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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인터널***
청도역전의 별미 추어탕으로 아침식사를 마친 후 계획된 일정에 따라 우리는 와인터널로 향했다.

와인터널 입구... 마을의 풍광도 수려하다.

와인터널은 대구에서 팔조령을 넘어 청도에 진입하는 산중턱 마을에 위치하며, 늘 지나친 곳이기에
이번이 내게도 첫 방문이다.
안내 표지판의 설명글을 보니 이 터널은 1960년대 말까지 기능을 다 한 후 폐쇄 되었다는데
1937년 이 후 대체 터널로 사용되는 남성현 터널은 경부선을 관통하는 많은 굴중에서 가장 긴 터널이다.
어릴 때 밤기차를 타고 고향갈 적에 새벽 4시쯤이면 이 남성현 터널을 진입하게 되는데
그때부터 삼남매는 짐을 챙겨 내릴 준비를 한다.
졸다 자칫 내릴 곳을 지나치면 어린 나와 동생들이 감당키 어려운 상황이 될 터인데
고맙게도 이 터널이 이정표 역할을 톡톡히 해준 덕분에 무사히 안착할 수 있었다.












이 곳을 둘러보며 감나무에 얽힌 추억담을 많이 나눴다.
떨어진 감꽃은 실에 꿰면 멋진 꽃목걸이요 씹으면 아삭달큰한 간식거리...
떫디 떫은 땡감으로 쌀뜨물에 침담궈 귀하게 먹던 여름날의 기억들이 새록하다.
와인터널은 폐쇄된 터널과 지역의 특산품을 연계한 훌륭한 관광자원이다.
잘 정비된 시설과 친절한 안내원이 권해 준 감와인 맛도 인상적....청도에 가시면 꼭 들려 보시라.
***유등지 연꽃***

와인터널에서 유등지 가는 길에 숙소로 묵었던 용암온천을 다시 만나고 그 건너편엔
한국의 농경문화를 대표하는 문화축제로 자리매김한 청도 소싸움 경기장이 보인다.

전원풍의 카페 프로방스....십수년전에 몇 번 둘러 보았는데 예전에 비해 많이 쇠락한 느낌을 받았다.


청도 8경중의 하나인 유등연지와 군자정- 이 곳의 장관인(특히 노을무렵) 연꽃은 철이 지나 만날 수 없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많은 사진 작가들의 멋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운문사***
이번 여정의 마지막 방문지인 운문사로 향했다.


운문사(운문댐) 가는 길 자체가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다.



천연기념물 처진 소나무



여행중인 보살님들


15년전 내 절친한 후배가 어느날 갑자기 머리를 깎고 출가했다. 이 후배의 깊은 불심이야 잘 알고 있었지만 평소 그녀의 과감하고 화려한 복장에 짙은 화장,
무엇보다 거침없이 톡톡튀는 언행을 잘 알고 있던터라 출가 소식에 모두들 깜짝 놀랐다.
후배는 국내 최대의 비구니 승가대학이 있는 운문사에서 몇 년간 정진수행후
비구니계(구족계)를 받았는데 당시 축하해 주러 다녀 온 다른 후배의 말을 듣고 또 한 번 뒤집어졌다.
똑같은 승복과 헤어 스타일(?)때문에 계를 받는 스님들중에서 누군가를 찾아 낸다는게
불가능하다 싶었는데 자신은 금방 알아 봤다고 했다.
출가한 후배는 서양 화가였는데 그녀답게 유독 빨간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기에
단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했다.ㅎㅎㅎ
스님 건강히 수행정진하고 계신지요.


운문사 초입의 식당(건강고을 054-373-1246)에서 산채비빔밤을 먹었다.
사진에 보이는 것이 콩잎 짱아찌인데 의외로 부드러웠고 특히 알싸한 산초향이 구미를 당겼다.
비법을 물어보니 여러번 삶고 치대어 거친 콩이파리의 섬유질을 풀어낸다며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했다.
얼마만에 먹어보는 짭쪼롬한 고향의 맛인가....

