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엔 사랑할거야 4

[모네타]

올 가을엔 사랑할거야 4

 

노처녀 유평강 대리가 출근하는시간은 언제나 남들보다 2시간 빠른

7시 30분이다. 오늘도 아무도 없는빈 사무실에 홀로 나와 사무실 청소,

어제 먹던 커피잔이랑 고무장갑끼고 뽕뽕 있는대로 풀어 닦아댄다.

무엇이 그리도 불만인지 그릇을 닦는지 화풀이를 하는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대머리 비듬 제거하듯이 '삑빡' 밀고 있다.

 

어제는 생각만 해도 기분이 영 아니다. 아니 내 나이가 그렇게 못 보아줄

것도 아닌데 노처녀 취급을 하는지 쌍 욕이 입술을 떠나지 않는다.

이제 겨우 31살인데 29살이랑 비교해도 2살밖에 차이 안 나는데

어찌 모두 다 동정어린 눈초리 심지어 저러다간 늙은 노처녀 귀신으로

늙어 죽는다는 악담아닌 악담을 집에 놀러온 엄마 친구들한테 들었던

것이다. 엄마의 선창에 따라 수다스런 옆집 아줌마들이 합창을 하였고

나중에는 근처 홀애비한테라도 시집 보내야 한다는 옆집 개똥이 엄마

입에 침도 마르지 않도록 주절대는데 듣기 싫어 음악 볼륨을 확 올려

'꽝꽝' 동네가 떠나가도록 소리를 높였다. 그 웬수같은 남친 놈은 지

주제도 모르고 어디가서 또다시 어떤 놈 사기치는데 몰두하고 있는지

마냥 기다리기만 하는 자신의 처지가 한스럽다.

 

1시간쯤 지나니 1달 전에 새로 입사한 스물 한 살인 순자가 제법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사무실 문을 활기차게 열고 들어선다. 순자라는 얘는 싸가지가

머리에서 발끝가지 도배된 아이라 도대체 말을 듣기는 커녕 벽도 대문이라

우기고 '땡'하는 소리에 하던 일은 팽개치고 가방부터 먼저 들고 퇴근하는

돌쇠같은 얼굴에 여드름 바가지이고 못 생겨도 정도껏 못 생겼고 요새 유행에는 

한참이나 먼 중앙집중식으로 생긴 상판이다. 사장의 먼 친척이라 낙하산으로 

들어와 허구헌날  노처녀 유평강대리에게 일거리만 쌓이게 만든다.

유평강대리 회사는 직원이래 봤자 사장 포함해 고작 5명, 건물 입구 건판에는

그러듯하고 xx기업이라고 분칠되어 있지만 그건 모르는 사람들 얘기지

세칭 말하면 '삐기'보다 나은 것은 하나도 없다.

 

사장이란 이란 놈은 하루종일 양말 벗고 책상에 발을 올린 채 발톱을 깍느니

콧구멍에서 콧딱지를 파내 '뱅글뱅글' 말아 '탁' 튀기다든지 하고 혹시

건수가 생겼다고 연락이 오면 재개발 하는 곳에서 아이들 데리고 가서

바람이나 잡고 불쌍한 빈민들 기죽이는 그야말로 양아치이다.

그 밑 부장 1명, 과장 1명, 대리인 자신 그리고 꼴 보기 싫은 순자가 다 이다.

부장이나 과장이나 똑같은 건달 들이고 시간만 나면 음담패설에, 땅달만한

것들이 개폼 똥폼 잡느라 하루 시간 다 간다. 간혹 자기에게도 추파를 던지며

"미스 유 오늘 저녁 시간있어 " 라며 건수 없나 어떻하믄 시간 잘 보내느냐가

관건이다. '비엉신들 지랄하고 있네' 있네 라고 속으론 생각하지만 겉으론

안 그런척 아주 꾀꼬리 사춘인것 처럼 선녀가 지상으로 하강하는 것처럼 아주

우아하고 여운이 남는 모습으로 거절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자신의 처지가 향단이와 같이 별볼일없는데 콧대만 한층 

높아져 있고 생긴 모습은 지방분권형이라 별로 타인의 관심을 별로 못 받는다.

