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혹은 외부 세계와의 연결 상태를 기준으로 스펙트럼을 그려봅니다. 극심한 단절 상태에 있는 스펙트럼의 왼쪽 끝에는 초단절형 인간(hyper disconnected people)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초단절형 인간은 자기 세계 안에 갇혀 있으며 타인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타인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거나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지 못하므로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데 아무 거리낌이 없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타인을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으로 이용할 뿐입니다.
강력한 연결 상태를 보여주는 스펙트럼의 오른쪽 끝에는 초연결형 인간(hyper connected people)이 있습니다. 초연결형 인간은 공감 능력이 매우 뛰어나고 지나칠 정도로 이타적입니다. 이들은 다른 사람이나 생명체, 자연 또는 우주 전체와 깊이 연결되어 있어서 우주 만물과 한 몸이 되어 살아갑니다.
아집에 사로잡혀 분별심으로 세상을 재단하는 일반인들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바로 초연결형 인간입니다.
당연히 히틀러, 스탈린, 마오쩌둥과 같은 잔인한 독재자와 연쇄 살인범, 사이코패스 등은 초단절형 인간에 해당합니다. 예상하셨겠지만 석가모니, 예수, 테레사 수녀 등은 초연결형 인간에 속합니다. 우리 같은 일반인들은 초단절형 인간과 초연결형 인간 사이 어딘가에 위치합니다.
과거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으나 요즘은 초연결형 인간보다 초단절형 인간이 더 많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뉴스를 통해 매일 접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대를 대표하는 초단절형 인간입니다.
그는 초단절형 인간의 가장 뚜렷한 특징인 권력과 부, 성공을 향한 강박적 욕구를 갖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전체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외롭고, 고립되어 있으며,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고 느낍니다. 따라서 자신의 취약한 정체성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면 사소한 일에도 공격적으로 대응합니다.
2022년 9월까지 영국 총리직을 수행한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 역시 초단절형 인간입니다.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존슨이 집권하자마자 온건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들은 물밀듯이 빠져나가고 그 자리를 극우 강경파 인사들이 채웠습니다.
존슨은 유구한 영국의 민주주의 원칙들을 무시했고, 난민들에 대해서는 강경한 조치로 일관했습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미숙하게 처리함으로써 자신의 조국에 막대한 피해를 주었습니다.
초단절형 인간인 트럼프와 존슨에게서 발견되는 공통적인 현상은 어린 시절에 겪은 부정적 경험으로 인한 '단절 장애'입니다. '단절 장애'란 어린 시절에 트라우마를 경험했거나 오랜 기간 관심과 애정을 충분히 받지 못한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트럼프는 차갑고 권위적인 아버지 밑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습니다. 존슨 역시 우울증을 앓고 있던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열 살 때부터 기숙학교에서 자랐습니다. 결국 초단절형 인간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는 단절형 인간에게 가장 매력적인 직업입니다. 정치를 통해 권력과 명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단절형 인간들은 불나방처럼 정치권으로 몰려듭니다. 반대로 높은 수준의 공감 능력과 배려심을 갖춘 연결형 인간에게 정치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계층적 사회에서 누리는 권력은 다른 사람과 단절되는 효과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연결형 인간은 통상적으로 권력욕이 없습니다.
연결형 인간은 통제나 권위가 아니라 연결을 원합니다. 이들은 자부심이 강하고 내적인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에 스트레스와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는 자리를 원하지 않습니다. 권력을 탐하지 않는 연결형 인간들이 마다하는 자리는 당연히 권력을 적극적으로 탐하는 단절형 인간의 몫이 됩니다.
현재 미국이나 영국과 같이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인 국가조차도 초단절형 인간이 최고위직에 오르는 것을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삼권분립에 따라 독재자의 권력을 제한할 수는 있으나 단절형 인간이 권력을 잡는 것까지 막지는 못합니다.
초단절형 리더는 국가를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약속하지만 그와 유사한 성격의 단절형 인간으로 채워진 행정부의 무능과 부패로 인해 대부분 몰락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국민 대다수가 정상적이라면 초단절형 리더의 한계를 깨닫고 선거를 통해 이를 바로잡게 되겠지만 그렇지 못한 국가는 일인 독재하에서 정치적 자유를 상실하게 됩니다.
단절형 인간으로 인한 사회적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공직의 임기나 연임 제한 등을 통해 그들의 욕망이 무한히 지속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연결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개개인의 노력입니다. 우리가 개인으로서 연결을 향해 나아갈수록 우리 사회도 연결을 향해 더 많이 뻗어나갈 수가 있습니다.
진영 논리에 빠져 네 편, 내 편을 가르는 사람들보다 다른 사람, 다른 생명체, 자연계 전체를 향한 공감적 연결을 강화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우리 사회가 한층 더 건강해질 것입니다. 인간은 결코 사이코패스(psychopath)가 아닙니다. 우리 인간은 '엠패스(empath)', 즉 '공감하는 존재'입니다.
(사)지역산업입지연구원 원장 홍진기 드림
첫댓글 건강상식코너에 있던 글을 세상사는 이야기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