진 이름을 보더니 굳어진 채...)
강모 : (눈물 고이고) 아버지야... 아버지, 찾았어, 형...
성모 : .. (다가와서 믿기지 않은 듯)
강모 : (무덤을 쓰다듬으며) 아버지... 여기 계셨어요? (눈물) 저, 말썽꾸러기 강모에요...
성모 : .. (눈물 고인다) 아버지..
- 시간경과
(성모가 봉분 앞에 술을 따른다. 강모와 함께 큰 절을 하고... 성모, 봉분에 술을 뿌려준다)
성모 : (무덤을 어루만지며) 돌아가시기 전에... 저한테 말씀하신 거 기억하세요?
가족을 지키려면 용기가 필요하다고 하셨잖아요...
강모 : (눈물 고이며) 죄송해요, 아버지... 제가 엄마, 못 지켜드렸어요.. 우리 막내, 준모도 제 손으로 입양 보냈어요.
절 혼내주세요.. 못났다고 꾸짖어 주세요, 아버지... 아버지..!! (우는데)
성모 : (눈물 흘리며) 강모 탓 아니에요. 다 제 탓이에요. 제가 못났어요, 아버지.. 용서해주세요, 아버지..
강모 : 아버지.. (우는데)
(두 형제가 무덤을 끌어안고 흐느끼듯 운다)
씬15. 동, 봉분 앞 (시간경과)
(멀리 노을이 지고 있다. 강모와 성모가 먼 곳을 보며 앉아 있고..
성모, 가져온 약주을 한 모금 마시더니 강모에게 건넨다. 강모, 그 술을 마시고...)
성모 : 미주가 알면 좋아했을 텐데..
강모 : 다음엔 미주도 데려 와야지.. 아버지가 좋아하실 거야.
성모 : ... 그동안 아버지 묘소를... 황회장이 돌봤다는 거니?
강모 : 사고 당일 날, 나한테 전화했었어. 반가운 사람을 만나게 될 거라고..
성모 : ...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한 죄.. 그 어떤 걸로도 용서 받을 수 없어.
강모 : ... (괴롭다, 술 마시고) 알아, 형.. 다 알아...
성모 : .. (미소, 어깨에 손을 올리며 다독여주고)
씬16. 술집 룸 안
(상류층 자제 너댓 명이 여자들을 끼고 술을 마시고 있다. 10부, 15씬에 나왔던 민우의 친구들이다. 민우가 들어서자..)
친구 1 : 어, 민우야, 어서 와라. (여자들에게) 야, 니들 다 나가 있어.
(여자들이 다 나간다. 민우, 자리에 앉고...)
친구 2 : 요즘 모임에 통 안보이더니 어쩐 일이냐?
민우 : 니들 돈 벌고 싶지 않냐?
좌중 : ...?
민우 : 내가 만보건설을 인수할 생각이거든. 나한테 투자들 좀 해라.
친구 1 : 거기, 지금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잖아.
민우 : 그거 내가 일부러 떨어뜨리고 있는 거야. 인수하려고...
친구 2 : 확실 한 거냐?
민우 : 대한민국에서 내노라하는 재벌 집 자제분들한테 내가 헛소리 하겠냐?
친구 1 : 민우라면 난 믿어. (민우에게) 투자 할게.
민우 : 고맙다.
친구 2 : (술을 따라 주며) 조민우가 만보건설 먹겠다는데, 여기 반대 할 놈 누가 있냐? 한잔 하자, 민우야.
친구 1 : (잔 들고) 자, 조민우의 미래를 위하여..
(다들 건배하며 술을 마신다. 민우, 술잔 털어 넣고 야심만만한 눈초리로..)
씬17. 경옥의 아파트 안 (그 밤)
(태섭이 휠체어에 앉아 있고, 정연이 그 앞에 앉는다)
정연 : 아버지.. 한 가지만 여쭤볼게요. 아버지 돌봐준 사람.. 이강모 맞아요?
태섭 : .. (본다)
정연 : 그 동안... 강모가 아버지 돌봐 준 거예요?
태섭 : .. (고개 끄덕인다)
정연 : ..!! (놀란다)
태섭 : 저, 정연아... 니가... 오해 했어.... 강모... 가 나... 사... 살렸다....
정연 : ...!! (충격)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버지 쓰러뜨린 거, 강모 아니란 거예요.
태섭 : (끄덕이는) 이번에... 회사 지킬 수... 있었던 것도... 다 강모... 덕이야... 미국... 가기 전에... 강모... 보고 싶다...
정연 : ...!! (놀라는데)
씬18. 동, 아파트 단지 내 (밤)
(충격으로 멍하게 걸어오던 정연... 벤치에 풀썩 주저앉는다. 그 위로..)
정연 E : 우리 아버지 저렇게 만든 거.. 이강모, 너라는 거 알아.
- 인서트
강모 : 니가 뭘 어떻게 생각하든 니 자유야. 어쨌든 내 목표는 만보건설을 꺾는 거니까.
-인서트 32부 64씬
정연 : .. (술 한 모금 털어 넣고) 한강건설... 나한테 넘겨.
강모 : ..! (본다)
정연 : 회사 나한테 넘기고, 너 이 바닥에서 사라져. 경영에 참여 안 한다는 조건으로, 섭섭지 않게 보상해 줄수 있어.
강모 : (노려본다) 넌 내 꿈이 뭔지 알아.. 그 꿈을 짓밟겠다고?
정연 : 너 따위가... 감히 나와 같은 꿈을 꾸고 있는 것조차 참을 수가 없으니까..
- 다시 현실
정연 : (눈물이 고인 채) 강모야.. 우리 어쩌다 이렇게 된 거니? 바보같이.. 차라리.. 끝까지 증오하던가...
그럼 나도.. 널 미워하는 척 할 수 있었잖아.. (울음 터진다) 미안해, 강모야.. 미안해..
