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울트라마라톤 후기
08:20 오늘도 평소대회와 똑같은 준비를 한다.
옆지기 출근과 동시에 방바닥에 이것 저것 늘어놓는다.
배낭에 들어갈 물건, 가방에 들어갈 물건들은 쭈∼욱 널어 놓는다.
그런데 간식과 군것질 먹거리가 없다.
옆지기 눈치를 살피며 준비를 하자니 아무래도 부족하다.
그래도 대회를 참가한다는게 기쁘고 가슴 설레이게 한다.
동마에서 걸린 감기가 완치 되지 않아 코가 조금은 맹맹하다.
전주대회는 독립군이 제일 많은 것 같다.
여기도 독립군 저기도 독립군 -
다음대회에는 '독립군'이란 표현을 좀 생각해 봐야 겠다.
10:50분 잠실에서 16명의 일행과 함께 출발하여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식사후 전주도착
출발까지는 시간적 여유(4시간이상)가 있다.
식사를 하고 차량에서 1시간정도 잠을 청했으나 옆구리만 아프다.
이리 뒤적 저리 뒤적 하다가 6시쯤 대회장에 가니
58개띠회원들이 왁자지껄하다.
사진찍고 인사 나누고 "58개띠멍" 몇 번하다 보니 사람들이 출발하고 있다.
출발 신호도 모르고 있었으니 분위기가 그만큼 좋다고 해야 겠지.
오팔견, 전사, 산초, 리치와 초반을 함께 했다.
20km정도 지나니 리치가 안보인다.
전사는 리치가 안 보이니까 자꾸만 뒤를 돌아보고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달린다.
볼일을 큰 것을 보나 하면서 시간을 지체해 보지만
끝끝내 리치의 모습을 볼수가 없었다.
사우나탕에서 만났는데 사연을 물어보니
부상이 완치되지 않아서 조심조심 완주 했다고 한다.
중간 59km지점 CP에서 편한쪽을 택하려는 유혹을 뿌리치고
14시간이 넘도록 고생하며 완주 했다고 한다.
리치야 불편한 몸으로 무사히 완주한 것를 축하한다. 그리고 고생 많았다.
내 경험으로는 푸∼욱 쉬면서 스트레칭을 해 주는것이 최고의 보약이던데 -
울트라마라톤 회복은 스트레칭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42km까지는 부지런히 달렸다. 4시간 30분정도 소요된 것 같다.
어묵을 두그릇 먹고 시간계획을 수정했다.
제주도 가기전에 힘을 다 뺄수는 없지 않는가?
그래서
뛰다가 땀이 어느정도 나면 걸어가고 땀이 식으면 달리기로 했다.
7시간 10분 소요되어 59km지점 중간 CP에 도착하니
58개띠들이 왁자지껄 많이도 보인다.
똘똘이가 물 한 대접을 들고 "북두야"하고 부른다.
'여기' 하니까 갔다주네.
미역국도 갔다 준다. 두 그룻을 먹었다. 고맙다 똘아.
한이불을 덮고 산다는 형님을 소개한다.
인사는 했는데 형님한테 결레는 안했나 몰라.
혹, 말 실수를 했으면 문자 보내 사죄드리고 오해는 풀 테니까.
58개띠클럽 회원들은 모두가 고수라고 생각하고 있던차에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가 오고간다.
수리산꺼북이는 앞으로 "수리산다람쥐"로 닉네임을 바꿔야 한다고 하니
'꺼북이 왈' 접는단다.
방자도 일찍 도착했나 본데 접는다 하고,
준수생각도 일찍도착했네 하니까 접었다고 하고,
여기 저기서 접었다는 소리가 많이도 들린다.
왜 이런 문제점이 생겼을까? 혼자 생각해 본다.
답을 몇가지로 생각해 보았다.
- 자신의 체력은 생각하지 않고 시간단축에 신경을 쓰지 않았을까 ?
- 풀코스 기록을 기준으로 100km 기록을 유추하지 않았을까 ?
- 연습은 충분히 했을까 ?
- 울트라를 완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었을까 ?
식사하고 따뜻한 텐트속에서 죽치려고 하니
"꺽쇠"가 와서 너무 오래 있지말고 출발을 재촉한다.
할 수 없이 밖으로 나왔다. 스트레칭하고 출발을 한다.
CP에서 40분 쉬고나이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15분쯤 천천히 혼자 가는데 백송를 만났다.
한참을 함께 동반주 하다. 먼저 보냈다.
난 다음주에 제주도에 가는데 오늘은 LSD라 생각하고
천천히 갈테니 먼저 가라하고
혼자 천천히 밤하늘의 별을 세면서 간다.
추워서 한기가 느껴지면 달리고,
땀이 몸에 어느정도 베이면 걸어서 가기를 반복한다.
깜깜한 주로를 혼자서 가고 있는데
운두령이 차를 타고 가면서 격려를 해 준다.
