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갱大火坑이란 어떤 것일까? 이름 그대로 큰 불구덩이다 가령 큰 불구덩이라면 크기가 어느 정도며 있다면 어디에 있을까? 크기로 따지면 한계가 없고 장소를 얘기하면 어디나 있다 다만 지각地殼으로 덮여 있기에 평소 보이지 않고 평화로울 뿐이다
옛사람들이 그리고 또는 오늘날에도 큰 불구덩이 지옥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지구와 연관이 있다 지구를 벗어나 있는 옥이라면 지옥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다 땅과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가 없다 펄펄 끓고 있는 팔열지옥도 꽁꽁 얼어 있는 팔한지옥도 단지 지각 아래 덮여 있을 뿐이다 지구를 벗어나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옆으로 새지만 '분서갱유'란 말이 있다 중국 사기史記 진시황기秦始皇紀 십팔사략十八史略/진편秦篇에 이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사를 분焚 자에 책 서書 자와 묻을 갱坑 자에 선비 유儒 자를 쓰는데 풀이하면 서책을 태워버리고 똘똘한 선비들을 파묻었다는 얘기다
기원전 222년 제齊나라를 끝으로 하여 주변의 여섯 나라를 모두 평정하고 전국시대戰國時代를 마감한 진나라 시황제 때 있었던 일이다 그는 젊은 나이에 천하를 통일하고 처음始으로 황제皇帝 자리에 오른다 주周의 왕조 때 봉건 제도를 폐지하고 사상 최초로 중앙집권中央執權의 군현제도郡縣制度를 채택하였는데 군현제 입안자가 승상 이사李斯며 훗날 '이사의 난'을 일으킨 주역이 된다
아랫사람이 똑똑한 것을 보지 못하고 톡톡 튀는 사람을 싫어하는 것이 예로부터 사람 마음이었을까? 잘난 선비들을 엄단하라며 460명의 선비를 땅에 묻었고 의약에 관한 책 의서醫書와 점대에 필요한 복서卜筮 농업에 관련된 서책과 진나라 통일의 역사서 외에는 모두 불태우도록 영을 내렸으니 그때가 곧 기원전 212년이라 한다
스마트폰 하나로 세상을 읽어 내리고 PC 하나로 지식을 공유한다거나 종이에 글을 쓰던 때가 아니다 종이가 발명되기 이전으로 댓조각을 엮어 만든 죽간이었다 책을 만드는 데도 힘이 들었으나 한번 없어지면 복원할 수가 없었다 기록에 의하면 그해 기원전 212년 호화찬란의 극치 아방궁이 완공되자 그는 길이 늙지 않고 오래 살고 싶었다
시황제는 방사方士 노생盧生과 함께 후생侯生을 불러들여 후대했으며 신선 술법을 가르치라 하였다 노생 후생 두 방사는 그간 강의한 강사료와 함께 여러 가지 귀물까지 몰래 사취한 뒤 시황제가 덕이 없는 이라 비방하며 온데간데없이 종적을 감추었다 시황제는 크게 진노하였다 시황제는 끝내 그들을 찾아내고 이름 있는 선비들을 찾아내 각각 구덩이에 파묻어 죽였는데 이 사건을 가리켜 '갱유坑儒'라 한다
앞의 '추락대화갱推落大火坑'에서 추락推落은 추락墜落이 아니다 추락墜落은 자연의 현상이 포함되는 떨어질 추墜에 떨어질 락落이다 관음경 중송분에서 표기한 추락推落의 추推는 밀 추推 자다 당연히 추락推落은 인위적이다 새 조鳥 자는 새의 보편적 명사지만 새 추隹 자는 꼬리가 짧은 새다 새에게는 뒷걸음後進이란 게 없다 나아갈 진進에도 새隹가 들어 있듯이 날 때도 뒤로 나는 경우는 없다
밀 추推 자는 부수가 재방변扌= 手이다 사람이나 또는 물체를 민다고 할 때 거기에는 반드시 손手이 있다 앞의 '가사흥해의假使興害意'에서는 '이를테면'이라는 가정법을 내세웠으나 '추락대화갱'에서는 분명 인위적이다 자칫 발을 헛딛어 떨어지는 것과 누군가가 밀어 떨어지는 것은 원인에서부터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비슷하다 가령 큰 불구덩이에 떨어진다면 말이다
지옥은 지구 밖의 일이 아니라 했다 정말이지 지옥이 땅속에 있을까? 알고 보면 지옥은 마음에 있다 이를 달리 말한다면 하늘나라도 마찬가지다 하늘나라는 하늘에 있지 않다 그 또한 마음 씀씀이에 들어 있다 순간순간念念이 보리심菩提心이고 곳곳處處이 안락국安樂國이다 시간念과 공간處을 벗어난 자리에 지옥과 천국이 따로 없다고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