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음을 자랑하기보다 날마다 새로워짐을 즐거워하자
(미디어인뉴스=김동문 객원기자) 식초에 절인 올리브 열매나 스파게티 등의 맛과 멋을 드러내는 올리브 잎이 한국인의 식탁에 오르고, 올리브유가 우리의 입맛을 자극한 것도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우리에게 전혀 낯설지 않은 존재가, 올리브나무이다.
아랍과 이스라엘, 아랍인과 유대인 모두에게 가장 뜻깊은 나무를 꼽으라면, 올리브 나무를 꼽을 것이다. 올리브 기름은 그냥 '기름'으로 부른다. 기름의 대명사이기 때문이다. 식용, 약용, 미용, 등유 등 그야말로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나무와 가지, 줄기, 잎사귀, 열매 그 어느 것 하나 버리는 것이 없다.
나는 올리브나무를 사시사철 푸르름을 간직하는 나무, 늘푸른나무로 부른다. 잎이 지지 않는 나무, 한겨울에도 푸르름을 유지하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폭설에 뒤덮인 올리브나무, 눈의 무게에도 그 잎의 푸르름이 전혀 훼손되지 않는다. 오히려 눈꽃과 더불어 더욱 푸르른 빛을 발산한다.
참, 요르단이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할 것 없이 한 겨울이면 지역과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폭설에 덮이곤 한다. 뜨거운 모래사막(열사)의 땅에 무슨 눈? 반문할 것이 없다. 우리의 겨울에, 그곳에도 눈이 내린다.
죽은 듯한 고목에도 새싹이 나고, 새 잎사귀가 풍성해진다. 줄기에서, 뿌리에서 새로운 가지, 줄기가 뻗어난다. 그루터기에도 여지없이 새로움으로, 푸르름이 가득 피어난다.
날씨와 환경에 굴하지 않는 그 무던한 생명력 때문일까? 기독교의 경전 성경의 첫 책인 창세기에는 노아의 홍수 이후, 새로운 시대, 꿈을 그리는 그림 언어로 '올리브나무 새잎'이 등장하기도 한다. (개신교 성경에서는 올리브나무를 '감람나무'로 번역하기도 한다)
문득 이런 엉뚱한 질문이 떠오른다. 고목 같은 올리브나무에 새롭게 돋은 새싹과 새잎, 새로운 가지를 보면서, 이런 질문을 던진다. 족보? 한 나무에서 수십 년, 수 백 년 먼저 자란 나무와 새롭게 피어난 새 잎사귀 사이의 족보는? 이촌인가?
유대인이나 아랍인의 전통 가계도는 올리브나무, 가지, 줄기, 잎으로 계보를 그려내곤 했다. 자손이 많은 집안을 잎이 무성한 올리브나무로 묘사하기도 했다.
코로나 19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올리브나무의 푸르름이, 생명력이, 희망이, 언제나 새로움으로 차오르는 그 꾸준함이 가득하면 좋겠다. 나이듦이 그저 낡음이나 늙음이 아닌, 새로움을 뿜어내는 농익음, 깊음이면 좋겠다.
지금 새롭게 펼치는 신선함, 상큼함이 가득하면 더 좋겠다. 나이들었음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새로워짐을 즐거워하는 일상이면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