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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승의 고봉집에 나오는 정인관(鄭仁寬) 승지공파 9세공의 제문 및 만장
임신년(1572, 선조5) 12월 28일에 장흥 부사(長興府使) 정인관은 삼가 맑은 술과 깨끗한 과일을 돌아가신 벗 기공의 영전에 올립니다.
아 슬프오이다 / 嗚呼噫噫
서석산 무너지니 / 山頹瑞石
내 어디를 우러르며 / 吾將安仰
호남에 철인 없으니 / 哲萎南湖
내 누구를 의지하리 / 吾將安放
공의 학행 추억하니 / 追惟學行
천상의 애통일레 / 痛切天喪
깊은 바다 우뚝한 산 / 海岳冲秀
타고난 자질이요 / 我公生質
희고 맑은 가을 달은 / 冰壺秋月
우리 공의 덕이었네 / 我公□德
온화한 옥색이요 / 春然玉色
꿋꿋한 그대 정기 / 毅然正氣
총명하고 똑똑하여 / 聰兼記萬
하나 들어 열을 아네 / 睿幷知十
일찍부터 학문에 뜻 두어 / 早自志學
의미 궁리 애를 썼네 / 務窮意趣
문사엔 맥락 찾고 / 辭要其脉
일에는 사리 따졌네 / 事的其理
문집 역사 섭렵하고 / 博遊子史
경서 연구 정밀하여 / 精劘聖經
한 조각 그 마음은 / 一片先天
구름 걷힌 푸른 하늘 / 雲捲靑冥
만 권의 하많은 의문 / 萬卷羣疑
동정호 얼음 풀리듯 / 冰解洞庭
담아 두매 덕이 되고 / 存而爲德
드러나매 문채 되네 / 發而爲文
만 마디의 상소문은 / 疏策萬言
풍성한 구름인 양 / 靄靄春雲
백 편의 시 노래는 / 詩騷百篇
엄정하기 군대인 듯 / 井井三軍
눈앞엔 온전한 소 없어 / 眼無全牛
자유자재 칼 놀리며 / 刃遊餘地
시속 격식 아니 따르고 / 不循科臼
옛 법칙 흠모하니 / 動慕古義
포백의 의복이요 / 布帛其章
숙속의 맛일레라 / 菽粟其味
정주의 글 좌우에 두고 / 左朱右程
소호 음악 연주하며 / 奏韶戞濩
연원을 거슬러 올라 / 泝得淵源
공맹을 계승했네 / 實宗鄒魯
자신 수양 이러하니 / 爲己如此
제자 교육 짐작하리 / 誨人可觀
후진과 문답할 땐 / 傳臚後進
양면 모두 일러 주어 / 必竭兩端
성명을 알게 하고 / 牖以誠明
한만함 경계했네 / 箴以汗漫
어린 우리 깨우칠 땐 / 擊我童蒙
큰 종소리 울렸나니 / 撞此洪鍾
어찌 겉모습뿐이랴 / 豈曰外貌
진심으로 실천했네 / 實踐由衷
효성으로 다북쑥을 올리고 / 奉蘩以孝
은혜로 상체를 노래했지 / 歌棣以恩
입은 무겁기 삼함이고 / 口愼三緘
손은 무겁기 천 근이니 / 手重千斤
마을은 노제로 변하고 / 里化魯齊
고을은 용문에 기댔네 / 鄕倚龍門
집에서 부모 봉양 잘하여 / 旣養於家
그 마음 나라에 옮길 만했지 / 合移於國
조정에 처음 서던 그날 / 爰初筮仕
힘 다하자 맹세하여 / 許以陳力
한원에서 붓을 잡고 / 珥筆翰院
우리 임금 보좌했네 / 誓贊皇王
간원에선 향 머금고 / 含香諫陛
조정 바로잡기 기약했나니 / 擬淸尙方
성균관이 맑아진 건 / 館習澄汰
대사성 두 번 지낸 공이요 / 再坐皐比
어진 관리 등용된 건 / 吏材輩登
전의를 세 번 맡은 덕일세 / 參掌銓議
밤낮으로 쓰는 마음 / 凡厥夙夜
