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마거릿 애트우드)인간, 인생 그리고 자연
*출처=셔터스톡
오랜 세월 동안 당신이
고된 일들과 긴 항해 끝에
자신의 나라, 자신의 섬,
수만 평의 땅, 수백 평의 집,
그리고 자신의 방 한가운데 서서
마침내 자신이 어떻게 그곳까지 왔나를 돌아보며
이것은 내 소유야, 하고 말하는 순간
그 순간 나무들은
당신을 감싸고 있던 부드러운 팔을 풀어버리고
새들은 다정한 언어를 거두어들이고
절벽들은 갈라져 무너지고
공기는 파도처럼 당신에게서 물러나
당신은 숨조차 쉴 수 없게 될 것이다.
아니야, 하고 그들은 속삭인다.
넌 아무것도 소유할 수 없어.
넌 방문객일 뿐이었어, 매번
언덕에 올라가 깃발을 꽂고
자신의 것이라 선언하지만
우리는 한 번도 너의 소유였던 적이 없어.
넌 한 번도 우리를 발견한 적이 없어.
언제나 우리가 너를 발견하고 소유했지.
마거릿 애트우드(Margaret Atwood, 1939~), 캐나다의 작가
'무소유'의 관점에 따르면, 인간은 세상을 사랑할 수는 있어도 소유할 수는 없다.
위 시에서 인간은 자연의 정복을 주장하지만, 자연은 이에 대해 냉소적으로 비웃는다.
인간이 처음 자연의 대지에 발을 디뎠을 때, 자연의 나무와 새, 절벽은 인간에게 큰 위안을 주었다.
그러나 인간이 소유권을 주장하는 순간 자연은 인간에게서 물러났다.
위 시는 인간이 자연을 소유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연이 인간을 소유한 것이며, 인간은 지구에 잠시 머물렀다 가는 방문객일 뿐이라는 점이라고 전한다.
마거릿 애트우드는 장편소설 <떠오름>으로 작가로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으며 이후 수많은 시와 소설을 발표하며 20세기 캐나다를 대표하는 여성작가로 추앙받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 토론토 요크 대학에서 영문학 교수를 역임하였고, 현재 국제사면위원회, 캐나다 작가협회 등에서 활동중이다.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