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WiP1wPdq7QA
6월7일 [연중 제10주간 화요일]
마태오 5,13-16
빛과 소금이 되려 하지 않을 때 무엇이 되는지 안다면?
병원비와 교육비, 해외 유학 경비까지 공짜인데 국가에 내야 하는 세금도 없으며 결혼하는 부부들에게는 집을 무료로 제공해주고 매년 생활비까지 1억 원씩 나눠주는 나라가 있습니다. 그런 나라에 살면 정말 행복할까요?
과거 갑작스럽게 부자가 되면서 이와 같은 혜택을 국민에게 나누어 주었지만 결국 지금은 파산하여 호주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아가는 작은 나라가 있습니다. ‘나우루 공화국’입니다.
서울의 용산구 정도의 크기인 호주 근처의 작은 섬나라 나우루 공화국엔 만 명 정도가 살고 있습니다.
1798년 유럽인들에게 발견되기 전까지 이 섬나라는 다른 섬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평화로운 곳이었습니다.
유럽인들이 이 섬나라를 발견하여 무기와 술을 제공하자 이들은 서로 작은 땅을 차지하고자 싸웠고 인구가 3만 명에서 1/3로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나우루 공화국이 갑자기 잘살게 된 것은 바로 새 똥 덕분이었습니다.
앨버트로스라는 새 똥이 쌓여서 만들어진 인광석이라는 물질이 나우루섬 전체를 뒤덮고 있었는데, 인광석은 질 좋은 화학비료의 원료가 되는 물질이어서 1970년부터 인광석을 수출하여 큰돈을 벌게 된 것입니다.
그리하여 1980년부터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는 잘 사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당시 잘 나가던 일본이 만 달러 수준이었습니다. 당시 나우루 국민이 얼마나 사치스럽게 살았냐면,
일반인들이 개인 전용기를 타고 피지나 하와이, 싱가포르로 매일 같이 쇼핑과 외식을 하러 갔고
심지어 도로도 별로 없는데 고급 차를 타다 기름이 떨어지면 그냥 차를 버리고 새 차를 사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 좁은 섬에 여객기만 9대에 주유소는 29개나 있었다고 합니다. 얼마 안 되는 거리도 차를 타고 다녔으며 마트에서 쇼핑하기도 귀찮아서 차를 몰고 마트 앞에 가서 전화하면 종업원이 물건을 들고나와 차에 실어주었다고 합니다.
물론 이 나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외국인 노동자들이었습니다.
심지어 나우루에서 일하는 공무원까지 모두 외국인이었다고 합니다. 천국이 따로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몰락은 금방 찾아왔습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인광석 광산의 채굴량이 감소하였고 머지않아 인광석이 바닥날 참이었습니다.
정부는 바닷가에 항구를 만들어 국민이 일하게 만들어보려고 했지만, 나우루 국민은 아무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나우루 국민은 그때까지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지 못한 채 바닷가에서 해수욕이나 즐기고 있었습니다.
일할 사람도 없고 농사지을 땅도 인광석 채굴로 사라졌습니다.
물론 장년층이 아니면 농사짓는 법도 고기 잡는 법도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도 나우루에서는 수입산 가공식품만 먹는다고 합니다.
정부는 부랴부랴 인광석 채굴량을 줄이고 여러 사업도 시도해 보았지만, 이미 늘어날 대로 늘어난 국민의 소비를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당시 나우루 정부도 부정부패가 워낙 심해서 정부 예산을 개인들이 수시로 횡령하였으며 마구잡이로 투자해 줄줄이 말아먹었습니다.
경제부 장관도 자신은 경제에 대한 어떤 교육도 받은 적이 없다고 당당히 말할 정도였습니다.
해외 부동산을 사들여 임대업을 하고 스위스처럼 은행을 만들어 검은돈을 은닉하는 조세 회피처 사업도 했지만, 9·11 테러 이후 나우루는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되어 그나마 들어오던 돈도 막히게 되었습니다.
이제 호주의 도움이 없이는 살 수 없는 가난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을 따르는 이들을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고 초대하십니다.
빛은 자신을 태워 세상을 밝히고 소금은 자신을 녹여 세상에 맛을 줍니다.
빛과 소금이 되라는 말은 세상에 필요한 존재가 되라는 뜻입니다.
왜 세상에 필요한 존재가 되어야 할까요? 그렇지 않으면 짐승이 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게라사 지방에서 ‘군대’라는 마귀 들린 이를 치유한 적이 있으십니다.
그 마귀들은 자신들을 돼지 떼에 들어가게 해 달라고 청합니다. 예수님은 허락하십니다.
돼지 떼는 스스로는 빛과 소금이 될 수 없습니다. 자기 자유의지로 세상을 밝히고 세상에 맛을 주는 일은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마귀가 우리를 이끄는 삶이 바로 이런 삶입니다.
남이 주는 것으로 배를 채우려는 삶입니다. 나우루 공화국 사람들은 천국을 돼지 떼 정도로 여겼습니다.
그리고 망했습니다.
돼지 떼는 자신들이 공동체를 위해 어떤 희생도 하지 않기에 공동체 의식도 없습니다.
군대지만 떼거지지 공동체가 아닙니다. 하지만 어떠한 공동체도 유지되려면 각자가 그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가정도 가정의 유지를 위해 각자가 얼마나 많은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합니까?
그래서 행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먹고 마시는 나라가 아닙니다.
공동체를 위해 서로가 빛과 소금이 되려고 하면서 짐승에서 벗어난 공동체입니다.
세상의 재화를 소비하는 사람이 아닌 세상에 유익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천국의 삶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