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툭하면 내리는 비에 5월의 신록들이 좋아라하며 나날이 푸르름의 강도를 높혀갑니다.
일찍 피어난 하얀 아카시꽃들이 향기를 품은채 꽃비가 되어 쏟아지구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노오란 빛깔을 지켜가고 있는 애기똥풀과 노란선씀바귀의 늠름한 자태가 은근히 부럽습니다.
꽃들의 시대보다 녹엽들의 시대가 되니 무게감이 느껴져, 보는 이도 덩달아 성장하는 듯 하여
괜시리 뿌듯해지네요. 이렇게 저렇게 자연도 2024년의 삶도 흘러갑니다.
신록의 우거짐속에서 시작하는 새로운 한 주, 오롯이 나답게 열어가시길 기원합니다.
지난 한 주 잘 지내셨는지요?
이제 5월의 시작인데 입하가 지난 것을 보니 곧 본격적인 여름이 다가오겠지요.
기후위기의 시대, 전 세계가 기후변화로 고통을 겪고 있음에 할 수 있는 대비를 철저히 하여
무탈한 여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편지를 받는 모든 님들의 안녕을 기원하면서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의 표현이 한가위보다 더 어울리는 참 좋은 계절에 통증이라는 불청객을
만나 곡절을 겪었습니다. 화요일 오후부터 아랫배에 통증이 있어 병원에 갔더니 예상한 맹장염
대신 게실염 진단을 받았지요. 채혈을 두 번이나 하고 CT도 찍고 항생제등 약 처방을 받아
시간을 견뎌 이제 많이 편안해졌습니다.
대신 통증으로 인해 건강의 소중함,고향의 어머니를 비롯한 많은 님들의 사랑을 다시 확인했구요.
통증 탓에 친구들과 여수등 남도여행을 포기할 수 밖에 없어 아쉬웠지만,
그대로 고마운 삶임은 틀림없습니다.
금요일 저녁엔 대한민국 작가인 강원국의 북콘서트에 함께 했습니다.
책 '대통령의 글쓰기'가 출간된 지 10년, 그 바탕이 된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 서거 15주년이
겹쳐 '말과 글로 만나는 두 대통령'을 주제로 진행되었지요. 리더다운 리더의 실종의 시대,
작가를 통해 두 대통령의 말과 글, 진정한 삶을 다시 느끼고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었구요.
그러고 보니 마음속의 바보 대통령의 기일이 다가옵니다. 그리운 5월입니다.
세찬 비가 내리는 주말 저녁엔 종로 일대에서 열린 불기 2568년 연등회에 함께 했습니다.
'마음의 평화, 행복한 세상'이라는 올해 표어를 떠올리며 동자승부터 외국인 불자들, 그리고
사부대중이 정성껏 만든 등을 들고 행진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살짝 벅차오르더라구요.
불교와의 인연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면서, 다음엔 저 대열에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구요.
휴일 아침에 뒤척이다가 떠오른 1산1사 프로젝트로 아차산과 영화사에 부리나케 다녀왔습니다.
산이 몸을 건강하게 한다면 절(寺)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니 심신의 건강을 위해서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신록의 푸르름에 오가는 사람들의 활기, 살짝 숨이 가쁠 정도의 운동으로 통증으로
다소 침체되었던 심신에 힘을 불어넣는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화요일엔 하남 미사에서 구멍가게 이미경 작가와 오붓한 차담을 나눴고, 그날 저녁에는
오랜 지인인 이덕근 형님 병문안, 주말에는 옥수동에 찾아온 스피치 전문가 신유아 원장과
함께 하는등 사람의 숲에서 인연가꾸기가 계속되었습니다.
일상의 소확행은 이렇게 여여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나의 작은 꿈에 깨어있는 삶,
보다 너그럽고 크고 열린 마음, 고마운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신록에는, 우리의 마음에 참다운 기쁨과 위안을 주는 이상한 힘이 있는 듯하다.
신록을 대하고 있으면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다음에 나의 마음의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낸다.
- 이양하(수필가,영문학자)의 '신록예찬' 중에서
2024. 5. 13
아름다운 옥수에서,
대한민국 행복디자이너, 咸悅/德藏 김 재 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