오로지 꿋꿋할 뿐 / 惟是斷斷
급암의 곧음 어찌하랴 / 如何汲直
서울에 오래 못 있었네 / 未久漢館
구원은 평소 바란 즐거움이거늘 / 丘園素樂
남림의 뜻 홀연 꺾여 버렸네 / 忽摧南林
나의 병 요양하고 / 養我閒疾
내 거문고 탄주하며 / 撫我古琴
못다 마친 주역 공부 / 庶將卒易
몇 년 동안 하렸더니 / 于今數年
간절하신 임금 부름 / 丁寧天召
경신 허락 아니하여 / 未許耕莘
대의로써 타이르고 / 諭以大義
조서로 은혜 내렸다네 / 寵以絲綸
차마 성은 저버리지 못해 / 未安辜恩
억지로 일어나 부임했네 / 强起赴命
조정 반열 나아가자 / 黽勉就列
묵은 병이 재발하니 / 漸萌舊病
약이란 약 효험 없어 / 藥劑無效
못 나을 줄 아시고서 / 自占罔瘳
고향 선산 찾아가 / 松楸故山
눈감기를 원했어라 / 願言首丘
온갖 고생 천 리 길을 / 艱關千里
빨리 가다 더 상하여 / 倍路重傷
노령을 앞에 두고 / 近隔葦嶺
황량밥이 익었네 / 已熟黃粱
아 슬프오이다 / 嗚呼噫噫
하늘은 어찌 이리 매정하고 / 天何不仁
백성들은 이다지 불행한가 / 民何不祿
선비는 스승 잃고 / 士失指南
나라는 기둥 꺾이니 / 國摧柱石
어디서 덕을 찾고 / 於何考德
어디서 학업 묻나 / 於何問業
아 슬프오이다 / 嗚呼噫噫
동방의 우리 도는 / 吾道之東
사학에 의뢰하는데 / 實賴師學
지금 세상 돌아보면 / 稽看今世
어느 분이 종장인가 / 有誰其宗
영남에는 퇴계요 / 嶺有退溪
호남에는 고봉이라 / 湖則高峯
양남의 북두 되고 / 北斗兩南
대동의 사표셨네 / 蓍龜大東
퇴계의 돌아가심을 / 退溪之殞
공이 슬퍼하였는데 / 實痛我公
공이 또 돌아가시니 / 公復至此
하늘 뜻을 모를레라 / 天意難詰
하늘이여 하늘이여 / 天乎天乎
내 마음 더 애석하니 / 私顧增惜
나와는 어릴 적부터 / 余自結髮
진뢰 같은 사이로서 / 托爲陳雷
하루쯤 더 어른이라 / 一日長乎
가슴속에 포용하고 / 曰寘于懷
나이 적어도 배울 만해 / 年少可師
봉마로 의지하였네 / 故倚蓬麻
비익조요 저구로서 / 鶼焉𪆙焉
함께 갈고닦았었네 / 之切之磋
그대 심은 난초 얻어 와 / 分爾種蘭
나의 두 집 향기롭게 했고 / 薰余兩家
봄 동산의 새싹처럼 / 春園綠草
날로 날로 진보했지 / 日有所益
조정에 함께 올라서는 / 及此同昇
서로 도움 되자 하여 / 謂相羽翼
벼슬은 내외 달라도 / 職殊中外
마음은 마냥 한가지 / 心則如一
심장이며 간담이 / 方寸肝膽
시종 변함없었는데 / 終始無斁
어찌하여 객관의 꿈에 / 云胡客夢
거경을 부른단 말가 / 遽呼巨卿
관산서 벼슬에 묶여 / 繫官于冠
곧바로 달려가지 못하고 / 未卽赴行
곡을 함이 남보다 뒤늦으니 / 拜哭後人
이승 저승의 의리 저버렸네 / 深負幽明
비로소 영령의 음성 들으매 / 始聆欬叩
평소 때와 다름없기에 / 宛然平生
쓸쓸히 한매를 꺾어 / 聊折寒梅
예물로 바치오니 / 奉奠以贄
영혼이 계시거든 / 不亡者存
이내 성의 살피소서 / 鑑此誠意
아 슬프오이다 / 嗚呼噫噫
부디 흠향하소서 / 尙饗
자는 백유(伯裕), 호는 옥천(玉川), 본관은 광주(光州)이다. 1543년(중종38) 진사시에 입격하여 장흥 부사(長興府使)를 지냈다.