내가 널.. 너무 많이.. 많이 사랑했었나 봐.. 우리.. 이제 어떡하면 좋니? 어떡하면 좋아, 강모야.. (운다)
씬19. 한강건설 공사현장 (낮)
(정연, 급하게 차를 세우는데... 강모와 시덕, 소태, 영출, 경자가 점심을 먹으러 걸어 나온다.
정연, 가만히 강모를 본다. 숨을 길게 내쉬는데... 정연, 백미러로 얼굴을 보고 차에서 내린다.
정연... 강모, 앞에 다가와 서면)
경자 : 언니?
영출, 소태 : ..? (의아해서 보면)
시덕 : 얼른 점심 먹으러 가자구요. 배고파 죽겠네.
(시덕이 영출, 소태, 경자를 끌고 자리를 피해준다. 잠시 보는 강모와 정연..)
정연 : 아버지가 널 좀 보고 싶어 하셔.
강모 : 난 뵐 이유 없어.
정연 : 아버지한테 얘기 다 들었어.
강모 : ...!! (본다)
정연 : (E, 마음의 소리) 미안하단 말도, 고맙단 말도 안 할게. 그게 강모 널 더 괴롭히는 거니까...
강모 : 니가 뭘 어디까지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연 : (OL) 걱정 마... (눈물 차오르는 거, 꾹 참고, 미소) 절대 조필연 부자한테, 우리 만보 건설 안 뺐겨.
강모 : ..
정연 : 니가 원하는 거잖아. 꼭 내손으로 지켜내서... 너랑 정정당당하게 겨룰 거야.
강모 : ... (가슴 아프게 보는데)
씬20. 아파트 거실 안
(태섭이 휠체어에 앉아 창밖을 보고 있다. 영국이 있고..
초인종 소리가 들리면 영국이 문을 열어준다. 들어서는 강모와 정연..)
정연 : 아버지.. 강모 왔어요.
(태섭, 돌아본다. 영국이 휠체어를 끌고 강모 앞에 서고..
잠시 시선을 마주치는 태섭과 강모... 태섭의 눈가가 젖어오기 시작한다)
태섭 : .. 자.. 잘못... 했다.. 강모야... 나... 날.. 용서.. 해 줄 수 있겠니..?
강모 : ...
태섭 : 니 아부지.. 대수.. 그 놈... 내... 형제 같던 놈이야... 조필연 한테 속아서.. 둘도 없는 내 친구를 죽게 했어...
그 죄 다 받으려면.. 나 평생... 이러구 살아두.. 아무 여한 없다...
강모 : ... (눈물 고인다)
태섭 : 강모야... 너한테 용서 못 받으면... 살아도.. 산 거 아니다.. 날.. 날 용서해 줘, 강모야... 응? 강모야... (우는데)
강모 : (태섭의 손을 잡는다)
태섭 : .. (울며) 가.. 강모야...
강모 : 미국 가서.. 꼭 다 나아서 돌아오세요.
태섭 : 고맙다.. 고맙다, 강모야..
(태섭이 울면서 강모를 끌어안는다. 강모, 잠시 갈등하다가 천천히 손을 올려서 태섭을 안아주고..
이를 보는 정연의 눈가에 눈물이 고여 오는데... 강모와 눈이 마주친다. 정연, 외면하고... 복잡한 강모의 표정에서..)
씬21. 요정집, 방안
(민우와 정식이 술을 마시고 있다. 정식, 술에 취해 있고...)
정식 : 이젠, 난 끝났어... 다 끝났다구...
민우 : .. (술 따라주며) 정식아.. 너 지금 회사 돌아가는 사정 모르지?
정식 : 그딴 거, 이제 관심 없다.. (술 마시는데)
민우 : 곧 만보건설, 일차부도 날거야.
정식 : ..! (본다) 뭐? 부도?
민우 : 주거래 은행이 곧 등을 돌릴 거란 정보다. 우리 회사 주식, 곧 휴지 조각이 될 거야.
정식 : (놀라서) 미, 민우야... 그, 그럼 어떻게 되는 거냐?
민우 : 너하구 어머니가 가지고 있는 주식... 더 떨어지기 전에 팔아.
정식 : 주식을 팔라구?
민우 : 얼마 전에 친구 놈들 모임에 갔다 왔다. 거산자동차.. 대양 상사.. 한국그룹... 동국은행... 그 놈들 다 재벌 집 아들이잖아.
정식 : 그 놈들이 우리 주식 산데?
민우 : 나한테 투자 한댔어. 내가 사들이는 거야.
정식 : 너 혹시.. 우리 만보건설 꿀꺽 하려고 그러는 거 아냐?
민우 : 부도난다는 말 못 들었어? 나 지금 목숨 걸고 이 짓 하는 거야. 그 놈들, 내 말에 속아서 투자하는 거구..
정식 : ...
민우 : 입사해서 지금까지 회사를 위해서 몸을 던졌어. 이대로 만보건설 공중분해 될까봐.. 내 딴에는 발악하는 중이다.
정식 : ...
민우 : 일차부도나면 이 차, 삼차... 걷잡을 수 없게 될 거다. 더 떨어지기 전에 어머니하고 상의해서 파는 게 좋을 거야.
(술 마신다)
정식 : .. (심각하게)
씬22. 한강건설 사장실
(강모와 윤기훈이 마주 앉아 있고...)
기훈 : 방금 은행장들 정기 모임에 다녀오는 건데.. 만보건설이 좀 위험해.
강모 : 무슨 말씀이세요?
씬23. 만보건설 로비
(휠체어에 앉아 있는 태섭... 주영국이 끌고 나오고 있다. 정연이 따라 나오고 있고..
임직원들이 나와서 태섭을 배웅중이다)
임원 1 : 회장님..! 꼭 완치하고 오십시오.
여직원 1 : 기다릴게요, 회장님..!!
직원 : 황태섭 회장님 파이팅..!
직원들 : 화이팅..!!
(임원들이 몰려들면 태섭이 일일이 그들의 손을 잡아준다. 정연, 그런 모습을 보며 가슴 뭉클하게..)
영국 : 공항까지 나올 거 없어.
