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바둑의 장점은 익명의 관대함에 있지요. 객관적인 전력에서 상대가 아무리 나보다 강한 사람이라도 맞바둑을 둘 수 있었습니다. 기원에서는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지요. 보통 기원에서는 석 점 치수 이상 차이가 나면 지도대국의 차원이었기에 여간해서 고수들이 두어주질 않았지요. 그러나 온라인 바둑은 그 벽을 허물었습니다. 바둑을 두고 싶고 배우고 싶은 18급 하수라면 면박받기 일쑤였던 기원과는 달랐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어둡고 칙칙한 기원보다 바둑과 장기를 비롯해 각종 온라인 게임을 즐길 수 있는 PC방을 찾았지요. 그리고 사람들과 많은 채팅과 중재를 했습니다. 문인보다는 무인에 가까웠던 저는 사람들을 만나면 숫기가 없어 잘 어울릴 수 없었지만 넷바둑에서는 달랐습니다. 바둑에 대한 견해를 나누는 것은 물론이고 나이와 무관하게 많은 기우들과 잘 어울렸지요. 즉흥적인 번개모임도 자주 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소군주야, 너 우리 회사에 들어오지 않을래?”
아더왕께서 여러 기우들과의 번개모임에서 거나하게 취했던 그 다음 날, 제게 물었습니다. 저는 메닉스(넷바둑)의 서버관리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지요. 저는 대답을 망설였습니다. 금전적으로 어느 정도의 여유가 있었기에 명지대 바둑학과를 가려했거든요. 바둑의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라 문화와 역사에 대한 공부를 심도 있게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국문과나 문창과의 꿈은 종이비행기로 접어 과거의 꿈인 양 날려 보냈지요. 오히려 다른 방면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제가 원하는 어떤 '글‘을 쓸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생각해보고 한 달 후에 말씀드려도 될까요?”
아더왕께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아더왕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그래, 알았다. 한 달 후에 말해줘.” 라고 만화 캐릭터 같은 음성으로 말했습니다. 꼬박 한 달의 고민 후, 저는 입사를 결정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출강하던 압구정초등학교에도 사직서를 냈지요. 그리고 보드게임기획자로 면접을 보고 스물한 번째로 메닉스(후에 위즈게이트, 엠게임으로 사명이 바뀌었음)에 입사했습니다. 면접도 까다롭지 않았습니다. 現 엠게임 권이형 사장님과 前 엠조이넷 강신혁 사장님이 면접을 보았지요. 복장이나 학력에 구애받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제 아마4단증을 경력으로 인정해 호봉수를 올려주었지요. 그리고 회사 분위기도 가족적이고 친근했습니다. 호칭도 서로 호형호제하며 자유로웠습니다. 제 사주에 끼어있는 역마살의 역마가 주저앉을 것 같았습니다. (계속)
첫댓글 이 새벽에도 읽고 계신 분들이 계신 것 같은데 계속 올릴까요? 어쩐지 도배하는 것 같네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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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편으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