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모가 돌아왔다. 목에 힘이 빠진 대신 배에 힘이 들어갔다. 1년 반의 공백이 그에게는 너무나 적절한 공백이자 휴식기요 도약을 위한 발판이었던가 보다. 한동안 그에게서 등돌렸던 대중 가요 팬들도 이제 다시 마음놓고 그를 다시 좋아해도 좋을 것 같다. 5집 앨범 발매에 즈음해 가진 그의 이메일 인터뷰에 대한 답변은 생각 이상 진지하고 또 깊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었다.
앨범 타이틀을 ‘歌人(가인)’으로 정한 것에서부터 무언가 비장한 각오 같은게 느껴진다. 그것은 부담감 또는 부활이란 단어와도 직결되는 것인가? 앨범 부제가 당신 생일이던데.
''가인''은 노래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뜻하지 않은 1년 6개월의 공백 기간 동안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무대에서 노래부르는 것이다. 너무나 노래가 부르고 싶었고 앞으로도 오래도록 가인의 길을 걷고 싶어 타이틀을 그렇게 정했다. 물론 오랜만에 선뵈는 앨범이라 부담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노래 부르고 싶은 마음이 먼저였다. 그리고 생일 날짜를 적어 넣은 것은 부제라기보다, 가수 조성모가 새롭게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를 강조하고 싶어서였다. 발매일을 그 날로 정한 것도 그런 까닭에서이다.
팬들도 가수와 함께 늙어간다는 말을 실감하는가? 이번 앨범이 주 타깃을 20대로 잡은 것도 그것과 무관하지 않은 전략일 듯 싶은데.
나, 아직은 팬들과 함께 늙어간다고 느끼기엔 너무 젊지 않은가? 다만 팬들과 함께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은 했다. 30년 아니 40년이 지나, 우리가 서로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일지라도 콘서트장에 모여 함께 소리지르고 노래 부르고 싶다. 그땐 트로트를 많이 준비해야 하나 후후. 그리고 이번 앨범이 굳이 20대를 타깃으로 삼은 것은 아니다. 아마 ''왜'', ''버릇처럼'' 등 20대의 감성과 잘 어울리는 노래들이 많아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특정 계층, 세대를 타깃으로 삼기보다는 누구에게든 위로가 되어 줄 수 있는 음악을 만들려 노력했다.
4집까지 줄곧 호흡을 맞춰왔던 이경섭 대신 김형석이 메인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 호흡을 맞추었는데,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는가? 둘의 작업 방식에 많은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이경섭씨와 김형석씨는 사석에서는 형이라 부를 정도로 친분이 깊다. 경섭이 형은 내가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 선생님과도 같은 마음으로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면서 작업을 함께 했고, 형석이 형은 변화가 필요했던 내게 방향을 제시해준 안내자와도 같다. 두 사람 모두 나에게는 지금도, 앞으로도 소중한 사람이기에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다고 가리고 싶지 않다.
그런데 왜 하필 김형석이었을까 하는 우문(愚問)을 던져 보게도 된다. 이제껏 그와 작업을 함께 한 일이 있었던가? 당신 스스로 내린 자의적 결정인 것 같은데.
물론 나의 결정이다. 일전에 형석이 형이 작곡한 ''그대 내게 다시''를 부를 기회가 있었는데 노래를 부르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한번도 직접 곡을 받은 적은 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노래를 만든다고 생각했다. 그의 발라드는 부르긴 어려운 대신, 듣는 사람에겐 편안하고 애틋한 느낌을 준다. 그는 듣는 이의 감성을 세밀하게 집어내고 섬세하게 표현할 줄 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음악의 방향성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내가 먼저 연락을 했고, 나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받아줬다.
창법의 변화를 위해 6개월 동안의 맹훈련을 받았다고 들었다. 그것은 이제껏 스스로의 가창 스타일에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 채 지내왔다는 소리로도 들리는데, 정말 그런가?
6개월이 아니라 1년 6개월 내내 보컬 트레이닝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발성법에 관한 책도 많이 보았고 트레이너도 따로 두었다. 그것은 이전의 내 목소리에 불만이 있어서라기 보다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목소리의 정체성을 찾고 싶었다. 나이는 먹는데 목소리는 20대 초반으로 머물러 있을 수 없지 않은가!투수가 커브와 직구의 구질을 함께 사용하듯 나도 새로운 구질 하나를 얻었을 뿐이다.
전부터 교범으로 삼아 온 보컬리스트들이 있을 것 같은데, 그들은 누구이며 그들의 어떤 면이 당신에게 자극을 주는지 궁금하다. 또 어떤 식으로 반영되었는지도 알려달라.