정연 : 아니에요. 아버지 떠나시는 거 볼게요.
(이때, 대리 1이 급히 달려온다)
대리 1 : 이사님..! 이사님...!!
정연 : 무슨 일이에요?
(대리 1, 주변을 살피고는 정연에게 귓속말을 전한다. 정연, 크게 놀라는데..)
영국 : 무슨 일인데?
정연 : 네? 아, 아니에요... 전, 주이사님 말씀대로 여기서 작별해야 할 것 같아요. 아버지, 잘 부탁 드려요.
영국 : 걱정 마라, 정연아..
정연 : .. (미소 보이고는, 태섭에게) 아버지... 회사 걱정 마시고.. 꼭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오셔야 돼요?
태섭 : ... (손을 잡아준다)
(영국이 휠체어를 끌고 나간다. 임직원들이 일제히 인사를 하고..
정연이 이를 보다가 급히 들어간다. 대리 1이 따라 들어가고..)
씬24. 동, 복도
(정연과 대리 1이 급히 걸어가며..)
정연 : 무슨 말이에요? 어음이 돌아오고 있다니요?
대리 1 : 주거래 은행인 고려은행에서 대출 연장 기한을 취소했습니다.
정연 : (걸음 멈추고) 갑자기 왜요?
데리 1 :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공사 중단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정연 : 차 대기하세요. 당장 은행장을 만나야겠어요.
대리 1 : 예, 이사님.
정연 : 그 전에, 우선 오늘짜 어음부터 막으시구요.
대리 1 : 알겠습니다, 이사님.
씬25. 은행 건물 앞
(승용차가 서 있고... 은행장과 수행원 두어 명이 다가온다. 정연이 급히 다가오며...)
정연 : 은행장님..!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갑자기 어음이 왜 돌아오는 건데요?
행장 : 회사 사정, 황이사께서 가장 잘 아시지 않습니까? (가려는데)
정연 : (잡는다) 은행장님..!
행장 : 지금 바쁩니다.
(수행원들이 정연을 떼어놓는다. 은행장, 승용차를 타고 출발해 버리고.. 정연, 망연하게 보고 있는데..
그 일각, 승용차 안.. 운전석의 시덕과 강모, 윤기훈이 정연쪽을 보고 있다)
기훈 : 주거래 은행에서 등을 돌렸다는 걸 알고 다른 곳에서도 어음을 돌리고 있어.
강모 : ..
기훈 : 이대로라면, 일차부도가 나는 건, 시간문제가 되고 말거다.
강모 : 만보건설 주식이 더 곤두박질 칠겁니다. 조민우가 이 기회를 절대 놓 치지 않을 거예요. 주식 동향을 잘 파악해 주세요.
기훈 : 알았다.
강모 : ... (안타깝게 정연을 보는데)
씬26. 일식집 방안
(민우와 친구 네명이 모여 있다. 들어서는 은행장...)
행장 : 미안합니다. 제가 좀 늦었습니다.
민우 : 아닙니다, 은행장님. 소개해 드리죠. 여긴 제 투자자들입니다.
행장 : (친구 1에게) 이회장님은 잘 계시죠?
민우 : 아십니까?
행장 : 그럼요, 여긴 거산 자동차 차남이시고.. 여긴 대양상사... (민우에게) 투자자들께서 아주 대단하신 분들이군요.
민우 :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만보건설 인수 조건에 대해서 조언을 좀 부탁드립니다.
행장 : 만보건설을.. 인수하실 생각이 있으신 겁니까?
민우 : 물론이죠.
씬27. 한옥집 방안
(정연이 와서 앉아 있다. 백파가 난 잎을 닦으며 있고.. 경옥이 긴장 한 채..)
경옥 : 어르신.. 황정연양이..
백파 : 아직도 안 갔나?
정연 : 도와주십시오, 어르신.
백파 : 난 자선 사업가가 아니네. 그만 돌아가.
정연 : 곧 공사만 재개되면 모든 게 정상화 될 겁니다. 그때까지만...
백파 : 경옥아, 어서 손님 보내드려라.
경옥 : 어르신..
백파 : 너까지 귀가 먹은 게냐..!
(정연, 인사하고 나간다. 경옥이 따라 나가고...)
씬28. 동, 거실
(정연과 경옥이 나온다)
경옥 : 어르신은 내가 다시 한 번 설득해 볼게요.
정연 : 꼭 좀 부탁드릴게요.
경옥 : 분명히 뭔가 배후에 있어요.
정연 : ..! 누군가가 이 모든 걸 조장하고 있단 말씀이신가요?
경옥 : 그렇지 않으면 상황이 이렇게 갑자기 나빠질 리 없어요.
정연 : .. (심각하게, 뭔가 생각)
씬29. 동, 방 안
(들어서는 경옥... 백파 앞에 앉고)
경옥 : 만보건설에 우리가 투자한 돈 때문이라도, 이대로 보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어르신.
백파 : 이미 다 팔았다.
경옥 : 네?
백파 : 며칠 전에 은행장한테서 연락이 왔어. 이런 날이 올 줄 알고, 미리 다 내다 팔았어.
경옥 : 어르신... 그동안, 어르신을 모신 절 봐서라도 이번 한번만 도와주십시오.
백파 : (본다)
경옥 : 제가 이제까지 어르신 밑에서 견딜 수 있었던 거.. 제 딸아이한테 힘이 되 주기 위해서입니다.
백파 : 니가 딸을 위한다면... 만보건설 버려라.
경옥 : ...!! (놀라서, 본다)
백파 : 진실로 니 딸이... 성공하길 바란다면...그 아일 지옥 불구덩이에 밀어 넣고, 스스로 살아서 올라오게 하란 말이다.
경옥 : 어르신..!
백파 : 이번 한번 도와준다고, 그 아이 인생이 나아질 것 같으냐? 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잡는 법을 가르쳐야지.
경옥 : 어르신...
백파 : 내 눈이 틀림없다면, 정연이란 그 아이, 밟으면 밟을수록 강해지는 아이야. 난 만보건설 도와줄 생각 없다.
