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에피소드<3>
호스딸(Hostal) 타다이마(Tadaima)와 사이타(Sayta)
콜롬비아를 여행하기 전에 인터넷을 검색해서 보고타 시내 숙소를 먼저 예약했는데 보고타 관광의 중심지인 볼리바르 광장에서 멀지 않으면서도 가장 저렴한 숙소를 찾아보았더니 조건에 적합한 호스딸이 있어 3박을 예약을 했는데 바로 타다이마(Tadaima) 호스딸이었다. 1박에 2만 페소(만 원)짜리로 도미토리 형식인데 사진으로 제법 깨끗해 보인다.(호스딸<Hostal>은 영어로 호스텔<Hostel>)
2월 4일 보고타 엘도라도공항에 도착하니 4시 쯤인데 택시를 타고 주소를 내밀었더니 바로 데려다 주는데 제법 멀다. 호스딸에는 머리가 하얀 할머니와 나이 많은 영감이 함께 있는데 두 사람 모두 영어가 몹시 서툴다. 방 예약서를 보여주니 맞다고 하면서 조금 기다리라고 한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내 여권을 보더니 오늘이 생일(2월 4일)이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했더니 영감이 손을 내밀며 축하한다고... 나더러 나이도 적잖은데 어찌 혼자 여행을 다니느냐는 표정으로, 웃으면서 자기는 80세, 할머니는 76세라고 소개를 한다. 내가 콜롬비아 여행이 내 버킷리스트(Bucket List)라고 했더니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척 세워 보인다.
잠시 후 젊은 아가씨가 들어오는데 영어를 잘한다. 할머니와 둘이 한참 이야기를 나누더니 나더러 다른 호스딸이 있는데 거기에 한국 사람이 몇 명 있으니 그리로 옮기면 어떻겠냐고 한다. 흔쾌히 승낙하고 아가씨를 따라 나섰더니 바로 두 블록 떨어져 있는 사이타(Sayta) 호스딸로 데려가는데 주인 남자와 매우 가까운 사이인 듯 허물이 없어 보인다. 나중 알고 봤더니 사이타 호스딸의 주인인 존 후아(John Roa)가 타다이마 호스딸 할머니의 아들이고 젊은 아가씨는 여동생이다.
John은 나하고 자주 밖으로 담배를 피우러 나와서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데 매우 친절하고 인간미가 있어 좋았다. 달러 환전도 존은 시중 은행보다 더 좋게 선선히 바꾸어 준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다는 42세의 노총각 존은 누나가 둘이고 막내 여동생이 하나인데 프랑스인인 손위 매형의 권유로 사이타 호텔을 시작했고 얼마 후 부모님께 타다이마 호스딸을 열어드렸다고 한다. 존은 양쪽 호스딸을 번갈아 다니며 관리하는 것 같았다. 여동생은 27세로 아직 미혼인데 영어와 프랑스어를 능통하게 구사한다고.... 그런데 자신은 영어가 서툴다고 웃기에 나도 서툴다니까 둘이 비슷하겠다고... ㅎ
나는 딸이 42세로 자네와 동갑인데 손녀가 벌써 고등학교 1학년이다. 부모님이 걱정하신다. 빨리 결혼을 해라. 얼른 결혼해서 손자를 안겨 주는 것이 효도다..... 잔소리를 퍼부었다. ㅋ
존은 인터넷 홍보를 잘 해서 타다이마와 사이타가 제법 잘 운영되는데 특히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그리고 제법 한국말도 몇 마디 해서 재미있었다.
파란 대문이 사이타 호스딸 집 앞에서 담배피우다 인터뷰 동네 벽마다 모두 괴상한 벽화
바로 근처에 체육공원(산책코스) 산책로 옆에 핀 이름 모를 꽃 호스딸 앞 작은 광장
숙소에서 아침은 무료로 제공되는데 빵 2개, 바나나 1개, 삶은 계란 1개, 커피와 녹차, 잼과 버터... 내게는 충분했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다녀가서 그런지 주방이나 화장실 등에 한글로 쓴 주의사항도 보여서 친근하게 느껴졌는데 단지 화장실(샤워실)이 너무 좁다는 것이 흠이랄까....
사이타(Sayta)나 타다이마(Tadaima)나 시설은 비슷해 보였고 숙박비도 같은데 눈치로 보아 사이타가 더 인기가 좋은 것 같았다. 타다이마(Tadaima)는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일본어인 것 같고(ただいま=지금 막), 사이타(Sayta)는 정지(Stop)라는 뜻이란다.
카운터를 보는 20대 후반 젊은이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자신은 베네수엘라 사람이라고 한다.
그러잖아 나는 이번 여행계획에 베네수엘라 앙헤르(Angel) 폭포를 가려고 했었는데 치안이 불안하다고하여 망설여진다고 했더니 이 친구는 절대로 가지 말란다. 자신은 수시로 생명의 위협을 느껴 26개월 전에 베네수엘라를 탈출해서 이곳으로 왔다고 한다. 세상에.... 자기 나라를 여행하지 말라니....
그러잖아 이 허름한 호스딸 조차 출입문을 아래, 위 두 곳을 항상 잠가놓고 초인종을 누르면 작은 구멍으로 내다보고 확인을 한 후에야 열어준다. 내가 담배를 피러 나갔다가 들어오며 문을 잠그지 않았더니 기겁을 하며 달려가 아래, 위 두 곳을 모두 단단히 걸어 잠그고는 나한테 꼭 잠가야 된다고 다짐을 한다. 생각보다 강도나 도둑이 많은 모양으로, 익숙하지 않은 우리는 어리둥절 할 밖에....
한 번은 혼자 숙소 문 앞에서 담배를 피는데 느닷없이 카메라를 들어대며 인터뷰를 하자고 한다. 꼴이 무슨 잡지사 쯤 되는 모양인데 어디서 왔느냐, 콜롬비아의 첫 인상이 어떠냐는 둥....
숙소에서 나와 괴상한 벽화들이 그려진 골목길을 2~3분 걸으면 아담한 체육공원이 있어 아침마다 산책을 즐겼다. 언젠가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이 열심히 체육공원 둘레를 몇 바퀴씩인지 달리고는 운동장에 있는 선생님한테 가서 확인을 받는다. 동네 사람들인 듯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도 자주 눈에 띄고.... 너무나 평화롭고 살기 좋은 나라로 보이는데 위험하다고 야단들이니 신기하다.
원래 3박을 할 예정으로 예약했지만 다니다보니 볼거리가 너무 많아서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여 5박으로 늘렸다. 다행히 침대가 여유가 있어서....
숙소에서 비스듬히 비탈 골목길을 5분 정도 걸어 내려가면 바로 볼리바르 광장이 있고 연이어 번화가인 다운타운인데 고층건물은 물론 볼거리, 거리 먹거리들이 널려있다. 상점도 많고 수퍼마켓도 있고 레스토랑도 많고.... 특히 스페인 식민시절의 풍취가 느껴지는 건물과 기념물들이 많은 것도 흥미 있다. 특히 거리 퍼포먼스가 많아 항상 사람들이 모여든다. 밴드도 있고 비보이도 있고 마술도 있고 로봇 춤도 있고 벼라별 볼거리들이 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