생긴 모습이란 유대리와 순자가 도토리 키재기지만 그래도 노류장화보단

싱싱하고 풋기 '팍팍'내는 순자가 더 낫지 아니한가.

오늘은 사장이 '뺑뺑' 놀다 일거리가 생겼는지 부장하고 재개발 데모하는

곳으로 급히 가 버렸고 사무실에는 3명만이 남아 할일없이 시간 죽이고 있다.

늦게 온 순자한테 '팍' 전기나도록 째려 보지만 순자는 시선이 부담스러운지

영 딴전을 피우며 과장한테가서 온갖 아부을 있는대로 부리며 둘이'히히덕'

거린다. 에구 내 팔자야 변변한 부모 만났으면 좋은 학교 졸업하고 그럴둣한

직장 취직해서 자기 친구들처럼 보란 듯이 다닐텐데, 그리고 저런 왕싸가지

보는대로 패주고 모든 잘 생긴 남자들을 애인으로 두고 '희희낙낙' 한 세상

멋지게 거들먹거리고 살텐데. 태어난 곳도 선택이라 하는데 이게 무신 꼴인가

부모들은 시골에서 밭 한 뙈기 없는 소작농에다 소 한마리 없는 거지 중

상거지 자랄때부터 피죽 한 그릇 배불리 못 먹고 자랐고 지금은 달랑 자식은

자기 혼자라 서울 달동네 지하 월세방에서 부모까지 모셔야 한다니, 그 생각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고  눈물이 저절로 흘러 내린다.

 

점심 시간이 다 돼어 셋이 함께 간 음식점은 지하 짱께집이었다.

40 초반인 드럼통 하마같이 생긴 중국집 주인은 오래 전부터 단골이었고

자기들만 가면 죽은 여친 살아온 듯이 무조건 잘해준다. 자장면을 보통으로 

시키면 언제나 곱빼기로 주고 심지어 탕수육도 꽁짜로 준다.

그리고 홀로 '실실' 거리며 선녀보다 잘 생기고 공주인 자기 주위를 어슬렁

거리며 연신 추파를 던져대고 그 모습에 과장과 순자는 재미있어 죽겠다고

배꼽을 잡고 웃느라 짜장이 팝콘처럼 튀어 탁자가 흥건하다.

비엉신 사창가에서 주어왔는 못 생긴 아들 하나 생년월일도 모르는 근본이

'꽝'인 놈이 분수를 알아야지 하면서 괘씸해 하지만 잘못하다 우리 회사 식구

점심값 인상되고 그나마 '꽁짜'도 끝날 것같아 분을 삭히고 있다.

그런 분위기 잘 아는 과장은 언제나 더 시킬 것 있으면 유평강대리를 통해서이고

부족한 단무지도 반드시 유평강대리 몫이다. 지랄같은 세상이다. 정말 분수도 

모르고 날치는 세상 물구나무 서는 날이다.

 

점심 식사 후 사무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요샌 통 연락이 없던 남친

한테서 연락이 왔다. 퇴근 시간 후 만나자는 말만 던지고 자기 얘기는 듣지

않고 끊어버린다. 섭섭한 마음에 눈물 '핑' 돌지만 주변의 눈이 있는지라

안 그런척 일만 한다. 일이라 해 봤자 장부 조작, 다음에는 어느 놈 등쳐 

먹을까 하는 신상명세서를 사장 눈에 '확'보이게 작성하는 것이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순자는 사장이 시키는 일을 자신이 화장실 간 사이

버젓이 자신의 책상위에 올려 놓고 "언니 미안해. 오늘 약속이 있어서" 라며

뒤도 안 돌아보고 과장하고 나가버린다.

 

약속 시간 7시를 맞추느라고 바삐 서둘러 일하지만 겨우 7시에 일이 끝나고

회사앞 순대집에 나타난 것은 약속 시간 지난 7시 30분이다. '꽉' 찬 손님들

중 구석자리에 앉아서 홀로 순대국에 쐬주 한잔하는 남친이 보인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앉으니 눈을 도끼처럼 뜨고 왜 늦게 왔느냐고 힐책을

하며 연거푸 쐬주잔을 비워댄다. 숫제 자기만 돼지처럼 처 먹지 먹으라는 

말 한마디 없다. 취기도 오르고 어느 정도 배부르자 남친 급한 일이 있다고

돈 좀 빌려달라고 한다. 그것도 적은 돈 아닌 3백만원만 달라고 한다.