벌써 완주를 했을까 ? / 그럼 9시간도 안 됐는데 -
어쩐지 껄쩍지근 하다 했더니만 접었다고 하네
출발때부터 너무 욕심부리지 말라 했는데 -
부상은 없는지 걱정되는구만
접은 것은 둘째치고 몸상태는 어떤가 ? 두령이 !
밤티제 정상 휴게소에서
따뜻한 장작불 옆에서 라면을 먹고,
의자에 발을 올려놓고 바닥에는 종이박스상자를 깔고
음료수박스로 베개를 삼아 한 숨 자니 몸이 날아갈 것 같네.
울트라의 맛은 바로 이거여.
바쁘게 움직이는 주자들을 보면서 나를 위로한다.
나는 지금 너무나 편한 길을 가고 있다.
이런 주행은 몸에 피로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역시 골인후 몸은 정상이다.
하지만 1주일후 제주일주을 생각해서 구석 구석 몸을 체크해 본다.
골인후 주변의 이야기가
제주일주를 신청한 사람들은 59km CP에서 많이 접었다고 한다.
내가 골인을 하니까 - 나보다 멍청하다고 하네 / 흐미 기죽어
큰대회를 치루기 위해서는 작은대회를 접어야지
끝까지 완주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을 해 준다.
고마운 말 새겨듣고 반성해 본다.
그런데 뜀병에 걸려 미친사람한테는
별로 크게 들리지 않으니 참으로 걱정된다.
제주일주를 걱정하는게 아니라,
2주후 남산타워를 위해서 몸을 아껴야지 하는 생각뿐이다.
또 하나. 5월에 있을 울트라 3주연속 출전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느니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미쳐도 단단히 미쳐가고 있는 것 같다.
미친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라고 하더니,
진짜 몸둥이를 준비해야 하나. ㅎㅎㅎ
차라리 부상을 당하면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지.
내 자신이 딱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꼭, 부레이크가 고장난 기관차 같이 걱정이 되기도 한다.
작년에는 90km까지 돌수, 무무, 지하철과 함께 마냥 걸었으며
무무의 입심이 귀를 즐겁게 해 주었고,
90km 이후 마음껏 달려서
꼭달이, 운두령을 만나 3명이 동반 골인을 했는데
금년에는 언덕을 내려와 76km 지점에서 '비아'를 만나 동반주 했다.
밤티제 오르막에서부터 계속 뛰어서 약 50명 이상을 추월했다고 한다.
둘이서 10∼11km/h 페이스로 달려서 마지막 CP에 도착하니
상의는 땀에 완전히 젖었다.
도착과 동시에 텐트뒤로 가서 땀에 젖은 옷을 벗고 여벌옷으로 갈아 입었다.
옷을 갈아 입고 있는데 옆에서 비아는 담배를 찾고 있다.
꿀맛이라고 하면서 담배를 태운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비아 혼자이다.
비아야 ! 백해무익하다는 담배 끊을수 없냐 ?
민들레가 자봉을 하고 있다.
비아가 나에게 물어본다. 제가 민들레냐 하더니
처음본다면서 니가 '민들레냐' 하면서 덥석 포옹을 하니까
주위 사람들이 부러운 듯 역시 58은 다르다니까 한마디씩 한다.
비아 - '니가 민들레고나' 처음보는데 반갑다.
마지막 CP를 비아와 함께 출발했다.
시작은 함께 동반주로 달리다가 비아를 먼저 보냈다.
비아는 완주를 생각하는게 아니라 시간단축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작년에는 12시간 17분에 골인했는데,
올해는 12시간대가 힘들 것 같다고 한다.
나는 최대한 몸에 부담이 없는 상태로 골인하고 싶은데 . . .
90km를 넘지 못하고 비아를 추월했다.
꼭, 포경수술을 하고 난 후 걸음걸이를 하면서 걸어가고 있다.
조금 뛰다가 걸어가고 있는데 비아가 따라 온다.
골인을 함께하자고 맘 먹고
굴링다운을 한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걸었다.
신선봉이 추월하며 열심히 뛰어가고 있다.
신선봉도 제주일주 신청했던데 왜 저렇게 무리를 할까 ?
마지막 힘이 없을때 한순간의 방심이 부상을 초래한다.
조심 조심 자신의 몸을 생각하며 달려야 부상도 없다.
쿨링다운을 10km이상하니까 몸이 한결 가볍다.
풀고스 달린 것 보다 가볍다.
바아하고 손잡고 꼴인테이프를 끊었다.
작년에는 3명(꼭달이,운두령)이 꼴인을 했는데
그래도 둘이서 함께하니 기쁨이 배가 되는 것 같다.
58개띠텐트에서 마시는 고로쇠물 한 대접이 몸과 마음을 포근하게 한다.
두 대접을 먹으니 그때서야 막걸리 생각이 나더라.
양주댁이 마련해준 국밥 한그릇하고
막걸리 먹으면서 합창하는 "58개띠멍" 두 번하고 사우나에 갔다.
양주댁은 멍멍텐트에서 수고 많이했고
친구들과 함께 "58개띠멍"도 많이 해서 복받을겨.
한 10번쯤 했냐 ?
