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2일 수요일 성 아타나시오 주교 학자 기념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5,1-8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 “나는 참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
2 나에게 붙어 있으면서 열매를 맺지 않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다 쳐 내시고,
열매를 맺는 가지는 모두 깨끗이 손질하시어 더 많은 열매를 맺게 하신다.
3 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한 말로 이미 깨끗하게 되었다.
4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않으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처럼,
너희도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5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6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잘린 가지처럼 밖에 던져져 말라 버린다.
그러면 사람들이 그런 가지들을 모아 불에 던져 태워 버린다.
7 너희가 내 안에 머무르고 내 말이 너희 안에 머무르면,
너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청하여라.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8 너희가 많은 열매를 맺고 내 제자가 되면,
그것으로 내 아버지께서 영광스럽게 되실 것이다.”
잘려 나가지도 않고, 불에 태워지지도 않을 그 품속이 그리워라.
천안 입장이나 충북 영동에는 포도밭이 참 많이 있습니다. 포도밭을 보면 참 신기한 마음이 듭니다. 여름에는 포도밭에 줄을 매어놓은 것에 포도 넝쿨이 가득 차서 밑이 보이지 않고, 밑에서 올려다보면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가을이 되면 포도밭 주인은 포도 가지를 전부 전지하여 앙상한 가지만 남기고 잘라 줍니다. 그래서 앙상한 몸통과 가지로 겨울을 나고 그 해 봄이 되면 그 몸통에서 새로운 가지들이 싹을 틔웁니다. 그 새 가지에서 포도가 주저리주저리 달립니다. 그러면 포도밭 주인은 포도가 달린 가지를 잘 보호하고 영양을 골고루 주기 위해서 열매를 맺지 않은 가지는 또 잘라주고 시원찮은 알갱이를 가진 포도송이는 일일이 솎아 냅니다. 그래야 다른 포도 알이 굵고 튼실해 지기 때문에 농부는 일 년 내 내 손길이 바쁘기만 합니다.
예수님은 당신이 포도나무라고 설명하시는 데 많은 의미를 우리에게 새겨 주십니다. 당신은 풍성한 열매를 맺기 위해서 수족을 모두 잘리시고, 알 몸통만 간직하기도 하시기도 하십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보이면 붙잡고 있으려고 안간힘을 쓰실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지체가 모두 잘리는 아픔을 견디시며 새롭게 매달린 열매에 하늘에서 주시는 은총과 땅에서 빨아올린 삶으로 영양분을 만들어 열매에 전부 쏟아 붓습니다. 과감하게 가위와 톱으로 당신을 잘라내시는 아버지께 당신의 전부를 아낌없이 내어 놓으시고, 아버지의 처분에 언제나 순종하십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깨끗하게 손질하시도록 당신이 하시는 일을 모두 맡기십니다.
우리는 신앙을 가지고 있다고 아주 쉽게 말하고 그리스도인이라고 또 쉽게 말들을 합니다. 그러나 열매를 맺지 못하는 가지로 남아 있는지는 생각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포도나무나 모든 식물을 살펴보면 참으로 신기한 것은 열매를 맺는 가지는 열매에 온 영양을 공급하기 때문에 아주 초라해서 볼품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는 열매를 맺지 않은 가지는 잎이 싱싱하고 가지도 잘 뻗어 갑니다.
채근담에
"악기음하고 선기양하니(惡忌陰하고 善忌陽하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악은 숨어 있기를 싫어하고, 선은 나타나기를 싫어한다."라는 말입니다. 열매를 맺지 못하는 가지는 아주 풍성하고 멋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열매를 아주 실하게 맺는 가지는 참으로 초라합니다.
자식과 남편에게 모든 것을 내어놓은 어머니의 모습은 볼품이 없이 쪼글쪼글합니다. 말없이 묵묵히 일하시는 아버지들은 참으로 초라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신부님이나 수녀님들이 외면을 꾸미지 않고 모든 것을 희생하시며 사시는 모습은 열매를 풍성하게 맺기 위해서 아주 초라하게 사시는 것과 비길 수 있습니다. 묵묵히 교회 일을 하는 평신도들도 초라하게 보이고 참으로 볼품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신앙은 겉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열매를 맺는 것 같습니다. 아주 외롭고 처절한 고통을 감수하시며 십자가에 죽기까지 순종하신 예수님은 열매를 탐스럽게 키우기 위해서 아주 초라하게 그렇게 십자가형에 처해지셨습니다.
“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한 말로 이미 깨끗하게 되었다.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않으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처럼, 너희도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요한 15, 3-4) 주님의 이 말씀은 우리를 행복하게 합니다. 우리를 이미 깨끗하게 하시고 또한 당신 안에 머무르게 하시고, 당신께서 우리 안에 머무르신다니 이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
깨끗하신 예수님 안에 머물기 위해서는 우리가 깨끗해져야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말씀으로 우리를 정화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당신 안에 머무르며 열매를 맺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열매를 맺는 것은 주님의 길을 걷는 것이고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사랑으로 실천하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사랑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랑받는 이웃이 되게 하라는 말씀입니다.
예전에는 이 복음 말씀을 묵상하면서 항상 두려움에 빠져 있었습니다. 나는 잘린 가지처럼 말라비틀어지고, 불에 던져지는 존재임을 두려워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훨씬 대담해졌습니다. 주님 안에 머무르면 절대로 잘려나가지도 않고, 불에 태워지지도 않는다는 말씀에 희망을 걸고 '어떻게 주님 안에 머무를 수 있을 것인가?' 하고 그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그 해답을 주님께서는 이렇게 주십니다.
주님의 말씀을 믿고, 사랑을 실천하면서 어떻게 살 것인지 성령의 도우심을 청하면 좋으신 주님께서 모두 다 이루어 주실 것입니다. 말과 혀로 사랑하지 말고 행동으로 사랑하라고 하신 것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지라도 항상 선행을 실천하면서 주님의 구원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항상 주님 안에 머무르기 위해서 노력하라는 말씀입니다.
야고보 아저씨