[주-D002] 천상(天喪) : 하늘이 유교의 도를 없앤다는 말이다. 공자가 광(匡) 지방에서 위협을 당할 때 “문왕이 이미 돌아가셨으니 문이 나에게 있지 않겠는가. 하늘이 우리 유교의 도를 없애 버리려 하였다면 뒷사람인 내가 유교의 도를 듣지 못했을 것이다.〔文王旣沒 文不在玆乎 天之將喪斯文也 後死者不得與於斯文也〕” 하였다. 《論語 子罕》
[주-D003] 눈앞엔……놀리며 : 문장의 기예가 대단히 능숙한 것을 비유한 말이다. 《장자》〈양생주(養生主)〉에 소를 잡는 포정의 말이 이렇게 실려 있다. “처음에 신이 소를 잡을 때는 보이는 것이 모두 소로만 보였으나, 3년이 지난 뒤에는 눈에 온전한 소가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始臣之解牛之時 所見無非牛者 三年之後 未嘗見全牛也〕……그래서 소의 마디는 사이가 있고 칼날은 두께가 없어 두께 없는 예리한 칼로 드넓은 소의 마디 사이를 가르니, 넓디넓게 칼을 자유자재로 놀려도 남은 공간이 있습니다.〔彼節者有閒而刀刃者無厚 以無厚入有閒 恢恢乎其於遊刃 必有餘地矣〕”
[주-D004] 포백(布帛)의……맛일레라 : 포백은 삼베이고 숙속(菽粟)은 곡물이다. 삼베와 곡물은 비단과 고기에 비하면 하찮아 보이지만 일상생활의 필수품이므로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다. 일견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는 고봉의 말이 꾸밈이 없어 진솔하지만 그 맛은 깊고 절실하다는 뜻이다. 《송사(宋史)》 권127〈정이열전(程頤列傳)〉에 정자를 찬미하여 “그 말씀의 아름다움이 포백과 숙속 같았다.〔其言之旨 若布帛菽粟然〕” 하였다.
[주-D005] 소호(韶濩) : 소(韶)는 순(舜) 임금의 음악이고, 호(濩)는 우(禹) 임금의 음악이다.
[주-D006] 후진과……일러 주어 : 어떤 수준의 사람이 물어 오더라도 그 묻는 범위 안에서 형이하와 형이상 양쪽의 실마리를 다 따져 대답해 주었다는 말이다. 《논어》〈자한(子罕)〉에 “내가 아는 것이 있느냐? 아는 것이 없다. 무식한 사람이 내게 물을 경우 그가 아무것도 모른다 하더라도 나는 그 양쪽의 실마리를 따져 빠짐없이 말해 줄 뿐이다.〔吾有知乎哉 無知也 有鄙夫問於我 空空如也 我叩其兩端而竭焉〕” 하였는데, 그 주에 “양쪽의 실마리란 양쪽 머리와 같으니 종시(終始)ㆍ본말(本末)ㆍ상하(上下)ㆍ정조(精粗)가 빠짐이 없다는 말이다.” 하였다.
[주-D007] 성명(誠明) :
마음에 거짓이 없고 지극히 진실한 상태를 성(誠)이라 하고, 사리를 분명히 아는 것을 명(明)이라 한다. 《중용장구》 제21장에 “성(誠)으로 말미암아 밝아지는 것을 성(性)이라 하고 명으로 말미암아 성해지는 것을 교라 이르니, 성하면 밝아지고 밝아지면 성해진다.〔自誠明 謂之性 自明誠 謂之敎 誠則明矣 明則誠矣〕”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8] 어린……울렸나니 : 제자의 질문에 대한 스승의 가르침을 종소리에 비유한 말이다. 사람들의 질문에 대해 공자가 성실하게 대답해 주는 것을 두고 양시(楊時 : 1053~1135)가 “물음에 잘 응하는 것은 종을 치는 것과 같다. 종은 본디 소리가 없으나 두드리면 울리니, 성인이 아는 것이 없는 듯하다가 어떤 사람의 물음으로 인하여 아는 것이 나타나는 것 또한 그와 같다.” 하였다. 《論語問義通攷》
[주-D009] 효성으로 다북쑥을 올리고 :효성이 지극하여 부모의 제사를 정성껏 받든다는 말이다. 《시경》〈소남(召南) 채번(采蘩)〉에 “이에 다북쑥 캐기를 연못과 물가에서 하도다. 이것을 쓰기를 공후의 제사에 하도다.〔于以采蘩 于沼于沚 于以用之 公侯之事〕” 하였는데, 이 구절의 주자 주석에 “남방의 나라들이 문왕의 교화를 입어 제후의 부인들이 정성과 공경을 다하여 제사를 받드니, 집안사람들이 그 일을 읊어 찬미한 것이다.” 하였다. 여기서는 부모의 제사에 효성을 다한다는 의미이다.