아마 텐트에서 계속 자봉했으니까 수도없이 많이 했을겨
막걸리는 마시지 않아도 함께 한목소리를 내어 주어서 고맙다.
양주댁아 ! 혹 꿈에서 '58개띠멍'하니 않았냐 ? ㅎㅎㅎ
비단결도 전주에 오니 볼수 있어 좋았고
사생결단 옆지기 생일축하 케일도 울트라대회 골인장에서 함께해서
기억에 두고 두고 남을 것 같다.
늦은 시간에 사우나를 하고 옷을 갈아 입는데
전화벨이 계속 울려서 받아보니 일행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부랴부랴 옷 갈아입고 걸음을 채촉하여 차에 도착
"기다리게해서 미안합니다". 인사하고 그냥 출발했다.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친구야 !
제주일주 꼭 완주하고 싶다.
그리고 좋은 추억을 간직하고 싶다.
모두 힘이 되어 줄꺼지
불사조가 울트라마라톤 통장으로 보내준 "힘"을 받아서
힘들 때 조금씩 인출해서 잘 썻다.
고맙다 친구야 !
첫댓글 완주축하하고 준비된대회 멋진추억 만들게
q북두야 수고했다. 양사멍중에서는 니가 최고 고수다.
즐겁게 뛰는 북두가 항상 부럽다 근데 너무 무리한 질주를 하는게 아닌가 하는 괜한 걱정이된다 암튼 다음주 제주200도 부상없이 항상 하던데로 즐겁게 완주하고 오길 바란다
너야말로 울트라에 진정한 뜻을 알고 있는 듯 하구나. 제주에 가서도 200km를 별탈없이 완주길 기원하마.
제주에서도 무사완주를 바란다
하여간 북두 대단타, 다음주 200km 간다니 완주꼭 할거다,
완주 축하한다. 그리고 너무 무리하는거 아니냐. 1주일 후 또다시 제주 일주라니.. 허걱~~
나도 허거걱~!! 이다.
완주를 축하한다.^^ 건강하게 달리자..^^
제주에서도 멋진 레이스를 기대 해본다. 아자!!!
북두칠성!!! 정말 대단타 전주에서완주하고 제주에서 또 200k 헉걱~~~즐겁게 완주하길...
제주 200k 뛸 친구가 100k도 겁없이 달렸구나 북두야 대단한 체력이구나 어느 사아트를 보니 10개월에 100k를 12번 뛰었던 친구니? 정말 울트라의 진 맛을 아는구나 나도 언젠가는 꼭 울트라 도전해야지 고생 했다
인간승리.멍멍이 승리!!
정말 장한 울트라고수님...존경하네. 제주울트라도 아무 탈없이 성공하길 기원한다.
역시 북두는 대단하다. 얼마남지않은 제주, 준비 잘해서 꼭 완주하길.....난 내년에나???
글을 읽으니 마치 울트라를 같이 뛴 것 같이 생생하다..
대단하구나. 고성서 엿본 울트라 내공을 제주서 맘껏 발휘해라. 5월 팔공에 오냐?
수고했다. 완주 축하하고 제주 울트라도 잘 뛰거라.
고생했다. 제주 울트라 힘!
내 칭구 북두야 반갑다. 그날 저녁의 긴긴 시간들이 네 글속에 다 담겨 있는듯 하다.또 한번 진한 감동들이 내 마음을 요동 치는것 같단다.나와 함께 동반꼴인 해 주어 정말 고마웠었다.어젠 회사출근 하여 꼬박 야간하구 왔다.아무쪼록 짧은 기간 몸 잘 추스리어 내친김에 제주200K도 꼭 완주 하길 기원 하마 북두((((힘))
북두는 대단하다. 58cp에서 봤을때 미소짓는 얼굴이 하나도 힘 안들어 보이던데......북두에게 완주해서 축하한다는 말은 새삼스러운거지? 그리고 59cp에서 멍멍이들 포기자 많은 이유가 있지 ㅋㅋㅋㅋㅋ거기에 조선에서 내노라하는 이쁜 미인들이 있었거든(농담도 못혀봐아~~~~)
축하한다 10년뒤 양재천 한바퀴 돌 힘은 남겨야지
울트라 고수와 잠시 동반주 여유로움을 배웠다.. 제주200키로 즐거운 달림 되길 빈다..
울트라도 역시 짬빱이야, 울트라 초보가 (멍후는 핏덩이라고 한다) 고수들을 초반에 따라갔으니 퍼질수밖에....근데 또 제주를 간다고라?? 참 할말이 엄따.
울트라 고수중의고수 칠성아 제주 200 무사히 마치고 이천페메까정 마치고 한잔 빨자 수고혔어.
오팔개띠멍이야 늘상 잠꼬대로 하는거,막걸리까지 많이 마셔불면 자다 고함칠까 무서버ㅎㅎ고생많았다. 부상당하지 말고 오래오래 달리그라...
울트라 엄청 쉽게 느껴진다. 경험이 많은 모양이다. 울트라의 낭만과 여유로움을 보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