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의 국수주의 역사연구 집단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집필한 일본 역사교과서는
일본의 조선침략을 합리화하고 지난날의 수많은 죄상을
은폐함으로써 우리에게 크나큰 충격을 던지고 있습니다.
저들은 뻔뻔하게도 자기네 역사교과서는
'아이들이 일본인으로서의 자신감과 책임을 가지고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헌신할 수 있게' 하고자 기술한 교과서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제국주의적 황국사관에 입각하여
지난날 자신들이 저지른 침략을 합리화하는 교과서가
일본인들에게 어떠한 '자신감과 책임'을 고취할 것인가는 불보듯 뻔합니다.
법구경의 부처님 말씀대로
일본이 끝내 진실을 거짓으로 여기고 거짓을 진실로 삼는다면,
아시아와 세계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일본의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고립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그리하여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보더라도 큰 손실을 입게 될 것입니다.
일본은 지난날 이른바 '대동아 공영권'과 '아시아 해방'이라는 허울좋은 이름 아래,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여러 나라를 침략하고
무수한 사람들을 학살했으며 우리나라의 자주적인 근대화와 역사발전을 저해하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저 문제의 교과서는 또다시 일본의 침략전쟁을
'아시아 해방'을 위한 전쟁으로 왜곡하고, 심지어
일본의 강제적 '한일합병'이 국제법상 합법이고,
식민통치가 조선의 근대화에 도움을 주었다고 거짓말하고 있습니다.
결국 교과서를 통해 이루려는 그들의 속셈은,
자라나는 일본 청소년들에게 맹목적인 국수주의의 '자신감'과
'대일본제국'의 영광을 되살릴 '책임'을 고취하여
아시아와 세계에서 일본의 패권을 추구하고자 하는 무서운 야망입니다.
진정으로 세계평화를 바라는 자들이라면, 어떻게 교과서에
"조선반도는 일본에 대해 끊임없이 들이대는 흉기가 되기 쉽다."라는
편견 가득한 글을 쓸 수 있단 말입니까.
우리는 진정한 한일우호를 위해서도 일본의 역사왜곡을 저지해야 합니다.
교육부도 국사 시간을 축소하고 근현대사를 선택과목으로 내친 최근의 조치를 취소하고,
국사교육 특히 근현대사 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청소년들에게 일제의 죄상을 똑똑히 알려주고,
다시는 국권을 빼앗기지 않도록 민족의식을 고취해야 합니다.
특히 유구한 역사 속에서 민족과 고락을 함께 해오며
민족문화를 지켜 온 우리 불교가 적극 나서야 할 때입니다.
우리 불교는 고대일본에 선진문명을 전하고 아스카문화를 건설한 주역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들의 왜곡된 역사교과서에서는 이러한 사실은 감추고
일본이 독자적인 문명을 건설했다고 거짓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불교는 임진왜란 때 왜적의 침략에 맞서 나라와 민중을 구하기 위해 앞장섰습니다.
그런데 그 거짓된 역사교과서를 쓴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회장은
임진년의 조선 침략을 가리켜
"동아시아 전역을 아우르는 제국을 건설한다는 장대한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서
일본인의 근대의식에 대한 최초이자 최대의 자기표현이었다”고 정당화하는 망언을 늘어놓았습니다.
이렇듯 근현대사뿐만 아니라 모든 시대에 걸쳐 역사왜곡을 자행하는 저들에 대하여
우리 정부와 온 국민은 물론, 우리 불교도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됩니다.
왜적의 침략과 학살을 막고자 분연히 일어섰던 의승군의 역사를 이은 우리 불교가,
우리나라에 대한 침략을 합리화하는 일본의 망동에 대하여 침묵해서야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