[주-D010] 은혜로 상체(常棣)를 노래했지 : 〈상체〉는 《시경》의 편명인데, 아가위꽃을 매개로 형제간에 은혜를 보전하여 사이가 좋은 것을 노래한 시이다. “아가위꽃이여 찬란하게 빛나지 아니한가. 많고 많은 사람 중에 형제보다 친한 이 없어.〔常棣之華 鄂不韡韡 凡今之人 莫如兄弟〕”라고 하였다. 《詩經 小雅 常棣》
[주-D011] 삼함(三緘) : 말을 몹시 삼간다는 의미이다. 공자가 주(周)나라에 가서 태묘(太廟)를 보니 태묘의 오른쪽 계단 곁에 금인(金人)이 있는데, 그 입을 세 번 봉하였고 그 등에는 “옛날에 말을 삼간 사람이다.〔古之愼言人也〕”라고 새겨져 있었다. 《說苑 敬愼》
[주-D012] 노제(魯齊) : 노나라와 제나라의 병칭으로 도(道)가 보존되어 있는 지방을 뜻한다. 여기서는 고봉이 살던 고을이 고봉의 학덕에 감화되어 강 태공(姜太公)이 다스린 제나라와 주공(周公)이 다스린 노나라처럼 풍속이 아름다워졌다는 의미로 쓰였다. 《논어》〈옹야(雍也)〉에 “제나라가 한 번 변하면 노나라 경지에 이르고, 노나라가 한 번 변하면 도에 이를 것이다.〔齊一變 至於魯 魯一變 至於道〕” 하였다.
[주-D013] 고을은 용문(龍門)에 기댔네 : 용문은 명망이 높은 사람을 비유한 것으로, 온 고을 사람이 고봉의 명망을 의지하였다는 말이다. 《후한서》 권67〈이응열전(李膺列傳)〉에 “이응이 홀로 풍재(風裁)를 지녀서 명망이 높았으므로 선비 중에 그의 인정과 대접을 받은 자가 있으면 용문에 올랐다고 지칭하였다.” 한 것을 원용한 것이다.
[주-D014] 간원(諫院)에선 향 머금고 : 간원은 사간원(司諫院)의 준말로, 국왕의 정치에 대해 충언을 고하거나 논박하는 일을 관장하는 기관이다. 고대 상서성(尙書省)의 낭관(郎官)이 임금에게 말씀을 아뢸 때 입 냄새를 없애기 위해 계설향(谿舌香)을 머금고 아뢰었다. 고봉이 40세(1566, 명종21)에 사간원 헌납을 맡았었으므로 한 말이다.
[주-D015] 전의(銓議)를……덕일세 : 전의는 인사행정으로, 조선 시대 인사행정은 문신의 경우 이조(吏曹)에서 관장하고 무신의 경우 병조(兵曹)에서 관장했다. 여기서는 고봉이 39세(1565, 명종20)에 이조 정랑이 되었고 45세(1571, 선조4) 9월에 이조 참의에 제수되었으며 사후인 1590년에 이조 판서에 추증된 것을 말한다.
[주-D016] 급암(汲黯)의 곧음 : 자기 몸의 안전을 생각지 않고 임금에게 바른말을 하는 올곧음을 뜻한다. 급암은 한 무제(漢武帝) 때 구경(九卿)으로 있으면서 감히 임금 면전에서 거침없이 바른말을 하였는데, 무제가 겉으로는 경외(敬畏)하였으나 마음속으로는 좋아하지 않았다. 결국 뒤에 외직으로 쫓겨나 회양 태수(淮陽太守)로 있다가 죽었다. 《史記 卷120 汲黯列傳》
[주-D017] 구원(丘園) :
황폐한 초야로서 은거하는 자가 머무는 곳을 말한다. 《주역》〈분괘(賁卦)〉에 “구원을 꾸민다.〔賁于丘園〕” 하였는데, 순상(筍爽)의 주에 “간(艮)은 산이고 진(震)은 숲이다. 바른 자리를 잃고 산림에 있으면서 언덕배기를 일구어 채마밭을 만드니, 은사(隱士)의 형상이다.” 하였다.
