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콘스탄틴주의
주후 313년 콘스탄틴 황제가 밀라노칙령을 통해 기독교를 공인하면서 기독교는 사실상 로마제국의 최고 종교로 등극한다. 그 때부터 기독교는 로마제국과 밀월이 시작되었고, 교회를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은 곧 제국을 지지하고 보호를 받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 때부터 기독교는 박해받는 자에서 박해하는 자로 탈바꿈한다. 기독교를 받아들이지 않는 민족은 곧 로마제국을 거부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으며, 그들은 야만인으로 강제 개종의 대상이 되었다. 한 손에는 십자가를, 다른 한 손에는 칼을 들고 복음을 전했으며, 선교는 곧 식민지 확장이라는 논리가 성립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십자군 전쟁이었다.
콘스탄틴주의는 로마제국의 붕괴 이후 근대가 태동하면서도 여전히 살아남았다. 이성을 통해 인간은 과학을 발전시켰고, 인간의 합리성이 세상을 유토피아로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이것은 18,19세기 자유주의 신학으로 꽃을 피우기에 이른다. 자유주의 신학은 인간에 대한 지나친 낙관주의에 기초하는 신학이다.
후천년설은 콘스탄틴주의의 대표적 신학 이론이다. 후천년설은 예수의 재림 이전에 천년 왕국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주장으로, 그리스도 재림 이전에 기독교는 점차 확장되어 이 땅이 기독교적인 이상 사회가 될 것이라고 본다. 그 후 짧은 대환난의 시기가 있고 곧바로 예수의 재림을 통해 완전한 하나님 나라가 임한다는 견해다.
2. 기독교 현실주의
인간에 대한 지나친 낙관주의는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와해된다. 라인홀드 니버는 인간 개인은 예수의 가르침을 어느 정도 지킬 수 있지만, 인간이 집단에 속하게 되면 그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기적 존재가 된다고 보았다. 국가나 민족, 기업은 예수의 윤리가 아닌 그들만의 윤리적 기준이 필요하며, 예수의 윤리를 따르는 집단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타락한 죄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니버는 이중윤리를 주장했다. 개인에게 적용가능한 윤리와 사회나 집단을 위한 윤리. 이중 윤리의 기원은 어거스틴, 마르틴 루터에게서 찾을 수 있다. 교회와 제국에는 알곡과 가라지가 자라고 있으며, 그리스도의 재림이 있기까지는 알곡과 가라지가 공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교회에에 많은 기대를 해서도 안된다. 왜냐하면 교회는 곧 제국의 축소판이기 때문이다. 하나님 나라의 완성은 하나님의 주권에 속한 것이며, 인간은 그저 죄인일 뿐이기에 성경대로 사는 것은 불가능한 현실이라고 말한다. 성경, 특히 산상수훈이나 신명기 등의 윤리는 개인은 어느 정도 지킬 수 있지만, 교회나 국가는 그것을 지킬 수도, 지켜서도 안 된다고 말한다. 예수의 가르침을 그대로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성인(saint)만이 가능한 것으로, 성인들을 위한 윤리와 평신도 윤리 두 가지로 구분해서 성경을 가르침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3. 성경적 현실주의
존 하워드 요더는 <예수의 정치학>에서 “왜 예수는 안 되는가?”, “예수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규범인가?”라고 질문한다. 요더는 성경은 국가나 민족을 위한 책이 아니라 교회를 위한 책이며, 교회는 철저히 국가와 분리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국가 혹은 제국과 분리된 교회는 국가나 제국처럼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민족이나 다른 국가를 억압하고 공격하지 않는다. 교회는 오직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존재해야 하며, 세상을 구원하고 세상을 위해 십자가를 지는 곳으로 존재한다. 세상이 다른 사람, 다른 민족 위에 군림하기 위해 존재하는 반면 교회는 사람들을 섬기고 자신을 희생하는 곳이며, 세상에서 전혀 맛볼 수 없는 하나님 나라를 맛볼 수 있는 곳이 교회이다. 따라서 교회는 세상과는 다른 사회, 일명 ‘대조사회’이다. 따라서 우리의 과제는 “교회를 교회되게 하는 것”이다. Let the Church Be the Church. 그런 관점에서 예수의 가르침이나 신명기 내용은 실천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신명기 30:11의 내용처럼 성경은 “실천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고 당신들의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 명령은 당신들에게 아주 가까운 곳”에 있고 “당신들의 입에 있고 당신들의 마음에 있으니, 당신들이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신3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