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그제로 대서와 중복을 넘어 섰어니 더위도 고비를 넘어 선 셈이다.
코로나 사태만 아니었서도 해수욕장엔 몇백만명이 모여들었다고 할텐데 델타변이까지 겹쳐 사람들은 많이 모이는 장소를 꺼리고 있다. 정부에서는 거리두기 4단계를 다시 연장한다고 하니 여름 대목 한철을 보고 장사하는 사람들은 죽을 지경이다.
칠월도 다음 한 주면 끝난다. 그 다음주 8월7일이 아침 저녁으로 찬 기운이 올라온다는 입추이니 칠월만 넘겨도 이젠 한숨 돌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육사는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이라 노래하고 있다. 청포도를 노래 하면서도 푸른 바다와 흰 돛단배를 끌어 들이고 있다.
육사의 고향이 어딘줄은 모르겠으나 '청포도' 시에서 미루어 보면 푸른 바다가 보이는 아늑한 어촌이 아닌가 생각된다.
바닥와 흰 돛단배가 보이는 황토밭 언덕 포도밭에서는 청포도가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있었던 것 같다.
반면에 내고향 마산은 갯가 동네다. 선창가에 가면 갯내음이 물씬 나고 고기를 파는 장삿꾼과 사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언제나 왁자지껄하다.
나는 어릴 땨부터 장돌뱅이처럼 선창가에 어머니 심부름으로 고기 사러 많이 들락거렸다.
그래서 난장에서 파는 고기 이름은 거의 다 안다.
예전에는 하모는 고기축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우리말로는 갯장어인데 민물 장어나 붕장어(아나고) 그리고 먹장어(꼼장어)에 비해 크기만 컸지 맛이 없어 대개 배를 따서 말려서 양념장을 발라서 구워 먹거나 찌져 먹었다. 그런데 이 갯장어를 일본 사람들이 하모라 하여 여름철 보양식으로 특미라면서 수입해 가면서 인기를 얻게 되었다.
이맘 때쯤 내가 살던 산호동 바닷가에서 저녁을 먹고 낚시도구를 챙겨 물가로 나가 둑 위에서 바닷물 속으로 낚시줄을 멀리 던져 넣고 손에 줄을 잡고 있으면 금세 입질 신호가 온다. 미끼는 주로 갯지렁이를 끼웠다. 민물장어는 필리핀해구까지 내려가 산란을 한 다음 실뱀장어로 자라면서 강으로 올라온다. 민물과 바닷물이 합쳐지는 곳에 민물장어들이 많은데 이 놈들은 성질이 급해서 미끼가 든 낚시를 보이는 대로 꿀꺽 삼키곤 도망가려 한다. 낚싯줄을 서서히 당기면 온 몸을 휘감아 저항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며칠전 조선일보(7월17일 B7면)에 '알쏭달쏭 헷갈리는 장어의 종류'라고 하면서, 뱀장어,붕장어,갯장어,먹장어를 설명하는 데, 갯장어를 '개처럼 이빨이 날카롭고 잘 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앞에서 갯장어를 '개장어(개 +장어)에서 온 이름이라고 하고 있다. 정약전은 갯장어를 '자산어보에 '견아려 속명 개장어, 입은 돼지 같이 길고 이는 개와 같아서 고르지 못하다 뼈가 더욱 견고하여 능히 사람을 물어삼킨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빨이 사납기로는 갈치도 있고 상어도 있다. 내가 지금껏 알기로는 갯장어란 바닷장어란 의미로 알고 있었다.
'갯가'라는 말은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의 물가'를 말하고 보통 물이 흐르는 곳의 가장자리를 의미한다. '갯내음'이라든지 '갯마을,이번에 유네스코에 등재된 우리나라 '갯벌''이란 말도 바닷가와 관련된 말들이다. 그런데 여기서 개의 이빨을 닮았다고 갯장어라고 해석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좀 더 연구를 해 봐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된다.
배 탈 때 대만 기륭 외항에서 잠시 대기할 때 낚시를 내렸더니 금세 뭔가 묵직한 놈이 물렸었다. 끌려오는 장력으로 봐선 제법 큰 광어나 돔이 아니겠나 생각했는 데 수면 위로 끌어 올려보니 큰 장어였다. 혹시 바닷뱀이 아닌가 해서 겁을 내기도 했으나 갑판위로 올려 놓고 보니 갯장어였다. 물에서 바로 끌어 올려 놓으니 살아서 꿈틀댔다. 눈알을 부라리고 사나운 개처럼 입을 벌려서 물려고도 했다. 이빨이 날카로워 손가락이라도 물리는 날엔 가차없이 잘려 나갈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