특정인을 교범으로 삼기보다는 과거엔 평소 공경했던 가수들의 보컬 장점을 따라 하려 했지만, 그에 앞서 이번 앨범을 통해 군더더기 없는 나의 목소리를 찾으려 애썼다. 자연스럽고 인간미 나는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이전엔 고음에서 속으로 소리를 삼키는 발성을 했는데 이번엔 샤우팅 창법으로 바꿔 파워풀한 남성적 느낌을 가지려 했다. 그 첫 시도가 ''피아노''다. 이외에도 이번 음반에서는 각 노래에 맞은 음색을 내려 했는데 ''피아노''와 댄스곡 ''사랑할 때 버려야 할 몇 가지'' 그리고 ''파트너''에서의 음색이 다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요시키(Yoshiki)와 작업하면서 그의 음악에 대한 애정과 남과 다른 독창적인 것을 추구하려는 의지를 느끼면서, 나에게 많은 자극이 되었던 것 같다.
싱어 송라이터로 그리고 아티스트로 발전하기에 앞서 우선 가수로서 어느 정도 입지를 굳히는 일이 급선무이리라 본다. 이에 대해 당신의 가능성과 비전은 어떠하다고 생각하나.
내가 내 가능성을 말하기란 참 쑥스럽다. 우선 가수는 노래를 잘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래서 앞에서 언급했듯 발성을 보다 체계적으로 갖추기 위해 이론적으로 공부를 많이 했고 보컬 트레이닝과 함께 체력도 보강했다. 날 발라드 가수로 국한시키기 싫어 이번 5집에서 나타나듯 재즈, 록, 라틴, R&B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 해내려 애썼고 어느 정도는 만족한다. 내가 원하는 음악을 오랫동안 하고 싶어 발성뿐 아니라 기타, 색소폰, 플루트까지 연습하고 있으며 작곡 공부도 병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음악에 대한 나의 열정이 제일 큰 가능성이 아닐까? 비전이라...글쎄 언젠가는 일본과 미국으로 진출하게 되겠지만 우선은 음악 하는 사람으로 남는 것이 비전이랄까?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가 커질수록 아쉬움이나 부족함도 더욱 크게 부각되기 마련일 텐데, 1년 반 가까이 공들여 완성한 앨범인 만큼 더욱 진하게 만감이 교차할 것 같다.
그렇다. 지금 다시 녹음한다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창작에 관련된 사람치고 완성된 작품을 보고 100% 만족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지금까지 어느 음반보다 작업기간이 길었고 수정 작업도 많이 했다. 마무리 작업을 할 때에는 단 20일의 여유만 더 있었어도 다시 녹음하고 싶었다. 어떤 음반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힘들게 만들어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껄끄러운 이야기겠지만, 언론에 널리 회자되었듯 소속사 이전 이후 참 이런 저런 말이 많이 나돈 것으로 안다. 심경은 어떠했나? 한편 ''자유''를 얻었다는 평가도 있던데.
그 부분은 쉽게 말하기 어려운 문제다. 다만 몇몇 언론을 통해 소속사 이전의 이유가 돈 때문으로 비쳐진 것은 속상했다. 4집까지 남이 만들어준 편안한 환경에서 노래만 하면 됐다. 그러나 그 노래는 기획사가 골라주는 곡이어야 했다. 그래서 옮겼다. 자갈밭이라도 또 때로는 내가 홀로 땅을 골라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난 내가 결정하고 책임지고 싶었다. 이런 내 마음이 서로 충분히 이해되지 못했나 보다. 거기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마저 안 좋은 일이 생겨 무엇보다 팬들에게 죄송했고 노래 부르기가 왜 이리 힘이 드는 건가에 대한 자괴감도 들었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과 종교에 기대 극복할 수 있었다. 자유라. 과연 무한의 자유란 것은 실제 존재하는 것일까? 다만 내가 원하는 노랠, 내가 원하는 음악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타이틀 곡 ''피아노'' 하나로도 당신이 얼마나 많은 고심의 나날을 보냈을 지 짐작이 간다. 곡명도 단순히 악기 이름을 지칭한 것은 아니라고 하던데. 자세한 이야기를 부탁한다.
''피아노''는 ‘당신을 원하고 사모한다’는 한자의 조합이다. ‘미소년에서 남성으로’의 변화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발라드이다. 피아노 연주가 곡을 이끄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 해주는소박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곡에 이별의 애절함을 더 했다. 이별의 정한을 요즘 세대의 감수성으로 풀어낸 시인 이경의 노랫말이 절제된 이별의 아픔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그러나 처음 이 곡을 받아 부를 땐 어려워 포기했다. 그러다 오기가 생겼다. ''어디 한 번 해 보자.'' 하는 마음으로 2달 정도를 연습했던 곡이다.
앞으로는 홍보 방식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생기리라 본다. 이제 신인 시절 당신을 스타덤에 올리는데 일조했던 주말 시간대의 TV 오락 프로그램 출연은 자제할 것인가?
가능하면 음악 전문 프로에만 나가고 싶지만 오락 프로그램 자체를 안 할 수는 없는 것이 방송 현실이다. 또한 노래만 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려 웃음을 선사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다만 자학적이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야 하는 프로그램보다는 좋은 기획 의도로 완성도 높게 제작되는 오락 프로그램에 한해 2-3편 정도 출연할 것 같다.