"좀 파실 수 있나요?" 자꾸 리필하며 맛있게 먹는 내가 팔기를 강권하자
"파능거 아임니더. 걍 드이소" 손사래를 치시며 고맙게도 반찬통에 담아 건내 주시는데
고향의 맛과 넉넉한 온정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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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의 많은 고택들과 서원들
정감어린 시골 장날의 풍경
박진감 넘치는 청도 소싸움
향수를 부른 가수 이동원도 만나고
전유성의 철가방 극장과 니가쏘다제에서 피짜랑 짬뽕도 먹고 싶었지만
1박 2일의 짧은 여정으로 청도의 많은 것을 둘러 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그래도 어머니와 동생의 건강 상태를 생각하면 매우 흡족한 여행이었다.
애초의 생각처럼 이번 여행은 여유롭게 고향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여행이었기에
쉬엄쉬엄 느리게 천천히 다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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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1편~3편까지 천천히 감상하며 추억에 젖어보았습니다.
좋은사진과 글 오랫만에 느끼는 마음에 풍요로움이었습니다.
좋은 느낌으로 보셨다니 감사합니다.
언제 기회되시면 청도 나들이 함 가보시죠. 휴식같은 여행이 되실 겁니다.
고향이라고 해 봤자 온통 아파트촌으로 변한 제 처지에 보니 언제 찾아도 나를 반길듯한 푸근한 고향이 아직 있다는 것도 현대인에겐 큰 복인 것 같습니다.
지나가며 보았던 청도역 앞의 풍경도 예전의 감
을 느끼며 반갑게 잘 보았습니다.
1편부터 사진과 글을 읽으며 정말 제가 다 고향에 찾아간 듯 합니다.
10년전 쯤 해인사 관광길에 들러 소싸움도 보고 자동차 타고 휙
난개발때문에 고향의 옛모습을 영원히 잃어버린 곳이 많죠.
일전에 이장님 고향이 능곡이라 말씀하신 기억이 나는데(맞나요?) 지금은 너무 변했더군요.
암튼 "이장"이란 닉네임 너무 고향스럽습니다.ㅎㅎ
와인 터널, 정말 멋진 아이디어입니다. 폐터널을 그리 활용해서 지역의 명소로 만들었군요. 그런데 감와인 말고 포도주도 있는 거 같은데 저 거이 다 청도에서 만든 겁니까
청도 하면 떠오르는 운문사, 왜 안나오나 했네요.
경상도 지방에서 주로 먹는 콩이파리, 저도 이젠 익숙해졌지요. 운문사 가는 길에 있는 운문댐 사진을 보니 또 다시 딱정벌레님과 함께 갔었던 그 봄날이 생각납니다. 다시한번 어머니, 누이동생의 건강 쾌유를 빕니다. 아마도 이번 여행이 많은 위안 되셨을 듯.
와인터널내에서 제법 많은 와인을 구비해서 팔던데 모두 감와인이라 합니다. 와인등급도 여러 종류더군요.
그러고보니 훈장님과 함께 한 그 날이 제 인생의 봄날이었습니다. ㅎㅎㅎ
참,어머니 동생 모두 만족한 여행이었구요. 동생은 다행히 항암치료를 받지않아도 될만큼 상황이 좋답니다.
딱정님은 40주년 공연에서 잠깐 인사만 나누었지요^^. 저는 청도가 집에서 차 몰고 30분 밖에 안 걸리는 곳이라 자주 가는데 그래도 사진으로 보니 참으로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주말에는 청도에 가서 국도변에서 파는 각종 과일들을 사오는데 무척 저렴합니다. 2년 전에는 청도마라톤도 뛰었고 남산, 화악산 등도 봄이면 진달래 보러 올라가고... 그리고 전유성씨가 경영하는 '니가 쏘다쩨'라는 퓨전 레스토랑도 있고, 최근엔 그가 설립했다는 코메디소극장도 유명한데 거긴 못 가봤습니다.
네 포크락님 그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예술적 풍모를 지니셨구요.^^*
대구에서 가깝게 갈 수 있는 곳이라 많은 사랑을 받는듯...담엔 청도나 풍각장터 구경을 함 가보세요.
저는 운문사와 유등은 가 보았지만 와인터널을 가보질 못했습니다.
운문사 댐의 규모가 엄청났습니다.
운문사에서 조금만 가면 언양으로 넘어가는 곳에
운문산도 있는데 산새가 강원도의 정경이 부럽지 않을 정도입니다.
운문산 계곡이 얼마나 맑은지 발을 담구고 있으면 신선이 된 듯 할 겁니다.
무엇보다 반찬 중에 콩잎 김치가 눈에 화악 들어오네요. ^^
저는 콩잎 김치를 참 좋아하거든요.
해서 해마다 김장철이면 김장도 하면서 깻잎김치와 콩잎김치를 담구어 놓지요.
따뜻한 밤과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습니다.
고향의 반찬을 보니 친근감이 느껴집니다.
딱정벌레 님의 어머님과 여동생분이 함께 한 청도여행에
운문산을 포함한 영남 알프스 굽은 도로를 통해 언양 부산까지 다녀 봤습니다.
정말 멋진 풍광을 뽐내죠.
저두 콩잎 짱아치 넘 좋아해요. 쉽게 구해 먹을 순 없지만 가끔 현지인을 통해 받아 봅니다.
그린님이 청도분이라 엄청 고향자랑 하네요.ㅎㅎㅎ
저도 공짜로 고향 여행을 하고 온 듯한 느낌이 듭니다.
가족들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한 삶이 되시기 바랍니다.
암만캐도 내 고향 청도분이시라 더 반갑습니데이~~!!^^
지도 여행기 잘 읽고 보고 느끼고 갑니다
운문사 처진소나무는 가을 단풍 절절한 계절에도 역시 푸른 빛을 고집하고 있군요..


콩잎절임 정말 윤끼 잘잘 흐르는 밥에 얹어 먹으면 죽음이겠어요...
어머님과 여동생 밝은 웃음에서 이번 여행이 얼마나 큰 기쁨을 줬는지 알 것 같아요
저도 나이 들어 언니와 엄마와 여행할 때 그런 기분...알거든요
이번 여행의 제 기분....욜렛님이 느꼈을 딱 그 기분이더라구요.
여행의 즐거움과 마음 한 켠 설명키 어려운 짠~~함!!!
여행이라면 손사레를 치시던 울 어머니도 담에 또 가자는 말씀을 하셨답니다.^^*
딱정벌레 행님~~미오 !! ㅋㅋ 이제 잠을 자야 겠네요. 청도는 딱 한번 가보았는데 큰이모님이 잠시 살았거든요.
정말로 이렇게 소상하게 야무지게 학실하게 완벽하게 잘 올렸능교? ㅋㅋ 참으로 정감있게 잘보고 갑니다.
형님의 효도심 흐뭇합니다.
청비님 정감있게 보셨다니 기쁘네요. 다녀오며 새삼 고향이 제게 어떤 의미였는지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