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글과 인연. 250
[한 해를 정리하면서]
이제 열흘 정도 밖에 남지 않은 한 해를 돌아보면서, 내 나름의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벌써 2025년 1월의 계획에 표시를 시작하고, 심지어 3,4월의 계획도 세워지고 있으
니 정리할 필요가 있게 된 것이다.
1. 기억나는 여행
늘 그랬던 것처럼 시간과 형편이 되면 어김없이 작은 가방 하나 둘러매고 길을 나서는 편이
니, 올 한 해도 꽤 여러 지역을 돌아보며 사람을 대하고 음식을 대하며 환경 속에서 많은 글
을 만났는데, 그럼에도 잊으면 안 되는 곳이 있는데,
첫째로 부산의 감천문화 마을이다. 아마 이 마을을 숙박하며 돌아보고 느꼈던 모든 것들은,
지금도 눈앞에 그려지는 모습이며,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지는 여행이었다. 어쩌면 이 마을
여행은 내 일생의 모든 여행에서도 손꼽을 만한 여행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이 여행 때문에
부산의 흰여울 문화마을과 깡깡이 마을을 내년에 돌아볼 생각을 하고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둘째로 추령 장승 촌이다. 내장산의 아름다움에 가려진 것 같은 마을. 그러나 한 작가의 30년
인생을 전부 쏟아 부은 결실이 보이는 장승들. 하나같이 다른 형상으로 넓은 지역을 가득 채우
고 있는 그 마을 역시, 다시 한 번 조용히 돌아보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셋째로 강화의 교동이다. 여러 해 전에 가 보았던 곳임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느낌을 받았던
장소인 조양방직 카페 때문인데, 그 섬에 그 시절에 그런 방직 공장이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고,
그곳에서 얼마나 많은 어린 여성들이 학대 속에서 일을 했을까? 하는 안쓰러움을 만났던 곳이
기 때문이다.
2 기억나는 사람
첫째로 울산 강동에서 울산으로 해변 길로 내려가다가 만나게 된 주전의 여류 시인이다. 좁은
마을 도로 변 작은 구멍가게를 자신의 집필실로 삼고, 간판에 이름을 써놓았고, 벽에 자신의 작
품을 여러 편 드러내 놓은, 외부의 활동을 즐기지도 않으며, 그 이름을 드러내고자 하지도 않으
면서 작품 생활을 통해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여류 작가이다.
둘째로 서울역 주변의 노숙자 중 한 여성인데, 이 여성을 통해 시 한 편을 쓰게 되었으니, 그런
면에서 고맙다고 해야 할지, 지금도 그 여성의 초점 잃은 눈동자와 그 무릎 앞에 놓여 있던 단팥
빵 하나가 눈에 선하다.
셋째로 명동 거리에서 공연하던 정선군 예술단원들과 뱃노래를 열창하던 남성인데, 그들의 열정
적인 공연이 내가 정선에서 태어났음을 자랑할 수 있는 마음으로 이끌었고, 내년에는 정선을 가
겠노라는 결심을 하게 해 주었다.
3 기억나는 음식
올 해에는 특별한 음식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써야 한다면, 단양 옥수봉에서 마신 막걸리
와 홍원항의 해물칼국수 정도이다. 그럼에도 나는 내년의 여행을 기대하는 것은 어느 지역에서
어떤 사람과 어떤 음식을 대하게 될 것인가?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 글은 2024년 12월 말에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