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도에서 나오자 마자 비양도행 13시 10분 배를 예약하고 바쁘게 차를 몰았다.
비양도는 어찌 보면 아무런 특징이 없는 섬이라고 할 수 있다.
섬 특유의 외로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비양도에서 또 다른 매력을 찾았다
화산박물관이라 할 정도로 갖가지 형태의 특이한 화산석들이 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한다.
모슬포에서 출발하여 약 40분 만에 한림항 도선대합실에 도착하였다
한림항에서 비양도를 운행하는 여객선은 2척인데 각각 하루 4차례 운항된다.
예약한 배표를 받아들고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해안가로 나왔다.
한림항에 수십척의 어선들이 정박해 있는 것으로 보아 꽤 부유해 보였다.
한림읍은 모 방송사에서 ‘미스트롯진’으로 뽑힌 양지은의 고향으로 많이 알려졌다.
그러나 마을의 어디를 둘러보아도 양지은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마을을 둘러보다가 '이서 순대국밥'이란 간판을 발견하였다
망설임 없이 들어가서 순대국밥을 먹었는데 전혀 후회하지 않았다
국밥에서 전라도 맛이 나오길래 사장님께 여쭈어보았더니 친정이 완주 이서라고 하였다.
한림항에서 오후 1시 10분에 출항하는 유람선에 올라탔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유람선이 가득 차는 것을 보고 저으기 놀랐다.
비양도의 모양을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말은 바로 소설 ‘어린 왕자’이다
비양도는 '어린 왕자'에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혹은 중절모처럼 생겼다.
마라도가 거친 절벽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것과 달리, 비양도는 바다와 부드럽게 어울리며 포근히 떠 있다.
비양도는 한림항에서 북서쪽으로 5㎞ 해상에 자리잡고 있다
서해상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된 탓으로 너울이 심해서 배가 많이 흔들렸다.
한림항을 출항한지 약 15분 만에 비양도 압개포구에 닿았다
압개포구에서 일주도로를 따라 오른쪽 방향으로 걸었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비양도 할망당이었다
할망당은 주민들이 신성시하는 곳으로 관광객은 출입을 금지하고 있었다.
사철나무를 신목(神木)으로 삼고 있으며, 지전(紙錢), 물색(物色), 명사(命絲) 등을 걸어놓고 있다.
해안도로를 걷다 보면 아주 예쁜 비양분교가 눈에 들어온다.
교문 앞에는 금년 3월 21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휴교한다는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었다
지금은 학생이 없지만 내년 3월에 신입생이 입학한다는 의미로 읽혀졌다.
비양도를 더욱 특별한 섬으로 만든 것은 ‘펄랑’이라는 연못이다.
우리나라 유일의 염습지로 밀물 때는 해수가 밀려들고, 썰물이 되면 다시 담수호가 되는 신비로운 곳이다.
수백여 종의 각종 염생 생물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제법 큰 규모의 습지이다.
염습지 ‘펄랑’을 지나자마자 포제단이 나타났다.
포제는 유교식 의례로 주로 정월 보름날에 지낸다고 한다.
비양도에는 주민들의 믿음 터로 할망당과 포제단이 있어 큰 힘이 되어준다
갓난아기를 등에 업고 바닷가를 응시하는 여인 형상의 바위가 우뚝 서 있다.
‘애기 업은 돌’이러 불리는 부아석(負兒石)은 현무암 굴뚝이라고 보면 알기 쉽다.
용암 내부의 가스와 수증기 등이 밖으로 배출되면서 형성된다고 한다
섬에는 이 돌 앞에서 치성을 드리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이 전해오고 있다.
화산활동은 비양도에 여러 가지 독특한 풍경들을 선물로 남겼다.
대표적인 게 천연기념물 제 439호 용암기종이다.
높이 3m짜리 ‘애기 업은 돌’(負兒石)을 중심으로 반경 20m 안에 형성된 현무암군을 일컫는다
바닷가에서는 노인들이 감태를 채취하느라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감태를 끙끙거리며 뭍으로 들어올리는 모습이 애잔하였다
할아버지께 이게 미역이냐고 여쭈어보았더니 혀를 끌끌 차며 핀잔을 주셨다.
