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명성황후
장소: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일시: 2006. 12. 8(금) 7시 반
인원: 엄마, 짱아(8세 여아)
<명성황후>하면 떠오르는 이름 윤석화.....
정말 그리고 그렸던 극을 이제서야 함께 하는데~
좋아하는 국립극장에서의 공연은 날 한달음에 서울 한복판까지 옮겨 놓았다.
시간 널널한 여유로움과 함께~ 지인과 함께~~^^
이렇게 맞은 극은 초입부터가 심상치가 않은데....
보일듯 말듯한 실루엣에 가리워진 검붉은 군무는 이 극의 비극을 암시하는 듯
간결한 막 사이로 드러난 명성황후(이태원)의 결말을 미리 살짝 알려 주고 있었다.
이 극장을 빛내 주었던 어느 작품처럼 이 극은 그 느낌부터 극의 차별성을 두는데
정말 빛났던 조명의 센스는 내 가끔 이야기하던 <꼭두별초>의 영상처럼
깔끔하면서도 깊이가 있고, 딱 떨어지면서도 마법과 같은 묘한 느낌에
간결한 무대설치와 함께 드러난 정말 보이시했던 조명이 이 극의 맛을 두드러지게 하고 있었다.
명성황후로 우리에게 익숙한 민비(이태원)... 고종(윤영석)의 아내..
그는 극 중에서 한 지아비의 여인이자 조선의 강한 어미였다.
질기디 질긴, 강인한 조선 여인의 모습 뒤에 감추어진 한 여리디 여린 민비의 모습은
그녀에게 적절한 내유외강의 모습이 안타까워 숨 죽일만큼 애처로움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울 짱아에게 보여 줄 요량으로 인터넷 검색부터 다시 하고 간 덕분에
왜 그녀에게 붙여진 칭호가 황후인지도, 민비가 죽은 다음 명성황후라 일컸는지도 알게 됐다.
조선의 마지막 황후 민비~
을미사변(명성황후 시해사건)의 어처구니없는 기막힌 죽음과 함께
국모인 그녀를 무참히 화형시킨 日本 .... (지금도 피가 역류한다. 화형의 장면과 함께...ㅠ)
극을 보는 중간중간에도 속에서 천불이 나듯이 불끈불끈했던 건
무대설치 정말 압권이던 베일 속에 살짝 가리워진 검붉은 악마(일본군)의 모습을
느낌 전달 잘 돼던 음향과 함께 너무도 적절한 효과의 조명으로 인함일 것이다~~★
극을 보는 중 내 가장 가슴 벅찰만큼 찌릿한 전기를 받았던 제 2장 <무관시험>의 군무는
울 짱아 옆에서 '엄마~ 이 음악 집에서 듣고 왔어~!'라며 너스레를 떨만큼 압권이라
비스무리한 요즘 시대극의 한 뮤지컬이 생각나며 그 속상함에 비교가 됐었다...ㅠ
정면에 한없이 서 있던 한양 도읍의 안개낀 듯 뿌연 모습은 슬픈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듯
극의 내용 전부를 암시하며 당시 나약한 조선의 현실에 통한을 더하고 있었다.
지금 바로 폭풍우를 몰고 올 듯한 모습으로 화창한 낮을 검붉은 먹구름으로 온 하늘을 뒤덮으며...
잠시 숨을 고를 즈음 눈앞에 펼쳐진 커다란 일장기는 당장이라도 찢어버리고 싶을만큼 강렬해
여우사냥(민비시해)부터 먼저 하자던 미우라(이종문)와 함께 피가 역류하기 시작했다.
주검을 눈앞에 두고 있는 조선의 마지막 황후의 모습이 그 깃발에 가리워진 채
승냥이의 그림자로 사방을 채우는 순간이었다.
1895년 경복궁 경회루에서의 피로연은 매화없는 봄을 알리는 어린 아이의 노래만큼이나
힘없는 조선의 모습이 서양 세력과 일본의 검은 악마의 장막에 그 빛이 가리워져
허울좋은 축배를 들고 있는 조선을 향해 호랑이(러시아)를 몰아내려는 간악한 일본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매화없는 봄을 알리는 조선의 아이....!
이 씬이 너무도 와 닿아 푸른 빛에 싸인 작은 조명의 움직임조차 요동이 없었다~~★
내 이 극에서 가장 깊이 남던 이가 있었으니 사.비.타의 서민석님이었다.
민비의 곁에서 말없이 지켜보던 홍계훈..... 그는 이 극에서 그만의 진가를 발휘하며
멋진 연기로 승부해 아마도 많은 님들의 머리에 남았을 듯 싶다.
양부일구를 그려 놓은 듯한 무대 바닥에 환하게 비친 조명이 민비의 마지막을 알리는데
그 캐릭터만큼이나 강한 서민석만의 홍계훈은 불꽃 튀던 칼날과 함께 역사의 한켠으로 사라졌다.
그 위로 오버랩되던 홍계훈의 마지막이 떠올라 눈앞이 뿌예진다...ㅠ
'불충한 신은 먼저 가옵니다, 마마~~........' (정말 멋졌던 홍계훈 역의 서민석님 대사~!)
이렇게 원형의 틀안에서 쓰러지던 조선 여인들의 죽음은 불꽃 튀는 처절한 저항도 무색한 채
저주받을 승냥이들의 여우사냥과 함께 조선의 황후를 눈앞에서 화형시키며 이 극은 막을 내렸다.
힘없는 조선이여.... 다시는 외세에 밀려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말자며
죽는 순간까지 있는 힘을 다해 통한의 절규를 하는 명성황후의 손짓과 함께......ㅠ
엔딩에서 온통 하얀 소복의 물결을 이룬 채 딱딱 끊어지던 군무를 보이던 배우들의 모습은
이 극이 사랑받아야 할 극이고, 우리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역사의 한 획을 그을 극이기에
대한민국의 기품있는 대표 트랜드로 자림하길 바란다.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홍계훈의 서민석님, 조명을 정말 멋진 무대 설치와 함께
<명성황후>만의 색을 잘 드러내 주신 조명의 최형오님, 압권의 무대를 보여주신 박동우님,
울 짱아와 함께 멋진 포즈를 취해 주신 이 극의 대장 윤호진 연출님께 박수를 보낸다.
수고하셨습니다~~♡
첫댓글 명성황후.. 넘 보고 싶었던 뮤지컬인데 아직도 못봤네요.. ㅠㅠ 이렇게 샴푸님의 감상문(?)을 보니 더욱더 보고 싶어지는 걸요.. 올해안에 꼭 시간을 내야하는데.. ^^"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