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가 봄날 이혜선
돋아나는 새풀에게
길가에 핀 민들레에게
마냥 웃음 흘리고 다녀도
실없다 하지 않고 품어주는
귀 맑은 햇살이랑
세상에서 가장 청맑고 빛나는
웃음오리
평생 퍼낼 수 있는
종신보험통장에 저축해놓았다
세상에서 제일가는 부자
날마다가 봄날
그냥 실실
그냥 빙그레
그냥 활짝 웃음이 나오는
날마다가 봄날
흘린 술이 반이다 이혜선
그 인사동 포장마차 술자리의 화두는
‘흘린 술이 반이다’
연속극 보며 훌쩍이는 내 눈, 턱 밑에 와서
“우리 애기 또 우네” 일삼아 놀리던 그이
요즘 들어 누가 슬픈 얘기만 해도 그이가 먼저 눈물 그렁그렁
오늘도 퇴근길에 라디오 들으며 한참 울다가 서둘러 왔다는 그이
새끼제비 날아간 저녁밥상, 마주 앉은 희끗한 머리칼
둘이 서로 측은히 건네다 본다
흘린 술이 반이기 때문일까
함께 마셔야 할 술이
반쯤 남았다고 믿고 싶은 눈짓일까
안 보이는 술병 속에,
이혜선 약력:
1981년『시문학』 등단. 문학박사.
시집 『새소리 택배』『神 한 마리』『바람 한 분 만나시거든』외 다수
저서『문학과 꿈의 변용』『이혜선의 명시산책』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2016)
윤동주문학상, 한국현대시인상, 동국문학상, 문학비평가협회상(평론)외 다수 수상.
동국문학인회 회장. 한국 문인협회 및 국제 펜 한국본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