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내 친구이자 사제인 자네 부탁이니 만들어주겠다만.... 자네 미쳣지? 진심이야? 이 모습으로 피에타 조각을 만들어 성당앞에 세우겠다고? 쇼팽이 알면 우리 둘 다 죽이려고 할텐데....
리스트= 하지만! 얼마나 사랑스러운 성모가 아닌가! 나는 어젯밤 에도 저 사랑스러운 인간을 품에 안고 침대에서!
조각가=그만 그만! 난 자네를 존경하지만 성 생활까지는 존경할 마음이 없다고! 아무튼 만들어줄께! 걸려도 난 모르는일이다!
리스트=걱정 마! 우리 둘만 입 다물면 둔한 프레데릭은 아무것도 모를걸?
-하지만 조각상 완성 후 조각상의 비밀을 눈치챈 귀부인이 이를 성당 전체에 소문내는 바람에 사실을 알게 된 쇼팽은 리스트를 죽기 직전까지 두들겨 패고 한달간 각방 선언을 했다고 한다....
제목=한결같은 마음
생일을 축하합니다 선배. 하지만 좋은 선물을 드릴 수 없어서 미안해요. 벌써 수십년째군요. 매년 당신의 생일 때마다 뭘 줘야 할지 고민하다가 변변찮은 선물하나 해드리지 못한것이, 전 참 바보같죠? 절 바보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당신을 향한 제 마음만큼은 거짓이 아닌 진실입니다. 비록 이 진실을 보여드릴 수는 없지만 이 장미꽃이나마 받아 주시겠어요?
수줍은 얼굴, 하지만 좋은 선물을 주지 못해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장미를 건네는 녀석. 벌써 수십년째 보는 모습이지만 이상하게 질리지는 않다. 사실 그가 매번 내 생일마다 주는 선물은 화려하거나 비싼 것이 아니다. 장미꽃 때로는 직접 작곡한 악보, 맛 좋은 원두. 그때마다 너는 늘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지. 너는 바보다. 나한테는 너 라는 존재 자체가 최고의 선물인 것을....그걸 수 십년째 모르다니 진짜 바보가 맞아. 그런데 왜 나는 바보인 너를 사랑한 걸까?
제목-케이크 소리가 나오냐 지금?
오늘은 사랑하지만 내 속을 수십년째 긁어대는 원수(?) 리스트의 생일. 그는 매년 나이를 먹을 때마다 점점 어린아이 같이 요구사항이 늘어난다. 생일 일주일 전부터 내가 손수 만든 케이크를 먹고 싶다고 졸라대던 그. 결국 그에게 져주는(?) 마음으로 케이크를 만들고 있는데.... 그가 내 허리를 끌어안고 묻는다. 케이크 보통 구우려면 15분정도 걸리지?
그는 뜬금없이 나를 들쳐메고 침실로 간다. 딱 15분만 할께~ 저 말을 믿었으면 안되는데....나는 왜 수십년째 속고 있는걸까?
-1시간후-
리스트-하하 케이크가 다 타버렸네.... 아하하하!
쇼팽- 이건 모두 자네 때문이니 자네가 책임지고 다 먹게나! 나는 이 케이크를 만들려고 잘 보이지도 않는 눈으로 레시피를 찾았고 자네가 좋아하는 재료를 구하려고 아픈 허리를 이끌고 걸어다녔다네! 자네는 전생에서 부터 날 사랑한다고 했지? 내 사랑을 담은 케이크 다 먹게나~ 설마 자네 나를 이제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지?
리스트-다 먹을게!
그 녀석이 웃고 있다. 자신이 한 실없는 소리에도 그 녀석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 마냥 좋아해준다. 그런 녀석의 모습에서 젊었을 때 그가 보여준 순수하고 해맑은 미소가 겹쳐보여 나 역시 웃음을 터뜨린다. 노인의 모습이 저렇게 순수하고 맑을 수 있는걸까 아니면 그 녀석 한정인걸까. 수십년째 보고 있지만 아직도 모르겠다.
사람은 노인이되면 진지하고 성숙해진다고 한다. 누가 그런 헛소리를 퍼뜨린걸까? 정말 궁금하군. 저 모습을 보고도 저런 소리가 나오나 보자. 빌어먹을 원수(?)가 내게 안겨준 허리부상(?)으로 침대에서 요양중인 나에게 리스트는 심심하니 자신과 놀아달라며 30분째 유혹적 포즈를 남발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나는 참지 못하고 농담삼아 소리친다.
쇼팽-저 혹시 자네가 먼저 죽었을 때 자네 뇌를 해부해봐도 되겠나? 수십년째 함께했는데 자네 머릿속 괴상망측함은 아직도 모르겠거든!
나름 로맨틱한데 새로 맞춘 안경이 부서질까 겁이난다. 사 주지도 않을 거면서! 그리고 입에서 나는 저 빌어먹을 술과 담배냄새! 끊으라고 수십년째 잔소리를 햇지만 그는 그 순간 청력에 문제가 생긴 것 마냥 내 이야기는 하나도 듣지 않은게 분명하다. 청력 멀쩡해진거 다 알거든요? 루트비히 판 베토벤씨?
같이 가 프레데릭!- 해맑게 웃으며 달려오는 그는 매우 행복해보인다. 그가 마을 아이들에게 멋있는 햇님 할아버지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저런 인간에게도 살면서 슬픔과 불행이라는게 있었을까?