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영락없는 코끼리 모양의 바위가 보였다.
침식이 진행되면서 단단한 부분이 해안선 근처에 바위섬으로 남아있는 것을 시스텍(Sea Stack)이라 부른다.
비양도의 대표적인 시스텍인 코끼리바위는 코끼리가 그 긴 코를 바다에 담그고 서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코끼리 바위를 조금만 지나면 비양도의 최고봉인 비양봉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온다.
계단을 조금씩 올라가면서 뒤를 돌아보면 파란 바다 풍경이 예쁜 모습으로 다가왔다.
계단을 계속 올라가다 보면 억새풀과 잔디밭이 펼쳐진다.
계단에서 보니 한립읍 협제해수욕장이 가까이 다가와 보였다
협제해수욕장은 제주 올레 14코스의 일부이다.
투명한 물에 에머랄드빛 물감을 서서히 풀어 놓은 듯한 바닷물로 유명한 곳이다.
계단이 끝나는 곳에 산죽 터널이 나타났다
푸르른 터널은 미지의 신세계로 나아가는 신비한 느낌을 주었다
30분 정도 지나 정상에 도착하니 비양봉 등대가 정답게 서 있다.
태양열 전지판으로 불을 밝히는데 서귀포 앞에 있는 차귀도 등대와 꼭 닮았다.
정말 작고 귀여워서 앙증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협재 해변에서 멍하니 바라보다가
돌아서는 사람들의 몫까지 싸 들고
비양도에 올라가 등대 앞에 풀어놓는다
고독은 선천성 농아
문을 두들겨도 열지 않고
하룻밤만 재워달라고 소리쳐도
대답이 없다
그게 고독의 본질이다
다시 배를 타고 건너와 협재 해변에 서서
그 쓸쓸한 입석을 사진에 담는다....................................................................이생진 <비양도 등대> 전문
섬의 한가운데에 있는 분화구는 비양봉 또는 비양오름이라 부르는데 높이는 114m이다.
멀리 한라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협재해수욕장 앞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누군가 ‘제주 여행의 완성은 섬에서 바라보는 한라산’이라고 한 말뜻을 비로소 이해했다
비양도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5년 SBS드라마 <봄날>의 촬영지로 소개되면서부터이다.
<봄날>은 지진희, 고현정, 조인성이 주연으로 나왔던 드라마다.
그때부터 비양도는 꼭 한번쯤 가보고 싶은 섬으로 사람들에게 각인이 되었다.
그리고 비양도를 찾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기 시작했다.
마을의 한가운데에는 '비양도 천년기념비'가 세워져 있었다.
비양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화산활동 시기가 기록으로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것이 바로 고려 목종 때인 1002년과 1007년이다.
2002년부터 비양도를 ‘천년의 섬’이라 부르고 있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화장실인즐 알고 찾아갔더니 친환경 해녀탈의장이었다 ㅋㅋ
섬에서 흔히 발견되는 화산석으로 외부를 꾸민 모습이 아름다웠다
2시간 이상 걸었더니 배가 촐촐해졌다
뱃시간이 30여분 남아있길래 호돌이식당을 찾아갔다
식당의 돌담 사이사이에 곱게 색칠한 소라껍질들로 채워져 있어 저절로 발길이 멈춰졌다.
비양도에 와서 호돌이식당의 보말죽을 먹지 않으면 절반의 성공일 뿐이다
이곳은 비양도의 별미인 보말죽 원조 식당으로 유명하다.
식당의 창가에도 예쁜 소품들로 장식되어 있어서 기분이 좋아졌다.
보말죽은 양이 많아서 1그릇으로 2명이 충분히 먹을 수 있었다
보말은 고동의 제주말인데...역시 소문대로 맛이 깔끔하고 담백했다
오후 3시 35분에 출항하는 배를 타고 한림으로 나와서 성산포를 이동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