에미랍시고 값싼 동정이나 남발하는 니 방식도 맘에 안 들어. 내 말뜻 알아들었으면 그만 나가 보거라.
경옥 : ...
씬30. 유치장 면회소
(정식이 와 있다)
남숙 : 뭐? 부도?
정식 : 어, 지금 회사가 난리 났어, 엄마.
남숙 : 아니, 정연이 이 기집애는 대체 회사를 어떻게 운영하는 거야?
정식 : 민우가 우리더러 회사 지분, 자기한테 팔라는 데 어떡하지?
남숙 : 뭐? 걔가 그걸 사서 뭐하게?
정식 : 뻔하지 뭐. 지도 회장님 소리 한번 듣구 싶은 거겠지.
남숙 : 됐어. 만보건설,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가는 꼴, 내 눈으로 못 봐.
정식 : 어차피, 나 회장 되는 것두 글렀어, 엄마. 이럴 바엔 주식, 더 떨어지기 전에 차라리 현금이나 두둑이 가지는게 난거 아냐?
남숙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 회사가 어떤 회산데..?
정식 : 우리, 회사에 미련 갖지 말자, 엄마. 아버지랑 이혼까지 하게 된 마당에 그딴 회사가 대체 뭐라구..
남숙 : (눈물 고이며) 너... 꼭 만보건설 회장 만들고 싶었는데... 난 못해... 그렇겐 못해... (운다)
정식 : 엄마... (한숨 내쉬는데)
씬31. 민우 아파트 안
(문성중이 와 있다. 민우가 서류를 검토하며.. 이때, 전화벨소리.. 민우, 수화기를 들고 네.. 하는데..)
정식 : (F) 나야, 정식이..
민우 : 어머니하고 상의는 좀 해 봤냐? (눈빛 번뜩이며, 회심의 미소) 그래? 잘 생각했다. 내일 한강 호텔 커피숍에서 만나.
인감도장 잊지 말고.
(민우, 수화기를 놓는다. 잠시 생각하다가)
민우 : 문 과장님.... 비밀자금, 곧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준비해 두세요.
성중 : 예, 알겠습니다. (밖으로 나간다)
(민우, 양주 한 병을 꺼내서 잔에 따른다. 창밖을 보며 술 한 모금 마시고..)
민우 : 미주야.. 조금만 기다려라. 곧 내가 널 찾아갈 테니까..
씬32. 선술집 안
(민홍기와 오병탁, 한명석이 앉아 있고, 강모가 열심히 고기를 굽고 앉아 있다. 먹음직스런 갈비가 구어지고...)
홍기 : 자네 너무 한 거 아냐? 위원장님 모시고 대접 한번 하겠다고 하더니..
강모 : (뻔뻔하게)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돈을 많이 못 벌어서요.
병탁 : 아냐, 아냐... 자네 덕분에 이런데서 탁배기 한잔 하는 거 얼마만인지 몰라.
명석 : 그러게요. 이런데서 현직 의원 두 분과 있으니까 색다른데요?
홍기 : (하하 웃고) 그러고 보니까, 이사장, 센스가 보통이 아냐?
강모 : 고맙습니다. (고기 건져주며) 많이 드십시오.
병탁 : 근데, 요즘 눈코 뜰 새도 없이 바쁠 텐데 고기나 구어주려고 이런 자릴 만든 건 아닐 테고...
강모 : 실은.. 여기계신 분들께 부탁이 있습니다.
병탁 : 것 봐, 내가 뭐랬어? 이거 또 청탁이라니깐.
강모 : 만보건설 아파트 공사, 다시 재개 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좌중 : ..?
명석 : 이사장 또 그 부탁이에요?
홍기 : 자네, 황태섭 회장이 쓰러지는 거 보더니 마음이 약해졌구만.
강모 : 만보건설이 이대로 무너지는 거, 건설업계에서도 큰 손실입니다. 부탁드립니다.
명석 : 아직 소식을 모르나보군요. 오늘 만보건설, 일차부도 맞았어요.
강모 : ..!! (놀란다)
명석 : 은행가에서 나온 소식으로는, 조민우 실장이 곧 만보건설을 인수한다는 정보에요.
강모 : .. (놀라서)
홍기 : 조민우 실장이라면? 조필연이 아들 아닌가?
명석 : 맞습니다.
병탁 : 그럼 뭐야? 조필연이, 지 아들, 만보건설 먹어치우라고 일부러 공사를 방해했다는 거야?
명석 : 그렇게밖엔, 다른 생각이 안 드는군요.
강모 : .... (놀라서)
병탁 : 이봐, 고기 타.
씬33. 만보건설 회의실 안 (다음날 낮)
(은행장이 와 있다. 정연과 두어 명의 임원들이 있고...)
행장 : 만보건설에 투자를 하겠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정연 : 네?
행장 : 저하고 같이 왔는데, 만나 보시겠습니까?
정연 : ...
행장 : 들어오세요.
(민우와 친구들 네 명이 들어선다. 정연, 민우를 보더니 놀라서..)
민우 : 오래 전에 본적 있으시죠? 제 투자자들입니다.
정연 : ... (친구들을 본다)
민우 : (수표가 든 봉투를 내민다) 내일짜 어음을 막을 돈입니다.
정연 : ..!! (놀라서 보는데)
민우 : 이 분들 요구 조건은 황태섭 회장님의 전격 사퇴와... 회장님께서 소유했던 회사 지분을 모두 포기하는 것입니다.
정연 : .. (노려본다)
민우 : 물론 공석인 회장 자리는, 만보건설 지분 삼십 프로를 가지고 있는 제가 취임하게 될 겁니다.
물론, 이분들 조건 중에 하나구요.
정연 : ...!! 삼 십프로라니요? 조실장이 만보건설 지분을 삼십 프로나 갖고 있다고요?
민우 : 확인해 보시면 알 겁니다. 요구조건을 수용하시겠습니까?
정연 : .. (노려보는데)
민우 : 내일까지 결정해서 통보해 주시죠. 기다리겠습니다.
