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자 수요를 반영한 ‘세상에 없던 물건’은 대박의 지름길 -
- 매출 감소로 판매 중지한 과거 ‘간판 상품’도 리뉴얼로 매출 훌쩍 -
- 과유불급과 품질 유지가 ‘간판’ 유지 비결 -
□ 일본 소비재 시장 현황
ㅇ 성숙한 일본 소비재 시장과 사라지는 간판상품
- 제품 생명주기(PLC:Product Life Cycle)의 후반부에 들어서면 쇠퇴기가 찾아 오듯, 소비자들로 하여금 오랫동안 친근하고 지명도 있던 제품도 매출 부진으로 판매가 종료되거나 판매지역을 축소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음.
- 특히 일본 식품시장은 인구 감소로 성장이 둔화되고 기존 4인 가족의 타깃 소비자 모델이 붕괴돼 대용량 과자 등 과거의 히트상품들이 팔리지 않게 됐음. 또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발달로 새로운 제품의 유입속도가 빨라졌으며, 편의점 및 슈퍼 등 소매점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PB(Private Brand)상품을 확대하고 있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음.
- 그러나 일부 기업은 철저한 시장분석과 고객의 수요를 기반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활로를 모색하고 있음. 사례를 통해 일본기업이 어떻게 오랫동안 소비자로부터 사랑받는 제품을 만들고 유지했는지, 그리고 판매가 저조했던 제품을 다시 히트상품으로 역전시켰는지 살펴보고자 함.
□ 리뉴얼로 매출 끌어올린 과거 히트상품
ㅇ 타깃 소비자를 바꾼 SAVAS 단백질 음료
- 1980년 처음 발매된 메이지 제과의 SAVAS는 운동선수를 위해 개발됐으며 분말형태로 되어 있었음. 당시 발매된 ‘프로틴 85’, ‘잼 오일’, ‘SAVAS C’ 등 총 10종류의 상품은 대용량으로 박스나 원통형 플라스틱에 담긴 투박한 디자인이었음.
- 젤리, 알약 등 1980~1990년대를 거치며 다양하게 변화를 시도해 오던 SAVAS는 2009년, 메이지 제과와 메이지 유업의 합병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됨. 합병 후 10년간 메이지 홀딩스(HD)는 영업이익률이 2010년 3월 2.6%에서 2019년 3월 분기에는 7.8%가 됐는데 이 때 기여를 한 것이 2015년 발매된 단백질 음료 ‘SAVAS 밀크 프로틴’임.
- (구)메이지 유업 주도로 일반 소비자를 타깃으로 개발된 음료로, 번거롭게 분말을 물이나 우유에 섞어야 하는 형태가 아닌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바로 사서 마실 수 있는 혼합 음료 형태로 출시했음.
- 단백질 음료이지만 깔끔한 맛으로 일반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며, 발매 4년이 지난 현재 연 매출 100억 엔을 목전에 두고 있을 정도로 기업의 간판 상품으로 등극했음.
메이지 홀딩스의 간판 음료 SAVAS 밀크 프로틴
자료 : 메이지 홀딩스 홈페이지
ㅇ 패키지 바꿔 매출 10배 기록한 ‘저지 우유푸딩’
- 1999년 발매 이후 인기를 끌었던 오하요(OHAYO) 유업의 ‘저지(Jersey) 우유푸딩’은 매출 부진으로 판매 중지와 재발매를 반복해왔음. 3번째 재발매 시에는 구매력 있는 성인을 타깃 고객으로 삼고 패키지 고급화 전략을 사용하기 시작했음.
- 저지 우유는 소의 품종 중 하나인 저지에서 나오는 우유임. 영국 왕실의 우유를 만들기 위해 품종을 개량한 프리미엄 골든 밀크로 단백질, 인, 칼슘 등 다양한 성분이 일반 우유보다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음.
- 원유 생산량이 적어 고가의 유가공 제품을 만드는데 사용되는데 오하요는 이러한 고급 원료를 사용한 푸딩의 특징을 살린 고급스러운 패키지를 입히기 시작했음.
- 투명한 플라스틱을 용기로 쓰는 자사의 다른 라인의 푸딩과는 달리 흰색 불투명 용기를 사용했으며 뚜껑의 색은 대체적으로 파스텔 계열의 차분한 색감을 사용하여 고급스러움을 더했음.
- 2016년 리뉴얼된 푸딩은 판매 종료 직전인 2013년도 매출의 10배가 되며 다시 한 번 기업의 효자상품이 되어 다양한 맛의 라인을 구축하고 있음.
자료 : 오하요 유업, KOTRA나고야무역관 편집
□ 수요 있는 곳에 新간판 상품 탄생
ㅇ 신개념 남성 화장품 ‘보디 페이퍼(Body Paper)’
- 대다수의 일본 음식점은 자리에 앉으면 손을 닦을 수 있는 따뜻한 물수건부터 건네는 문화가 있는데 남성 손님 중에는 얼굴이나 목 등을 닦는 사람도 간혹 있음. 이러한 무의식적인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여 잠재 타깃 고객의 수요를 반영하여 개발된 제품이 맨담(Mandom)의 개츠비(GATSBY) 보디 페이퍼임.
