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 글)
그땐 그러하였다
Jason
전두광의 서슬 퍼렇던 시절
최루탄 터지는 종로
안으로 문을 잠근
피맛골 생선구이 집에서
우리는 숨죽여 소주를 마셨다
문틈으로 들어오는 매캐한 가스에
눈물을 찔끔거리면서
시국을 한탄하고
세상에 삿대질을 해대며
소심한 저항을 하였다
살이 발라진 고등어 눈에서도
드디어 눈물이 고이고
술이 취한 친구는 문을 열고
짱돌 하나를 줏어든 채
연기 자욱한 백골단을 향해
분연히 일어섰다
우리는 술에 취한 그를
필사적으로 말렸다
그의 넥타이가 아무렇게나
펄럭이고 있었으므로
거기까지가 딱
부끄러운 우리의 저항이었다
우리는 아직 딱지도 떼지 않은
애송이 월급쟁이라
시국보다
대리, 과장이 더 부러운
속물이었는데
전두광이는 그런 속물들을
더 작게 만드는 공포를 확산시켰다
프로 야구가 출범하고
칼라 티비 방영이 시작됐다
1982년 1월 오후 새벽 4시에는
37년 만에 통행금지가 해제되었다
우리는 독재자의 의도대로
정확히 야구에 열광하고
현란한 드라마에 빠지고
밤새 미친 듯이 마시기 시작했다
한때
세상을 바꾸겠다고
스크럼을 짜고 구호를 외치던
뜨거운 피는
어느새 새끼가 하나 둘 딸린
비겁한 생활인이 되면서
어느새 온도를 잃어가고 있었다
땡전 뉴스에 쌍욕을 해대면서
채널을 돌리고
순자의 턱이 주걱인가
주걱이 순자의 턱인가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이다가
어느 날은
민주주의의 아버지라는
순자의 개소리를 들었다
그땐 모든게
불분명하고 불확실한
비겁하고 혼란한 시기였다
잔인하고 무도한 혼돈이었다
2023년의 지금처럼
23(12)18
https://m.youtube.com/watch?v=PUlQNsl4Qvk&pp=ygUg66CI66-47KCc652867iUIOuvvOykkeydmCDrhbjrnpg%3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