(민우, 인사하고 친구들과 나온다. 정연, 잠시 생각하다가 쫓아나가고)
씬34. 동, 복도
(민우와 친구들이 웃으면서 나오고 있다. 정연이 쫓아 나오며..)
정연 : 야, 조민우..!!
좌중 : .. (멈춘다)
민우 : 니들 먼저 나가 있어라.
(친구들, 느물거리며 정연을 훑어보고 나가고 나면...)
민우 : 더 할 얘기 없는 거 같은데...
정연 : ... (노려보다가) 너하고... 니 아버지가 우리 아파트 공사 못하게 막은 거 다 알고 있어.
민우 : (차갑게) 황정연... 니 능력으론 여기까지가 한계야.
정연 : ...!! 뭐?
민우 : 넌 절대... 나도, 이강모도 이길 수 없어. 나나 이강모를 원망하기 전에 니 능력부터 돌아봐.
정연 : ... (믿지 못하겠다) 아직 아니야... 아직... 아직 안 끝났어...
민우 : 내일까지 니가 오십억을 만들 수 있을까? 아... 내일 모레, 사십 오억 그 다음엔...
(고개 가로저으며) 여기가 종착역이야. 너, 이제 하차할 일만 남았어..
(민우, 냉정하게 돌아서서 간다. 정연, 어찔해서 벽을 짚고 지탱하며...)
정연 : 아냐... 아냐... 나, 아직 안 져.. (눈물 고이며) 안 빼앗겨... 절대... 못 빼앗겨... 지지 않을 거야.. (눈물이 주르르 흐르며)
씬35. 로열클럽 전경 (밤)
씬36. 동, 룸 안
(정연이 술을 마시고 있다. 경옥이 마주 앉아서 안타깝게 정연을 보고 있고...
정연, 약간의 취기... 두어 잔 연거푸 마시다가 경옥과 시선 마주친다)
정연 : (웃어 보이며) 한잔 하시겠어요?
경옥 : 그만 마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너무 많이 마시잖아요.
정연 : ... (보다가, 피식 웃고, 술 따르며) 예전에.. 제가 술 마시면 꼭 잔소리 하던 녀석이 있었어요.
경옥 : .. (보면)
정연 : 가족도 아닌 게.. 꼭 나한테 피붙이처럼 굴었는데...
경옥 : .. (가슴 짠하고) 회사... 가망 없는 거예요?
(정연, 쓰게 웃으며 한잔 마신다. 경옥, 더 보기 가슴 아프다. 자리에서 일어서서 나가는데...)
씬37. 동, 밖 복도
(경옥이 나오는데 문 앞에 강모가 서 있다)
강모 : 잠깐 저랑 얘기 좀 하시죠.
씬38. 동, 사장실 안
(들어서는 경옥과 강모...)
강모 : 내일.. 만보건설, 조민우한테 넘어갑니다. 이대로 두고만 보실 겁니까?
경옥 : ...
강모 : 정연이 살릴 사람, 지금 사장님밖엔 없습니다. 아시잖아요.
경옥 : 어르신이 반대하세요.
강모 : (버럭) 정연이 낳아주셨잖아요..!!
경옥 : ..! (본다)
강모 : 정연이가.. 어릴 적부터 애타게 찾던 엄마잖아요. 그래도.. 그래도 안되는 겁니까?
경옥 : ... 어르신이 안된다고 하시면... 내 능력 밖이에요.
강모 : .. (노려보다가) 한강건설을 담보로 내놓겠습니다.
경옥 : ..!! (크게 놀란다)
강모 : 그걸로... 정연이 살려주세요.
경옥 : 직접 가서 어르신한테 말씀 드려보세요. 아마 문전에서 쫓겨나고 말거예요.
강모 : ... (안되는 구나, 허물어지듯)
경옥 : 정연이.. 내가 알아서 할 거예요. 이강모 씨, 정연이한테 이럴 권리도, 의무도 없는 사람이잖아요.
강모 : 예.. 맞습니다.. 전 정연이한테... 아무것도 아니에요.
(강모, 힘없이 밖으로 나간다. 경옥, 안타까움에 눈물이 고이는데)
씬39. 동, 룸 안
(강모가 마음 아픈 얼굴로 들어선다. 정연, 강모를 보자 잠시 놀라다가 이내 표정 감추고..)
정연 : 뭐야? 일부러 날 찾아 온 거니?
강모 : (다가가 앉는다. 차갑게) 회사 다 망하게 됐다고?
정연 : .. (잠시 굳어지다가 다시 미소) 넌 도대체 나에 대해서 모르는 게 뭐니? 불쾌하네?
강모 : (술 따르고) 딱 세잔만 마시고 갈게. (한잔 털어 넣는다) 이유를 설명해줄까, 아니면 방법을 알려줄까?
정연 : ..?
강모 : 두 가지 다가 좋겠어. 너, 어릴 적에 흙장난 해봤지?
정연 : .. (호기심) 근데?
강모 : 갖고 싶어서 세게 쥐면 쥘수록, 손 안에 있는 흙, 다 빠져나가. 니가 망한 이유가 그거야.
처음부터 네 것이 아닌 걸.. 어울리지 않는 걸, 너무 세게 쥐었어.
정연 : ..
강모 : 그럴 바엔 차라리.. 손에서 놔버려.
정연 : 만보건설을.. 내 손으로 버리라고?
강모 : 그래.. (술 따르며) 너, 딴 걸 손에 쥐면, 이것보다 훨씬 잘 할 거야. 그러니까 미련 갖지 말라고..
정연 : (술 털어 넣는다)
강모 : .. (정연을 빤히 보며 한잔 털어 넣고) 이제 한잔 남았다. 방법을 알려줄게. (술 따르며) 당당해라.
정연 : ..? (본다)
강모 : (본다) 빼앗기는 게 아니라 줘버리는 거야. 탐욕에 미친놈들한테..
정연 : ...
강모 : 턱을 당기고, 눈을 치켜 떠. 그리고... 도도하게 작별을 고해. 다 던져주고 가는 사람처럼...