[주-D018] 남림(南林)의 뜻 : 전원에 은거하고 싶어 하는 생각을 말한다. 도잠(陶潛)의 〈한정부(閑情賦)〉에 “가득한 시름 하소연할 길 없어, 나 홀로 남쪽 숲속에서 배회하네.〔擁勞情而罔訴 步容與于南林〕” 하였다.
[주-D019] 못다……하렸더니 : 산림에 은거하면서 계속 학문을 닦으려고 했다는 말이다. 《논어》〈술이(述而)〉에 “내가 몇 년을 더 살아서 마침내 《주역》을 배운다면 큰 허물은 없을 것을.〔加我數年 五十以學易 可以無大過矣〕” 하였다.
[주-D020] 경신(耕莘) :
벼슬을 하지 않고 포의의 신분으로 전원에 은거하여 농사짓는 것을 말한다. 《맹자》〈만장 상(萬章上)〉에 “이윤은 유신의 들판에서 밭 갈면서도 요순의 도를 즐겼다.〔伊尹耕於有莘之野 而樂堯舜之道焉〕”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21] 노령(蘆嶺)을……익었네 : 고봉이 태인(泰人)에 이르러 병이 악화되어 돌아가셨음을 표현한 것이다. 원문의 위령(葦嶺)은 곧 노령산맥으로 이 산줄기가 태인 아래로 지나가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황량밥은 허망한 꿈이 깨듯 부질없는 인간사가 끝났다는 것으로, 죽음을 뜻한다. 당나라 심기제(沈旣濟)의 〈침중기(枕中記)〉에 “노생(盧生)이 한단(邯鄲)의 여관에서 도인(道人) 여옹(呂翁)을 만났다. 노생이 자기의 곤궁한 신세를 한탄하자 여옹은 그에게 목침을 주고 잠을 자게 하였는데, 노생은 꿈속에서 온갖 부귀영화를 다 누렸다. 꿈을 깨고 나니 여관 집주인이 짓던 누런 기장밥이 채 익지도 않아 있었다.” 하였다.
[주-D022] 사학(師學) :
스승을 통하여 배우는 것으로 곧 연원이 있는 학문을 말한다. 《순자(荀子)》〈정론(正論)〉에 “사람을 모아서 사학을 세우고 문장을 이룬다.〔衆人徒 立師學 成文典〕” 하였다.
[주-D023] 진뢰(陳雷) : 우의(友誼)가 매우 두터운 친구 사이의 대명사이다. 후한 때의 진중(陳重)과 뇌의(雷義)는 우의가 두텁기로 유명했다. 뇌의가 무재과(茂才科)에 급제하여 그 자격을 진중에게 양보하였으나 자사(刺使)가 들어주지 않았다. 이에 거짓으로 미친 체하여 벼슬을 받지 않으니, 고을 사람들이 그들을 두고 “아교와 옻칠이 굳다고 하나 뇌의와 진중만은 못하리.〔膠漆自謂堅 不如雷與陳〕” 하였다. 《後漢書 雷義列傳》
[주-D024] 하루쯤 더 어른이라 : 제문의 작자 정인관(鄭仁寬)의 나이가 고봉보다 조금 더 많았다는 말이다. 《논어》〈선진(先進)〉에 “내 나이가 너희보다 하루가 더 많기는 하지만, 그것 때문에 그처럼 어려워하지는 말라.〔以吾一日長乎爾 毋吾以也〕” 하였다.
[주-D025] 봉마(蓬麻) : 봉생마중(蓬生麻中)의 준말로 훌륭한 벗을 둔 것을 말한다. 《순자》〈권학(勸學)〉에 “쑥이 삼대 속에 나면 붙잡아 주지 않아도 곧다.〔蓬生麻中 不扶而直〕” 하였다.