엑스 재팬 출신의 요시키가 곡을 줘 화제가 되었는데, 둘의 만남은 어떻게 성사된 것인가? 그리고 이 ''그대뿐이어서''는 일어 버전도 있다는데 일본 진출을 생각하고 있나?
2002년 일본의 한 TV 프로그램에서 내 4집 콘서트 내용이 방송된 적이 있었다. 그걸 요시키가 보고 먼저 함께 작업하자고 제의를 해 왔다. 그래서 2003년 1월 미국으로 건너가 그에게서 곡을 받아 내가 가사를 썼다. 그래 나온 것이 ''그대뿐이어서''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일본뿐 아니라 미국 진출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23살의 당신은 분명 팬 없이 살수 없는 존재였다. 그렇다면 이제 28살이 된 당신은 어떠한가? 당신의 음악적 고집이 팬들을 당신에게서 앗아가리라는 두려움은 없나?
팬 없이 대중 가수가 존재할 수는 없다. 그 동안 기다림에 지쳐서, 변화하는 내 모습이 싫어 떠나간 팬들이 많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소년 시절의 조성모로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이번 앨범에서는 지금은 떠난 사람들이라 해도 한 순간이라도 있어줘서 고마웠기에 팬 클럽 이름을 함께 실었다. 스태프와 더불어 그들도 이번 앨범을 나와 함께 만든 것이기에. 지금 내 곁에 있는 팬들은 날 믿고 이해해 주는 사람들이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마음이 통한다고 믿고 있다. 난 이런 그들의 마음을 잘 알기에 그들을 위해, 그들에게 위로가 되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
당신 그리고 이승환, 김건모가 마침 비슷한 시기에 앨범을 출시해, 언론에서는 ''3대 발라드 가수 빅 뱅''이라는 수식어까지 동원하고 있는데,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저번 4집이 나올 때도 서태지 선배와의 빅 뱅 대결이라 표현되었던 일이 있었다. 사실 그런 표현들이 난 너무 부담스럽고 싫다. 서태지, 이승환, 김건모 모두 내가 존경하는 선배님이지 경쟁자가 아니다. 침체된 음반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라도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
최근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당신은 그 누구보다 먼저 억지 미소니 귀여운 표정에 신물이 난다는 표현을 썼다. 그것은 당신의 과거에 대한 전면 부정인가?
광고나 앨범 재킷 사진에서의 이미지는 다소 인위적인 부분도 있지만 그 모습도 분명 내 속의 한 부분일 것이다. 다만 그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싶다. 미소년적 모습이 어린 시절의 나를 대변했다면(그때도 남성적 모습은 있었지만 그런 모습은 콘서트 외에서는 보여줄 기회가 별로 없었다) 밝고 명랑한(약간은 터프 한) 청년 조성모의 모습이 현재 내 모습이다.
차분하고 담백한 맛의 곡들이 주를 이루기는 하지만. 간혹 댄스나 록 넘버도 담겨 있다. ''종합 선물 세트식 편성''이라는 비판도 의식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아마 발라드 곡만담았다면 ''안일하다, 단순하다, 지루하다.''는 평을 받지 않았을까? 단순히 구색 맞추기용 편성이 아니라 재즈, 록, 유로 하우스, R&B, 라틴 등 한 곡, 한 곡 타이틀곡이란 생각으로 창법과 음색, 편성, 악기 구성까지 신경 써 완성도를 높이려 애썼다. 어떤 편성인가도 중요하지만얼마나 정성을 담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보통, 앨범에 한 두곡 정도는 가수 본인이 진정 들려주고 싶은 곡들을 담기 마련이다. 당신의 경우에는 자작곡 ''천사를 위한 발라드''가 그런 시도의 출발점인가?
그렇다. ''천사를 위한 발라드''에서는 가사를 통해 오랜 기다림을 참아 준 팬들에게 나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했고, ''그대뿐이어서'' 역시 노래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팬들을 생각하며 노랫말을 썼다. 그래서 이 두 곡에 특히 애착이 간다.
인터뷰 당일인 3월 11일에 앨범이 출시되지만, 본격적인 활동은 3월 중순 이후부터라고 들었다. 그렇다면 그간은 어떤 비장의 무기를 준비하며 보낼 생각인지?
라디오는 3월 13일부터, TV는 16일에 첫 방송을 한다. 또 4월 초에 콘서트도 있기 때문에 활동 중에도 계속 노래 연습하고 콘서트 연습도 병행할 예정이다. 아마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며 노래하는 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나이도 적은 편이 아니고, 선배 가수보다는 후배 가수가 더 많아진 상황이다. 어떤 선배 가수로 남아 후진들에게 모범이 되고 싶은가? 당신의 자화상을 그려달라.
무엇보다 노래를 잘하는 가수이고 싶다. 끊임없이 연습하고, 음악과 함께 호흡하고 음악으로 감동을 나누며 30년쯤 더 살다 보면 조용필 선배와 같은 존재가 되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첫댓글 77~78번째 줄 +_+
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