- 1990년대 들어 세안제를 사용하기 시작한 젊은 남성도 늘어나 남성 고객의 수요를 확신한 맨담의 상품 컨설턴트는 1996년 최초로 얼굴용 페이퍼를, 1998년 보디용을 개발하여 출시했음.
- 이 신개념 제품은 남성용 화장품 중 ‘페이퍼’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든 것인데, 시중에 유사한 제품이 없다 보니 시행착오를 겪으며 발전해 나갔음. 수염에 종이 보푸라기가 남거나 닦는 도중 종이가 꼬이지 않도록 100가지 이상의 소재를 조사하여 지금의 매쉬 조직 부직포 재질의 제품이 탄생했음.
- 현재는 운동을 즐기거나 더운 여름 땀을 흘린 남녀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멘톨 타입’ 등 20가지 이상의 종류로 제품군을 확대하기도 함. 경쟁사의 추월 노력에도 불구하고 맨담은 약 120억 엔의 남성용 국내시장(2018년)에서 60~70% 점유율을 차지하며 톱 메이커로 군림하게 됨.
소비자 수요를 반영한 신개념 화장품, 개츠비 보디페이퍼
자료 : 개츠비 홈페이지. KOTRA나고야무역관 편집
ㅇ 지워지는 볼펜, 세계 누적판매 20억 자루 돌파한 파이롯트(PILOT) ‘프릭션(Frixion) 볼펜’
- 소비자가 ‘수정액없이 볼펜으로 쓴 글씨를 지울 수 있다’는 인식을 갖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 되지 않았음. 파이롯트의 프릭션 볼펜의 시초는 1975년 파이롯트가 전세계 최초로 특허를 취득한 메타모잉크를 사용한 종이컵임.
- 1976년 발매한 ‘마법의 컵’은 상온에서는 흰 바탕에 한 남자가 그려져 있는 평범한 종이컵이지만 냉수를 넣으면 붉은 꽃이 나타나는 종이컵으로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원리를 사용한 것임. 이후 1984년 LA 올림픽에서 입장 티켓의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 손끝으로 문지르는 것만으로 색이 변하는 메타모잉크를 인쇄 기술에 사용하게 됨.
- 2001년 본격적으로 특허 성분을 필기구에 활용하는 개발에 착수하여 2002년, 검정색으로 쓴 글씨가 파란색이나 빨간색으로 변하는 ILLUSION 볼펜을 사용했음.
- 온도 변화 폭을 80도 전후(-20도~65도)까지 확대하는데 성공하며 지금의 프릭션 볼펜은 영국에서 먼저 출시되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2006년부터 지금까지 파이롯트의 대표적인 인기 상품으로 성장하여 2017년 기준, 전세계 누적판매 20억 자루를 돌파했음.
- 파이롯트는 지금도 고객들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볼펜이나 사인펜은 물론, 형광펜이나 색연필에 이르기까지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음.
□ 변하지 않는 품질유지와 제품의 본질을 추구하는 것은 간판상품의 생명
ㅇ 테이스팅만 한달이 걸리는 최고급 위스키 ‘타케츠루(竹鶴) 퓨어 몰트’
- 소비자가격이 7만 엔을 호가하는 닛카 위스키(Nikka Whisky)의 최고급 위스키 ‘타케츠루 25년산 퓨어 몰트’는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품평회 ‘월드 위스키 어워드 2019’에서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 세계 최고상을 수상했음.
- 2000년에 발매한 타케츠루 브랜드에서는 이번이 9번째 수상인데 이러한 위상을 가지기 까지 20년간 고도의 블렌드 기술과 전문가의 섬세한 테이스팅 작업이 이루어졌음.
- 닛카 위스키가 보유하고 있는 위스키 원액은 2000~3000통으로 나무통의 소재나 연수 등에 따라 맛이 달라짐. 따라서 위스키 맛은 해가 지나면서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매년 1회, 모든 상품의 레시피를 재검토하여 ‘변하지 않는 맛’을 실현하고 있음.
- 이를 위해 블렌더라고 불리는 전문가 11명이 매일 100통 정도 샘플 향을 시음하여 느끼는 향과 맛을 각자의 언어로 기술하고 있는데 이 테이스팅 작업에만 한달이 소요됨. 모든 블렌더는 테이스팅이 진행되는 평일에는 맵거나 냄새가 심한 음식은 입에 대지 않는데, 이러한 노력이 간판 상품의 명맥을 유지하는 비결임.