같이 가 리스트!-해맑게 웃는 그는 노인이 되어서도 매우 귀여운 강아지 같다. 그는 알고 있을 까? 그의 보라색 눈이 아름다운 메꽃같다는 것을, 성당 아이들이 그를 귀여운 솜사탕 할아버지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독백- 책을 보는 자네를 보니 떠오르는군. 리스트,한 달 전 기억나나? 자네는 실수로 악보가 아닌 19금 잡지를 들고 연주 무대에 올랐지. 그걸 안 사람들이 미친 듯이 웃느라 연주회장은 뒤집어졌지. 하지만 그거 아나? 그때 얼굴이 새빨개진채로 잡지를 보면서 꿋꿋하게 즉흥연주를 하는 자네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는걸!
제목- 소중한 일상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낸 후 어린 손녀가 집으로 돌아갔다. 그녀석이 혼자 비를 맞으며 벤치에 앉아있다. 손녀가 왔을 때만해도 즐겁게 웃었던 녀석의 표정이 우울하게 바뀌어 있다. 무슨 일인지는 차마 물을 수 없었다. 왠지 물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그녀석의 옆에 말 없이 서있는 것 뿐이었다. 이윽고 나는 그녀석에게 입을 맞춘다. 마치 모든 마음을 다 안다는 듯이.
가을을 맞아 거리에는 수확의 기쁨을 노래하는 사람들의 즐거운 노랫소리와 함성이 울려퍼진다. 이윽고 무도회가 시작되었고 연인들은 짝을 맞추어 술을 마시고 흥겹게 왈츠를 춘다. 그리고 선배는 내 장갑에 입을 맞추며 부끄러운 듯한 목소리로 말한다. "크흠.... 슈베르트, 나랑 한 곡 추지 않겠는가?
제목-진정한 위로
그 녀석의 가방에서 우연히 보게 된 수 많은 진통제들.... 그것을 보는 순간 불길함이 스쳣고 이유없이 눈물이 흐른다. 무엇을 두려워하는거지? 소중한 사람을 눈 앞에서 잃게 될 수도 있다는 것? 전생에 자신의 아버지란 인간이 눈 앞에서 죽었을 때에도, 많은 여인들이 자신에게 이별을 고했을 때에도 이렇게 비참하지많은 안았다. 떠날 사람은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이번만큼은 무언가 느낌이 이상하다. 알 수 없는 내 감정을 이해하듯 그녀석은 말없이 나를 껴안아 준다.
슈베르트-악성이라 불린 남자. 사람들이 위대하다고 칭송했던 그 남자가 오늘따라 매우 작고 연약해 보인다. 그도 인간이니 슬픔과 괴로움은 당연히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런 그를 말없이 안아준다. 울고 있는 그를 위로하는 것은 나인데 왜 내가 더 슬프고 비참한걸까?
의사는 나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한다. 병이 너무 손쓸 수 없이 진행됬다고.... 사랑하는 사람을 남겨두고 가는 심정이 이런걸까? 전생의 프레데릭을 왠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는 자신에게 안겨오지만 왠지 기쁘지많은 않다. 시간이 나에게 더 있었다면 좋을텐데....
젊은 시절 그들의 추억- 추억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
제목- 빛이 사라졌다.
그가 죽었다. 자신의 눈을 기쁘게 하던 화려한 금발머리는 빛을 잃었고 자신을 향해 빛내던 녹색 눈동자는 더 이상 열리지 않는다. 수십년간 끊임없이 사랑을 속삭이던 입술은 차갑게 굳어있다. 그의 몸은 딱딱하고 차갑다. 의사는 그가 오래 전 부터 병을 앓고 있었으며 진통제 없이 통증을 견디지 못했을 거라고 한다. 진작 말해주지! 원망스러운 마음으로 소리쳐봤자 그는 답을 해 주지 않는다. 문뜩 전생이 떠오른다. 전생에 자신이 먼저 병으로 일찍 죽었을 때 그의 심정이 이랬을까? 전생에 그는 어떻게 나 없이 30여년을 버틴걸까? 나는 지금 1분도 못 버틸 것 같은데.... 며칠 후 장의사가 그의 부패한 시신을 강제로 끌고 나갈때까지 나는 그의 차가운 입술에 입을 맞추고 있었다.
그 녀석이 죽었다. 부드러운 갈색 눈동자는 더 이상 열리지 않는다. 맥박도 더 이상 뛰지 않고 몸이 차갑다. 그 사실을 알자마자 나는 주머니 속 독약을 꺼낸다. 전생에 열심히 살아남고자 자살을 포기햇던 나인데, 다시 자살을 결심하고 이를 진짜로 실행하려는 내 자신이 우습고 비참해서 눈물이 난다. 독약을 마시자 곧 시야가 흐려지며 눈이 감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본 것은 잊고있던 전생의 한 장면, 그리고 자신을 웃으며 맞이하는 그 녀석의 모습이었다.
선생님을 사랑합니다. 선생님의 명성과 음악적 능력이 아닌 선생님 그 자체를 사랑합니다.그러니 선생님도 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줄 수 있나요?
그래 슈베르트. 넌 수십년간 나를 한결같이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말했지. 그런데 이 불완전하고 위대하지도 않은 하찮고 나약하기만한 이런 인간인 나도 사랑해 줄 수 있나?
며칠 후 그들의 제자가 집을 방문해 그들의 시신을 발견했다. 그들의 시신 일부는 상당히 부패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둘은 서로를 끌어안고 입을 맞춘 채 죽어있었으며 그들 모두 행복하다는 듯 웃고있었다는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