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기’라는 단어에는 여러 뜻이 있다. 자기의 가치나 속마음을 잘 알아주는 참다운 벗(知己)을 뜻하기도 하고, 땅(地)의 기운(氣)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어떤 명사 뒤에 붙어 ‘그 사물을 지키는 사람’의 뜻을 더하여 명사를 만드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식물 이름 뒤에 ‘지기’가 붙은 것도 제법 많다. 하늘지기류가 그것으로 많은 시인의 시 속에서도 더러 보인다. 이는 바람하늘지기, 애기하늘지기, 푸른하늘지기, 바위하늘지기, 검정하늘지기, 꽃하늘지기, 들하늘지기 등에서 보듯 시에 갖다붙일 정도로 이름이 아름답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근사한 이름과 달리 이 하늘지기류에서는 여느 식물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을 찾기가 어렵다. 따라서 이름 또는 이미지만 가져다 쓰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곤 한다. 물론 문학작품에 낯선 식물 이름을 등장시켜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최소한 해당 식물을 자세히 관찰하고선 데려다 쓰면 좋겠다.
하늘지기는 사초과 하늘지기속 한해살이풀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보면 하늘지기속 집안에는 기본종인 하늘지기를 비롯해 24종이나 검색된다. 여느 식물처럼 눈에는 잘 들어오지 않지만 꽤나 융성한 집안인 게다. 하늘지기는 전국에 분포하며 농촌 들녘 길가나 밭둑, 산기슭 등 습한 환경에서 사는 풀이다. 가느다란 줄기는 높이 10~60cm가량이며 세로 줄이 나 있으며 다발을 이루듯 모여나고 성글게 털이 있다. 잎은 줄기보다 길이가 짧거나 길며 단면은 편평하다. 잎몸은 실 모양이고 끝은 뾰족하다. 잎집은 녹갈색이며 대개 털이 있다. 꽃싼잎은 3~4개고 잎 모양이며 보통 1~2개는 꽃차례보다 길이가 길고 매끈하거나 털이 있다. 7~10월 꽃이 피며 2~3회 갈라지는 꽃차례에 거꿀달걀 모양 또는 긴 타원꼴 거꿀달걀 모양의 광택이 도는 흑갈색 작은꽃이삭이 달린다. 열매는 황백색 수과로 거꿀달걀 모양이며 구슬 같은 세포가 바둑판처럼 배열된다고 한다.
글/사진 : 정충화
첫댓글 보리싹이 튼것 같아요. 처음봤어요 감사합니다
이름이 참 맘에 드네요 하늘지기.
저는 지피지기 가 생각나네요. 뜻은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