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여러분(노숙인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추워지는 겨울이 오면 외롭고 힘들어집니다. 이 추위를 넘길 수 있도록 여러분과 함께 의논하기 위해 여기(서울역)에 왔습니다. (노숙인들을 위해) 보다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은 17일 저녁 9시 IMF 이후 급격히 증가한 노숙인의 삶의 현장인 서울역 지하도를 찾아가 노숙인들의 주문사항에 대해 이같이 말하면서 노숙인 겨울나기 점검에 직접 나섰다. 이날은 부인 인재근 여사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날 김 장관은 구세군 드롭인센터에 방문해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노숙인 보호를 위해 헌신적인 봉사에 앞장서온 센터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이 센터는 상담원 등 8명이 60평 남짓한 공간에 지난해 문을 열어 올해 1억 4100만원의 국비를 지원받아 거리노숙인 상담을 통해 시설입소 유도, 목욕·세탁·급식 등 생활편의와 일시적 간이숙소로 제공돼 노숙인들에겐 삶의 터전인 것이다.
김 장관은 자원봉사자들을 만나 "우리사회에서 가장 불우한 사람들을 위하여 상담에 나선 자원봉사자 모두와, 특히 종교계의 적극적인 참여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고마움의 뜻을 전하면서 거리 노숙인들이 겨울철에 안전한 시설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역할을 계속해줄 것을 당부했다.
김 장관 일행이 구세군 드롭인센터 김남선 사회복지부장의 현황설명을 듣는 도중에 '와'하는 소리와 함께 '환호의 박수' 소리가 터졌다. 그것은 한쪽편에서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몰디브 전 축구경기를 시청하던 30여명의 노숙인들이 한국이 넣은 첫골에 감격해 지른 함성이었던 것. 그 순간은 대한민국이 하나되는 찰나였다.
현장설명을 받던 김 장관도 즉석에서 "파이팅!" 을 외쳐 한국의 첫골 감격을 노숙인들과 함께하면서 "안 그래도 조마조마 했는데…."라며 한국의 승리를 염원했다.
이어 김 장관은 노숙인들이 앉아 축구경기를 시청하는 자리로 이동해 "여러분과 함께 축구경기 응원하러 왔습니다" 라고 인사를 나눈 후 바닥에 앉아 TV를 함께 봤다. 이 바닥은 겨울철에도 난방이 되지 않는 곳이다. 김 장관은 몇몇 노숙인들과 악수를 나누면서 "여러분 다시 뵙겠습니다" 라고 작별인사를 나누자마자 곧바로 서울역 인근의 노숙인 무료진료소로 이동했다.
노숙인다시서기 지원센터 황운성 소장의 "현재 진료소 공간이 너무 좁아 진료소 인근에 비워있는 헌혈의 집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건의에 대해, 김 장관은 즉석에서 대한적십자사 조인재 국장에게 "(이전을)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을 당부했다. 이에 조 국장은 "혈액사업본부와 협의해서 조치를 하겠다"고 김 장관에게 보고했다.
저녁 10시 15분. 김근태 장관과 일행은 서울역 지하도로 향했다. 여기저기에 노숙인들이 앉아 얘기를 나누거나 잠잘 채비를 하고 있었다.
김 장관은 네 명의 노숙인과 대화를 나눴다. 이날 노숙인들은 김 장관에게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 밖에 나와 잠을 자고 있다" 며 "정부에서 우리들을 위해 잠잘 수 있는 곳을 지원해 주는 것도 좋지만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 시급하다" 고 호소했다.
노숙인들의 주장에 대해 김장관은 "노숙인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 등 어떤 방안이 있는지 확인하고 의논하기 위해 서울역에 찾아왔다" 며 "노숙인들을 위해 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겠다" 고 약속한 후 자리를 일어섰다.
저녁 10시 40분. 이날의 김근태 장관 노숙인 겨울나기 현장점검은 이로써 마무리 됐다. 노숙인들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 빈곤층의 삶이 한층 더 나아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