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임은 트로이카 여배우 중 가장 현대적이며 자주적인 개성을 보여준 여배우이다. 윤정희나 문희씨가 청순가련형의 배역을 주로 맡았다면 남배우는 다소 자기주장을 화면속에서 펼쳤는데 실제 성격도 그 같지 않았을까 싶다.
그녀의 성격 일면을 알 수 있는 에피소드가 아직도 전해져 온다. 임권택 감독의 <삼류인생>에서 소개된 촬영현장에서 못된 넘들 길들이기, 촬영 중 자신의 예쁜쪽 프로필 각을 잡아달라고 주문하던 여배우, 스타임에도 물건 값을 깍었던 깍쟁이 같은 사생활이야기 까지 모순과 부조리, 그리고 현실생활에서 당당했던 그녀의 일면들이다.
따라서 그녀의 삶은 파란을 예고했고 꼭 그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트로이카 중 가장 일찍 타계한다.
1945년 7월 21일 생인 남배우는 1966년 김수용 감독의 <유정>으로 데뷔한다. 이광수 원작인 이 영화에서 그녀는 스승인 김진규와의 플라토닉러브를 연기한다.
같은 해 정진우 감독의 <초연>에서 두남자를 사랑하는 역을 소화하고 1967년 김강윤 감독의 <역마>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연기한다. 같은 해 정창화 감독의 <돌무지> 그리고 이성구 감독의 <일월>역시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이다. 1968년 임권택 감독의 <요화 장희빈> 1969년 신상옥 감독의 <이조여인잔혹사>에서는 열녀로 위장되어 죽는 조선시대 양반가 여인의 비극을 연기한다.
<이조여인잔혹사>는 옴니버스영화인데 제 1부가 <출가외인> 편이다.
병든 어린도령에게로 시집와 잘 살던 여인이 결국 친정아버지에게 화살을 맞아 죽음을 당하고 그 가문에는 열녀문이 선다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에서 곧 자신에게 닥칠 운명을 모른 채 아무 것도 모르고 밤길을 걸어오는 조선조 양반가 여인네의 모습은 그녀만이 이 비극의 극적 상승을 최고로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신상옥 감독도 캐스팅 했겠지만서도 말이다.
당시 네명의 인기여배우를 총출연시킨다는 이영화의 기획의도 처럼 윤정희, 김지미, 최은희 씨가 나머지 에피소드에서 각기 주인공을 맡는데 <출가외인>에서의 이 역이 남정임에게 돌아간 것은 남배우가 갖고있는 지고지순하면서도 당당함 그리고 그런 운명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그녀의 이미지 때문이었을 것이다. 윤정희 배우나 최은희 배우로는 조금 부족하다 싶고 김지미 배우로는 너무 넘칠 것 같은 그런 중용을 그녀는 가지고 있었고 또 잘 표현하였다.
그녀는 1971년에 결혼했다. 그래도 그녀의 활동은 눈부신 것이었는데 겹치기 출연을 계속하며 1971년 전우열 감독의 <황혼의 제3부두>에서 깡패의 애인 역, 1972년 전우열 감독의 <어머니>에서 고아처녀 역, 1976년 정소영 감독의 <나는 고백한다>에서 외도하는 아내 역, 1978년 <웃음소리>에서 호스테스 역 등을 맡는다.
그 후 TV드라마 <여고동창생>을 통해 브라운관에서도 그녀를 볼 수도 있었다.
이미 시대는 뉴 트로이카인 유지인, 장미희, 정윤희의 시대로 변해 있었다. 원조트로이카 중 문희는 시집을 가 은퇴했고 윤정희도 프랑스로 가버린 은막에서 그녀 혼자 고군분투했다.
무릇 20대의 화려함을 뽐내던 배우는 시간이 감에 따라 그 자리를 비워주어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혼자 사는 세상은 쓸쓸하기 마련인가, 자연스럽게 그녀도 은막에서 멀어져 갔다.
그리고 사생활 문제로 신문 연예란을 장식하던 그녀는 가정에서 평화를 되찾을 즈음 암투병이 시작되었는데 얼마 후 세상을 등졌다. 1992년 그녀의 나이 47세였다. 불과 십여년, 화려하게 은막을 누볐던 스타의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서글서글한 스타 김혜수에게서 그녀의 체취를 느낀다면 나만의 생각일까?
그녀의 화려하면서도 인간적인 일생을 김혜수 주연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문뜩 생각해 본다.
요즈음 <다세포소녀>로 뜬 이유하도 남정임을 닮았다고도 한다.
그녀의 총출연작은 210편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트로이카 중 가장 폭넓은 배역을 맡아 연기했다고 할 수 있다.
삶 자체 또한 가장 드라마틱 하다.
배우지망소녀에서 스타 탄생까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결혼, 불행, 투병, 죽음... 그녀의 데뷔 40주년을 맞아 기획될만한 영화가 될 것이다.
얼마전 한국영화특선에서 방송된 <하와이 연정>을 보며 옛영화가 비켜갈 수 없는 60년대의 신파성을 그나마 그녀의 청순한 미모가 커버해주고 있었다.
그녀는 미녀이긴 하지만 완벽함으로 무장하고 접근할 수 없는 고고함으로 저만치 떨어져 있는 배우가 아니다.
누구에게나 편안한 말벗으로 장난을 걸어보고 싶은 누나, 그러다 화나면 울어 버리고 울린 남자를 난처하게 해 꼭 끌어안아줄 수 밖에 없는 연약한 틈을 보여주는 여자. 마주앉아 이야기 해보고픈 친근감을 가진 이웃집 누나 같은 배우가 바로 남정임이다.
그런 친근감이 주는 대중성을 가진 미모의 여배우, 때로는 새침하면서도 때로는 자신의 길을 배짱있게 걷다가 화살 맞는 여인 그녀가 바로 남정임이다.
그녀는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64학번인데 남진 가수와 1968년 2월에 같이 졸업한 기사가 눈에 띄어 사진을 올린다.
기사 내용을 보니 데뷔 2년차에 청룡상 인기상도 받고 15편 씩 겹치기 출연중인데 돈벌어 이층 양옥 새집으로 이사도 했단다.
자기목소리 녹음도 하고 싶고 <25시> <웨스트사이드스토리> 등의 영화도 두번씩이나 보았다는 그녀는 천상 사랑받을 수 밖에 없었던 당대 최고의 여배우이다.
첫댓글 남정님 언니 넘 사랑스러웠어요....보구프네요
트로이카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 비록 나이차가 있어서 직접 본 영화는 없지만 TV를 통해서보고 팬이 되어버렸습니다.
매력만점이였죠
독특한 매력의 남정임
너무 일찍 가버린 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