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생일 선물로 작은 귀거리를 사주었는데
귀거리를 받은 아내는 얼마나 목놓아 울던지
그리고 절 너무나 사랑하다고 하더군요.
전 지금껏 아내에게
사랑한다. 미안하다.소리한번 못했지요.
이 방송을 통해
"나의 아내 정애란.
정말 정말 미안하고 고맙고 죽도록 사랑해"
전 부산에 살고 있는 40초반의 가장이지만
가장 노릇을 하지 못하고 있지요.
결혼한지 1년쯤 되어서 전 그만 질병으로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습니다.
그 질병이란게 흔히 나이드신 어른들에게
많이 찾아오는 퇴행성 관절염
젊은 사람에게는 흔치않는 병이
당시 나이 31살인 저에게 찾아오고 말았지요.
병원에서 너무 심하니
수술을 받아야겠다고 하여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장애4급이란 판정을 받고 말았습니다.
오래 서있지도 앉아있지도 못하고
오래걷지도 못하게 되었지요.
그때 얼마나 괴롭고 살기 싫어는지
그런 나를 바라보던 아내는
"자기야 내가 있잖아 내가 벌어서
먹고 살면 되지 뭔 걱정이에요."
하면서 방긋 웃던 아내...
하지만 그속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렇게 해서 절 대신해서 아내는
힘든 직장생활을 해야만했습니다.
하지만 무턱대고 앉아만 있을수 가
없다는 생각에 아내 혼자 벌어서
푼푼이 모아놓은 돈으로
작은가게를 차렸지만
경험부족으로 돈만 날리고말았지요.
그렇게 세 번 정도 망하다 보니
아내 얼굴보기가 얼마나 힘들던지
나 자신이 자꾸 소심해 지더라구요.
친구들도 안만나게 되고
친척들의 경조사에도 빠지게되구요.
그렇때 마다 아내는
"제발 기운좀내요. 왜그래 우리보다 힘든사람
이세상에 얼마나 많는데
우린 아직 젊잖아 앞으로 우린 잘살꺼야"
그렇게 위로하는 아내에게
전 번번이 짜증을 내지요.
하지만 아내는 묵묵히
그 짜증을 받아 주었습니다.
어쩌다가 처가집에 가노라면 전 죄인아닌
죄인처럼 고개를 숙었야만 했습니다.
장모님과 처남들 보기가 얼마나 미안한지
그때마다 장모님은 제손을 꼭 잡아주시면서
"이 사람아 왜그리 풀이 죽었서
아무생각 말고 몸이나 잘보살펴
좋은날 올껄세" 하시면서
관절에 좋다는 음식이며 식품들을
어디서 구했는지 한 보따리 싸 주시지요.
당신의 귀한 딸 데려다 고생만 시키는데
뭐가 이쁜 사위라고
그저 장모님께 고마울 따름이지요.
하지만 이렇게 산다는것이
하염없이 싫었던 나는 그만 아내에게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고 말았지요.
그 날은 못마시는 술을 마시고
아내가 오기만을 기다리던 전
직장에서 지쳐 돌아온 아내에게
"봐라 여기좀 앉아봐라"
술에 취해 있는 절보고 무슨일인가 싶어
제앞에 앉은 아내에게 다짜고자
"우리 그만 헤여지자...
이래 살아봐짜 니 평생 고생이다.
지금도 안늦었다.
좋은사람 만나 가라.
내가 니한테 해줄수있는 건
이것밖에 없다."
당황한 눈빚으로 빤히 바라보던 아내는
"지금 뭔소리합니꺼 술취했으면 그만 자이소."
하는아내에게
"말귀 못알아먹나
그만 헤여지자고 니 맨날 이래 사는거 지겹지도
않나"며 소리를쳤지요.
그러자 아내도 화가나는지 소리를쳤습니다.
"그래 헤여지면 성치도 않는 몸으로
어떻게 살아갈끼라예."
"나는 그렇게 못합니더 당신하고
죽을때까지 살랍니더"
그러니 앞으로 그런말 하지마이소.
한 번만 그런 말 더하면 가만 안둘끼라예."
그만 아내는 돌아 앉아서 울고 말았습니다.
그날 저와 아내는 밤늦도록
부둥켜 앉고 울고 말았지요.
그렇던 어느날 고생하는 아내를 위해
해줄것이 없나하는 생각에
시장으로 달려갔습니다.
헌데 생전 처음으로 장을 보는데
얼마나 쑥스럽던지
"두부 한 모 주세요."파 천 원 어치 주세요."
얼굴이 화끈 거리데요.
집으로 돌아온 전 아내의 퇴근시간에 맞추어
나름대로 된장찌개를 끓였고 밥을 지었지요.
처음하는 부엌일이라 정신 없더라구요.
직장에서 퇴근하고 돌아온 아내에게
밥상을 차려가니
"어머"하면 아내가 깜짝 놀라더라구요.
전"맛이 있을지 모르지만 먹어 봐" 하면서 씩 웃었죠.
아내는 씻지도 않고 숟가락으로
된장찌개를 한모금 먹더니
"진짜 맛있다. 환상이다." 하면서 밥을 먹는데
저는 보았습니다.
밥을 먹으면서 두볼에 흘르는
아내의 눈물을...
하지만 직장에서 돌아오는 아내는
가끔 너무 피곤한지 씻지도 않고
저녁도 먹지않고 그냥 쓰러져 자고는 하는데
그런 아내를 보고 있노라면 전 그만
눈시울을 붉히고 말지요.
이 못난사람 만나 이런 고생하는 사람.
가슴이 너무 아파왔습니다.
그렇게 13년 이라는 세월이 흘렀네요.
전 얼마전 부터 노점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정 무렵에야 집으로 돌아오는데
지쳐 들어오는 저를 보고
아내는 "힘들면 그만둬요.
성한 사람도 노점하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하면서 안스러워 하지만 그래도
전 요즘에 장사도 그런대로 되고 재미있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아내 생일때 처음으로
제가 푼푼히 모아둔 돈으로
아내의 생일 선물로 작은 귀거리를 사주었는데
귀거리를 받은 아내는 얼마나 목놓아 울던지
그리고 절 너무나 사랑하다고 하더군요.
전 지금껏 아내에게
사랑한다. 미안하다.소리한번 못했지요.
이 방송을 통해
"나의 아내 정애란.
정말 정말 미안하고 고맙고 죽도록 사랑해"
첫댓글 이 글을 읽는 동안에 목이 콱 메이어 눈에 이슬이 맺혀 눈을 닦고 또 닦고 봅니다.
삶이 뭔지 정이 뭔지 부부가 뭔지.....
그러나 이 글을 읽는 동안에 글 속에 있는 두 분의 마음을
서로 사랑하고 신뢰하는 그 마음을 보았습니다.
힘 내십시오. 글 쓴이가 정애란 씨 부군으로 되어있는데
어떤 분이신지, 혹 이 글을 올리신 분인지 알 수 없으나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지 않습니까?
한동안 마음으로 이 글을 다시 읽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