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지 말라》
-송길영-
※컴퓨터를 전공한 저자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사람입니다. 처음부터 상상하지 말고 관찰하고 의미를 읽어낸 이후에 상상하라는 주장입니다. 책은 옆에서 말하듯 읽혀 대단히 재미있었습니다.
■ 제대로 관찰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미국의 범죄율이 1990년대를 기점으로 크게 꺾였다. 진짜 원인은 ‘낙태’였다. 미국이
1973년에 낙태를 합법화한 후 그 때 태어났으면 범죄를 저질렀을 사람들이 태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범죄에 쉽게 노출될 환경에서의 10대 임신여성들에게 선택의 자유를 준 것이다.
■ 당신의 상식은 여전히 상식적인가? 당신의 상식은 상식이 아니다. 휴대폰이 통화하는 기계에서 지금은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계로 바뀌었다. 오늘날 휴대폰에서의 소통은 대부분 글자를 통해 이루어진다. 게임하고 동영상보고 검색하는 틈틈이 메신저(카톡)로 소통한다.
■ 무엇을 상상하든 실제와 다르다. 남편의 공인인증서를 부인이 모두 가지고 있는 세상이다. 요즘은
‘멍텅구리 통장’ 더 폼나는 용어로는 ‘스텔스 통장’이란 게 다 나왔다. 유부남들에게 인기폭발이다. 적의 레이더망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기처럼
이 통장은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이 불가능해서 은행창구나 ATM을 이용해야 입출금이 가능하다. 유부남들은 돈이 없다. 오히려
싱글들이 돈이 많다. 그래서 비싼 물건들은 싱글들이 구매한다.
■ 스메그(SMEG)라는 이탈리아 냉장고가 있다. 삼성 800L와 스메그
384L의 가격이 같다. 엄청 비싸다. 기능을
알면 더욱 경악스럽다. 1980년대 제품처럼 스메그 냉장고는 문이 하나 혹은 두 개뿐이다. 이 냉장고는 젊은 싱글들이 산다. 왜 살까? 예뻐서다. 그들에게 냉장고는 음식을 넣는 게 아니라 페이스북에 올리는
것이다. 어떤가 당신이 상상한 현실과 일치하는가?
■ 스포츠카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문 두 개밖에 없는 빨간색 컨버터블이 생각날 것이다. 450마력에
최고속도 시속 300Km의 스펙을 자랑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걸 몰고 강남역에 간다. 차가 막혀 20Km도 내기 어렵다. 게다가 감가상각률이 엄청나서 차 열쇠를 받자마자 반값이 된다. 2억이 1억이 되어 그 자리에서 1억을 불사른 셈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것이 여심(女心)을 자극한다. 차에 현금을 불사른
사람은 내게도 돈을 쓸 확률이 높다는 판단으로 이어진다. “좋은 차는 승차감보다 (남들에게 과시하는) 하차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 아모레퍼시픽이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 사람의 시선을 버렸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뷰티 푸드 먹을래’ 에 대해 한국, 일본보다 2배나 긍정적이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에 콜라겐 드링크를 출시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 옥스포드대학에서 논문으로 발표된
‘앞으로 20년 내에 사라질 직업리스트’는 ① 콜센터 상담직,
② 회계사,
③ 소매판매업자,
④ 저널리스트,
⑤ 부동산중개인의 순이었다. 현존하는 직업 중 47%가 사라진다는 예측이다. 살아남은 직업이라는 것은 “컴퓨터가 대체할 수 없는 일”, “많은 경험을 필요로 하여
그 과정을 섬세히 계량화하기 어려운 직업”, 그리고 “무언가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만들어 내는 창조적 직업”들이다. 예를 들어 초밥 장인, 소설가, 예술가는 대체하기 어렵다.
■ 통찰, 보고도 모르는 것을 보라. 이제는 표준화할 수 없는 것이 뜰 것이다. 예전에는 빵집을 잘하면
먹고 살 수 있었다. 그러나, 분점을 내는 순간 경험이 표준화되어
희소성이 떨어진다. 업을 정할 때는 내가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 일이 사회적으로 유용한가
내가 잘할 수 있는 가
남이 할 수 없는 일인가
■ 데이터는 실마리일 뿐, 판단은
사람이 한다. 구글에서는 식습관 데이터를 분석해 건강관리를 한다. 자판기의 위치는 탄산음료를 아래에 두고 생수를 눈높이로 바꾼다. 초콜릿을
불투명 용기에, 건강스낵을 투명 용기에 담았다. 이 사소한
조치만으로 직원들의 생수소비가 47% 증가했고, 설탕 첨가
음료는 7% 감소하여 뉴욕사무실 직원들은 7주간 총 310만 칼로리의 섭취를 줄였다.
■ 남편들이 이혼당하는 사유를 세대별로 풍자한
유머.
20대는 재미있게 안 해줘서,
30대는 ‘지금 들어가니 밥해놔’ 했다고,
40대는 아내 행선지를 물어서,
50대는 아내 나가는데 따라 나선다고,
60대는 살이 닿으면 이혼당한다고 한다.
■ 팍스콘에서 아이폰 제조에 들어가는
부품값은 200달러가 채 안 되는데 판매가는 750달러나
한다. 사람들은 아이폰의 원가를 사는 것이 아니라 아이폰의 설계를 산다. 즉, 애플이 한 고민의 총량을 사는 것이다. 가루설탕은 100g에 104원이지만, 우아하게 타 마시는 커피에 들어가는 ‘각설탕’은 100g에 461원으로 4배 이상 비싸다. 언제
어떤 상황에 쓰이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 팔려고 하지 마라 그러면 팔 수 있으나 팔려고 하면 못 판다. 이유는 두 가지다.
희귀해야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 에르메스
버킨백을 사려면 기존 에르메스에서 2만달러 이상 구매기록이 있어야 하고 자격이 있다 해도 2년 반쯤 기다려서 2500만원 넘는 돈을 내고 백을 받는다. 보기에는 미친 짓이지만, 그들이 사는 이유는 분명하다. 에르메스 버킨백을 들고 있으면 최소한 2년 전부터 부자라는 뜻이다. 즉, 지위재라는 의미이다.
비즈니스의 목적은 판매가 아니라 배려에 있다. 천객만래(千客萬來), 천 명의 고객이
만 번 오면 실패하지 않는다. 대상을 관찰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면 천객만래가 된다.
■ 관찰하라. 관찰하라. 상상하지 말고
관찰하라 그리고 상상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