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로 밤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다. 열대야란 야간 낮은 온도가 25도C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밤에는 잔다고 온도계를 볼 새가 없었지만 한창 더울 때인 엊그제 내 방 온도계를 보니 32도였다.
책장 모서리에 온도계를 하나 붙여 놓고 있어 가끔 실내 온도를 첵크하고 있다.
엔지니어는 기계장치의 운전상태를 오감으로 감시한다.
눈,코,귀,혀,피부로 새깔,맛,소리,냄새,진동,온도 등으로 정상상태 여부를 판별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 온도는 중요하다. 그러므로 손을 대어 보고 대략적인 온도를 알아맞혀야 한다.
가령 예를 들어 기관실에 있는 어느 펌프를 구동하는 모터에 과부하가 걸려 열이 나게 되면 손을 대어 보고 모터가 정지되기 전에 냉각 덕트를 연결해서 냉각을 시켜야 한다. 물론 안전을 위해서 배전반에 붙어 있는 NFB(No Fuse Breaker)가 대략 70도에서 자동적으로 떨어지게 돼 있다. 열팽창계수가 다른 바이메탈로 된 스위치가 열이 나면 한쪽으로 휘어져 스위치가 차단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기관실에는 온도계가 많이 붙어 있다. 주기관 각 실린더 출구와 발전기 실린더 출구에 배기 온도계가 붙어 있고 터보차져 입구와 출구 그리고 각 열교환기 입출구에도 붙어 있다. 실린더 출구온도는 350~430도 정도의 고온계가 붙어 있고 다른 열교환기에는 100도 이하의 온도계가 붙어 있다. 온도계는 대개 수은 온도계인데 온도를 첵크할 때 수은주의 높이와 눈의 높이가 수평이 되어야 한다. 밑에서 보면 높게 보이게 또 위에서 내려다 보면 낮게 보이기 때문이다. 온도 1~2도 차이가 엔진컨디션 이상 유무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 가면 코로나19 감염자인지 아닌지 알아보기 위해 먼저 체온부터 잰다. 그 전에는 체온을 잴때 체온계를 혀밑이나 귀속 혹은 겨드랑 밑에 넣었다가 한참 후에 빼곤 했는 데 요새는 비접촉식으로 바뀌었다. 관공서나 성당에 갈 때도 온도계 앞에서 서서 정상판별 여부를 판별받아야 입장이 가능하다. 메릇 유행 때도 공항에서 통과하면서 열화상 온도계를 지나쳐야 했다.
내가 수은 온도계를 유용하게 사용한 것은 배를 탈 때 목욕탕의 수온을 잴 때였다.
배에는 선장이나 기관장 침실 안에 개인 욕실이 있어 다른 선원들과 공동으로 사용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위계질서가 엄격해야 하는 선박에서는 필수사항에 속한다. 함께 술마시고 함께 벌거벗고 목욕을 같이 하게 되면 사관이나 부원이나 다를 게 하나도 없기 때문에 위급시 지휘명령 체계가 서지 않기 때문이다.
육상에서 사우나탕이나 온천에 들어가면 냉탕 온탕이 있고 뜨거운 열탕이 있다. 온탕온도는 대개 42도C, 열탕은 44~45도C로 돼 있다. 45도만 돼도 열탕에는 젊은 사람은 거의 없고 나이가 많은 노인들 뿐이다.
배에서 내가 몇도까지 견딜 수 있는지 시험을 해보고 싶은 욕망이 생겨서 욕조에 더운 물을 받아 수온을 재어 보고 물 속에 들어가 1분 이상 견디기로 하였다. 45도부터 시작하여 1도씩 올려가면서 욕조에 들락거렸다. 48도가 되니 온몸이 발갛게 익었다. 이를 악물고 49도까지 견뎌 내었다. 49도부터는 0.5도씩 올리기로 하였다. 49.5도 되는 물에 들어가 1분을 참아냈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50도로 욕조물을 올린 다음 욕조 속으로 들어가 물 속에 몸을 담그고 앉아 있으니 마치 펄펄 끓는 지옥같았다. 1분이 아니라 1초도 견디기 어려웠다. 50도라는 고개를 넘어 보려고 입술을 깨물었지만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튀어 나오고 말았다. 온몸은 화상을 입기 직전 같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