정연 : .. (눈물 고인다, 술 털어 넣으면)
강모 : .. (정연을 보며, 털어 넣는다) 울면 지는 거다.
정연 : ..! (본다)
강모 : 화나고 억울할수록, 눈물 따위 보이지 말라고. 내가 그렇게 살아와서 알아. 어떤 게 빼앗기는 거고, 어떤 게 주는 건지...
정연 : .. (보는데)
강모 : (일어선다) 석잔 다 마셨으니까 그만 가야지? (미소 보이며) 너.. 망하는 게 아니라, 새로 시작하는 거야. (가려는데)
정연 : (눈물 핑 도는 거 참으며) 우리.. 우린 악연이야.
강모 : (뒤 돌아 본다. 가슴 아픈)
정연 : (외면하고 술 마시며) 잠시 니가 그걸 잊은 거 같아서...
(강모, 나가면... 정연,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데..)
씬40. 만보건설 전경 (아침)
씬41. 동 로비
(도도한 발걸음으로 들어서는 정연, 보는 사람마다 웃음을 보이며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에요, 먼저 인사를 건넨다.
오늘이 마지막 출근임을 아는 직원들이 어색하게 인사 받으며, 정연을 보며 소곤대는데..
정연, 아랑곳 않고 당당한 발걸음으로...)
씬42. 동, 회의실 안
(주주들이 몰려 와 있다. 투자자 친구들이 보이고... 남숙과 정식, 필연과 명자, 고재춘들이 있다.
주주들 사이에 경옥이 앉아 있고... 그 맨 뒤쪽에 강모와 시덕이 앉아 있다.
앞쪽에 민우와 정연이 앉아 있고 은행장이 앞에 나서서... 긴장된 분위기..)
행장 : 황정연씨와 조민우씨는 인수 합의서에 서명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정연과 민우가 앞에 나온다)
행장 : 먼저, 황정연양이 서명해 주십시오.
(정연, 도장을 빼들고 잠시 합의서를 보는데... 눈물이 나려한다.
민우와 시선이 마주치는 정연.. 애써 미소를 보이며 도장에 인주를 묻히고 합의서에 찍는다.
얼굴로는 웃지만 부들부들 떨리는 손... 강모, 굳어진 채로 보고 있고...
이번에는 민우가 득의양양하게 도장을 찍는다. 터져 나오려는 환희를 참고 있는 조필연...)
행장 : 이로서, 만보건설의 주주들 앞에서 양측이 인수 합의서에 합의도장을 찍었습니다.
우선 황정연양의 이임인사가 있겠습니다.
(정연, 단상 앞에 선다. 아무렇지 않은 듯 당당하게 좌중을 보다가..)
정연 : 저는 만보건설의 발전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합니다. 저는 비록 떠나지만.. 제 부친인 황태섭 전 회장님의..
(울컥한다, 겨우 참아내며, 미소) 전회장님의 청춘과 열정이 배인 이 만보건설을... 새로운 회장님과 주주분들께서...
끝까지 지켜주시리라 믿습니다. 그 동안.. 즐거웠습니다.
(정연, 인사하고 단상을 내려온다. 조민우와 마주치자 무섭게 노려보며... 치열하게 부닥치는 민우와 정연의 짧은 시선...
정연, 주주들을 가로질러 뒷문으로 걸어 나간다. 민우가 단상 앞에 나서고...)
민우 : 그동안 우리 만보건설,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맹세컨대, 업계 일위 탈환과 글로벌한 대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조필연들과 주주들이 박수를 친다.
걸어 나오는 정연의 등 뒤로 쏟아져 나오는 박수소리들... 정연, 이를 악물며 태연하게 걸어 나가는데..
이를 보는 강모의 안타까운 표정에서... 정연이 나가도 여전히 계속되는 박수와 함성...
민우가 단상 위에서 의기양양하게 손을 들고 답례하고... 이를 노려보는 강모...)
강모 : (E) 지금 이 환호를 잘 기억해라, 조민우... 마지막엔, 세상에서 가장 뼈아픈 탄식으로 바뀌게 될 테니..
씬43. 동, 로비
(경비만 서 있는 빈 로비... 당당하게 걸어 나오던 정연이 마지막 로비 앞에서 무너진다.
주변을 애타게 둘러보는 정연... 그 시야에 들어오는 만보건설의 마지막 모습들...
정연, 끝내 울음을 터뜨리며 걸어 나가는데..
늙은 경비원이 아무도 보지 않는 정연의 뒷모습에 거수경례를 올려준다)
씬44. 어느 강변
(정연이 혼자 앉아 있다. 손에 들려있는 사진 한 장... 어느 파티장 쯤에서 황태섭과 정연이 필장을 낀 채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다.
정연의 시야에 들어오는 태섭의 환한 얼굴... 그 위로...)
- 인써트 (과거, 5부, 50씬)
(황태섭이 만보건설 입간판을 걸고 있다. 남숙과 정식, 정연, 주영국과 문성중, 여비서들이 지켜보고 있고...)
태섭 : (감격스럽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이 황태섭이, 만보건설을 우리나라 제일의 건설사로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일동 : ... (박수 치고)
(황태섭,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 흐뭇한 표정으로 간판을 어루만진다. 정연, 그런 태섭을 무표정하게 보는데..)
- 다시 현실
(사진 위로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정연 : (울며) 죄송해요, 아버지... 제가... 만보건설, 잃어버렸어요... 아버지 평생 꿈을... 제가 다 망쳤어요..
죄송해요, 아버지.. (우는데)
(그 일각의 승용차 안... 운전석의 강모와 조수석의 경옥이 안타깝게 정연을 보고 있다. 두 사람, 애써 눈물을 참으며..
경옥이 차에서 내린다. 강모, 차를 몰고 자리를 뜨는데...)
씬45. 동 그 강변
(경옥이 다가온다. 정연, 얼른 사진을 집어넣고, 눈물을 훔치는데... 경옥이 그 옆에 앉는다)
경옥 : 오늘 이 취임식 장에서 아주 멋졌어요.