[주-D026] 비익조(比翼鳥)요 저구(雎鳩)로서 : 서로 우의가 매우 두터운 것을 비유한 말로, 원문의 겸(鶼)은 비익조이고, 궐(𪆙)은 저구이다. 비익조는 암컷과 수컷이 눈과 날개가 각각 하나씩이라서 짝을 짓지 않으면 날지 못한다는 전설상의 새이다. 《山海經 第6 海外南經》 저구는 물수리의 일종으로 처음 생겨날 때부터 정해진 짝이 있어 헤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詩經 國風 關雎》
[주-D027] 어찌하여……말가 : 작자의 매우 친근한 벗인 고봉이 죽었다는 뜻이다. 거경(巨卿)은 후한 범식(范式)의 자이다. 그는 여남(汝南)의 장소(張劭)와 신의가 매우 두터웠다. 하루는 범식이 객관에서 잠을 자는데, 친구 장소가 꿈에 나타나 하는 말이 “거경아, 나는 모일(某日)에 죽었다. 모시(某時)에 땅에 묻혀 영원히 황천으로 돌아갈 터인데, 자네가 날 잊지 않았다면 와 주지 않겠나.” 하였다. 이에 범식이 깜짝 놀라 꿈을 깨서 달려갔다고 한다. 《後漢書 范式列傳》 여기서 장소는 고봉을, 거경은 작자 자신을 가리킨다.
[주-D028] 관산(冠山)서 벼슬에 묶여 : 관산은 장흥(長興)의 별호로, 정인관 자신이 현재 장흥 부사로 봉직 중임을 말한 것이다.
정인관(鄭仁寬) 만장
대지의 기운 남국에 쏠리고 / 地氣偏南海
순일한 영기 고을에 모여들어 / 精靈聚此鄕
천 년 동안 웅혼하게 키워 오다가 / 千年陶鬱藹
한 시대에 현인을 내려보냈네 / 一代降賢良
덕성은 하악처럼 크기만 했고 / 德性洪河嶽
위의는 봉황처럼 휘황하였네 / 威儀輝鳳凰
밝은 재주는 수경을 지닌 듯 / 才明持水鏡
채색 문장은 운장을 빌린 듯 / 文彩借雲章
패도 섞인 진나라 한나라 무시하였고 / 雜霸卑秦漢
왕도 순수한 하나라 상나라 사모하였네 / 純王慕夏商
배운 것은 모두 안자 공자 맹자요 / 學皆顔孔孟
배격한 것은 노자 순자 장자였네 / 排是老荀莊
정자 형제에 연원을 대고 / 源派尋伊洛
삼강오륜으로 기강을 확립했다오 / 彝倫摠紀綱
문단 예원 두루두루 노닐고 나서 / 博遊詞藝苑
예경의 상도에 돌아왔어라 / 歸約禮經常
내 일찍 큰 솔 그늘 의탁하였고 / 早托長松下
기쁘게도 한 안항이 되었더라오 / 懽爲一鴈行
향기론 바람 방 안 가득 난초일진대 / 風馨蘭滿室
온화한 마음 산을 빛낸 옥이었다네 / 心潤玉輝岡
유림의 기둥으로 믿었었는데 / 恃有儒林柱
사십대 장년에 꺾여 버리니 / 傷摧四十霜
평생 처음 흘리는 장부의 눈물 / 平生丈夫淚
어찌 차마 저 하늘이 이럴 수 있나 / 那忍彼蒼蒼
[주-D001] 하악(河嶽) : 황하(黃河)와 오악(五嶽)을 말한다.
[주-D002] 수경(水鏡) : 세상과 인물을 꿰뚫어 보는 예지이다. 후한의 방덕공(龐德公)이 사마휘(司馬徽)를 보고 수경(水鏡) 선생이라 불렀고, 진(晉)의 위관(衛瓘)이 악광(樂廣)을 보고 인수경(人水鏡)이라 불렀다.
[주-D003] 운장(雲章) : 은하수가 밤하늘에 아름답게 펼쳐진 것을 말한다. 《시경》〈대아(大雅) 역복(棫樸)〉에 “찬란한 저 은하수 밤하늘을 수놓았네.〔倬彼雲漢 爲章于天〕” 하였다.
[주-D004] 문단……돌아왔어라 : 문학을 두루 섭렵한 다음 예학과 경학에 귀의하였다는 말이다. 《논어》〈옹야(雍也)〉에 “군자는 문사(文詞)를 널리 배우고 다시 예로써 행동을 단속해야 한다.〔君子博學於文 約之以禮〕”고 한 데서 나왔다. 상도(常道)는 떳떳한 도를 말한다.
[주-D005] 기쁘게도 한 안항(鴈行)이 되었더라오 : 안항은 기러기 떼가 하늘을 날 때 짓는 가지런한 줄을 말한다. 주로 형제간의 뜻으로 쓰이나 여기서는 조정의 반열을 가리킨 것으로 고봉과 한 조정에서 벼슬하였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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