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 (20)가 6일 오전 고려대 안암캠퍼스에 나타났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첫 등교. 김연아는 이 학교 체육교육학과 09학번이다.
김연아는 이날 하늘색 재킷과 흰색 면바지를 입고 캠퍼스를 찾았다. 옅은 화장기의 얼굴에 교재 2권을 가슴에 품은 모습은 영락없는 대학생이었다.
이날 김연아는 먼저 이기수 고려대 총장을 찾아가 인사를 나눴다. 총장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 총장은 활짝 웃으면서 “어서 와. 야윈 게 아니냐”는 인사를 건네고 악수를 청했다. 이 총장은 김연아에게 “선수생활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지도자 생활을 고려했을 때 학교 수업도 열심히 듣는 게 바람직하다”며 “앞으로 2년정도 수업을 듣고 미국 이나 유럽에 교환학생을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총장과 면담을 마친 뒤 김연아는 오전 10시40분쯤 사범대학 교육관으로 이동, 09학번 동기들과 함께 스포츠심리학 강의를 들었다. 오전 9시부터 시작한 수업에 지각한 김연아는 “안녕하세요 김연아입니다. 수업에 늦게 들어와서 죄송합니다”라고 쑥스러운 듯 인사를 했다. 강의실의 학생들은 신기한 듯 김연아를 바라봤으나, 이내 박수로 ‘피겨 여왕’을 맞았다. 단체 사진도 찍었다.
수업을 마치고 나온 김연아는 “수업을 직접 듣지 못해서 궁금했고 막연히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직접 수업을 들어보니 좀 더 자세히 배우고 싶고 흥미가 더 생긴다. 과제도 열심히하며 수업을 소화해야겠다”고 말했다.
이날 김연아가 이동 하는 내내 캠퍼스 곳곳에서는 “와~ 김연아다!”, “연아 후배님~ 사랑해요” 등의 소리와 함께 박수와 환호성이 터졌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휴대폰 카메라로 김연아의 모습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고, 10학번 새내기들이 “연아 선배님 밥 사주세요”라고 외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김연아를 본 고려대 학생들은 “같은 고대인으로서 자랑스럽고, 나중에 같이 수업을 들었으면 좋겠다”, “TV에서 보던 피겨여왕이 같은 학교에 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려대 학생 커뮤니티인 ‘고파스’에도 김연아를 봤다는 목격담(?)이 속속 올라왔다. 고려대 학생들은 고파스에 “연느님(김연아를 높여 부르는 말)이 학교에 오셨어요!”, “연아 후배의 현재 좌표(위치)를 보고하라”, “어쩌면 사람이 이렇게 이쁠 수 있나요?” 등의 글을 올리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김연아는 학교 수업 외에도 16일부터 열리는 아이스쇼를 위해 매일 2시간씩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 또한 고 김수환 추기경의 뜻을 이어받은 모금법인인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의 홍보대사로도 활동할 계획이다. 김연아는 경기 시작에 앞서 성호를 그을 정도로 독실한 카톨릭 신자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