정연 : ..
경옥 : 앞으로 뭘 할 생각이에요?
정연 : 글쎄요.. 뭘해야 할지..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네요.
경옥 : .. (보다가) 백 원짜리 한 장으로 뭘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정연 : ..? (생각해 보지만)
경옥 : 버스 토큰, 얼만지 알아요? 시장에서 생선 반 토막, 안 사봤죠?
정연 : .. (본다)
경옥 : 오십억, 백억을 만진 사람들은 십 원, 백 원의 무서움을 몰라요.
조직을 이용해서 백억은 벌어도 자기 몸뚱아리로 단돈 천원을 못 만들죠.
정연 : ...
경옥 : 백 원짜리들이 모여서 백억을 집어 삼키는 거, 알아요? 그게 바로.. 사채에요.
정연 : ..!! (크게 놀란다) 사.. 채?
경옥 : 생각 있으면 날 찾아와요. 그 전에, 명심해야 할 게 있어요.
만보건설 회장 딸, 황정연.. 껍데기부터 알맹이까지 다 버려야 한다는 거...
정연 : ...
경옥 : 바닥부터 기다보면, 입으로 흙먼지들이 들어갈 거예요. 그 진흙들을 다 먹으면... 그때서야 동전 한 개 주울 거구요.
그럴 각오 없으면 아예 찾아오지 말아요. (일어서서 간다)
정연 : .. (보는데서)
씬46. 몽타주
- 아파트 단지 내...
막 새로 지어진 아파트 입구다. ‘축, 한강건설 개포지구 아파트 완공’ 플래카드가 걸려 있고...
강모와 한명석, 남영출, 박소태, 염시덕, 경자와 오병탁, 민홍기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복자와 재수가 앞에 나와서 열열이 박수를 치고..
강모, 한명석에게 감사패를 받으며 악수를 하면 기자들이 후래쉬를 터뜨리며 사진을 찍는데..
- 어느 회의실 안..
문성중의 주재아래 민우와 터번을 쓴 아랍 사람이 조인서에 사인을 하고 악수를 한다. 카메라 후래쉬가 터지고..
그 뒤로 ‘축, 만보건설, 사우디아라비아 고속도로 건설’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 사무실 안...
오병탁과 민홍기가 신문을 보며 심각하게 이야기 중이다.
‘조필연 후보, 민정당 강남 갑지구 당선’ 타이틀 기사와 꽃다발을 목에 걸고 환호하는 사진속 조필연의 모습...
- 어느 지하실 안..
들이 닥치는 성모와 찬성, 안기부 수사관들... 마약 조직원쯤의 사내들이 도망치려고 달려드는데...
성모, 맨 앞에서 간결하고 빠른 공수도로 조직원들을 때려눕힌다.
두목쯤의 사내가 나이프를 빼들고 위협하더니 도망치는데.. 성모, 지체 없이 총을 빼들고 비정한 눈빛으로 방아쇠를 당긴다.
- 어느 재래시장...
소박한 차림의 정연이 지나를 데리고 시장상인들에게 일수 돈을 걷고 있다.
정연, 허물없이 상인들과 어울리며 밝게 인사하며... 반찬가게 반찬을 집어먹기도 하며..
순대 국밥집 앞, 노상에서 순대 한 접시로 끼니를 때우는 정연과 지나..
정연, 다리가 아파 연신 종아리를 주무르며 먹는데.. 언뜻 보이는 피곤함.
국밥집 안... 와이셔츠 차림의 강모와 시덕, 소태, 영출이 국밥을 먹고 있다.
시덕이 정연을 보고 놀라서 팔꿈치로 강모를 툭툭치곤 정연 있는 쪽을 가리킨다.
강모, 보면... 백팔십도 달라진 정연의 모습에 가슴이 저려오는데서...
- 자료화면... 86 아시안 게임 개막식 장면... 그 위로 자막... - 1986년 -
씬47. 정연네 집 안
(방 두 개짜리의 소박한 집 안 내부... 밥상위에 펼쳐놓은 지폐들과 동전들...
정연이 돈을 세고 계산기를 두드리며 일수장부에 열심히 납입내역을 기입하고 있다. 지나가 들어서며..)
지나 : 언니, 미국에서 편지 왔어.
(정연, 얼굴이 환해지며 얼른 뜯어서 펼쳐보는데..)
태섭 : (E) 사랑하는 내 딸, 정연아.. 여기 코쟁이 의사가 하는 말이, 이제 그만 다 나았으면 제발 좀 나가라는구나.
너, 그동안 고생 많았지? 그깟 회사 하나 잃어버리면 뭐 어떠냐? 아무 걱정마라 정연아..
정연 : .. (미소, 눈물 고여 있고) 아버지..
씬48. 로열클럽 사장실
(귀밑머리가 약간 희끗한 경옥이 태섭의 편지를 보고 있다)
태섭 : (E) 내가 다른 건 몰라도 경옥이 니 고마움을 잊으면 도그새끼다.
다 갚을게... 너한테 지은 죄.. 너한테 진 신세.. 그거 갚으려고 나, 못 죽고 다시 살아서 돌아가는 거야, 경옥아..
경옥 : .. (눈물 고인 채)
씬49. 한강건설 전경
(이전보다 큰 회사 사옥이다. 한강건설 로고가 보이고..)
씬50. 사장실 안
(강모가 업무 중인데 시덕이 들어선다)
강모 : 어떻게 됐니?
시덕 : 부산에 내려간 김에 포항, 울산 일대까지 다 찾아봤는데 니가 찾는 이미주가 아냐.
강모 : .. (실망한다) 알았어, 그만 가 봐, 시덕아.
시덕 : 너무 실망 마라. 어린애두 아니구 찾아오던가 하겠지. (나간다)
강모 : ... (한숨 내쉬며)
씬51. 일식집 방안
(강모와 성모가 앉아있고..)
강모 : (술 따르며) 과장 진급 축하해, 형.
