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22년 11월 1일(화)
코스 : 남해대교-신노량-금남면사무소-금상면-선소공원-하동포구-하동송림-섬진교 동단
47코스의 시작은 남해대교 끝 구, 노량공용주차장이다. 신 노량대교의 위용은 자못 거대하다. 1973년 국내 최초로 개통된 현수교 남해대교를 능가하는 길이와 높이, 그리고 폭은 신기술의 정수이다. 그런데도 남해대교의 우아한 품위, 오랫동안 지켜온 자존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왜일까.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서 그럴까! 옛 것의 순수함이 현재의 세련되고 웅장함보다 더 익숙함이 아닐까. 남해대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생각하며 걷는 동안 아침 햇살은 드높이 떠오르고 있다.
금남면사무소를 거치고 하동화력발전소를 바라보며 금남면 금남중고등학교를 거친다. 금남면에 위치한 금오산의 위용이 가을 햇살과 추수를 마감하고 하얀 천에 싸인 볏짚을 배경으로 빛이 더한다. 금성면을 거쳐 섬진교를 비켜나며 하동포구를 향하는 내내 가을햇살과 갈대와 갯벌과 포구와 소슬한 가을바람과 길벗이 된다. 행복이 충만 되는 시간이다. 트레킹의 맛이 절로 난다.
하동재첩벚굴특화마을인 신동마을을 그냥 지나치기는 어려웠다. 점심시간이기는 했지만 막걸리와 재첩의 향기로움이 유혹을 떨치지 못하게 한다. 원조할매재첩회식당은 허영만의 백반기행이 다녀간 집이다. 주변의 집들에 비해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이유이다. 아니, 주인 아낙의 친절함이 더 빛나서 일 것이다. 친절과 나그네에 대한 배려가 남다르다. 디저트의 단감 두 조각 때문이 아니다. 이어지는 트레킹을 안전하게 잘 하시라는 사려 깊은 말의 배려 때문이다. 인간미와 사랑을 느끼는 여행길은 더없는 행복의 길이다.
재첩채집의 현장을 지켜봤다. 동력으로 끌어올린 재첩군은 마치 자갈을 채취하는 모양새다. 배가 포구에 들어서면 예닐곱의 아낙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배위에서 퍼주는 재첩과 모래와 자갈이 섞인 내용물을 몇 차례 체로 거르고는 윗부분을 체취하고 나머지 불순물은 버렸다. 다시 큰 바구니에 모아진 재첩은 선별기로 이동한다. 선별된 재첩은 비로소 상품으로 배달되는 듯했다. 가을햇살에 그을린 선주와 인부, 아낙들의 호흡이 포구의 정경과 함께 어우러진다.
하동대숲과 하동포구를 지나며 새로이 건설된 2번 국도의 붉은 다리가 섬진강 모랫벌과 조화를 이룬다. 폐선로는 산책로로 바뀌고 경전선 철로는 신박하게 달리는 기차를 섬진강이 품어주는 듯했다. 하동송림을 지나 섬진교 동단에 도착하면 27.3km, 제 47코스가 끝난다.
첫댓글 유유자적 가을의 정취를 한껏 누리시는
선생님~ 참 부럽고 멋지십니다^^
여행길 중 만난 재첩국과 막걸리는 얼마나 맛났을지?! 상상하게 되네요..
있는 듯 없는 듯 항상 이끌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제 2의 인생을 늘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