닛카 위스키의 최고급 위스키 타케츠루 25년산 퓨어몰트
자료: NIKKA WHISKY 홈페이지
ㅇ 주부들의 필수 아이템 ‘하이타(ハイター)’
- 2017년 8월 NPI Report가 발표한 ‘주방용∙식기용 세제 시장점유율 20위’에 따르면 카오(花王)의 하이트 브랜드 제품이 차례로 1위, 2위, 6위를 차지하며 총 12.82%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음.
- ‘맑아지다’는 단어를 뜻하는 독일어 heiter를 어원으로 만들어진 이 제품의 전신은 1962년 발매된 표백제 ‘블리치’로 1966년 7월, 하이타라는 이름을 갖게 됐음. 이처럼 선발주자 카오는 지난 반세기 동안 지속적인 제품 리뉴얼을 통해 경쟁사인 라이온(LION) 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견고하게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음.
- 카오는 그동안 주방용, 화장실용, 세탁용 하이타 등 다양한 상품을 출시했는데, 가정용뿐만 아니라 소독과 표백이라는 제품의 본질을 잊지 않고 업무용, 병원용 전용 제품을 제조∙납품하는 등 전문 업계에도 꾸준히 판매하고 있음.
- 이처럼 제품의 본질을 잊지 않고 노력한 덕분에 주부들 사이에서 식기를 소독하고 표백하는 것이 ‘하이타 한다’는 대명사로 통하고 있음. 카오의 전략은 브랜드 핵심 가치를 견고히 하고 오랜 세월 간판상품으로 판매되는 비결임.
주방용부터 의류용까지 다양한 용도의 하이타
자료: 카오 홈페이지, KOTRA 나고야 무역관 편집
□ 과유불급 실현하는 유명 음식점 간판 메뉴
ㅇ 고객이 다시 발걸음하는 이유는 의외로 ‘너무 맛있지 않기 때문에’
- 1978년 문을 연 중화요리 체인점 히다카야는2019년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400개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600개로 확대할 목표를 갖고 있음.
- 이러한 성장배경에는 손님의 재방문율이 높기 때문인데, 히타카야의 창업자 칸다 타다시 회장은 그 비결을 ‘너무 맛있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전함. 강한 인상을 남기는 맛을 추구하게 되면 입맛에 맞는 일부 손님들은 선호할지 몰라도 질리 않게 먹지 못하고 폭 넓은 고객층이 재방문하기 어려워진다고 판단했음.
- 도쿄, 사이타마현, 카나가와현, 치바현, 이바라키현, 토치키현 등 수도권에 밀집된 400개의 점포는 각 점포 간 거리가 가깝지만 이러한 전략이 성공을 거둔 것도 한결 같은 무난한 맛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임.
- 모든 점포가 동일한 맛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사이타마현에 위치한 교다 중앙공장을 중심으로 식재료 조달∙제조∙유통 3가지 기능을 갖추었기 때문임. 히타카야 각 점포에서 공장에 발주를 하면 즉시 식품 제조사로부터 식재료를 조달해 공장에서 제조한 뒤 배송업체를 통해 배달하는 프로세스를 유지했음.
□ 시사점
ㅇ 제품이 획기적이라는 이유만으로는 기업의 간판이 되기 어려움
- 아무리 획기적인 상품이라 하더라도 관련 시장이 따라갈 수 없는 기술이나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인력이 필요해진다면 오히려 시장 진입에 실패할 확률이 있음.
- 편물기계 대기업인 시마세이키 ‘홀 가먼트 니팅머신(Whole Garment Knitting Machine)’을 독자기술로 개발해 의류 업계에 혁명을 일으키며 루이비통부터 유니클로까지 대기업의 러브콜을 받고 있음. 그러나 기존 생산공정과 다르고 간단히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으로 1995년 제품화가 이루어졌지만 아직 시장에 널리 침투하지 못했음.
ㅇ 수익률이 떨어지는 간판 상품, 광고 문구부터 판매방식까지 다시 살펴보면 활로 보여
- K대학교 경제경영연구소 N 연구원(대학명 및 실명 비공개)은 나고야 무역관과의 인터뷰를 통해 “판매종료가 언급되는 제품도 마케팅 전략 재검토를 통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함.
- 히트하는 제품은 1000개 중 3개 정도의 확률로 희박하기 때문에 한 번 히트를 기록했다는 것은 수익률 감소의 원인을 분석한다면 다시 한 번 약진을 노려볼 수 있다는 것.
- 카오의 하이타 제품 중 ‘와이드하이타 EX파워’ 제품은 발매 초기에 판매실적이 좋지 않았는데 그 원인을 분석한 결과, 소비자가 ‘향기나는 유연제와 표백제인 하이타를 함께 쓰게 되면 향이 없어져 같이 쓰지 않는 것이 좋다’는 오해가 있어 구매를 꺼려했기 때문이었음. 이후 광고에 ‘유연제의 향을 극대화한다’는 문구를 삽입해 2008년과 비교해 매출이 3배 증가하는 성과를 거둠.
자료: 닛케이비즈니스, 카오, 메이지 등 각사 홈페이지, NPI Report, KOTRA나고야 무역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