성모 : 그보다도.. 미주 때문에 걱정이다.
강모 : 형도 못 찾으면 혹시 외국으로 나간 거 아냐?
성모 : 주소지 등록을 아예 안했어. 밀항이 아니면 외국으론 못나가.
강모 : (무겁고) 그때, 무조건 미주, 잡아야 했어. 아기까지 가진 채 무슨 험한 일을 겪었을 지 생각하면...
성모 : 우리 미주, 똑똑하니까 별일은 없을 거야. 곧 찾을 거다, 강모야.
강모 : ...
씬52. 만보건설, 회장실 안
(문성중이 와 있다. ‘회장, 조민우’ 명패... 민우가 책상을 내리치며 일어선다)
민우 : 자그마치 사년입니다, 사년..!! 만보건설 회장이, 사람 한명 찾는데 이렇게도 더딥니까?
성중 : (쩔쩔매며) 죄송합니다, 회장님. 경찰에 협조를 구해 봐도 도무지...
민우 : 안되면 경찰청장이라도 불러 오세요..! 이 나라를 다 뒤져서라도 찾아 내란 말입니다..!!
성중 : 알겠습니다, 회장님... (급히 나간다)
민우 : .. (자리에 앉아서 넥타이를 확 잡아 끄르며) 미주야.. 너, 정말..!
(하다가 감정 누그러뜨리며) 제발... 내 앞에 좀 나타나줘, 미주야...
씬53. 바그다드 극장 전경 (밤)
(바그다드’ 이름이 선명한 네온사인... 화려한 극장식 클럽이다)
씬54. 동, 홀 안
(제법 큼지막한 무대... 홀 안에 손님들이 모여들고 있다. 한명석이 몇몇 사람들과 나타나자 지배인이 나서며 맞이하고..)
지배인 : 어서 오십시오, 부시장님. 요 앞자리 준비했습니다.
명석 : (일행들에게) 가서 앉읍시다.
(명석과 일행들이 지배인의 안내를 받으며 앞자리에 앉는다)
씬55. 동, 분장실 안
(무희들이 무대를 앞두고 화장을 하랴, 의상을 챙기랴 분주하다. 급히 들어서는 지배인...)
지배인 : 야, 걔, 아직도 안 왔냐?
웨이터 1 : 예, 아직 안 왔습니다.
지배인 : 땜빵 가수도 이렇게 늦으면 어떡해? 걔 도대체 누가 소개 한 거야?
(이때, 다른 웨이터가 급히 들어서며)
웨이터 2 : 왔습니다. 땜빵가수 왔어요.
지배인 : 시간 없어. 그냥 옷부터 갈아입히고 무대 내보내..!
씬56. 몽타주 (분장실 안)
- 칸막이로 된 탈의실 안에 한 여자가 옷을 벗어서 걸어둔다. 약간의 촌티가 흐르는 일상복이다.
- 그 탈의실 안.. 여자의 손에 끼워지는 긴 장갑.. 스타킹.. 채워지는 단추.. 몇몇 무대의상들.
- 립스틱을 바르는 입술... 구두를 신고...
- 무대 뒤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여자와 무희들.. 무대 밖에서 들리는 소개 멘트... 긴장한 듯이 치맛자락을 움켜쥐는 여자의 손...
지배인 : (E) 오늘도 우리 바그다드에 오신 귀빈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씬57. 동, 홀 안
(한명석과 일행들이 맥주를 마시며 담소하고 있다. 지배인이 마이크를 잡고 오프닝 멘트 중이고...)
지배인 : 원래 오프닝은 유명가수인 나비양이 나오기로 했지만 사정이 있어서 못나왔습니다.
좌중 : .. (작은 술렁임)
지배인 : 하지만, 나비양 못지않은.. 곧 가요계에 돌풍을 일으킬 대단한 신인은 소개하겠습니다. 스텐바이.. 큐..!!
(음악소리와 함께 무대 막이 쫙 펼쳐진다. 그 안에서 무희들과 나오는 여자.. 미주다.
미주, 잠시 눈이 부신 조명에 얼떨떨 놀란 표정... 객석이 하나도 보이지 않고...
불안한 듯 보는 지배인... 한명석이 호기심 있게 보는데..
미주, 작심을 한 듯이 노래르르 부르기 시작한다. 무희들이 춤을 추고.. 미주역시 율동에 맞춰서 춤을 춰 보인다.
그동안 꽤 갈고닦은 실력인듯... 노래가 시작되고.. 점차 무대를 압도하기 시작하는 미주..
술렁이던 손님들도 어느새 미주에게 빠져들기 시작하고.. 명석, 미주를 알아보지 못하고 가수에게 빠져드는데..
걱정스러웠던 지배인의 표정이 점차 밝아지더니 어느덧 율동까지 따라하며...
카리스마 있게 노래가 끝이 나며 땀에 젖은 채 휘날래를 장식하는 미주의 당찬 모습에서 엔딩으로..!!)
(추가 씬) * 추후에, 회상 장면으로 쓸 신들입니다.
씬A. 민우 아파트 안
(미주가 음식을 만들고 있다. 민우가 휴대용 캠코더로 미주를 찍고...)
미주 : 뭐예요? 치워요.
민우 : 영화 찍잖아. 감독, 조민우, 주연배우, 이미주... 흥행은 좀 안되겠다. 여배우 얼굴이 너무 못생겼어.
미주 : (휙 째려보는데)
민우 : 어? 노려보니까 더 못생겼네?
미주 : (피식, 웃는데)
민우 : 이미주는 노래한다.
미주 : 네?
민우 : 어서 불러.
(미주, 목 가다듬고 노래 부르고.. 민우, 캠코더로 찍는데서...)
씬B. 캠코더에 녹화된 장면
(씬 A의 그 장면들.. 미주 노래 부르는 장면...)
씬C. 민우 아파트 안
(소파에 민우가 미주를 안고 있다. 마치 아기를 안고 있듯... 토닥이며 나지막하게 감미로운 노래를 불러 준다.
미주, 행복한 표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