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 MART

[장성열]

중앙시장 술집의 손님 중에 유일한 막걸리 친구가 있다. 모처럼 그와 마주 앉았다. 그는 이마트에서 일하고 있다.

"요즘, 강릉 사람이 차린 식자재 마트가 대단하다면서요? 이마트 타격이 없어요?“

“타격이 크죠. 매출이 15프로 줄었답니다.”

“그거 잘 됐네요.”

“식자재 마트 배달차만 10대랍니다. 얼마나 버틸까요.”

“하여간, 그래도 대단해요. 이마트를 상대로 싸운다는 건. 얼마 못 버틸거예요.”

강릉에서 맹활약하던 식자재 유통 마트가 천곡동에 들어서자, 싼 값에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이 마트에 미운털이 박힌 나 같은 인간들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내심 박수를 치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아마 이마트에서 직원을 줄일겁니다. 그냥 손해보고 있을 놈들이 아니죠.”

“설마 그럴려구요.”

“아니예요. 이번 총선에서 야당이 최저임금 만원을 공약하는 것을 보고 뭐라는 줄 아세요?”

“뭐라 그래요?”

“지금 관리직 몇 명을 내놓고는 전부 사내 파견직이 잖아요”

“그렇죠”

“지금 6개 팀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우리 환경 팀이 15명인데, 시급 만원으로 올리면 인원 5명을 자른답니다.”

“그래요?”

“그런다니까요. 그 놈들이 손해 볼 놈들이 아니죠.”

진보당이라고 우기는 야당에서는 서민들 편을 들어준다고는 하지만, 벌써 대기업들은 그들만의 리그를 만든 다음이었다.

버스는 이미 지나간 다음인데, 국회에서 아무리 지랄을 떨어봤자 소용없는 일이다.

“옛날이 좋았어요. 그때는 오징어 배가 들어오면 개도 돈을 물고 다녔는데.........고향에서 사고 치고 도망 온 것이 묵호인데, 오징어 배 한번 타고 갈려고 했는데, 이렇게 평생 눌러 앉을 줄 몰랐어요.”

“나도 이곳에 인터넷 수산물 쇼핑몰 장사하러 왔다가 강릉에서 이사 오고 말았어요.”

//////////////////////////////

위의 내용과 대화는 몇 년전, 묵호중앙시장 술집에서 술 친구와 나눈 대화다.

일본 오사카 쯔루하시는 제일 동포들이 모여서 장사하는 재래시장이다. 요즘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물건들이

쯔루하시에서는 볼 수 있다.

그런데. 쯔루하시 지하철 역은 쯔루하시 시장 한 복판에 있다.

지하철을 나와서 시장을 통과하지 않으면 집에 갈 수 없다. 우리나라는 반대다. 강남에 가면 지하철 통로와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백화점이 이어져 있다.

그런 나라는 지구상에 우리나라 밖에 없다.

처음 강릉에 이마트가 들어선다고 했을 때, 민주노동당과 시민단체가 반대했었다.

그러나 반대는 흐지부지 되고 이마트를 비롯해서 대기업 대형 마트들이 시내 요지에 자리 잡게 되었다.

반대하던 진보당원이나 시민단체 회원들도 버젓이 이용하는 실정이다. 어떤 인간은 대형마트에 자신이 생산하는 물건을 팔려고 한다.

일본은 대형 마트가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그것은 쯔루하시가 증명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지역 유통 질서를 완벽하게 무너뜨린다. 지역 경제를 와해 시킨다.

그나마 지역민들을 몇 사람 취직을 시켜주지만, 기껏 직원 몇 명과 위탁업체 뿐이다.

지역 농수산물을 팔아주는 것도 아니다. 어쩌다 팔아주더라도, 반값 세일을 하여 생산비도 못미치는 단가를 강요한다.

5일장은 물론, 지역 재래 중앙시장도 마찬가지다.

과거 동네 골목 마다 존재했던 슈퍼 상점 점방들은 전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24 시간 편의점이다. 그것 마저도 대기업이다.

이런 한심한 짓을 하고도 정부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한답시고 떠들어대고, 망가진 중앙시장에 지붕을 만들고 쓸데없는 돈을 낭비하고 있다.

이미, “죽은 얘 부랄만지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