 

언제나 돈만 뜯어 먹는 백수 건달인 애인이지만 그래도 오랜 시간 사귀어서

남다른 정이 들었건만 오늘은 영 아니다. 조그마한 회사에서 유대리가 받는 

봉급이야 고작 백여만원 큰 회사 절반도 안된다. 그것도 엄마 약값, 월세방값,

적금 붓고 교통비, 식비 쓰다 보면 1년에 영화 구경 한번 가기 힘든 실정이다.

"나, 돈이 없어"란 말이 입 떠나자말자 백수건달 남친은 화부터 벌컥 내며

어디가서 구해 오라고 윽박 지르고 얼굴 험악하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사정 설명하고 좀 기다려 보라고 하지만 앞에 앉은 남친 급하다면서 먹던

숟가락 '홱' 던지며 자리에서 일어나 "다음에 봐" 란 말만 남기고 약속도

없이 나가 버린다. 유평강대리의 눈에는 어느새 닭똥같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신세타령 절로 나온다. 자기가 지금까지 혼기 놓치고 기다린것도 다 

누구때문인데 더군다난 자기 형편 뻔히 알면서 툭탁하면 돈 달라고 해서 준돈도

수백만원 되는 데 웬수같은 놈 돈만 주면 잠적하고 떨어지면 나타나서 지가

살뜰한 애인인양 구는거야. 한 숨에 눈물에 자기 신세 낙동강 오리알 같다.

 

멍하니 넋 잃은 채 버스도 타고 걷고 해서 집 근처가지 왔는데 갑자기 골목에서

뛰쳐나온 미친개 한 마리가 자기 앞으로 돌진해 온다.위험이다 느낀 순간 이미

팔다리는 자동적으로 움직이고 유평강 대리 눈썹이 휘날리도록 달린다.

미친개도 안 보이고 됐다 싶어 달리는 걸음 멈출 때 재수없이 보도부럭 틈

사이에 빼쪽 구두 굽이 끼어 굽은 10미터 전방 으로 날라가고 "꽝" 하고 대포

소리보다 더 큰 소리내며 넘어져 무릎이며 다리며 몸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다.

겨우 일어서니 자신의 신세가 너무 처량해서 갑자기 허물어지듯 주저 앉는다.

인도에 주저 앉아 굽 나간 빼쪽 구두를 양 손에 잡고 땅을 때리면서 통곡을 하고

'엉엉' 울어 버린다. 이럴 때에는 차라리 심청이 되어 지아비 부모님 위해

인당수에 뛰어들고픈 심정이다. 눈물도 메말랐는지 유평강 대리 넋을 잃고 허공만 

처다보고 있을 때 영문을 모르는 행인들은 지나가다 혀다 '끌끌' 차며 100원 짜리 동전.

1000원짜리 지폐를 던져 준다. 그러면서 어느 아줌마 하는 말 " 애구! 어쩌다 저렇게 

됐나. 정신을 차려야지. 우리 큰 딸과 동갑인것 같은데." 라며 지나간다.

"가뜩이나 서럽고 화 치미는데 아줌마까지 무시하고 난리야. 아니 내가 거지로

보여" 라고 '왁' 소리 칠려는 순간 하늘이 어두워 지면서 번쩍거리는 번개소리와 

천둥을 동반한 소나기 쏟아진다.  날씨까지 정말 요상한 날이다.

[모네타]

3편은 너무 길어 4편 급히 써서 올렸답니다. 유평강님! 제 글의 주인공되어 여러 신분으로 탈바꿈하는데 언제나 고맙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항상 행운 있으시길 빕니다. 마지막 부분 '혀만 끌끌'인데 잘못 오기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모네타]

유평강님!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니 한결 마음 가볍습니다. 5편에는 초등학생으로 묘사해서 아름다운 주인공으로 명예회복 시켜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