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년에 한번, 모든 행성이 일렬로 배열될 때 신비로운 트라이앵글을 손에 넣으면 창조주의 힘을 얻게 되노라~ 이런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영화는 인기게임 툼레이더 시리즈의 실사판이다. 이 3인칭 3D 어드벤쳐 게임의 주인공인 라라 크로프트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게임 캐릭터로 손꼽히는 존재. 게임 도중 늘상 보게 되는 그녀의 뒷모습에 반해 버린 게이머들은 부잣집 딸인데다 똑똑하고 몸매 잘 빠지고 인디아나 존스 뺨치는 탐험가인 그녀에게서 무한한 매력을 발견하게 되는 모양이다. 아무튼 워낙 팬이 많다보니 실사판의 주연 배우 캐스팅을 놓고도 얘가 좋다, 쟤가 어울린다 등등 말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제작진의 선택은 오로지 졸리! 안젤리나 졸리가 아니면 영화를 포기하기로 했었다나 어쨌다나. 제작진의 이런 오버 덕에 속편과 삼편까지 출연하기로 되어 있다는 안젤리나 졸리는 38인치의 공격적인 가슴을 앞세우고 여름 극장가에 나타났다(본래 치수는 36인치로, 포스터 촬영을 위해 패드를 넣었다고 인터뷰에서 그러더라...). 게임 속 라라 크로프트의 두드러진 눈과 입술, 가슴, 그리고 결코 이쁘다고는 할 수 없는 얼굴을 생각할 때 라라의 팬들이 배신감을 느낄만한 캐스팅은 아닌 듯.
실사판의 라라는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녀도 되는 거대하고 고풍스런 저택에서 남자 둘을 거느리고 산다. 이 저택의 차고에는 매니아들이 입맛을 다실만한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가득하고, 실내에는 영화 세트를 방불케 하는(?) 어드벤쳐 시설까지 갖추고 있을 정도이니 같은 탐험가라 하더라도 인디아나 존스 같은 헝그리파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사진작가로서 재정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부연설명이 있긴 하지만 아버지(배우 존 보이트, 실제 안젤리나 졸리의 아버지)도 탐험가로 설정된 점을 볼 때, 조상 대대로 각국의 문화유산을 파헤치고 보물을 훔쳐다 떼돈을 번 가문이 아닐까 의심해볼만도 하다.
어쨌든, 5월 15일 스승의 날에 문제의 행성배열이 시작되고, 우주정복을 꿈꾸는 일루미나티(일명 '광명파')가 트라이앵글을 얻기 위해 라라 크로프트를 습격하기에 이른다. 거대 조직인 그들에게 맞서려면 라라 역시 여기저기 바쁘게 뛰어다녀야 할텐데, 그럼 무엇을 타고 다닐 것인가?
이 점에 대해서는 영국의 랜드로버 사가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나섰다.
영화 개봉에 훨씬 앞선 올해 2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먼저 공개된 랜드로버 '툼레이더 디펜더'는 영화 속의 라라 크로프트 전용으로 특수 제작된 차량. 베이스가 된 모델은 랜드로버의 디펜더 110 (110인치의 휠베이스를 가진 픽업버젼)으로, 랜드로버 스페셜 비클 팀과 영화 제작진은 앞유리를 제외한 차의 허리 윗부분을 모두 드러내고 롤케이지로 대체하는 등 차체 구석구석에 개조작업을 가했다. 텐트가 실린 루프랙에는 4개의 사파리 5000 드라이빙 램프를 달았고 앞뒤에 윈치를 설치했으며 보닛을 개조해 스페어 타이어를 얹었다. 타이어는 BF 굿리치의 265 머드 타이어. 4.0리터 V8 가솔린 엔진은 도강이 가능하도록 스노클과 연결되어 있으며 트랜스미션은 오토매틱이다. 회색 차체의 실내외 곳곳에는 체크무늬 알루미늄판을 덧댔고 로프,삽, 도끼, 장애물 통과에 유용한 철판 등을 주렁주렁 메달고 있어 터프하면서도 무척 실용적인 모습이다. 실내에는 GPS와 연결된 소니 랩탑과 에릭슨 모빌폰이 설치되어 있으며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 4점식 버킷시트. 산소탱크가 실려 있는가 하면 커피홀더까지 내장시켰을 정도로 세심하게 꾸몄지만 영화 상에서 이 모든 것을 보여주기에는 등장시간이 너무 짧았다. 툼레이더 디펜더와 함께 제작진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또 하나의 탈 것은 라라 전용의 커스텀 바이크. 베이스로는 클래식한 디자인을 고려하여 영국제 노턴을 사용했지만 듀가티나 야마하 스타일로 차체를 개조하고 휠은 하레이에서 가져왔다. 연료탱크 위쪽에 라라의 백팩이 맞춤으로 고정되는 점이 포인트. 촬영을 위해 6대가 만들어졌으며 영화 속에서는 오토바이로 뒷발차기(?) 같은 진기명기도 선보인다.
이밖에도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로버 미니, 재규어 S-타입, 재규어 XJ 200, 로터스 340R, 애스턴 마틴 등 많은 차들을 볼 수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배경에 불과해서 차를 알아보기도 힘들 정도로 잠깐씩만 등장한다. 라라 주변의 자동차들은 모두 영국제라는 점이 특징. 이는 영국 귀족 사회 출신으로 설정된 라라의 성장 배경을 반영한 것이다.
그중 특별 출연이라 할만한 모델은 포드 산하에 있는 애스턴 마틴의 뱅퀴시. 평상시 라라가 이용하는 이 차는 450마력의 6.0리터 V12 엔진을 얹어 슈퍼카급의 성능을 내면서도 클래식한 품위를 자랑한다. 올 초 제네바 모터쇼에서 발표되어 애스턴 마틴의 새 기함으로 자리잡았고, 올해 200대, 내년에 300대가 생산될 예정으로, 2003년까지의 예약이 밀려있다고 한다. V12엔진의 생생한 사운드를 전달하는 주행장면도 포함되어 있지만 화면에 등장하는 시간은 채 5초가 안된다.
라라네 집 주차장. 로터스 340R이 보인다.
이밖에도 여러가지 차들로 가득!
애스턴 마틴 뱅퀴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